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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김정은-177화 (177/470)

〈 177화 〉 서막(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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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부대의 중국 침투는 곧 전쟁을 의미했기에 민재인 대통령은 대답을 주저했다.

이미 중국 내에서 국정원과 정보기무사 요원 등이 활동 중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러나 이미 엎어진 물이 된 이 마당에 더는 주저할 필요도 이유도 없을 것 같았으나 전쟁이 아닌 평화를 위한 한 가닥 희망의 줄이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으니 특수부대의 중국 침투는 중국의 대응을 보고 결정합시다. 그 대신 그동안 모은 정보로 우리가 선제로 타격해야 할 목표는 다시 한 번 더 조정하여 재설정합시다.”

“알았습니다만, 조속히 특수부대 보내야 할 겁니다. 그리고 미국은 반드시 설득해야 합니다.”

“걱정하지 말고, 시진핑과 통화나 해 보시오. 그도 안되면 특사라도 보내거나.”

“그것도 알았으니까 이만 끊습니다.”

민재인 대통령과의 간단한 통화를 끝내고, 진짜 시진핑 중국 주석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역시 되지 않았다.

하여 주중 대사를 만나고 온 이용호 외무상을 특사로 북경으로 보내고, 이어서는 총참모장 김진성에게 선제로 타결해야 할 중국 목표물을 한국 합참과 협의하여 재조정하라고 지시했다.

이어서는 호위사령관 이만철에게 중국 간첩 침투, 특수부대 침투, 해커 등의 공격에 대비해 호위사령부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여 감시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그 일에는 정찰총국은 물론 국가안전보위성, 인민보안성까지 죄다 동원하라고도 지시했다.

내가 이렇게 지랄발광을 하는 동안 중국은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더 불안했으나 얼마 후 한국에 사망자와 부상자 인도를 요청하는 중국 특사가 왔다기에 약간 한숨을 돌리는가 했는데, 이런 내용이 주를 이루는 중국의 특별성명이 발표됐다.

“조선의 무도한 도발로 말미암아 전사한 우리 장병들의 원혼은 반드시 달랠 것이고, 그에 대한 책임도 반드시 물을 것이다. 그리고 불법으로 납치한 우리 해군 장병들을 속히 돌려보내라. 아니면 그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할 것이다.”

선전포고는 아니었지만, 그와 다를 바 없는 이 특별성명에 양국 관계는 더 냉랭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니 한중 관계도 자연스럽게 더 악화하여 기어이는 한국 국민의 탈중국 도미노 현상까지 일어났고, 한국에 체류 중인 중국인들도 하나둘 짐을 싸들고 자국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때 중국 북경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오갔다.

“내 저 무도한 조선을 징벌하기 위해 동, 서, 남부 전구에서 1개 기계화 사단, 1개 포병 여단, 1개 혼성 여단을 북부 전구로 파견하라고 했는데, 어떻게 됐어?”

“이미 파견 완료했습니다. 주석!”

“그럼 이제 북부 전구 병력이 얼마야?”

“주석, 이제 60만으로 증강됐습니다.”

“동, 서, 남부 전구에서 파견받은 3개 기계화 사단, 3개 포병 여단, 3개 혼성 여단에 그동안 증강한 기계화사단 2개, 포병 여단 2개, 혼성 여단 2개, 기갑여단 1개, 공중강습여단 1개, 항공여단 3개, J-20 비행단 1개 등의 병력을 더해서 그렇다는 말이지.”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 60만으로 조선을 징벌할 수 있을까? 우리가 조선으로 진격하면 바로 한국군이 개입할 것인데 말이야.”

“한국군이 개입한다고 가정하면, 그 전력으로는 우리가 불리합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각 전구에서 정예 병력을 더 북부 전구로 파견하거나 북부 전구만이 아니라 각 전구가 같이 조선을 징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각 전구에는 필요불가결한 인원만 남기고 전 전력을 동원해야지만, 조선과 한국을 온전히 징벌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전면전을 벌이면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까?”

북한 남포함의 공격에 태산함이 침몰하자 불같이 화를 낸 중국 시진핑은 기어이 북한을 자기표현으로는 징벌하려고 동, 서, 남부 전구에서 1개 기계화 사단, 1개 포병 여단, 1개 혼성 여단을 북부 전구로 파견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도 모자라서 이미 지시한 J-20과 99식 전차에 모든 Z-10 최신공격헬기도 북부 전구에 배치하라고 지시했다.

남북한의 기갑 전력을 동시에 상대하려면, 공격헬기가 제격이라는 판단에서 이 지시가 내려가자마자 이미 실전에 배치된 Z-10 공격헬기 전부와 생산되는 헬기 전부도 북부 전구에 배치되어 100대 식으로 항공여단까지 만들었고, 그 덕분에 북부 전구에는 3개의 항공여단이 새로 창설됐다.

J-20 신규 생산 분량으로는 1개의 비행단, 99식 전차 신규 생산 분량으로는 1개의 기계화사단과 1개의 기갑사단을 신설했고 말이다.

시진핑이 아니라 시황제라는 호칭에 걸맞게 그의 이 지시에 반발하는 이는 중국 내에는 이미 존재하지 않았고, 그의 지시처럼 조선 징벌은 착착 진행되었으나 아직 미진한 감이 없지는 않았으니 그건 다 남북한의 전력이 그만큼 강했기 때문이었다.

“얼마 전 한국 민재인 대통령과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만나서 미군의 참전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이를 미루어보아도 미국은 우리 중국이 북한을 징벌해도 참전하지 않을 확률이 90% 이상입니다.”

“90%로는 부족하니 누굴 특사로 보내서 미국이 참전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당근을 주는 것이 좋을까. 그러면 우리는 마음 놓고 남북을 징벌할 수 있는데 말이야.”

“쉬취양 부주석이 어떻습니까?”

“좋아. 그를 보내서 미국이 참전하지 않는 조건으로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 준다고 하고, 아예 못을 박고 오라고 해.”

“알겠습니다. 주석!”

“그리고 J-20과 99식 탄거와 Z-10 공격헬기 생산을 더 닦달하고, 그렇게 생산되는 것은 모조리 북부 전구에 배치해서 북부 전구의 전력을 더 강화한다. 또한, 동, 서, 남부 전구의 잉여 병력도 모조리 징발하고, 예비군 중에서도 정예 병력을 뽑아 북부 전구 병력을 100만 명으로 늘린다. 그래야 조선과 한국을 동시에 징벌할 수 있다. 알았나.”

이렇게 중국 북부 전구의 전력과 병력이 대폭으로 증강되자 남북도 온 힘을 다해서 전력을 증강하기 시작했으니 이제 전쟁은 정말 코앞으로 다가온 느낌이었다.

그러자 미국, 캐나다 등 이중 국적자들이 가장 먼저 짐을 싸들고 출국했고, 중국인과 여타 외국인들도 우수수 한국을 떠나기 시작했다.

그 바람에 정부에서는 이런 강경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는데, 요약하면 이런 내용이었다.

“전쟁의 위기 앞에 조국을 버리고 제 혼자 살려고 떠나는 이중 국적자와 외국 시민권자와 영주권자는 오늘부로 대한민국 국적을 박탈하고, 영원히 조국 대한민국으로 다시 돌아올 수 없도록 조처할 것이다. 그리고 국내에 남아있는 전 재산은 몰수한다.”

이런 성명이 발표되자마자 곧장 대통령 명령으로 전쟁의 위기 앞에 조국을 버리고 떠난 이중 국적자와 외국 시민권자와 영주권자의 국적을 발탁하고, 재산을 몰수하도록 했다.

그리고 법무부가 얼른 이와 관련된 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하고, 민재인 대통령이 여전히 국회의석 247석을 가진 여당에 이 법안을 신속하게 통과하도록 압박했다.

그랬으니 이 법안은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통과될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비록 여당 일부 국회의원의 자녀도 이중 국적자였고, 그중 몇 명도 외국으로 이미 빠져나갔지만 말이다.

“충성!”

“저는 군인이 아니니까 그런 인사는 사양이에요.”

“저보다 직급이 한참이나 높아서 저도 모르게 그만.”

“그건 됐고, 뭐 하고 싶으세요.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몰라서 데이트해주는 것이니까 뭐든 말만 하세요. 그럼 최선을 다해서 데이트 한번 해보죠. 뭐.”

“같이 영화 보고 싶습니다.”

“시커먼 극장에 앉아서 아까운 시간 보내지 말고, 우리 서울 옥류관 가서 냉면부터 먹어요. 아침을 걸렸더니 배가 고픈데.”

“좋습니다. 저도 아직 서울 옥류관에는 가보지 못했습니다.”

“평양 옥류관에서는 냉면 먹어보고, 정작 서울 옥류관에는 안 가봤으니 그것도 참 이상하긴 하네요.”

“강수진 비서관님은 서울과 평양 다 가 봤겠군요?”

“서울과 평양만이 아니라 개성과 금강산, 백두산 옥류관까지 다 가봤죠. 그리고 묘향산 보현사 앞에 새로 짓는 묘향산 옥류관도 가볼 예정이니 부디 살아서 돌아오세요. 그럼 거기서 제가 또 냉면 사죠.”

수진이 만나 데이트하는 이는 다름 아닌 특전사 707특임단 서민재 중위였다.

이제 중국 침투를 위해서 북한으로 출발하기에 앞서서 마지막 휴가를 나왔기에 그를 만나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했다.

그가 중국에 침투해서 무엇을 할지 이미 다 알고 있었으니 어쩌면 이 휴가가 그에게는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래서 그의 전화에 순순히 응해준 것이고, 이렇게 데이트도 하는 것이었다.

어떻든 그렇게 서울 옥류관으로 가니 이미 특실이 예약되어있었다.

전쟁이 목전으로 다가온 것을 온 국민이 피부로 느꼈지만, 그래도 여전히 옥류관은 줄을 서서 냉면을 먹을 만큼 성업 중이었으나 수진의 전화 한 통에 바로 특실이 준비되었으니 다 나 때문이었고, 민은정 때문이었다.

“어때요? 평양과 다른 점이 있나요? 특히 맛에서 말이에요.”

“평양과 별 차이를 못 느끼겠습니다.”

“그렇죠. 이런 것을 보면 민은정 소장은 진짜 대단한 사람이에요. 남북을 통틀어서 최고 미모에 못 하는 일도 없으니 하늘이 진짜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강수진 비서관님도 민은정 소장님에 못지않으니 너무 자책하지 마십시오.”

“아부라도 그런 아부는 하지 마세요. 민은정 소장에 비하면 저는 그냥 새 발의 피, 황새를 쫓아가는 뱁새, 봉황 앞의 참새 정도니까요.”

“그렇지 않으니 진짜 너무 자책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제 눈에는 민은정 소장님보다 강수진 비서관님이 훨씬 예쁘게 보입니다.”

“냉면 먹고 안과에 가서 시력 검사부터 해보죠. 그런 시력으로 살아서 돌아올 수 있을지 의문이니까.”

“제 시력은 2.0이니 아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럼 시력만 좋았지 초점은 영 못 맞추는군요. 어떻든 냉면 먹고 힘내서 임무 완수하고 무사히 복귀하세요. 그럼 보현사 냉면도 사고, 오늘 못 본 영화도 그때 보죠. 그래서 영화 안 본 것이니까. 그러고 진짜 제가 좋아요? 막 그렇게.”

서민재 중위는 그렇게 수진과의 데이트 이후 자대에 복귀하자마자 곧장 북한으로 올라갔다.

그가 속한 특전사 707특임단 팀만이 아니라 해군 특수전여단 1개 팀, 특전사령부 13특수임무여단 1개 팀, 정보기무사령부 1개 팀과 국정원 1개 팀도 합참 작전처 공필영 대령과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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