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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김정은-256화 (256/470)

〈 256화 〉 승전(勝戰)(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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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장 웨이펑허 상장이 이렇게 말하고 나선 것은 그때였다.

그러자 연합참모부 참모장 리쭤청 상장과 중부전구 이샤오광 사령원 역시 항복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시진핑 편을 들었다.

그때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던 쉬치량 부주석이 벌컥 화를 내면서 나섰다.

“국방부장과 연합참모장, 중부전구 사령원은 지금 이 순간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하는 패전지장인데, 어디서 나불거리는 거야.”

“그것이······.”

“베이징이 저들의 수중에 떨어지고, 허베이 성과 산둥 성에 이어서 이제 간쑤 성과 영하회족자치구의 북위 37도 북쪽도 모두 뺏길 판인데, 이런 치욕적인 패전의 책임을 져야 할 자들이 어디서 감히!”

“그래서 중화와 중국도 영원히 사용하지 못하고, 핵까지 포기해야 하는 그런 굴욕적인 항복을 하자는 것입니까?”

“그럼 끝까지 싸우자! 그런데 뭐로? 아니, 누가 싸울 것인데? 압록강에서 요하에서 그리고 베이징에서 300만 대군이 녹아버렸고, 기타 각 곳의 병력도 모두 사라져서 거의 400만 대군이 허물어졌다. 더불어서 우리에게는 이제 싸울 무기도 없고, 무기를 생산하던 공장들도 모두 사라졌다. 그런데 뭐로 싸울까. 인민들에게 부엌칼이라도 들고나와서 한국군의 흑표전차와 맞서라고 할까?”

“그렇다고 해도 그 조건으로 항복할 수는······.”

“다 죽는 것보다는 그런 조건이라도 받아들여야 재기할 기회라도 얻지. 그런데 항복하지 않고, 이대로 버티다가는 총리의 말처럼 지금 벌어지고 있는 폭동이 내전으로 비화할 것이고, 그럼 우린 자중지란으로 한국에 항복하는 것보다 더 비참한 최후를 맞고 말 것이다. 그러니 항복하자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을 때 아니면 우리는 우리 스스로 어떤 것도 결정할 수 없는 지경에 빠져서······.”

“그만!”

시진핑이 고함을 치면서 대화를 중단시키는 것으로 논의는 더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러므로 중국의 항복 논의는 결국 결론을 내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그날 상해와 남경, 무한, 장사, 정주, 낙양 등 중국 각지에서 벌어진 폭동으로 십이만여 명이 사상당했고, 간쑤 성 란주와 쓰촨 성 성도에서도 폭동이 일어났다.

거기다가 남북한 공군이 다시 2만여 발의 폭탄을 더 중국 산업시설만을 겨냥해 투하했고, 산둥과 허베이 성을 장악한 남북한군 포병까지 가세해서 사거리 안에 있는 산시 성과 허난 성의 각 목표를 포격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는 시점 민재인 대통령과 수진은 고구려위원회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고구려위원회는 이미 나와의 협의로 위원회 아래에 남북 협력국, 재무국, 교육국, 과학국, 외교국, 법무국, 국방국, 행정국, 문화국, 농림국, 산업국, 보건국, 환경국, 노동국, 국토국, 해양국, 기업국 등 33개의 국(局)을 두고, 그래도 모자라는 국은 차후 위원장 재량으로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지금 그에 관한 논의를 하다가 민재인 대통령이 이렇게 물었다.

“그런데 강 비서관은 어떻게 할지 결정했어?”

“저는 이 전쟁이 끝나고 대통령님이 퇴임하시면, 고향으로 돌아가서 학교부터 졸업하겠습니다.”

“그러지 말고, 대한민국과 북한과 고구려의 협력을 위해서 고구려위원회에 들어가서 민은정 소장과 함께 남북통일을 위한 밑거름을 만들어.”

“저는 그럴 능력이 없습니다. 대통령님.”

“지금까지 강 비서관이 해낸 일 정도만 해내면 돼. 그러니 위원회로 들어가. 내 권한으로 남북협력을 담당할 협력국 부국장에 내정해 줄 테니까.”

“부국장은 차관급이지 않습니까?”

“그래, 이제 차관이 될 때도 되었으니까. 그리고 우리 몫의 국장과 부국장 자리는 다 채웠으나 파견할 공무원 선발이 문제고, 경찰, 검사, 판사가 문제인데······.”

“대법원장과 각 법원장, 검찰청장과 각 고검장이나 지검장, 경찰청장과 각 지방 경찰청장 등에게 가장 강직한 사람들을 추천해달라면 간단한 문제 아닙니까?”

“그러면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 가장 실력 없는 사람, 가장 배경이 없는 사람만 보낼 확률이 높아. 그리고 누가 이 좋은 한국 두고 그 먼 곳까지 가서 월급도 적게 받고, 이 한국과 다른 대우를 받으면서 생활하고 싶겠어.”

“그럼 지원자를 받으십시오. 뜻밖에도 지원자가 많을 수도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래도 안 되면 공개선발을 하십시오.”

“그래, 지원을 받아보고, 안되면 해당 경력자를 공개 선발하자고. 그건 그렇고 강 비서관은 남북 협력국 부위원장으로 내정한다. 그러니 준비해 둬.”

수진을 남북과 고구려의 협력을 담당할 협력국 부국장으로 내정한다고 민재인 대통령이 이렇게 통고했다.

이 부국장 자리는 업무가 방대한 국이 아니면 남북에서 각각 한 명 그러니까 두 명을 두기로 했고, 직위는 차관급이었으니 국장은 당연히 장관급이었다.

아직 중국이 항복하지는 않았지만, 고구려위원회는 이렇게 점점 실체를 갖춰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진은 민재인 대통령의 지시 또는 약간의 강압에 결국 고구려위원회 남북 협력국 부위원장으로 가기로 마음을 굳히고 말았다.

***

홍콩은 이때 시끄러웠다.

영국군이 홍콩을 점령하자 환영하는 시민 약 50%와 반대하는 중국인과 홍콩인 약 50% 때문이었다.

그러나 영국군은 그 50%의 중국인과 홍콩인 특히 본토에서 온 중국인들을 강제로 추방하는 데 애를 먹고 있었기에 일은 점점 꼬여서, 홍콩은 시끄럽기 그지없었다.

그때 대한민국 국정원과 정보기무사령부 요원과 금융전문가 등 300여 명이 그런 홍콩에 들어와서 민재인 대통령과 영국 총리 에머슨이 약속한 중국 정부와 중국 관리, 홍콩 시민이 아닌 중국 한족들이 홍콩에 투자한 또는 예탁한 자금 등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그 바람에 홍콩 금융가 특히 중국계 은행 등이 그때부터 정말 시끄러워졌으나 한국 요원들은 영국군과 달랐으니 조금이라도 반항하는 자가 나오면 바로 총질이었고, 매타작이었으며, 위협이었고, 생명을 담보로 한 협박이었다.

그러나 외국계 은행에서는 그것이 쉽지 않았으나 곧 영국군과 영국 정부의 도움으로 조금씩 중국 정부와 중국 관리와 한족들의 자금이 회수되기 시작했고, 홍콩 금시장의 중국 금도 점차 회수되어 갔다.

“뭐라고요.”

“말 그대로요. 평택 등 한국에 주둔한 우리 미군의 주둔지를 티베트와 남중국해로 옮기겠으니 그렇게 아시라는 거요.”

“바이든 대통령,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십니까?”

“민재인 대통령, 이제 한국은 우리 미군이 주둔할 목적을 상실했으니 우리 미국에 더 유리한 곳으로 병력을 옮겨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오.”

“당연한 것. 당연한 것 좋습니다. 그리고 그런 당연한 것을 아시는 분이 지금 이러십니까. 또한, 미국에 더 유리한 곳이라면, 당장 마카오를 점령하시거나 마카오로 만족하지 못하겠다면 광둥 성을 아예 다 점령하십시오. 그것이 더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닙니까?”

“우리가 광둥 성으로 상륙하는 즉시 러시아가 이 전쟁에 개입할 것이오. 그래서 우리가 머뭇거리는 것이지 중국을 위해서 머뭇거리는 것이 아님은 민재인 대통령도 이제 아실 때가 된 것 아니오.”

“그러고 싶지만, 바이든 대통령께서 지금 하시는 것을 보면 전혀 그렇게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주한미군을 철수할 것이면, 주일미군도 다 철수하십시오. 이제 굳이 일본에 미군을 주둔시킬 이유도 사라졌으니까 말입니다. 하고 원한다면, 중국 본토에 미군을 주둔시킬 수 있도록 해볼 것이니 그럴 의향은 있으십니까?”

미국 대통령 바이든의 뜬금없는 전화와 뜬금없는 주한미군 철수 통보에 민재인 대통령은 이렇게 설전 아닌 설전을 주고받아야 했다.

그러다가 기어이 중국 본토에 미군을 주둔시키면 어떻겠냐고 직설적으로 물은 다음 그 대답을 기다렸다.

“그럴 수 있다면 내 생각은 다시 해보겠소.”

“생각만 하시지 말고, 빨리 결정하십시오.”

“생각해보겠다니까요.”

“빨리 결정하십시오. 그리고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것은 좋으나 그 전제조건으로 주일미군도 모조리 철수하십시오. 말했듯 이제 일본에 미군을 주둔해야 하는 이유가 사라졌으니까요.”

“아직 중국의 위협이 남았는데, 무슨 이유가 사라졌다고 그러시오.”

“그런 헛소리는 그만하시고, 우리 남북한이 피를 흘리면서 싸워 중국을 주저앉히기 일보 직전이니 이제 아무 쓸모도 없는 주일미군도 당장 철수하라는 말입니다. 당장!”

“아직 주일미군은 필요한 것 같으니까 그 말은 못 들은 것으로 하고, 주한미군은 조속하게 철수하겠소.”

“주일미군도 반드시 철수해야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그에 맞추어 주일미군도 철수해야지만, 중국 다음으로 일본의 버르장머리도 고쳐줄 수 있었다.

그리고 바른말로 해서 우리 민족에게 임진왜란 이후로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줄 이런 절호의 기회는 없었다.

그러니 바로 현재 남북한의 전력이 일본을 압도할 때 그들의 고약한 버르장머리를 반드시 고쳐줘야만 했다.

그러니 중국처럼 탄도와 순항 미사일로 선제타격하고, F-2 삼족오 스텔스 전투기로 일본의 강점인 해상자위대를 섬멸하고 나면, 그야말로 일본을 짓뭉갤 수 있었다.

그랬기에 주일미군의 철수도 요구했지만, 일본에 꿀단지를 묻어 놓았는지 미국은 그럴 것 같지가 않았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행보를 보여주었기에 더 믿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주한미군을 현 수준인 2만 8,500명 아래로 줄이는 것을 금지하는 국방수권법이 있는데도 주한미군을 철수해서 티베트와 남중국해로 보낸다니 의회와도 이미 합의를 하거나 한 모양이었다.

하긴 미 민주당이 상하 양원을 장악한 상태니 어려운 일도 아니리라.

어떻든 미국의 이상한 행보와 주한미군의 철수 통보에 민재인 대통령의 고민은 깊어졌으나 가장 고민을 깊게 하는 것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 바로 그것이었다.

임기가 적어도 2년만 남았어도 중국의 항복을 받아내는 즉시 일본도 짓뭉개버리고 한·중·일 3국의 지난 5천 년 악연도 끝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임기는 이제 2년이 아니라 2달하고도 며칠밖에는 남아있지 않았다.

‘휴. 이런 절호의 기회는 5천 년이래 다시 오지 않을 것인데, 모든 것이 나에게 있는데 오직 시간만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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