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0화 〉 개전(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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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 2군단이 철원으로 집결하고, 해병 1사단이 강원도 고성으로 이동하고, 6군단 병력이 고리 원자력 발전소로 파견을 가는 이때 정보기무사령부의 특수정보부사관(HID) 5개 팀 50여 명도 다시 북한으로 가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보기무사령부에서는 이들 특수정보부사관을 북한으로 보내는 것보다 어쩌면 더 중요한 일을 하고 있었으니 그중 하나는 바로 중국 해커들과 싸우는 일이었다.
국방 개혁 이후 사령부 예하에 사이버전 여단이 창설됐고, 이 여단이 사실상 전 세계 해커를 상대로 사이버전을 전개했다.
그러나 이 여단 병력으로도 모자란다는 판단에 따라서 작년에는 합참 예하에 사이버전 대대를 창설했고, 국정원에서는 해커 30여 명을 추가로 채용했다.
그랬으니 대한민국 사이버전은 정보기무사령부 예하 사이버전 여단과 합참 예하의 사이버전 대대 그리고 국정원이 담당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또 경찰과 한국인터넷진흥원도 여기에 가세해서 올 초 경찰에서는 해킹 대회를 열어 입상한 100명의 해커를 특채해 사이버안전국에 배치했고,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도 100명의 인원을 선발해서 역시 해킹 대응에 나섰다.
“오늘은 좀 조용하려나.”
“인마, 짱깨 새끼들이 우리를 편히 쉬게 두겠냐.”
“그럼 또 뺑이 쳐야 해!”
“말이라고 해. 그리고 이게 쉬울 줄 알았어.”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입대하는 건데.”
“입대해도 총알받이, 여기서도 총알받이니 그런 타령 그만하고 집중하자. 짱깨 초등학생들까지 청와대 해킹하려고 설치는 판이다.”
“그러게 말이다. 어, 또 온다.”
경찰이 주관한 전국 해킹 대회에서 팀을 이뤄 1등을 차지한 서준석과 이종민은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였고, 경찰이 주최한 대회에서 우승하기 전에는 입대 영장을 받아 놓은 상태였었다.
그런데 우승하는 바람에 군대 입대가 아닌 병역 혜택을 주는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에서 근무하면서 오늘도 중국 해커들과 사이버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건 경찰만이 아니라 정보기무사령부 사이버전 여단, 합참 예하 사이버전 대대, 국정원도 마찬가지였고, 국방과학연구소 대응팀도 마찬가지였다.
“자, 갑시다.”
“예, 비서관님.”
“그런데 저 차에는 뭐가 실렸어요?”
“각종 무인기입니다. 비서관님.”
“무인기와 운용요원들은 이미 신의주에서 활동하고 있잖아요.”
“그것과는 다른 무인기입니다.”
“그래요.”
정보기무사령부의 특수정보부사관(HID) 5개 팀 50여 명을 북한으로 데려가는 사람은 다름 아닌 수진이었다.
그렇게 수진이 인솔하는 가운데 K-151 소형전술차량과 K-716A1 확장식밴 여러 대가 따랐고, 이어서는 각 대원을 태운 버스가 정보기무사령부를 출발해서 개성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민은정 소장이 기다리고 있다가 수진을 반겨 맞았다.
“어서 와.”
“응, 그동안 잘 지냈어.”
“나야 물론 잘 지냈지. 그런데 저 차들은 다 뭐야?”
“중국을 감시할 무인기와 여타 무인기들. 한번 볼래.”
“됐습니다. 비서관님, 그런데 또 신의주까지 같이 가자고는 안 하겠지?”
“응, 평양까지만 같이 가고, 그 이후에는 높으신 장군님께 맡겨야죠.”
“내가 아니어도 여기 호위총국 조필영 대좌가 무사히 신의주까지 데려갈 겁니다.”
“역시 민 장군님의 권력은 대단해.”
“강 비서관님의 파워가 더 대단하죠. 만약 저 사람들 강 비서관님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인솔해 왔으면, 아마 물건 다 검사하고, 개개인 신상까지 죄다 파악했을 것인데, 파워가 대단하신 강 비서관님이 인솔해오는 바람에 무사통과 하잖아.”
수진과 민은정은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평양까지 함께 갔고, 그곳에서 정보기무사령부 요원들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이제 이들 중 과연 누가 살아남을까.
그 생각을 하니 수진은 가슴이 답답했지만, 자신도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충성! 중령 이휘준 이하 대원 50여 명은 여기서 작별 인사하겠습니다.”
“그래요. 그리고 부디 전부 살아서 다시 만나요.”
“감사합니다. 비서관님.”
정보기무사령부 중령 이휘준과 50여 명의 대원과 헤어진 수진은 곧장 날 찾아왔고, 민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건네주기에 받아 읽어보니 뭐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단, 미국에서 SM-3 Block 2C와 JDRADM 미사일이 들어와 실전에 배치하고 있다는 내용과 선제 타격할 중국 목표물에 대한 수정 목록 정도와 중국 북부 전구에 관한 최신 정보 정도가 중요한 것이라면 중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여 그 목록을 호위사령관 이만철에게 주고, 총참모장 김진성 등과 논의토록 조처하고는 수진과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식사를 함께했다.
“우리가 이길 수 있겠죠?”
“물론. 아니,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이길 수 있을 거요. 생즉필사 사즉필생!”
“그랬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왜 저는 이렇게 불안하죠. 아까 정보기무사령부 요원들에게 전부 살아서 다시 만나자고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어리석은 말이었어요.”
“모두 살아서 돌아올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어서 식사나 해요.”
“정말 살아서 돌아오겠죠?”
“그럼, 그리고 강 비서관도 민재인 대통령께 딱 붙어 있어. 그래야 살아남지. 알았어요?”
수진과는 그렇게 식사하고 헤어졌다.
시기가 시기이니만큼 남매간의 정도 더 나누지 못하고 말이다.
“여기 좋다.”
“그렇지. 국빈급 인사들이 오면 묶는 곳인데, 역시 강 비서관의 파워는 대단해. 위원장 동지께서 여기서 묶으라고 한 것을 보면 말이야. 그리고 여기서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도 묶었고,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 주석과 가네마루 신(金丸信) 일본 부총리도 묶었으며,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님도 여기서 묶었어.”
“그건 나도 알아. 어떻든 좋다. 그건 그렇고 여긴 파괴되지 않아야 할 것인데.”
“그럴 거야. 그럼 쉴래? 아니면······.”
“한잔하자. 어쩌면 우리 둘이 마지막으로 마시는 술일지도 몰라! 그리고 기우에서 하는 말인데, 꼭 김정은 위원장 곁에 붙어 있어. 그래야 살아남지. 알았지?”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너도 꼭 민재인 대통령님 곁에 붙어 있고, 꼭 살아서 다시 만나 술 마시자. 서울에서 야경 보면서.”
“좋아. 그리고 우리 그렇게 서로에게 약속하자. 살아서 다시 만나 서울 야경 보면서 술 마신다고.”
북한의 국빈급 영빈관인 백화원초대소에서 수진과 민은정은 술을 마시면서 그런 약속을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을 먹자마자 수진은 다시 남으로 향하면서 차장 밖을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보면서 상념에 사로잡혔다.
여기저기서 진지와 참호 공사가 진행되는 모습, 북한군이 무더기로 이동하는 모습, 북한 주민들이 줄줄이 어디론가 피난 가는 모습 등등이 보였기에 말이다.
그러나 수진의 상념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개성 공단의 한국 기업들도 문을 닫고, 남쪽으로 모두 내려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한동안 보다가 청와대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린 수진은 1군단 사령부로 직행했다.
“저격대대 서한국 하사 면회 왔습니다.”
“지금은 오전이라 면회가 어렵고, 점심시간에······.”
“여기 누가 책임자죠. 제가 청와대 제1부속실 대북정책보좌관 강수······.”
수진이 여기까지 이야기했을 때 1군단 사령부 위병소에서도 수진을 알아보는 이가 있었으니 워낙 언론에 많이 노출된 덕분이었다.
“충성! 대위 정진석입니다. 비서관님!”
“그래요. 아, 그리고 동생 면회왔는데, 연락 좀 해줘요.”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그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그것을 보면서 수진은 권력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고, 1군단 사령부 인사참모가 뛰어왔을 때도 그것을 느꼈다.
그리고 이어서는 저격대대 대대장이라는 사람이 서한국을 데려오는 것을 보면서 더욱 실감하게 됐다.
모르긴 몰라도 좀 있으면 1군단장 이철영이 직접 나타날지도 몰랐으니까 말이다.
“야, 이 오전부터 무슨 면회를 와서는 인사참모님과 대대장님 그리고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을 괴롭혀!”
“서 하사, 강 비서관님에게 그게 무슨 말버릇인가.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누나 아닌가.”
“생일 몇 달 빠르다고 무슨 누나입니까.”
“이 싸가지없는 동생 좀 데리고 나가도 되죠?”
“예, 비서관님.”
“야, 강수진, 오전에는 면회 안 돼!”
“서한국 하사! 진짜 누나에게 그게 무슨 말버릇인가.”
그때 아니나다를까 이런 말과 함께 1군단장 이철영이 위병소에 나타났다.
“충성! 하사 서한국.”
“그래, 그리고 강 비서관께서 연락도 없이 이 누추한 곳에는 어떻게······.”
“번거롭게 하지 않고, 동생 얼굴만 보고 가려고 했는데, 이미 틀렸군요.”
“하하하! 그랬군요.”
1군단 사령부 위병소에서 그렇게 군단장 이철영까지 만난 수진은 그와 차 한잔을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끝에야 서한국을 데리고 나올 수 있었다.
“군단장님까지 버선발로 뛰어나오고. 강수진 너 진짜······.”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뭐 먹을래? 평양에서부터 달려왔더니 배고프다.”
“평양? 그럼 혹 민은정 소장님 만났어? 잘 있어? 내 안부는 안 물었어?”
“진짜 네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소고기 먹자. 그래야 우리 동생 고기 먹고 힘내서 잘 싸우지. 또 그래야 죽지 않지.”
“재수 없게. 내가 죽기는 왜 죽어!”
“그래, 너는 지옥에 가도 살아서 돌아올 거야. 이 누나는 그렇게 믿는다.”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어. 그건 그렇고 민은정 소장님은 진짜 뭐래?”
“너도 보고 싶다고 했다. 이제 됐어?”
“진짜?”
서한국과 이른 점심으로 소고기를 먹으면서 민은정 이야기만 한 수진은 그래도 이 동생이 대견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 더욱 이 전쟁에서 죽지 않기를 빌고 또 빌 뿐이었다.
이렇게 평양에서부터 정보기무사령부 중령 이휘준 이하 대원 50여 명, 그리고 나, 민은정, 또 서한국에까지 죽지 말고 다시 만나자고 한 수진은 점심 이후 청와대로 향하면서 전쟁이 진짜 코앞으로 다가온 것 같아 길게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외삼촌에게 전화를 걸었다.
“외삼촌, 나야. 수진이. 그동안 잘 지냈어요?”
“그래, 수진아. 너도 잘 지냈지. 그런데 청와대가 그렇게 바빠. 연락도 잘 안 되고.”
“좀 바빴어요. 아, 그리고 한국이 면회 갔다가 왔어요.”
“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