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9화 〉 승전(勝戰)(5)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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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3월 3일이니 두 달 하고도 며칠 후면 대한민국에는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할 것이다.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으니 사실 논공행상은 그 새로운 대통령과 하는 것이 맞았으나 굳이 내가 민재인 대통령과 이런 자리를 만든 것은 그가 퇴임하기 전에 모든 일을 마무리 지어버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즉 이제 대통령직에도 더 욕심이 없는 사람과 민족의 앞날을 위해서 회복한 영토문제를 매듭짓고 싶었다는 말이다.
이 한중전쟁의 시작도 그와 함께했으니 그 끝마무리도 그와 함께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기도 했고 말이다.
“우리가 회복한 영토를 남북한이 반반 나누어 가지지 말자니. 그렇다면 진정 김 위원장이 원하는 것이 뭐요?”
“우리가 함께 회복한 영토를 북남이 반반 나누지 말고, 함께 공동으로 관리하자는 것이 진짜 내 속마음입니다. 수복 고토관리위원회 또는 고구려위원회 그도 아니면 북남공동관리위원회, 이름을 뭐라고 짓든 상관없이 북남에서 동수의 인물로 위원회를 만들어서 공동으로 관리하자는 말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영토에 적용할 새로운 법과 제도도 제정하고, 군대도 북남이 공동으로 구성하여 배치하고······.”
“김 위원장, 혹시 미래에 남북이 통일되면 세워질 새로운 통일 한국을 그곳에 먼저 세워서 남북한이 공동으로 운영해보자. 혹시 그런 발상이오?”
“거창하게 말하면 그렇고 더 거창하게 말하면, 정말 살기 좋은 나라, 늘 말하는 사람이 먼저인 그런 나라, 우리 한민족이 다시는 서로 싸우지 않고 오순도순 모여 살면서 외세의 간섭을 받지 않고 영원토록 행복을 누리는 그런 나라를 그곳에 만들어 보자는 말입니다.”
“그 말이 진짜 진심이라면, 내 오늘부터 김 위원장을 존경하겠소. 그러나 노파심에서 말하는데, 그러면 북한과 전혀 다른 새로운 사회가 그곳에 펼쳐질 것이오. 고로 그 말은 곧 김 위원장의 권력에 누수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고, 아니 그럴 가능성이 농후할 것이오. 그러면 여러 가지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서 우리가 오늘 나눈 이 말들이 모두 다 부질없어질지도 모르고, 남북관계가 다 틀어질지도 모르오.”
“그곳은 공화국과는 다른 세상일 것이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공화국도 언제까지나 우물 안 개구리로만 살 수 없으니 차츰 변해가야겠죠. 그것이 순리고, 운명이라면 말입니다.”
“갑자기 무슨 철학자라도 됐소. 왜 그러시오?”
“솔직히 권력이라는 것을 한번 잡으니 놓기 싫을 만큼 좋습니다. 대통령께서도 지난 5년간 그런 권력을 누렸으니 잘 알 것 아닙니까. 그러나 언제까지 내가 공화국의 절대 권력을 잡고 있을 것 같습니까. 앞으로 5년, 10년, 그러니 서서히 변화에 대응하려는 것입니다. 죽기보다 싫지만, 그것이 맞는 그리고 옳은 선택 같으니까 말입니다.”
“김 위원장 같은 잔머리면 적어도 10년 이상은 더 그 권력을 유지하겠는데, 그리고 현재 북한 주민들도 김 위원장을 그렇게 싫어하지 않고, 아니 오히려 위대한 지도자라고 숭앙까지 하는데. 어떻든 김 위원장이 그런 마음을 먹었다니 민족의 앞날을 위해서는 잘한 선택이오. 그런데 그곳에다가 그런 위원회를 만든다면, 남북한 어느 자리보다 더 중요한 자리인 그 위원회 위원장 자리에는 누굴 생각하고 있소?”
누구겠는가.
남북한의 지도자 다음으로 한민족의 3번째 권력자가 될 것이 뻔한 그 자리를 말이다.
아니, 어쩌면 남북한의 지도자보다 더 큰 권력을 행사할 수도 있는 그 자리에 누구를 앉혀야 하겠는가 말이다.
그러니 이미 답은 나와 있는 것 같아서 대답하지 않고 희미하게 웃은 다음 이렇게 말했다.
“그전에 위원회를 세우는 것에 합의된 것입니다.”
“좋소. 이왕이면 고구려위원회라는 이름을 붙이고, 우리 둘이 손잡고 그곳에 통일 한국의 미래를 열어봅시다.”
“그럼 합의가 된 것으로 하고, 통일 한국이라는 국가가 아니라 말한 것처럼 우선은 고구려위원회나 수복 고토관리위원회나 하여튼 위원회 형식의 조직을 만들어서 점령한 영토를 관리 감독합니다. 그리고 위원회 인원은 북남이 동수로 하고, 거기서 법과 제도도 만들어서 점령한 영토에서만은 그 법과 제도를 적용 운영하고, 그에 필요한 모든 기관도 만드는 것 말입니다.”
“그것이 곧 통일 한국이오. 뭐 어떻든 좋소. 그리고 뒤에 두말하지 않으려면 일단 합의서부터 작성합시다.”
“그러시죠. 그리고 이런 일에는 누가 끼어들면 사달이 날 확률이 높으니까 퇴임하시기 전에 우리 두 사람이 아예 모든 것을 확정을 지어 버리죠. 뒤에 누가 끼어들어도 시비를 걸지 못하도록 아예 못을 박아버리자는 말입니다.”
“그것도 좋소. 그럼 민 소장과 우리 강 비서관을 불러서 증인으로 세우고, 합의서를 아주 꼼꼼하게 작성합시다.”
그렇게 민은정과 수진이 우리 두 사람과 합석해서 우리가 그동안 이야기한 내용으로 합의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그 합의서에 다 담길 내용이 아니어서 이야기는 더 이어졌다.
“수복 고토관리위원회나 북남공동관리위원회보다는 그냥 고구려위원회라고 합시다. 그것이 훨씬 좋은 이름이고, 우리가 중국 영토를 점령 강점하는 것을 국제사회에는 잃어버린 우리 고구려의 영토를 수복한 것이라고 그렇게 설명하고 있으니 말이오. 그리고 제정될 법은 반드시 사람이 먼저여야만 하오. 즉 권력이나 금력에 따라서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말이오.”
“남조선 경찰이나 검찰이 권력과 금력에 차별을 두고 수사하고, 판사들도 권력과 금력에 차별을 두어 판결하지 공화국은 안 그렇습니다. 그러니 그런 남조선 경찰과 검사와 판사들은 이 고구려위원회에 단 한 명도 두면 안 되겠죠. 안 그렇습니까?”
“그 대신 북한 경찰과 검사와 판사는 김 위원장이 시키는 대로 판결하겠지. 하여튼 유전무죄 무전유죄, 권력 무죄 등을 막으려면 법 규정에 판사의 재량권이 아예 들어가지 못하도록 못을 박으면 되오. 그래도 이상한 판결에 대해서는 위원회 차원에서 재심토록 하고, 해당 판결을 한 판사에 대해서는 적당한 처벌을 하면 될 것이오. 그건 경찰과 검찰 등 권력기관도 마찬가지요.”
“자본 권력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시려고요?”
“이번에 우리 법무부에서 탈세, 횡령, 배임, 사기, 뇌물 등의 범죄에 따른 현행 형량을 범죄 금액이 1억 원 이상일 경우에는 무조건 3년 이상, 5억 이상일 때에는 5년 이상, 10억 이상일 때에는 10년 이상으로 하고, 그 범죄 액수의 최고 10배까지 벌금을 매기도록 한다는 개정안을 냈으니 그 정도면 적당한 처벌이 될 것이오.”
“1억 원 이상 사기를 치거나 1억 원 이상 탈세를 하거나 횡령, 배임 등의 범죄를 저지르면 무조건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고, 범죄 액수의 최고 10배까지 벌금을 매기도록 한다. 그건 좋은데, 그래서 자본 권력을 완벽하게 억제하겠습니까?”
“자본 권력을 견제하려고 만든 현행 대한민국 법에서 미비한 점을 보완하고, 처벌 조항을 더 강화하는 한편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전면 도입, 상속세와 증여세 상향, 소득세와 보유세, 여타 세금도 증세하면 어느 정도는 억제될 것이오. 또 비정규직 전면 철폐,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주 40시간 근무, 최저임금 정책, 최고임금을 제한하는 일명 살찐 고양이 법(최고임금규제법) 등등을 확실하게 도입해서 이를 어기면 무조건 3년 이상의 징역형과 함께 확실한 처벌이 되도록 최고액의 벌금을 부과하면 될 것이오. 그리고 반드시 도입해야 하는 법은 바로 일수벌금제요. 즉 재벌 비리 등 경제사범을 엄하게 다스리려면, 범행의 경중에 따라서 일수를 정하고, 피고인의 재산 정도를 기준으로 산정한 금액에 일정 비율을 곱해 최종 벌금 액수를 정하는 것 말이오. 그러면 소득이 높고 적음에 따라서 벌금이 달리 부과되어 적절한 징벌 효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오.”
“재산 1억 가진 사람이 벌금 100만 원 내면, 재산 1조 가진 사람은 벌금 100억 내도록 하면 뭐 적당하기는 하겠네요. 아, 그리고 돈 없다고 벌금 안 내고, 몸으로 때우면서 하루에 몇억씩 벌금 액수를 까는 놈들은 아예 사형시키죠. 어떻든 그렇게 강력한 조처도 만들고, 법도 철저하게 제정하여 진짜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보시죠. 민 소장, 다 적었어? 강 비서관은?”
두 여자가 다 적었다고 하자 이내 그 조항도 합의서에 넣어 새로운 합의서를 만들게 했다.
그리고는 민재인 대통령과 또 빠진 것이 있는지 재논의를 하고, 마지막으로 합의서를 작성 확인하고, 서명 날인까지 한 다음 한 장씩 나누어 가졌다.
이어서는 중국의 항복 조건을 다시 한 번 점검한 다음 한국방송 KBC를 비밀리에 개성으로 불러서 사전 녹화 방식으로 민재인 대통령과 나의 합의 내용을 담은 대국민담화를 공동으로 녹화했다.
그렇게 대국민담화 녹화를 마치고, 다시 고구려위원회에 관한 협의를 더 했고, 그럴수록 합의서는 더욱 정교해져서, 이제 되돌릴 수 없을 지경까지 이르게 됐다.
이어서는 한중전쟁에 관한 논의를 한동안 한 다음 나와 민재인 대통령 그리고 민은정과 수진이 함께 저녁을 먹는 것으로 그날의 만남은 끝이 났다.
그리고 다음 날 오전 9시, 그 사전녹화 대국민담화가 남북한의 모든 방송 전파를 탔다.
“친애하는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북한의 인민 여러분, 그리고 재외동포 여러분과 먼 타지에서 싸우고 있는 국군과 인민군 장병 여러분, 나와 김정은 위원장은 오늘 이곳 개성에서 만나 우리 남북한이 한중전쟁에서 회복한 고토를 포함한 점령한 모든 영토를 관리할 고구려위원회를 만들기로 합의를 했습니다. 이 위원회에는 남북의 인사가 반반 참가해서 우리가 함께 회복한 고토 즉 일명 고구려에서 통용될 법과 제도를 만들고, 그 고구려 영토를 지킬 남북한의 군대도 공동으로 관리할 것입니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북한 인민 여러분, 그럼 김정은 위원장이 다음 사항을 설명하겠습니다.”
민재인 대통령이 먼저 이렇게 서두를 꺼내고 이어서 내가 나서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존경하는 공화국 인민 여러분과 영용한 인민군 장병 여러분, 남녘의 동포 여러분과 국군 장병 여러분, 민재인 대통령과 나는 이 새로운 우리의 영토 즉 고구려에 세울 고구려위원회가 북남과는 다른 새로운 법과 제도로 그 땅을 관리하기로 이미 합의했습니다. 그러므로 이 땅에는 지금 중국과 싸우고 있는 북남의 군대가 공동으로 주둔할 것이고, 북남의 인민이 공동으로 살면서 더 살기 좋은 세상, 북남이 아니라 우리 겨레가 이 땅에서만큼은 영원히 오순도순 행복하게 함께 살면서 이 땅을 지켜나갈 것을 이미 합의했습니다. 그리고 민재인 대통령께서 이미 말했듯 이 고구려위원회에는 북남의 인사가 반반 참가하여 고구려에서 통용될 법과 제도를 만들 것입니다. 또한, 이 고구려위원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