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9화 〉 요하를 건너(1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대한민국 해병대는 이때 기어이 산해관을 밀고 들어가서 허베이 성 친황다오를 거의 장악한 상태였다.
물론 그런다고 시가전을 치르기도 했지만, 압도적인 화력으로 별 피해도 없이 친황다오 곳곳에 숨어있던 중국군을 거의 격멸했다.
그런데 합참에서 긴급 연락이 오는 바람에 그중 1사단의 진격을 멈추어 세운 해병대 사령관 공격호가 그 1사단장에게 이렇게 명령했다.
“나 사령관이다. 6기동여단과 2사단은 계속 진격해. 그리고 1사단은 진격을 잠시 멈추고, 우선으로 항구부터 장악한다. 알았나.”
“진격을 멈추고 항구부터 장악하라는 명령이십니까?”
“그렇다. 그러니 1사단은 즉시 항구부터 장악해.”
대한민국 해병대 1사단은 그렇게 친황다오 항구로 방향을 틀었고, 어렵지 않게 곧 항구를 점령해 사령관 공경호에게 보고했다.
그러자 공경호가 1사단장에게 다시 이렇게 명령했다.
“1사단장, 수고했다. 그런데 원정을 가야 하니 사단에서 2,000명만 차출해라.”
“예, 사령관님. 그런데 어딜 원정하기에 2,000명만 차출합니까?”
“여기 더럽게 추운 곳 말고, 야자수가 우거진 따뜻한 남쪽 섬나라 원정이다.”
“농담이시죠.”
“농담 아니다. 그리고 1사단장 너, 내 사관학교 4년 후배지. 그런데 나 같은 똥차가 전역도 안 하고, 앞을 가로막고 3년이 넘도록 사령관 자리에 앉아있으니 자연 너도 승진해 사령관도 못되고, 아직 사단장이나 하고 있고, 나에게 아주 불만이 많지?”
“저는 오늘날 우리 해병대가 이런 막강한 전력을 가지게 된 것부터 시작해서 압록강을 건너 만주벌판을 달리고, 거기에 요하까지 건너서 기어이 이 중국 친황다오까지 점령한 일련의 과정까지 전혀 불만이 없으니 그런 무시무시한 말씀 하지 마십시오. 사령관님!”
“우리 해병대가 아니고 대한민국 해병대. 그건 그렇고 네가 사령관 대행해라. 그럼 내가 따뜻한 남쪽 섬나라 원정 가마.”
“도대체 그 따뜻한 남쪽 섬나라가 어디기에 그러십니까.”
“남중국해 파라셀제도. 그중에서도 중국이 비행장을 건설하고, 지대공과 지대함 미사일까지 배치해 놓은 우디섬이다.”
“정말이십니까?”
베트남이 대한민국과 파라셀제도를 정확하게 반으로 나눠서 가지고, 석유 등 지하자원은 공동 개발하기로 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원정은 당연히 결정됐다.
그러니 해병대 말고, 누가 원정을 가겠는가.
물론 해군과 공군 일부도 동행하겠지만 말이다.
“그래, 그러니 내가 이러지. 그리고 대한민국이 존속하는 한 파라셀제도를 정복한 정복자로 영원히 역사 기록에 이름을 남길 절호의 기회 아니냐. 그런데 내가 가지 못하니 이렇게 안타까울 뿐이다. 1사단장, 네가 갈래?”
“사령관님의 말씀을 들으니 저도 가고 싶지만, 제가 가면 1사단이······.”
“그렇지. 그럼 누굴 보낼까? 부사령관을 보낼까?”
“그것이 가장 낫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정말 그곳을 점령하는 것입니까?”
“그러니 원정단을 꾸리라는 것 아니냐. 남중국해 다른 군도는 몰라도 그곳은 오직 베트남과만 영토분쟁 중인데, 이미 베트남과도 협상이 끝났단다. 그래서 파라셀제도를 점령하면 중간에 선을 그어 북쪽은 우리가 남쪽은 베트남이 가지기로 했고, 석유 등 지하자원은 공동개발하기로 했단다.”
“베트남만 땡 잡은 느낌이 드는데요.”
“하긴 자기들 힘으로는 영원히 빼앗지 못할 것을 우리가 대신해 주니까. 그 대신 우리에게 항구와 공항을 제공해준다고 하는 바람에 공군의 F-35A 20대도 원정에 동행한다.”
“해군은?”
“원자력추진잠수함 3번 해모수함과 4,500톤급 장문휴함, 3,000톤급 서희함과 양규함 그렇게 4척, 이지스 방공구축함 5번 온사문함과 6번 대걸중상함, 한국형 방공구축함 7번 영양태왕함과 8번 대무예함, 9번 대홍무함, 이순신급 구축함 강감찬함과 최영함, 그리고 독도급 강습상륙함 독도함과 마라도함, 백령도함 3척 다 가고, 기타 지원함 다수. 어때,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거기에 중국군이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다르겠지요.”
이때 파라셀제도에는 중국군 지대공과 지대함 미사일 포대와 함께 남해함대 소속 Y-8X 해상초계기와 해상작전 헬기, 그리고 만재배수량 1,440톤 장도우급(056형) 호위함 3척과 만재배수량 224톤 하베이급(Type 022) 미사일 고속정 2척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전력만 가진 중국군이 거기에 주둔해 있는데도 베트남 해공군은 파라셀 제도를 탈환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주먹거리도 안 되는 전력이 주둔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 남해함대 사령부는 개전 초 북한군의 탄도미사일과 이후 우리 원자력추진 잠수함 치우천왕함의 순항 미사일 공격에 박살이 났고, 더불어서 동해함대 사령부도 박살이 났으니 더 추가될 전력도 없다.”
“잠수함이 있지 않습니까?”
“몇 척 있겠지만, 함대와 동행하는 우리 잠수함과 해상작전 헬기의 눈을 피해 원정 함대를 공격할 수 있을까?”
“간이 배 밖으로 나오지 않은 이상 힘들겠군요. 하면 중국 남부 전구 육군은?”
“남부 전구 각 부대도 개전 초 북한군의 탄도 미사일 공격을 받아 제법 피해를 보았고, 그중 74집단군 일부 부대는 지금 무장경찰과 함께 티베트에서 우리 특전사, 미군, 인도군, 티베트 해방군 등과 싸우고 있다. 75집단군 일부는 압록강 공방전과 요하 공방전, 그리고 이 만리장성 방어전과 북경 방어전에 참가한 것으로 파악됐으니 이제 남은 애들은 없다고 봐야겠지. 그건 공군도 마찬가지고.”
“사령관님 말씀 들으면 들을수록 제가 가고 싶은데요.”
“그렇지. 진짜 나도 가고 싶은데, 어떻게 갈 방법이 없어서 미치겠다.”
그 원정에 갈 방법이 없어 미치겠는 해병대 사령관 공경호 대신 기어이 그 원정군을 이끌고 가기로 결정된 해병대 부사령관 민영철 준장은 자신이 원정군 사령관으로 결정되자마자 희미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해병대 1사단만이 아니라 2사단과 6기동여단에서도 그동안 아주 잘 싸운 2,000명의 병력을 차출했다.
그리고 K-2 흑표전차 15대, 상륙돌격장갑차 15대, K-9 자주포 9대, 천마-2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과 K-30 30mm 비호복합 자주 대공포도 선발했다.
그러자 해군의 독도급 강습상륙함 독도함과 마라도함, 백령도함이 해병대 1사단이 점령한 친황다오 항구로 입항했다.
이 독도급 강습상륙함의 수송 능력은 헬리콥터 7대, 전차 6대, 상륙돌격장갑차 7대, 트럭 10대, 야포 3문, LSF-2등 고속상륙정 2척, 상륙군 700여 명이었으니 3척에 해병대 병력 2,000명은 충분히 싣고 파라셀제도까지 갈 수 있었다.
어떻든 해병대가 파라셀제도 원정 때문에 진격이 잠시 주춤한 사이 2진공로에서 가장 선두로 치고 나간 부대가 있었으니 바로 국방 개혁 이전 대한민국 최고 전투력을 보유했던 기동 5군단 20기갑여단이었다.
물론 그때는 기동 5군단이 아니라 기동 7군단 20기계화사단이었지만, 어떻든 이 20기갑여단은 친황다오 해안도로를 타고 가장 먼저 시내 중심가에서 45km 떨어진 창리현(昌黎县)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 기동 5군단 20기갑여단의 뒤를 따라서는 제2진공로의 실질적인 주공인 2군단의 102기갑여단과 3기갑여단, 그리고 임시 2기갑사단과 국방 개혁 이전 2군단 소속이었던 제7보병사단과 제15보병사단, 제27보병사단, 예전 3군단이었던 제2보병사단과 제12보병사단, 제21보병사단, 예전 8군단이었던 제22보병사단과 제23보병사단도 친황다오 창리현(昌黎县)과 그 북쪽 루룽현(卢龙县), 허베이 성 탕산시(唐山市) 동쪽 첸안시(迁安市)까지 넓게 포진해서 진격해 들어갔으니 이제 천진과 북경은 그야말로 코앞이었다.
“그거 뭐야?”
“이게 그 유명한 이 지방 특산물 라벤더 오일입니다. 그러니 온천 끝나면 좀 바르십시오.”
“야, 그런 것 말고, 여기 우리나라에서도 제법 유명한 화하장성(華夏長城) 포도주 만드는 포도주 제조장이 있다던데, 가서 그 포도주나 구해와라. 요 빤질빤질한 말년 병장 김 병장아!”
“소대장님이 모든 책임을 지신다면 얼마든지 구해오겠습니다.”
“안 들키게만 갔다 와.”
“정말이십니까.”
“그래, 이 새끼야. 빨리 갔다 와!”
재수 없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지고, 곰을 잡아도 웅담이 없다지만, 재수 좋은 국군 21사단 65연대 3대대 12중대 1소대장 원은철과 그 소대원들은 이 전쟁 통에도 친황다오 창리현(昌黎县) 어도 해양 온천 테마공원의 수온 43도 미네랄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아침 7시부터 산해관을 공격해서 근 45km를 진격해 바로 이곳까지 왔으므로 오늘 하루는 이곳에서 숙영하고, 내일 다시 공격에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1월하고도 중순, 엄동설한의 추위에 국군이고, 인민군이고, 중국군이고, 모두 야외가 아닌 주택, 건물 등 실내에서 밤을 보냈는데, 이 21사단 65연대 3대대가 배정받은 곳이 바로 이 온천 테마공원이었으니 진짜 재수도 좋았다.
그랬으니 원은철은 지친 몸을, 전쟁 후 제대로 씻지도 못한 몸을 수온 43도 미네랄 온천수에 담그고, 가게를 털어서 가져온 맥주까지 마시고 있었으나 그것으로도 만족할 수 없었는지 와인까지 구해오라고 자신이 타는 장갑차 조종수 김종기 병장까지 보낸 것이다.
“몇 병 가져왔어?”
“이미 군단 군사경찰이 쫙 깔렸지만, 2병이나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병에 든 것이 아니라 화강암으로 건립된 거기 포도주 저장고에 참나무통 1만 5,000개나 있었습니다.”
“참나무통이 1만 5,000개라고?”
“예, 동양 최대 규모라고 하던데 말입니다. 포도밭만 960만 평이고 말입니다. 그런데 이제 거기도 우리나라 땅 되면, 그곳을 누가 경영할지 그것을 정하는 것도 참 골치 아플 것 같습니다. 여기 온천 테마공원도 마찬가지고, 저기 바닷가의 멋진 별장과 펜션, 리조트, 호텔들도 그렇고 말입니다.”
“남북이 공동으로 관리하겠지. 그것이 아니면 민간에 공매하거나. 그건 그렇고 한 병 따라. 마셔보자.”
“예, 소대장님. 그리고 우리처럼 열심히 싸운 참전용사들에게는 집을 한 채씩 줘도 되는데 말입니다. 여기 창리현만해도 인구가 55만이었으니 집이 아무리 없어도 10만 채는 있을 것 아닙니까. 그럼 우리 군단 애들 하나씩 나눠줘도 되는데 말입니다.”
“우리가 점령했던 대련은 인구가 700만이었고, 지나온 친황다오는 인구가 300만이었으니 네 말처럼 참전용사들에게 집 한 채씩은 줘도 되겠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정 그것이 안 된다면 싸우다 죽은 애들 유가족에게라도 집 한 채는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우리 소대에서는 아직 죽은 애들이 없지만, 연대에서는 벌써 50명이 넘게 죽었으니 말입니다.”
“야, 김 병장. 너 그것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려라. 전사자와 중상자에게 점령지의 집 한 채씩 주라고 말이야.”
“진짜 그럴까요?”
화하장성 포도주 한 병을 따서 마시면서 원은철과 김종기는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바닷가 펜션 편안한 침대에 누웠다.
다행히 그곳은 아직 전기가 들어왔기에 전쟁의 피곤함도 그날 밤은 그들을 괴롭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