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6화 〉 개전(8)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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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완전한 어둠이 내리자마자 합참 직속 국군 유도탄 사단들이 기어이 전개를 시작했는데, 그 장소가 다름이 아니라 1사단은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에 있는 캠프 험프리스(Camp Humphreys) 주한미군 기지 외곽 일대였다.
그리고 2사단은 오산 미 공군 기지였고, 3사단은 주한미군도 주둔하는 수원비행장이었다.
또한, 북진한 국군 1, 2, 5군단이 아닌 대한민국에 남은 3군단 예하 현무 유도탄여단이 전개한 곳은 서울 용산이었고, 6군단 현무 유도탄여단의 전개 장소는 전북 군산 미 공군 기지였다.
더불어서 공군과 해군 소속의 현무 유도탄 여단들은 각자 주둔지에서 전개를 마치고, 역시 발사 명령만 기다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국군이 주한미군 기지와 주둔지, 그 인근에 현무 유도탄 부대를 모조리 전개한 다음 위장막을 치고, 발사대기에 들어갔으니 민재인 대통령의 명령만 떨어지면 언제든지 발사할 수 있었고, 예비 유도탄도 즐비하게 준비해 놓았으니 더 말해 무엇을 할 것인가.
그러나 이렇게 준비를 마친 현무 유도탄 부대와는 달리 이때까지 중국의 무차별적인 해킹으로 피해를 보는 곳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물론 정보기무사령부, 합참 예하 사이버전 대대, 국정원, 경찰, 한국인터넷진흥원 등등이 열심히 막고는 있었지만, 온전히 다 막아낼 수는 없었다.
“야, 신안은행과 한아은행 전산망이 다운되어 현금 인출이 모조리 중단됐다.”
“이 짱깨 새끼들이 각급 군부대와 청와대, 관공서, 국방과학연구소와 각 방위산업체를 뚫다가 안 되니까 이제는 민간 부분을 공격하네.”
“야, 누가 그걸 몰라. 그러니 그런 소릴 씨불일 시간에 어서 막기나 해. 또 온다.”
“알았어. 인마!”
경찰이 주관한 전국 해킹 대회에서 팀을 이뤄 1등을 차지한 서준석과 이종민이 속한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직원들이 그 밤을 꼬박 새우고 막아냈지만, 신안은행, 한아은행만이 아니라 시중 은행 3곳이 더 뚫리고 말았고, 화력발전소 7곳과 민간 기업 228곳, 공공기관 89곳, 방송국 등등이 해킹을 당해 막대한 피해를 보고 말았다.
그러나 다행히 전기, 가스, 수도, 통신 등은 아직 멀쩡하게 살아있었으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한국이 이렇게 제법 피해를 보지만 북한에서 해킹 피해를 보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북한을 공격했던 중국은 민간분야 특히 은행과 주식시장 그리고 통신과 전기 등에서는 북한의 역공격에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 북한 정찰총국이 주축이 된 1만 해킹 부대가 집요하게 공격하는 곳이 있었으니 그건 다름 아닌 중국의 핵미사일 기지와 방공 레이더 기지, 통신시설 등이었다.
“애애앵~ 국민 여러분 여기는 민방위 본부입니다.”
그날 오전 내내 이런 안내 방송이 전국에서 울려 퍼졌으며, 공무원과 공공기관은 물론 각 기업체도 필수 요원만 남기고 12시를 기해서 모두 문을 닫았다.
그리고 계엄령하에 있었기에 그런 모습들은 언론에 일절 보도되지 않았고, 중국인이란 중국인은 불법이든 합법 취업이든 가리지 않고 거의 모두 추방되거나 강제 수용소에 수용당했기에 소요도 일어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님, 아직도 늦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우리와 함께 중국을 맞아 싸웁시다.”
“민재인 대통령님, 우리가 참전하면 러시아도 참전하는 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미국은 엄정중립을 취하기로 이미 결정했고, 그래서······.”
“지금 대통령님은 중국을 백 년 전의 중국으로 돌려버리고, 미국이 백 년은 더 세계 최강국의 지위를 유지할 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 버리고 있습니다. 진짜 안타깝습니다. 안타까워요.”
“나는 3차 세계대전을 막자는 오로지 그 일념으로 이러는 것뿐이니까 그렇게 아시고, 중국의 공격이나 잘 막으십시오. 오늘 밤 자정이니까 말입니다.”
“알았습니다. 알았어. 그건 그렇고 어떻든 티베트와 위구르에서 중국의 후방을 교란하는 작전을 벌이도록 해준 점은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중국에 관한 각종 정보제공에도 감사는 드립니다. 그럼.”
“민재인 대통령님, 대한민국과 대통령님의 건승을 기도하겠습니다.”
“알았으니 미국 국민과 자산이나 중국에서 모두 철수시키십시오. 혹시라도 사상자가 나오면 곤란하니까요.”
“우리 미국만이 아니라 영국, 프랑스, 러시아, 독일 등 세계 각국의 국민이 이미 중국에서 대탈출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으니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오.”
“그래도 모르는 일이니 다시 한 번 확인해보십시오.”
민재인 대통령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이런 통화를 하고 난 시간은 오후 5시였다.
이때 가장 북진한 국군 1군단은 평양 북쪽 평안남도 평원, 숙천, 문덕 일대의 북한군 벙커, 방공호, 참호 등에서 대기했으나 예하 현무 유도탄여단만은 밖으로 나와서 전개를 마치고 역시 발사대기에 들어간 상태였다.
국군 2군단과 5군단 그리고 국군 미사일 사령부의 각 현무 미사일들도 모두 북한에서 전개되어 발사대기 상태에 들어갔다.
그때 북한 전략로켓군과 620포병군단의 탄도미사일 여단 그리고 호위사령부 예하 91수도군단과 각 군단의 탄도미사일들도 발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령님, 시간이 이처럼 더디게 간 것은 진짜 오랜만입니다.”
“나도 그런 것 같아. 그런데 강 비서관님과는 어떻게 됐어?”
“제가 살아 돌아오면 같이 영화 보잡니다.”
“그럼 된 것 아닌가?”
“그런데 대령님, 진짜 여기서 살아 돌아갈 수 있겠습니까.”
“탄도탄이 저 레이더만 파괴하면 우리 임무는 그것으로 끝이니 충분히 살아 돌아갈 수 있어.”
“과연 탄도탄이 저 레이더를 맞출 수 있을까요?”
“믿어보자고.”
중국 헤이룽장 성 솽야산시에서 서쪽으로 30km 정도 떨어진 지점에 있는 사각형 건물 지붕에는 8각형의 레이더가 설치되어있었는데, 마치 미 공군 우주 사령부가 운용하는 조기경보 레이더 페이브 포(Pave Paw)와 거의 비슷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이 중국 북부 전구 레이더기지는 미국 페이브 포 레이더가 주로 탄도 미사일 발사 감시용인 것과는 달리 탄도 미사일은 물론 한반도와 일본 등지의 항공기까지 추적하는 다목적 레이더로 탐지 거리가 무려 5,500km였다.
그러니 한국군으로서는 개전 초기에 중국 북부 전구에서 가장 성능이 좋은 이 레이더를 반드시 제거해야 했고, 그래서 서민재 중위가 포함된 특전사 707특임단 1개 팀이 이곳으로 온 것이었다.
그리고 합참 작전처 공필영 대령도 이곳으로 함께 온 것이었으니 이유는 다 그가 서민재 중위를 반드시 살려서 수진에게 보내려고 한 스스로와 합참의 결단이었다.
그랬기에 특수부대 작전 중에서도 비교적 쉬운 이곳에 서민재 중위가 소속된 특전사 707특임단을 투입했으니 그간 군을 위해서 수진이 여러 가지 일을 해준 것이 그와 합참이 이런 결정을 내리도록 한 요인이라고 보면 됐다.
이와 반대로 다른 특수부대 팀들은 모두 중국 핵미사일기지에 투입되어 작전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은정아, 몇 시네?”
“오후 7시 7분입니다. 위원장 동지.”
“그럼, 다시 각 부대에 연락해서 8시 정각에 내 명령이 없어도 즉각 각 목표지점으로 모든 탄도탄을 쏘라고 해.”
“이미 연락했는데, 또 하시라고요?”
“그래, 또 연락해. 그리고 목이 타니 물이나 한 잔 줘.”
시간이 지날수록 목이 탔다.
물을 계속 마셔도 갈증은 해소되지 않았다.
내가 환생하지 않았으면,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를 생각하니 더 목이 탔다.
그리고 내 결정으로 말미암아 죽어갈 남북의 젊은이들을 생각하니 또 목이 탔다.
운명이었을까.
아니면 숙명이었을까.
나는 왜 김정은으로 환생했을까.
그리고 내 내면에 이렇게 전쟁도 불사하는 호전적인 악마성이 있을 줄 왜 진작 몰랐을까.
내가 학교 다닐 때 우리 민족은 단 한 번도 다른 민족을 침략한 사실이 없는 평화의 민족이라고 배운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다 개소리라고 말하고 싶다.
“위원장 동지. 물 여기 있습니다.”
“응, 그리고 시원한 맥주도 한 잔 줘. 아, 그리고 너도 학교 다닐 때 우리 민족이 단 한 번도 다른 민족을 침략한 사실이 없는 평화의 민족이라고 배웠어?”
“그렇게 배운 것 같은데, 그건 왜 물으십니까.”
“아냐, 그리고 각급 부대에 빨리 연락해.”
“예, 위원장 동지.”
민은정도 우리 민족이 단 한 번도 다른 민족을 침략한 사실이 없다고 배운 것 같았다.
그럼 6.25남침은 다른 민족이 아니라서 안 가르친 것인가.
아니지.
북한에서는 북침이라고 가르치지.
어떻든 오늘 나와 민재인 대통령은 중국을 선제공격해야 했다.
위대한 고구려의 영양태왕께서 수나라 문제의 조서에 말갈 기병 1만으로 요하 건너 요서 지역을 기습 선제공격했듯 나도 이제 중국을 기습 선제공격하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 민족은 다른 민족을 침략한 사실이 없는 민족이라는 개소리는 더는 가르치지 말아야 했다.
아니, 그 이전부터 가르치지 말아야 했다.
치우천왕과 광개토대왕은 물론 발해와 고려 등에서도 우리가 먼저 선공한 사례는 얼마든지 많으니까.
그러므로 앞으로는 우리도 먼저 공격할 수 있는 민족이라고 가르쳐야 했다.
그것이 누구든 말이다.
“대통령님, 10분 남았습니다.”
“내 명령이 따로 없어도 10분 후 목표를 향해 모든 현무 유도탄을 발사하시오.”
“예, 대통령님.”
“아, 그런데 북한과 타격 목표는 잘 배분했지요?”
“확인에 또 확인하고, 목표를 배분했습니다.”
“그럼 됐네. 그리고 강 비서관.”
“예, 대통령님.”
“대국민담화는?”
“7시 55분 전국에 방송될 것입니다.”
수진의 대답처럼 선제공격을 5분 남겨둔 2021년 12월 11일 7시 55분, KBC를 비롯한 대한민국 전 방송국에서는 동시에 사전 녹화된 민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발표됐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중국이 선전포고도 없이 2021년 12월 12일 00시 00분을 기해서 우리 한반도 즉 남북을 동시에 침략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저와 김정은 위원장은 숙고 끝에 앉아서 당하느니 차라리 우리가 먼저 중국을 공격하기로 하고, 잠시 후 2021년 12월 11일 오후 8시를 기해서 중국을 선제공격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중국의 침략에 대한 정당한 자위권이므로 중국에 엄중히 경고합니다. 이 전쟁으로 말미암아 벌어질 모든 일의 책임은 귀국에 있다고 말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이 전쟁으로 벌어질 모든 일의 책임은 귀국에 있으며, 귀국은 앞으로 벌어지는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하며 우리 남북은······.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직 중국에 남은 세계 각국의 국민께서는 속히 중국을 떠나시기를 바랍니다. 당장 중국을 떠날 수 없다면 중국 남부로 대피하신 다음 속히 자국으로 돌아가실 것을 강력히 권고합니다. 대한민국과 국교를 수교한 모든 국가와 유엔을 통해 이미 중국 철수 권고를 했지만, 아직 떠나지 않으신 분들을 다시 한 번 더 강력하게 권고합니다. 속히 중국을 떠나세요.”
선전포고,
그것은 대국민담화라기보다는 중국에 대한 선전포고였다.
그것도 선제공격 5분을 남겨놓고 말이다.
그리고 이 선전포고로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세상으로 접어들었고, 그때 나도 사전 녹화한 대중국선전포고를 조선중앙TV가 방송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
한편 공군 방공유도탄 사령부 직할 용유도 여단은 부대의 방패인 이지스어쇼어에 이어서 창인 현무 유도탄까지 배치되는 바람에 기어이 연대에서 여단으로 승격된 부대였다.
그리고 지금 사거리 1.000km, 탄두 중량 2톤의 현무-4A, 사거리 2,000km, 탄두 중량 3톤의 현무-4B, 사거리 3,000km, 탄두 중량 5톤의 현무-4C 유도탄과 사거리 500km, 1,000km, 1,500km, 3,000km, 탄두 중량 500kg인 현무-3A, 3B, 3C, 3D 순항 미사일의 발사 준비를 끝내고 시계를 쳐다보고 있었다.
“시간은?”
“1분 남았습니다.”
“시간이 되면 명령 기다리지 말고, 발사한다. 순서는 현무 순항미사일부터다. 알았나.”
“예, 여단장님!”
그 시간 이 인천 용유도 여단보다 더 중국에 가까운 공군 방공유도탄 사령부 예하 제5방공유도탄여단 본부가 있는 강화도에서도 현무 유도탄이 하늘을 향해 서 있었고, 제1연대가 있는 백령도에서도 제2연대가 있는 대청도에서도 제3연대가 있는 연평도에서도 현무 유도탄들이 창공을 향해 서 있었다.
그리고 서해의 섬 그늘에 숨은 대한민국 해군의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들과 동명성왕급 한국형 방공구축함들도 탑재한 해성-2 순항미사일 발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은밀함이 있어야 하는 잠수함들은 이 작전에서 빠져있었으나 각 함대 사령부에서는 자체 현무 순항미사일의 발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언 이글 편대 이륙하라!”
“OK!”
공군 조종사 재입대 프로그램에 따라서 입대한 예비역 중령 강영석은 애기로 F-1 삼족오를 받아 그동안 20전투비행단에서 기종 전환 훈련 겸 기체 숙달 훈련 등을 받았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타우러스(KEPD 350 TAURUS)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을 달고 어둠이 자욱하게 내린 밤하늘을 날아올라 중국을 바라고 서해로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