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2화 〉 승전(勝戰)(8)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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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민군 8군단 81경보병여단의 저격수 이영기 특무상사가 이렇게 말하자 고효준 병장이 끔찍한 소리하지 말라는 듯 그를 한번 빤히 쳐다본 다음 이렇게 말했다.
“곧 우리가 승리하는 것으로 이 한중전쟁도 끝날 것이고, 그럼 저는 제대하는데, 무슨 한 부대에서 지낸다는 그런 끔찍한 말씀을 하십니까.”
“우리 위원장 동지와 민재인 남조선 대통령이 공동으로 담화한 것 못 들었네. 장차 이 북경과 이 북경을 지킬 북남의 군대도 고구려위원회에서 관리할 것이고, 그럼 북남의 군대가 함께 근무할 수도 있는 거지 않네. 그리고 전쟁이 끝나도 쉽게 제대하기는 힘들기야. 원래 얻는 것보다는 지키는 것이 더 힘들기에 모든 것이 안정될 때까지는 북이든 남이든 제대는 안 시켜줄 것이야.”
“진짜 그런 끔찍한 말씀 그 정도만 하십시오.”
“전쟁이 끝나도 당장 제대하기 힘들다니까.”
“그런 소리하지 말고, 그냥 술이나 드십시오.”
한중 전쟁이 끝나도 쉽게 제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이영기 특무상사의 말에 고효준 병장은 소름이 끼치는 듯 몸서리까지 한번 치면서 그렇게 말한 다음 창가로 가서 서서히 어둠이 내리는 위위앤탄공원(玉渊潭公园)과 약 6km 정도 떨어진 자금성을 한번 바라봤다.
“고 병장 그만 놀리시고 술이나 한잔 드십시오.”
“기래 한 잔 주기요.”
“방 중사님도 한잔 드십시오.”
“나는 진짜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까 한 잔만 주기요.”
“북쪽 사람들 다 술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술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니 신기합니다.”
“나처럼 술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많아. 그런데 서 하사 동무도 술 별로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오. 우리 특무상사님처럼 단박에 잔을 비우지 않는 것을 보니까.”
“사실 저는 술 많이 마시는 것보다는 술 마시는 분위기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제 인생 가장 좋았던 술 마시는 분위기는 예전 민은정 소장님과 서울에서 포도주 마실 때였습니다.”
“서 하사 동무 누나가 강수진 비서관이니 전쟁에서 우리가 승리하고 나면, 그런 자리 다시 만들어지겠지. 자, 그런 의미에서 한 잔만 더 하기요.”
“예, 그런데 고구려위원회에 대해서 더 들은 것은 없습니까?”
이때 남북에서는 고구려위원회 구성으로 시끄러웠다.
아니, 한국만 시끄러웠다.
누가 위원회에 들어가느냐.
왜 북한과 함께 영토를 공동으로 관리하느냐.
그럼 일국양제(一國兩制)도 아닌 이국삼제(二國三制)가 되느냐.
뭐 그런 말들이 설왕설래했기 때문이다.
“나도 뭐 별로 더 들은 것은 없어. 대신 고구려위원회가 관리할 영토에 북남의 군대가 같이 주둔한다는 그 정도. 그리고 북남 합동군도 구성된다는 정도.”
“남북한 합동군이라······. 그렇게 군대가 합쳐지면 곧 통일도 되겠군요.”
“이건 내가 우리 여단 참모장 동지께 들은 것인데, 고구려 영토가 될 이곳이 바로 통일된 한반도의 미래형이라는 거야. 뭔 소리냐면, 고구려 체제가 바로 통일된 한반도 체제라는 것이지.”
“남한 체제나 북한 체제 어느 한 체제로는 통일이 힘들 것이니 통일을 하려면 체제를 바꾸기는 바꾸어야 하는데, 그 체제가 바로 고구려위원회 체제라는 것이군요.”
“바로 그렇지. 고구려위원회 체제가 바로 장차 통일된 한반도의 국가체제라는 기야.”
그때 고효준 병장이 뭐라고 하더니 자신의 K2C1 소총을 한 발 쐈다.
그러자 서한국 하사는 물론 같이 술을 마시던 이영기 특무상사가 놀라서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놀라지 마시고 술 더 드시지 말입니다.”
“뭔데?”
“짱깨 한 놈 뛰어나오기에 쐈지 말입니다.”
고효준 병장이 태연스럽게 이렇게 말하는 바람에 놀라서 벌떡 일어났던 이영기 특무상사가 이렇게 물었다.
“고 병장은 진짜 뭘 잘하네? 군에 오기 전에는 무엇을 했네?”
“학교 다니다 왔습니다. 그리고 문예창작과이니 뭘 잘하겠습니까.”
“오호. 제대하면 작가님이 되겠군.”
“그렇습니다. 제대하자마자 이 전쟁을 배경으로 한‘하사와 병장’또는‘한중전쟁 고 병장 참전기’라는 소설을 쓸 예정이고, 이 특무상사님도 등장시켜주겠습니다. 단, 악당으로······.”
“하하하! 악당이라. 좋지. 좋아. 그런데 고 병장은 몇 명이나 쐈네?”
“서 하사님은 오늘까지 총 61명을 저격했고, 저는 27명 사살했습니다.”
“27명 사살. 잘했어. 잘했어. 하하하! 그런데 고 병장, 작품 중 최고의 작품은 취여불취지간(醉與不醉之間)에서 나온다는데, 고 병장은 술맛도 모르고 취함의 기쁨도 모르니 좋은 작품을 쓰기는 힘들겠어.”
“뭐라고요.”
“취여불취지간 즉 취함과 취하지 않음 그 사이에서 최고의 작품이 나온다는 말인데, 고 병장은······.”
이영기 특무상사가 뜻밖에도 이런 말까지 꺼내놓는 그때 북경 포위망 안과 자금성 등 문화유산 곳곳에 숨어 있던 중국군과 무장경찰 등은 최루탄에 견디지 못하고, 너도나도 뛰어나오다가 줄줄이 사살당했다.
간혹 포로로 잡히는 자들도 있었지만, 그건 정말 운이 좋은 경우였다.
그리고 그날 어둠이 내리자 다시 남북한군의 백린탄 공격이 있었고, 다음 날 아침에는 다시 대규모 최루탄 공격이 가해졌다.
그렇게 북경에 남아 있던 중국군과 무장경찰, 민병 등은 100만에서 70만으로 다시 20만여 명으로 거기서 다시 10만여 명으로 줄어들었다가 이런 무자비한 공격이 연달아 가해지자 기어이는 1만여 명도 남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때 그들의 마지막 숨통을 끊으려고 남북한군의 기갑부대가 선두에 서고, 서한국 하사와 이영기 특무상사 등의 저격수들과 남북한군의 최정예 특수부대가 그 뒤를 따라 북경 시내로 진격해 들어갔다.
“11시 방향, 적이다.”
“어디?”
“11시 방향, 800m 앞 커피숍!”
“확인! 발사!”
“쾅!”
국군 1기갑사단의 예비역 병장 고용배와 서민재 그리고 예비역 중사 이희철도 이 북경 진공작전에 참가했다.
그렇게 진격하다가 전방 800m 앞 커피숍에 중국군으로 보이는 자들이 있자 주저 없이 흑표전차의 주포를 발사해 날려버렸다.
“명중!”
“또 없냐? 오늘 중으로 짱깨들 모조리 날려버리고, 북경 함락하고, 그만 집에 가자. 가. 이제 그만 집에 가고 싶다. 가자! 집으로!”
“인마, 집에 가기 전에 천안문 광장에서 이 흑표로 드리프트는 하고 가야지.”
“그건 당연한 말이고.”
“타타타탕!”
그 순간 전차장 예비역 중사 이희철이 12.7mm K-6 중기관총을 난사해 역시 중국 민병으로 보이는 한 명을 사살했으니 그는 그 커피숍 옆 옷가게에 숨어 있다가 RPG-7을 쏘려다가 오히려 당하고 말았다.
“나이스 샷! 잘했습니다.”
“두 눈 뜨고 잘 봐야 해. 어디서 어떤 놈이 튀어나올지 모르니까.”
“물론이죠.”
그렇게 국군 1기갑사단의 예비역 병장 고용배와 서민재 그리고 예비역 중사 이희철이 진격하는 바로 그 앞에는 그들의 중대장인 1기갑사단 1연대 1대대 1중대장 김동연이 서 있었고, 그의 흑표전차도 연달아 주포를 발사했다.
“슈앙!”
그러나 그들보다 더 선두에 서서 북경의 남은 중국군과 무장경찰, 민병 등을 공격하는 것은 바로 한국 육군의 각종 공격 헬기들이었고, 그 선봉에는 AH-64 아파치가 있었다.
“명중!”
“13시 방향. 5층 건물 쏴!”
한국 육군 항공작전사령부 1여단 1대대 전교영 소령과 박남수 준위가 탄 아파치 공격 헬기도 그때 천안문 광장 인근에서 중국군을 향해 70mm 히드라 로켓을 발사하고, 이어서는 30mm 체인건까지 발사했다.
그들에 이어서 남북한의 각종 무인공격기까지 나서서 무차별 공격을 가했고, 그렇게 맹공을 펼치다가 일순 남북한군이 후퇴하자 이번에는 그 천안문을 중심으로 한 5km 안에 무차별 포격이 가해졌다.
그리고 그 무차별 포격에 이어서 남북한 공군이 나타나서는 확산탄 공격을 끝없이 가했다.
또 그 공군의 공격이 끝나자 이번에는 한국군의 K-239 천무다연장로켓과 M270A1다연장로켓(MLRS), 북한 인민군의 300mm와 400mm 방사포 등이 불을 뿜으면서 각 수백 개 식의 자탄을 가진 로켓을 무더기로 쏴댔다.
“저런데도 살아남을 자가 있을까요?”
“있겠지. 사람 목숨은 질기니까. 그러니 최후의 승리는 언제나 우리 같은 보병이 들어가서 깃발을 꽂아야 하는 거야.”
“우리도 보병은 보병이군요.”
“기럼. 그러니 이번에도 어디 가서 한잔하면서 포격이 끝나기를 기다리세.”
“그러시죠. 저 포격이 끝나면 다시 공군이 폭격할 것 같으니까 말입니다.”
“기래, 그러니까 우린 기다리면서 다시 공격 명령이 내려오면 그때 땅크들 뒤따라가면서 떨거지들만 처리하면 되니까 말이야.”
국군 1군단 저격대대 서한국 하사와 고효준 병장은 북한 인민군 8군단 81경보병여단 저격수 이영기 특무상사와 방유종 중사를 다시 만나 이번에도 위위앤탄공원(玉渊潭公园) 인근에서 포격이 가해지는 천안문 인근을 바라보면서 술잔을 기울였다.
그러나 포격은 좀처럼 그치지 않았고, 이어서는 진짜 남북한 공군의 족집게 같은 폭격이 이어졌다.
그리고 다시 C-130 수송기 5대가 날아와서 SY-44 최루탄을 무더기로 투하하고 사라졌다.
“여기서도 눈물이 나는데, 저 안에 갇힌 놈들은 죽을 맛이겠구만.”
“아마 다 죽지 않았을까요.”
“그러지는 않았을 거야. 그리고 이제 때가 다가오는 것 같으니까 마지막 잔을 들자고. 어쩌면 이것이 승전을 축하하는 축하주가 될 수고 있으니 끼니까.”
“승전을 축하하는 축하주. 좋습니다. 자, 승전을 위하여!”
“승전을 위하여!”
서한국과 이영기 특무상사가 이렇게 한잔의 술을 들이켜는 순간 아니나다를까 남북한군에서 총공격명령이 떨어졌고, 이번에도 역시 기갑부대들이 가장 먼저 진격해 들어갔다.
천안문 약 5km 원안에 국군 1군단과 2, 5군단의 흑표전차만 해도 약 일천여 대 이상이 있었고, 거기다가 인민군 각 기계화군단의 전차 일천여 대 이상도 있었다.
그런데 총공격명령이 떨어지자 그 약 이천여 대의 전차들이 밀물처럼 밀려 들어갔고, 그 상공을 공격 헬기들이 엄호했다.
그리고 서한국과 이영기 특무상사 등의 저격수들은 각 장갑차에 탑승한 상태 또는 각개로 천안문 광장으로 들어가면서 겨우 숨만 붙어있는 중국군과 무장경찰, 민병 등을 사살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진공작전이 벌어진 지 3시간이 지나자 기어이 천안문 광장은 남북한군에 장악됐고, 북경이 드디어 남북한군의 손에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