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5화 〉 서막(7)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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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봐도 아니, 금방 생각해 봐도 이 특혜 교육에는 강수진이 뒤에서 조종한 것만 같아서 서한국은 이렇게 물으려고 했으나 1군단장 이철영이 즉각 그 말을 자르고 이렇게 말했다.
“이 교육은 누구의 부탁도 아닌 나 스스로 내린 결정이다. 그러니 가서 교육 잘 받고 와라. 알겠나.”
“예, 군단장님.”
“좋아. 그리고 부대 생활은 정말 할만한가?”
“할만합니다. 군단장님.”
서한국은 1군단 직할 저격대대로 오자마자 일주일은 병사들이 있는 내무반에서 같이 생활했다.
그러나 곧 독신자 숙소가 배정됐고, 그때부터는 욕실은 물론 침대, 냉장고, 에어컨, TV, 옷장, 세탁기, 건조기, 컴퓨터, 공기청정기 등까지 갖춰져 있는 독신자 숙소를 배정받아 혼자 생활했다.
이 숙소는 월세도 없었고, 관리비로 월 5만 원만 내면 되는 그런 곳으로 1군단 영내에 있었고, 무료로 이용 가능한 식당도 근처에 있었으며, 목욕탕, 헬스장, 도서관, 당구장, 탁구장 등도 근처에 있었기에 퇴근 후에도 뭐 별로 심심할 일은 없었다.
그리고 그 퇴근 후에는 파주와 일산까지 마음대로 나갈 수 있었으니 더 심심할 일은 없었으나 그 모든 것도 다 수진이 뒤에서 힘을 쓴 것만 같았다.
그런데 이제 주한미군의 저격수 교육까지 위탁교육생으로 보내 준다니 정말 특혜도 이런 특혜가 없는 것 같았으나 1군단장 이철영이 이렇게 말하니 더 따질 수도 없어 퇴근 때까지 기다렸다가 즉각 수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강수진! 너 청와대에 있다고 우리 군단장에게 뭔 압력을 가했기에······.”
“강수진이 아니라 누나! 따라 해 봐. 누나! 이 싸가지 없는 동생아!”
“헛소리하지 말고, 우리 군단장에게 뭐라고 했기에 그런 숙소며, 이제는 주한미군 위탁 교육이며, 이 말도 안 되는 특혜는 다 뭐냐?”
“나는 아무 소리 안 했으니까 그런 모함하지 말고, 군 생활이나 잘해라. 그리고 민은정 소장이 너 귀엽다고 다음에 서울 오면 또 보자더라. 그러나 헛물은 켜지 마라. 민은정 소장은 알다시피 김정은 위원장의······.”
“진짜?”
“뭐가.”
“또 보자는 그 말. 진짜야?”
“그래, 그리고 또 말하지만, 헛물켜지 마라. 또 외삼촌과 숙모에게 잘하고, 자주 찾아뵙고. 알았어.”
수진의 전화가 그렇게 끊기자 서한국은 헤벌쭉 헤픈 웃음을 한동안 흘렸으니 바로 민은정 때문이었다.
그러니 수진에게 따지려던 모든 것은 이미 잊힌 지 오래였다.
그 며칠 후, 서한국은 주한미군 저격수 교육에 특전사, 해병대, 해군 특수전 전단, 경찰 특공대원 각 1명과 같이 위탁 교육생으로 3주간 교육에 들어갔다.
이러니 서한국은 병사와 하사로 특수전 학교에서 저격수 교육을 두 번이나 받은 것은 물론 이제는 실전 경험이 있는 미군 교관에게까지 3주간 교육을 받았다.
***
2021년 10월, 조선인민군 해군 서해함대 사령부 예하 7전대 소속의 3,000톤 남포급 구축함 1번 남포함이 기지를 벗어나 서해 즉 장산곶 바로 앞바다로 나갔다.
이 남포함은 저번 남북 해군 합동 훈련에는 동해함대 소속으로 참가했으나 곧 서해함대로 소속을 변경해서 지금은 장산곶 등 북한 영토로 무인기를 날리는 중국 함정을 북한 영해에서 쫓아내려고 출항하는 것이었다.
“짱깨놈 배는?”
“아직 공화국 영해선에 걸쳐 유유히 떠 있습니다.”
“저기서 호위함도 없이 혼자서 도대체 뭔 짓을 하는 거지?”
“우리 공화국 해군이 얼마나 우습게 보였으면 혼자 저기서 또 무인기 날릴 궁리를 하고 있지 않겠습니까.”
“그놈의 무인기는 성공도 하지 못하면서 왜 자꾸 날리는지 모르겠는데, 또 호위함도 없이 혼자서 그 짓을 한다.”
“예, 그리고 저러다가 어느 순간에 자살공격 무인기를 떼거리로 날리면 막아내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함장 동지.”
“자살공격 떼거리 무인기라고?”
“그렇습네다. 되놈들은 지난 2017년 119대 집단 비행에 성공했고, 2020년에는 130대 집단 비행에 성공했습네다. 지금은 몇 대를 성공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걸 전부 자살 공격에 동원한다면 다른 것은 몰라도 레이더는 파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동무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달라. 저 되놈들은 아직 이 거리의 바다 위를 날아와서 완벽하게 정찰하고 돌아갈 정찰 무인기와 공격 무인기와 스텔스 무인기를 완성하지 못했어. 그래서 지금까지 수십 차례 공화국과 남조선의 대공미사일 기지들을 대상으로 실전 같은 실험을 하는 거야.”
남포함 함장 조용식 상좌와 부함장 이경수 중좌는 아직도 장산곶 바로 앞바다 북한 영해선에 걸쳐 호위함도 없이 홀로 떠 있는 단 한 척의 중국 함정을 향해 다가가면서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럼 저놈들의 무인기가 아직 완전하지 못하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래서 저기서 무인기 즉 해군용 무인기를 실험하고 있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물론 내 판단이 맞는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하여튼 내 생각은 그래.”
“함장 동지. 되놈 배가 움직입네다.”
“어디로?”
“공화국 영해를 벗어나고 있습네다.”
“우리가 무섭기는 무서운가 보군.”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의 NATO 코드명으로는 Yuzhao-class(유자오급) 강습상륙함 4번 태산함은 만재 배수량이 무려 2만 톤이나 되는 거함이었다.
그러나 북한 해군의 3,000톤급 구축함 남포함이 다가오자 북한 영해에서 벗어나 아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으나 직접적인 마찰은 피하고 싶어 피하는 것이 아니라 전투함이 아닌 강습상륙함이었고, 호위함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태산함은 그동안 남포함 함장 조용식 상좌의 짐작처럼, 북한 장산곶 앞바다 영해선에 걸쳐 정박해 있으면서 해군용 정찰과 자살공격, 스텔스 무인기를 남북 양국을 상대로 실험하고 있었고, 한편으로는 함에 탑승한 해군 육전대 소속 정예 특수부대원들을 북한과 한국 영토로 침투시키는 훈련을 병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북한 남포함 그것도 구축함이 다가오자 일단 영해선에서는 벗어나려고 이동을 시작한 것이었다.
“경고 통신을 다시 하라. 우리 영해만이 아니라 배타적 경계수역에서도 벗어나라고.”
“예, 함장 동지.”
“여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서해함대 소속 남포함이다. 귀함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영해를 침범했다가 이제는 배타적 경계수역에서 위법한 행위를 하고 있으므로 즉시 해당 수역을 벗어나라. 경고한다. 당장 해당 수역을 벗어나라!”
“......,”
무인기를 날린 것 이외에는 위법한 행위에 대한 증거가 없었지만, 남포함은 이렇게 경고 통신을 했다.
그러나 중국 태산함은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하는 중국 항공기도 영해로 들어오는 다른 중국 수상함도 그렇듯 이 태산함도 응답을 하지 않은 것이다.
“다시 경고 통신하고, 또 응답이 없으면 경고 사격을 한다. 이상!”
“여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서해 함대 소속 남포함이다. 귀함은 즉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배타적 경계수역을 벗어나라! 아니면, 경고 사격을 하겠다.”
“......,”
“응답이 없습니다. 함장 동지.”
“함포 1발 적함 선수 200m 앞으로 경고 사격한다. 준비되는 대로 발사!”
남포함의 100mm B-34 다목적 함포 한 발이 불을 뿜은 것은 그로부터 정확하게 1분 후였다.
“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발사된 100mm 함포 탄은 중국 태산함의 선수 200m 앞이 아니라 약 120m 앞에 떨어지면서 작은 물보라를 피워 올렸다.
두 함의 거리는 약 6km였는데, 그 거리에서도 그만큼의 오차가 난 것은 파고가 3~5m로 높아 남포함이 그 파고에 흔들렸기 때문이었다.
즉 남포함이 최신 구축함이라고 해도 포신 안정화 장치가 한국 해군 함포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성능이 떨어져서 생기는 현상이었다.
“되놈들 꼼짝도 않습네다.”
“다시 정확하게 조준해서 한 발 더 쏴!”
“쾅!”
100mm B-34 다목적 함포가 다시 한 번 더 불을 뿜는 그 찰나 5m는 넘을 것 같은 파도가 남포함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그 바람에 함포 포탄은 중국 태산함의 선수 200m 앞이 아니라 바로 그 선수에 그대로 맞고 말았다.
“뭐야? 어케 된 거야?”
“그것이······.”
“함장 동지, 되놈 함포가 움직입네다.”
“뭐라고?”
“우리가 공격한 줄 착각하는 모양입네다. 어케 할까요?”
“어케 하기는 우현 전타! 그리고 우발적인 실수라고 통신하라!”
“여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남포함으로 방금 사격은 우발적인 실수로······.”
그러나 남포함이 우현으로 틀고, 통신을 끝내기도 전에 함포 소리와 함께 선수에 구멍이 난 태산함의 AK-176 60구경 76.2mm 단장포가 불을 뿜었다.
“퍼퍼퍼퍼펑!”
“적함이 공격합네다.”
“우현 전타! 우현 전타! 그리고 뭐하네. 반격 안 하고.”
그 순간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남포함 선수에 몇 발의 76.2mm 단장포 포탄이 들어박혔고, 남포함의 100mm 함포 포탄은 태산함의 마스트를 명중시켰다.
“함장 동지, 또 옵네다.”
“이 새끼들아! 보고할 시간에 반격해!”
남포함 함장 조용식 상좌의 목소리는 그러나 더 이어지지 못했다.
중국 태산함의 76.2mm 단장포 포탄 한 발이 바로 그가 탄 함교를 직격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함장 동지!”
“......,”
“야 이 새끼들아. 저 되놈 배 무조건 지옥으로 데려간다. 금성 3호, 5호 다 발사하라! 어서!”
포탄 단 한발의 직격에 함장 조용식 상좌와 몇 명의 승조원이 쓰러지자 그 와중에도 비교적 멀쩡했던 부함장 이경수 중좌가 이렇게 악을 썼다.
그러나 그때도 남포함의 100mm 함포는 불을 뿜고 있었는데, 중국 태산함의 76.2mm 단장포는 속사포인데 반해 이 100mm 함포는 속사포도 아니었고, 포신 안정화 장치도 부실해서 흔들리는 배에서 목표물을 정확하게 명중시키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그 덕분에 한발을 맞히면, 그 대가로 수십 발의 포탄을 얻어맞아야 했으나 상대 함포 구경이 76.2mm인지라 그런대로 맷집으로 버티면서 100mm 함포를 퍼붓다가 기어이 탑재된 금성 3호와 5호 대함미사일까지 발사하기에 이르렀다.
그 반면 중국 태산함의 무장은 AK-176 60구경 76.2mm 단장포 1기와 AK-630 30mm 근접방어 기관포시스템(CIWS) 그리고 이 상황에서는 별로 도움이 안 되는 HQ-7 대공미사일 8연장 발사기 1기만 있을 뿐이었다.
“슈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