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1화 〉 개전(3)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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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영광군 홍농읍 한빛원자력발전소 앞 해상을 가로질러 야심한 새벽의 어둠을 뚫고 달리는 낚싯배에 서울에서 온 친구 조기태와 이문호가 타고 있었다.
“야, 지금이 새벽 0시 12분인데, 이 야밤에도 참돔이 문다고? 내가 해군에서 배 탔지만, 그런 소리 처음 듣는다.”
“인마, 해군에서 나룻배만 탔냐. 그것도 모르게. 그리고 원래 참돔은 밤낚시야. 밤낚시!”
“그래서 이 야밤에 여기를 오자고 그 지랄을 했냐?”
“그래, 그리고 중국과 전쟁 나면 서해 낚시도 땡이야. 그래서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오자고 했으니까 멋지게 7짜 몇 마리만 건지고, 소주 한잔하고 서울 올라가자. 선장님, 아직 멀었습니까?”
“다 왔습니다.”
“그런데 여기 우리 영해죠? 중국과 분위기도 안 좋은데, 괜히 우리 영해 벗어나지 말자고요.”
“여기서 7km 서쪽으로도 우리 영해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런데 포인트는 요?”
“여깁니다.”
“그럼 채비 내릴까요? 수심은 몇 미터 나옵니까?”
조기태가 이렇게 물었지만, 선장은 한동안 대답도 없이 어군탐지기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조기태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기가 포인트인데, 밑에 못 보던 이상한 것이 찍히는데······.”
“뭐가 찍히는데요? 혹 고래라도 찍힙니까?”
“그게, 아무래도······.”
“뭔데, 그러십니까?”
선장과 친구 조기태가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들은 이문호가 채비를 마친 낚싯대를 들고 깜깜한 밤바다를 쳐다보면서 뭐가 보이기에 그럴까 하다가 저도 모르게 뒷걸음을 쳤다.
“뭔데, 그렇게 놀라서 뒷걸음을 쳐?”
“바닷속에서 희미한 불빛이 보였다가 꺼졌다.”
“시커먼 바닷속에서 불빛이 보였다고?”
“그래, 저기 혹 잠수함이 있는 것 아닐까?”
해군 출신 이문호가 이렇게 되묻는 순간 선장이 급히 배를 출발시켜 그 포인트를 벗어나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밑에 뭔가 있습니다. 어군탐지기에도 전에 없던 이상한 것이 잡히고, 불빛까지 보였다면 고래는 아닐 것이고, 진짜 잠수함이 아닐까요?”
“선장님은 여기에 무슨 잠수함이 있다고 그러십니까?”
“혹시 중국 잠수함이 여기까지 온 것이라면······.”
“선장님, 어서 신고하세요. 바다 밑에 뭔가 있다고, 아니다. 내가 하죠.”
조기태와 선장의 대화를 잠시 듣고 있던 이문호가 이렇게 말하더니 급히 휴대전화를 꺼내 113을 눌러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러고도 뭔가 미진했던지 114 안내를 받아 정보기무사령부 1337에도 전화를 걸어서 또 사정을 설명했다.
“어선은?”
“멀어지고 있습니다.”
“우릴 봤을까?”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설령 우리를 봤다고 해도 암초 정도로 여겼을 것입니다.”
“하긴, 어선이 가진 어군탐지기로는 우릴 찾아낼 수 없겠지. 그럼 빨리 다시 작업해. 20분 안에 그물 벗기고, 조금 더 들어가서 특수작전대대 애들 내려줘야 새벽 2시에는 침투할 수 있다.”
“예, 함장님!”
중국 북해함대 소속의 094형 진급 잠수함 창정 3호 420함은 가장 최근에 진수된 수상배수량 8,000톤, 수중배수량 1만 1,000톤, 전장 140m, 전폭 10m, 승조원 140명, 최고속력 수중 24노트, 수상 26노트, 무장 533mm 어뢰 발사관 6문 그리고 JL-2A 대륙간탄도미사일(SLBM) 12발을 탑재한 중국의 최신형 전략 핵 잠수함(SSBN)이었다.
그런데 이곳 영광 앞바다에 갑자기 형성된 조기를 잡으려고 어민들이 마구잡이로 쳐 놓은 그물에 그만 스크루가 걸리고 말았다.
낚싯배는 요리조리 잘도 피해 다녔지만, 중국 잠수함은 눈이 달린 것도 아니라서 그물에 걸려 꼼짝도 못 하고, 해군 육전대 특수작전대대를 영광 한빛원전으로 침투시키지도 못하고, 대신 그 특수작전대대 대원들에게 스크루에 걸린 그물을 벗기는 작업을 맡기고 있었다.
그런데 자정이 조금 지난 시간 밤낚시를 하러 온 낚싯배에 그 자취를 들키고 말았고, 하필이면 그 낚시꾼 중 한 명이 전직 해군 출신이었다.
그때 이 신고를 접한 정보기무사령부는 긴가민가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합참으로 연락했고, 합참에서는 이미 경찰로부터 신고까지 받은 이후라 즉시 인근에서 초계 중이던 해상초계기를 출동시키고, 해군 2, 3함대와 7기동전단, 6항공전단 그리고 후방을 담당하는 육군 6군단에도 비상을 걸었다.
중국군 특수부대의 침투가 예상된다는 자체 판단 때문이었다.
이때만 하더라도 대한민국군은 여전히 대중국 감시태세 워치콘을 2단계로 격상하고 중국군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있었으나 이처럼 잠수함이 영해까지 침투하는 것은 잡아내지 못했다.
“낚시꾼이 잘못 본 것 아닐까요?”
“신고한 사람이 해군 350기라고 했다는데, 설마 잘못 봤을까.”
“수상 레이더에는 잡히는 것이 없으니 가보면 알겠죠.”
“얼마나 걸려?”
“텐미닛(ten-minute)!”
해군 6항공전단 61해상초계기 전대 소속의 P-8A 포세이돈 1대는 이 야밤에도 중국과의 상황이 상황인지라 서해를 초계 중이다가 이 소식을 듣고는 곧장 영광 앞바다로 날아갔다.
이때 해군은 P-8A 포세이돈 24대와 P-3C와 P-3CK, P-3CKǁ 32대 다 합하여 총 56대의 해상초계기를 운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시간 부산 기장 고리 원자력 발전소 앞바다 수중에서도 은밀하게 움직이는 물체가 있었으니 바로 이 중국의 094형 진급 잠수함 창정 3호 420함의 자매 함인 창정 9호 411함이었다.
“무운을 빈다!”
“여기까지 태워 줘서 고맙소. 그럼 이만!”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 육전대 특수작전대대 소속의 1개 팀 8명이 창정 9호 411함에서 조용히 빠져나와 아득히 보이는 부산 기장 고리원자력발전소를 향해 수중침투용 추진기 등 침투장비에 의지해 수중 항주를 하기 시작했다.
이때 6군단 10저격연대 1대대의 김충식 원사와 박유진 상사는 전 반야(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의 경계 근무를 끝내고 막 잠들려고 하다가 합참에서 6군단 전체에 비상을 걸자 다시 근무에 나섰다.
“중국 특수부대가 침투할 가능성이 있다. 이게 비상을 건 이유랍니다.”
“나도 들었어. 영광 한빛원전 앞바다에서 잠수함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포착됐고, 해군이 추적 중이라는 것도.”
“만약 중국 애들이 영광 한빛원전을 노리면, 이곳 고리 원전도 가능성이 있겠죠?”
“그렇겠지. 그러니 비상을 건 것이고 말이야.”
김충식 원사와 박유진 상사는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정수 중사와 공진기 중사가 경계 중인 옆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고는 마치 옥상처럼 완벽하게 위장했는데, 거기가 고리 원자력 발전소 앞바다가 가장 잘 보이는 건물 옥상이었다.
그렇게 김충식 원사와 박유진 상사가 건물 옥상에서 건물과 하나가 되어 가는 시간 영광 앞바다에 도착한 해군 6항공전단 61해상초계기 전대 소속의 P-8A 포세이돈은 이문호가 신고하면서 보낸 위치정보를 확인하고 그 해상으로 비행했다.
“MAD(Magnetic Anomaly Detector)에 뭐 잡혀?”
“아직은 아무것도 안 잡히는데, 아니, 잠깐만······.”
“뭐야?”
“정말 뭔가 있습니다. 소노부이 투하할까요?”
“뭔가 있다면 투하해!”
MAD(Magnetic Anomaly Detector)는 자기 이상 탐지기로 잠수함으로 말미암아 생긴 수중의 자장 변화를 탐지해서 잠수함의 위치를 파악하는 장비다.
그 장비에 잠수함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잡히자 더 정확한 탐색을 위해 소노부이 5개를 투하해 삼각측량으로 잠수함을 탐지하던 P-8A 포세이돈의 전기영 대위는 기겁했다.
“어, 정말 잠수함이 있습니다. 094형 진급 잠수함으로 추정! 방향 공십도(0-1-0)! 거리 1,000! 전속 전진합니다. 어떻게 할까요?”
“즉각 전단에 보고하고, 합참에도 보고해!”
“여기는 갈매기 970. 여기는 갈매기 970······.”
그러나 P-8A 포세이돈 970호기가 보고를 마치기도 전에 합참에서 먼저 긴급통신이 들어왔다.
“나 해군 부의장이다. 지금부터 의장님의 명령을 받아 내가 지휘한다. 정말 중국 진급 잠수함인가?”
“그렇습니다. 부의장님!”
“정말인가?”
“확실합니다.”
이때 합참이자 미래 연합군 사령부에는 합참의장이자 미래 연합군 사령부 사령관 김태호, 합참 수석부의장이자 미래 연합군 사령부 한국군 부사령관 김정철, 육군부의장 김진규, 해군부의장 이경호, 공군부의장 조성식, 특전사령관 박성혁, 정보기무사령관 임종수 등 주요 지휘관이 중국 잠수함 추정 물체 때문에 비상이 걸리자 이미 다 와 있었다.
“의장님! 어떻게 할까요?”
“대통령님과 장관님께는 보고했나?”
“막 보고했습니다.”
“그럼 청와대부터 연결해봐! 아, 그리고 북한 총참모부에도 알려줘. 혹 북한으로도 중국 잠수함이 침투했을지 모르니까. 또 당장 전군에 비상 걸어! 어서!”
민재인 대통령은 막 잠자리에 들었다가 이 보고를 받고는 부리나케 청와대 상황실로 달려오자마자 합참의장 김태호에게 이런 질문부터 받아야 했다.
“대통령님, 중국 잠수함 그것도 진급 전략 핵 잠수함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아직 우리 영해요?”
“그렇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더 지체하면 영해를 벗어날 수도 있고, 잠대공과 잠대지 등의 미사일로 오히려 공격해 올 수도 있습니다.”
“의장, 그 잠수함을 공격해서 격침하면 전쟁은 이제 되돌릴 수 없고, 더 앞당길 뿐이오. 그에 대한 대비는 철저하게 되어 있다고 자부하시오. 아니, 진짜 이길 수 있겠소?”
“대통령님, 저는 군인이고, 오직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미군 미래 연합군 부사령관은 뭐라고 하오?”
“도널드는 한국군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라고 합니다. 공격할까요?”
격침하라는 말이 입안에서 맴돌았지만, 민재인 대통령은 차마 그 말을 쉽게 꺼낼 수가 없었다.
공격해서 격침하는 순간 정말 전쟁을 막을 마지막 기회가 사라지고, 진짜 중국과 전쟁을 해야 할 것이니까 말이다.
물론 이미 전쟁 준비는 어느 정도 끝났고, 특수부대와 공작원들도 다수가 중국에 침투해 있었다.
그러나 침투와 본격적인 개전은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이럴 때 군인이었으면, 그냥 공격하라고 하겠건만. 하필이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대통령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