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2화 〉 개전(4)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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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을 하는 그 몇 초가 마치 몇 년의 시간처럼 길게 느껴진다는 생각을 하면서 민재인 대통령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이렇게 명령했다.
“즉시 격침하고, 필요한 군사적 대응조처만 하시오. 또한, 괜히 대외적으로 특히 언론에 중국 잠수함을 격침했다는 기사가 나오지 않도록 하라는 말이오. 즉 오늘 그 영광 앞바다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던 거요.”
“예, 대통령님!”
“그리고 영광으로 침투하려고 했다는 것은 아무래도 원자력 발전소 때문인 것 같으니까 고리, 울진 등 다른 원자력 발전소의 경계와 경비도 당장 강화하시오.”
“이미 전군에 비상을 걸었으나 다시 한 번 더 각 원자력발전소의 경비를 점검하겠습니다.”
“그 최초 발견 신고자는 국방부에서 조처할 것이니 중국 잠수함을 격침한 초계기는 의장이 포상토록 하시오. 단, 비공개로. 소문 안 나게. 알았소.”
합참의장 김태호에게 중국 잠수함을 격침하라고 지시한 민재인 대통령은 아울러 몇 가지 당부를 더 했으니 그중에는 그 일이 언론에 알려지지 않도록 하라는 것도 있었다.
즉 격침은 하되 그 일을 대외적으로 알려 중국을 더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어차피 중국과의 전쟁은 피할 수 없었지만, 괜히 서두를 필요도 없다는 것이 민재인 대통령의 판단이었다.
그리고 중국도 전면적인 침입이 아니라 잠수함부터 투입했다는 것은 남북이 한 것처럼 특수부대를 먼저 적진에 상륙시킬 목적인 것 같았으니까.
하여튼 그런 지시를 하고 난 민재인 대통령은 이어서 긴급안전보장회의도 열라고 지시했다.
그때 나도 중국 잠수함의 한국 영해 침입을 보고받고는 역시 전군에 비상을 걸라고 지시하는 한편 적 특수부대의 침투에 대한 대비도 아울러 지시했다.
“어뢰입수! 어뢰입수!”
“좌현 전타! 디코이 발사! Yu-7(鱼-7) 발사!”
“으악! 또 한발 입수했습니다. 전방 150m 너무 가깝습니다.”
“좌현 전타!”
격침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P-8A 포세이돈 970호기에서 K-745청상어 어뢰 한 발을 먼저 중국 진급 잠수함 창정 3호 420함으로 발사했다.
그러자 중국 잠수함은 디코이를 무차별로 발사했으나 청상어는 속지 않았다.
그러나 디코이와 함께 발사된 Yu-7(鱼-7)어뢰는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충돌해 폭발해버렸으나 청상어는 한 발이 아니었고, 다른 한 발이 더 있었으며, 그 청상어가 좌현으로 트는 중국 잠수함의 스크루를 파고들어 그대로 폭발했다.
그 바람에 불쌍한 중국 진급 잠수함 창정 3호 420함은 해군 육전대 특수작전대대 대원들을 영광 한빛 원전으로 침투시키지도 못하고, 어선이 마구잡이로 쳐 놓은 그물에 걸려서 우왕좌왕하다가 차가운 서해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마지막에는 필사적으로 밸러스트 탱크를 배수하고 부상하려고 노력했지만, 그럴수록 잠수함은 점점 더 깊이 빠져들었으나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해당 해역의 수심이 75m밖에 되지 않아 더 깊은 심연 속으로는 빠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격침! 격침됐습니다.”
“와아!”
대한민국 해군 최초로 중국 잠수함 그것도 진급 핵 잠수함을 격침한 P-8A 포세이돈 970호기에서 환호성이 터졌으나 곧 기내에는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중국 잠수함을 격침한 기쁨은 잠시였지만, 전쟁은 이 밤보다 더 긴 어둠으로 그들을 집어삼킬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시간 고리 원자력발전소 건물 옥상에서 건물과 하나로 동화되어 바다를 주시하던 김충식 원사의 야간 조준경에 뭔가가 잡혔다.
“탁! 탁!”
김충식 원사가 그 순간 총열을 들릴 듯 말듯 아주 약하게 두 번 두드렸다.
그러자 그 소리를 들은 박유진 상사가 그를 쳐다봤고, 김충식 원사는 손가락으로 조용히 방향만을 가리켰다.
그때 달도 뜨지 않은 무월야(無月夜)의 밤바다에 아름답게 부서지는 파도 사이로 시커먼 물체 하나가 고개를 내밀더니 고리 원자력발전소 앞 갯바위에 쌓아놓은 테트라포드의 틈으로 들어가는 것이 두 사람의 조준경에 잡혔다.
이어서 또 한 명이 테트라포드 틈으로 들어가고, 또 한 명 그렇게 총 8명이 테트라포드 틈으로 들어가자 김충식 원사는 이정수 중사와 공진기 중사에게도 수신호를 보내고는 조용히 무전기의 버튼을 세 번 눌렀다.
“대대장님, 저격조에서 적이 해안으로 침투했다는 긴급신호입니다.”
“진짜?”
“그렇습니다. 다시 들어옵니다.”
“즉시 합참에 연락해. 적이 해안으로 침투했다면, 수중에 잠수함이 있다는 거다. 그것도 잡아야 한다. 그리고 조용히 초소에 상황을 전파해.”
고리 원자력발전소 상황실에는 자체 경비만이 아니라 6군단 직할 10특공여단 1대대 지휘부도 있었고, 그 1대대장 김준호의 지시에 그때부터 적 침투상황이 각 경계초소에 전달됐다.
“적이 해상으로 침투했다는 연락이 고리원전에서 왔습니다. 의장님.”
“이경호 부의장, 해군은 도대체 무얼 했기에 중국 잠수함들이 우리 영해까지 들어오고, 그래서 적 특수부대가 원자력발전소에까지 침투하도록 만든 것이오.”
“의장님, 그것이······.”
“변명은 필요 없으니 부의장이 책임지고, 적 특수부대를 침투시킨 잠수함을 찾아 격침하시오. 알았소.”
“예, 의장님.”
대한민국 육해공군 중에 이때 가장 약한 전력은 아무래도 해군이었다.
공군은 F-35A 200대와 각종 항공기 도입으로 전력이 크게 향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이때에는 F-1 삼족오와 F-2 삼족오 생산시설을 24시간 완전가동하면서 그야말로 전투기를 찍어내고 있었다.
그러나 해군 함정은 그렇게 찍어낼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그랬으니 국방 개혁 이후 제법 많은 함정이 건조되었음에도 여전히 전력이 육군과 공군과 비교하면 떨어졌다.
그건 그렇고 합참의장 김태호에게 질책을 받은 해군 부의장 이경호는 그때부터 해군 작전차장 안성환 등을 역시 질책하기 시작했다.
“당장, 잠수함 사령부부터 연결해! 작전차장 너, 뭐하는 거야!”
“예, 부의장님!”
“7기동전단에도 연락하고, 고리 원자력 발전소 앞바다로도 당장 초계함 파견하고, 6항공전단에도 연락해서 잠수함 반드시 찾아내라고 해. 알았어!”
해군 부의장 이경호가 악을 쓰는 그때 김충식 원사는 테트라포드 틈에서 나와 원자력 발전소로 소리도 없이 다가오는 검은 물체의 가슴에 야간조준경의 십자선을 맞추고 있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10특공여단 1대대의 경계 초소로 다가오는 검은 물체의 가슴에 야간조준경의 십자선을 맞추고 김충식 원사는 이렇게 속으로 말했다.
그리고 잠시 후, 검은 물체가 막 경계 초소를 덮치려는 순간 김충식 원사의 K-14저격소총이 불을 뿜었다.
“탕!”
그와 동시에 박유진 상사, 이정수, 공진기 중사의 총도 불을 뿜었고, 각 경계 초소에서 숨을 죽이고 있던 10특공여단 1대대 특공대원들의 소총과 기관총도 불을 뿜었다.
“팍!”
그리고 그와 때를 맞추어 고리 원자력 발전소의 모든 경계등이 밝혀졌고, 10특공여단 1대대 중화기중대가 발사한 81mm 박격포 조명탄도 하늘을 환하게 밝혔다.
“타타타타!”
이어서는 인근 53사단 항공대대에서 날아온 LAH-1 참매가 탐조등까지 비추면서 20mm 기관포를 무차별로 사격했으니 중국 해군 육전대 특수작전대대 소속의 1개 팀 8명은 고리원자력발전소 침투가 아니라 사지로 걸어 들어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만약, 영광 앞바다에서 창정 3호 420함이 그물에만 걸리지 않았어도 고리 원자력 발전소의 경계가 이처럼 완벽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그럼 침투에 성공해 원전을 폭파하거나 방사능을 누출해서 부산, 양산, 울산, 김해, 창원 일대를 아수라장으로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되지 않았고, 창정 3호 420함은 이미 물귀신이 되었으며, 해군 육전대 특수작전대대 소속의 1개 팀 8명은 벌집이 되고 말았으니 이제 남은 것은 이들이 작전에 성공하고 철수하면, 다시 태우고 가려고 해저에서 조용히 기다리는 창정 9호 411함뿐이었다.
그런데 눈이 시뻘게져서 이들을 찾는 이들이 있었고, 그중에서도 가장 열성적으로 찾는 이들은 바로 해군 6항공전단이었다.
해군 부의장 이경호가 악을 쓰면서 오늘 내로 중국 잠수함을 찾아내지 못하면 모조리 수장해 버린다고 엄포를 놓은 효과도 있었지만, 이미 중국 잠수함을 격침한 P-8A 970호기에 관한 이야기가 다 퍼져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내일이면 아니 기지에 귀환하면 바로 잠수함 킬 마크를 붙이고, 으쓱대는 꼴은 고사하고라도 무공훈장까지 받는다는 소문도 벌써 나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자신들도 중국 잠수함을 격침하고, 대한민국 해군 역사에서 최초는 아니지만 킬 마크를 붙이고, 또 무공훈장까지 받고 싶었다.
“약속한 시각이 지났는데도, 오지 않는 것을 봐서는 실패한 것이 아닐까요?”
“그럴지도 모르지.”
“그럼 이곳을 벗어나야 하지 않습니까?”
“30분만 더 기다리다가 그때도 돌아오지 않으면 미련없이 떠난다.”
창정 9호 411함에서 이런 결정을 내린 지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해군 부산기지 전대에서 날아온 슈퍼링스 대잠헬기 한 대가 AQS-18 디핑 소나를 이용해 잠수함을 찾기 시작했다.
그것만이 아니라 제61해상초계기전대의 P-3CK는 물론 다른 P-8A들까지 나타나는 바람에 중국 잠수함은 바로 발견되고 말았다.
“어뢰입수! 한발, 두 발, 세 발, 으악! 네발입니다. 1번 어뢰 거리 500m!”
“디코이 발사! 있는 대로 다 쏴! 그리고 우현 전타! 출력 최대!”
“저 대잠헬기부터 공격해야 합니다. 아니면, 원전에 미사일 공격을 하거나!”
“어뢰와의 거리 300m! 280m!”
“공격해야 합니다. 우리의 임무는······.”
“으악! 이번에는 폭뢰입수. 하나! 둘! 셋!”
그 순간 폭뢰가 잠수함 좌현에서 터지는 바람에 창정 9호 411함은 대잠헬기를 공격할 수도 그렇다고 고리원자력발전소에 미사일을 날릴 수도 없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어서 기어이 슈퍼링스 707호기에서 발사한 K-745청상어 어뢰에 그대로 얻어맞아 고리 원자력 발전소 앞에 그대로 수장되는 비운의 결말을 맞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