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4화 〉 서막(6)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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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기어이 일본 총리 이시바와 내가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했으니 진짜 역사적인 날이었다.
그래서인지 일본 언론, 한국 언론, 러시아 언론, 미국 언론, 유럽 언론 등까지 북새통을 이루었으나 중국 언론은 없었고, 이것이 북한과 중국의 현실이었다.
“어떻든 이렇게 평양을 찾아주어 고맙소. 총리. 그리고 환영하오.”
“이렇게 평양에서 김 위원장님을 만나니 역사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환영에 감사드립니다.”
“역사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는 그 말은 참마음에 드는군요. 하하하!”
“그러시다면, 이 기회에 우리 일본과 수교라도 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러는 것이 좋겠으나 우리 양국은 아직 해결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소이다.”
“그 일을 다 해결하고, 역사를 한 걸음 더 앞으로 전진시키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러시는 분이 식민지 지배에 대해 사과하라니까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한다고 하셨습니까?”
“그건······.”
“됐습니다. 그리고 정 사과가 어렵다면 선금 100억 달러가 아니라 나머지 잔금부터 입금하십시오.”
일본과의 수교라는 역사적 흐름에 과연 아무 탈 없이 편승할 수 있을까.
아마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그 순간 들었다.
왜 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중국과 일본은 이처럼 화합할 수 없는 존재들일까.
우리 한민족은 정말 저주받은 지정학적 위치를 타고난 것일까.
아니면, 이 지정학적 위치를 잘 활용하여 지금보다 더 강대국이 되어서 일본과 중국이 감히 업신여기지 못하는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정말 잔금을 모두 다 입금하시라는 것은 아니시겠죠?”
“총리, 우리 계급장 떼고 남자 대 남자로서 솔직하게 이야기해 봅시다. 그 잔금 우리에게 다 줄 마음 없지요. 그럼 진짜 솔직하게 말해보시오. 얼마를 더 생각하고 있소?”
“진짜 남자 대 남자로서 솔직하게 이야기해도 됩니까?”
“그렇소. 여기 누가 듣는 사람도 없고, 도청 장치나 카메라도 없으니 솔직하게 이야기해보시오. 얼마요? 얼마나 더 줄 수 있소?”
“솔직하게 말해서 1,000억 달러 이상은 힘듭니다. 그 1,000억 달러도 모두가 반대하는 것을 내가 억지로 우긴 액수입니다.”
“1,000억 달러라. 남조선이 5억 달러 받았는데, 우리가 1,000억 달러 받으면 잘 받은 것인가. 그러나 내가 요구한 10조 달러에는 턱도 없는 액수군요.”
“1,000억 달러는 한국 돈으로 100조 원이 넘는 거금이고, 우리 일본이 내놓을 수 있는 최대한도입니다.”
“당신네가 36년 동안 우리 강토를 짓밟고, 우리 민족을 끌고 가서 강제 노동시키고, 총알받이 만들고, 일본군 위안부로 삼는 등등의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지른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돈이오. 그리고 이 땅에서 가져간 아니, 수탈해간 지하자원만 해도 그 정도 가치는 있을 것이오.”
“그렇지만······.”
1,000억 달러면, 한국이 대일청구권으로 받은 돈 5억 달러와 비교하면 상당히 많은 액수 같았다.
그러나 그때는 1965년이고, 지금은 2021년이라는 세월에서 우선 차이가 났고, 그때와 지금의 화폐가치로 따져보면 그리 큰 차이도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우선 먼저 들어 이렇게 말했다.
“남조선보다야 우리가 더 큰 피해를 보고, 더 많은 지하자원을 수탈당했으니 1,000억 달러로는 도무지 안 되겠소. 그러나 내가 말한 10조 달러도 좀 그러하니 딱 잘라서 5,000억 달러로 마무리를 지읍시다.”
“5,000억 달러요?”
“그렇소. 단, 귀국의 사정을 고려하여 일시금이 아닌 매년 1,000억 달러를 5년간 나누어서 낼 수 있도록 해주겠소. 그리고 이 이상의 협상은 없소. 총리 생각은 어떻소?”
“5,000억 달러를 5년간 나누어 낸다. 각료들과 상의해 보겠습니다.”
“좋소. 상의해보고 올해분 1,000억 달러를 역시 남조선 정부에 보내시오. 그럼 일본과 수교하고, 우리 사회기반시설 건설과 지하자원 채굴에 일본 기업도 참가할 기회를 주겠소.”
“이른 시일 내에 상의해 보고 결과를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런데 개성 평화 마을에 남은 납북자 가족들은?”
“남은 여덟 가족 중에서 일본으로 가기를 희망하는 세 가족이 더 있으니 그들은 총리가 데려가시오. 안 그래도 그들 가족을 평양으로 불렀으니까. 그리고 나머지 다섯 가족은 일본 가족과 친척을 한번 만나보는 것으로 만족한다니 어떻게 하면 되겠소?”
“그렇다면 그들도 일본으로 같이 데려갔다가 가족을 만나게 하고, 그 이후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기를 원한다면 보내드리겠습니다.”
“반드시 그들의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하도록 해야 합니다. 억지로 잡아 놓거나 하면 안 된다는 말입니다.”
북한이 납치했다고 일본이 주장하는 17명의 처리는 이렇게 합의가 됐다.
이미 개성 평화공원에서 아홉 가족이 일본으로 귀화했고, 그 남은 여덟 가족의 처리가 말이다.
“일본은 선진 인권 국가이니 믿으십시오.”
“좋소. 믿겠소. 그리고 대일청구권과 국교 수교, 그 사람들 처리 등이 어느 정도 합의가 된 것 같으니까 개인적으로 하나만 물어보겠소. 지금 중국이 하는 짓을 봐서 장차 그들이 어떻게 나올 것 같소?”
“이 이야기는 안 드리려고 했으나 김 위원장님이 이렇게 솔직하게 물으시니 드리겠습니다. 우리 첩보 기관과 정찰 자산에 의하면, 지금 중국은 중부 전구와 북부 전구의 전력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즉 J20 전투기와 99식 전차만이 아니라 생산되는 거의 모든 신형 무기를 우선으로 그 두 전구에 배치해 전력을 증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물리적인 훈련만이 아니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한 워게임도 실시하고 있고, 그래서 나오는 결과 분석을 토대로 부족한 전력을 더 보완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러니 그에 대해 대비를 충분하게 하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사실 귀국과의 청구권 협상과 국교 수교를 해야 하나 말아나 하나 하는 논의에 중국의 침공도 있었으니 말입니다.”
“중국이 공화국을 침공할지도 몰라서 대일청구권 협상과 국교 수교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논의가 있었다면, 일본은 중국이 공화국을 침공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오?”
“이 사안도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중국이 귀국을 침공할 확률은 80% 이상이라고 봅니다. 그 시기가 언제일지는 몰라도. 그래서 이런저런 것을 망설인 것입니다.”
“중국이 공화국을 침공할 확률이 80% 이상이라면, 일본은 그럼 우리가 어떻게 될 것 같소? 중국의 침공을 물리칠 수 있을 것 같소? 아니면······.”
“한국이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주한미군과 우리 주일미군만 도와주어도 이길 수 있겠으나 그렇지 않을 때는······.”
“그렇지 않을 때는 질 것이다. 고로 승패의 키는 미군이 쥐고 있다. 그 말이오?”
일본 총리 이시바가 희미하게 웃는 것으로 봐서는 그런 것 같았다.
그런데 그건 당연한 전망이 아닌가.
미군이 안 도와주면, 어느 사람이라도 중국이 이길 것으로 예상하지 남북이 이길 것으로 예상하겠는가.
그러나 전쟁은 모르는 것이다.
남북은 지난 2019년부터 전쟁 준비를 했고, 중국은 최근에야 준비를 서두르고 있으니까.
“그렇습니다. 그러니 한국과 더 협력하여 중국이 침공하는 즉시 미군이 자동 개입하도록 모든 역량을 동원하십시오. 그리고 원한다면 우리 일본도 중국이 귀국을 침공하면 도와드릴 용의가 있습니다. 물론 미군이 자동 개입하도록 설득하는데, 도움을 드릴 수도 있고 말입니다.”
“내가 총리의 그 말을 어떻게 믿어야 합니까?”
“우리도 더는 중국의 팽창을 원하지 않습니다. 특히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팽창 말입니다.”
“오호. 그 말은 장차 남북 대 중국의 전쟁이라도 벌어지면 일본은 그 틈을 타서 조어도(센카쿠열도)에 대한 확실한 지배력을 확보하여 그 일대의 해양자원을 싹쓸이하겠다. 또한, EEZ 및 대륙붕 경계확정을 유리하게 하고, 남중국해와 이어지는 해상 교통로이자 전략적 요충지를 확보하여 될 수 있으면 남중국해도 꿀꺽하시겠다.”
“미국과 베트남, 필리핀 등 주변 국가가 있는데, 우리 일본이 어떻게 남중국해를 꿀꺽할 수 있다고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물론 일본 혼자야 안 되겠지만, 미국과 합작으로 하면 안 될 일이 없겠고, 동중국해는 언급을 않는 것으로 봐서는 그럴 야심이 훤히 보이는데 뭘 그러실까.”
“센카쿠열도는 엄연히 일본이 실효 지배하는 우리 영토입니다.”
“독도도 한국이 실효 지배하는 우리 민족의 영토요. 그건 그렇고 총리가 이렇게 솔직하게 나오니 역사가 정말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는 생각이 들어서 진짜 좋소. 그리고 그런 야심이 있어도 나는 일본이 우리를 도와 중국의 팽창을 저지해 주고, 미국도 설득해 주기를 바라오. 그럼 동북아는 영원한 평화를 구가할 것이오. 안 그렇소?”
일본 총리 이시바가 그렇다고 환하게 웃으면서 대답하는 것으로 봐서는 중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해도 영원한 동북아의 평화는 멀고도 멀 것 같았다.
그건 그렇고 전반적으로 일본 총리 이시바와의 정상회담은 많은 것을 얻은 회담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일본도 안정적인 시베리아 횡단철도 이용과 그토록 국제사회에다 대고 떠든 납북자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고, 대일 청구권 문제와 국교 수교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실마리를 푼 회담이었다.
***
내 사촌 동생이자 수진의 사촌 동생인 서한국은 특전사령부 예하 특수전 학교에서 진행된 저격수 자격화 과정 3주간의 교육을 마치고, 이때 1군단 직할 저격대대에 배치되어 병사가 아닌 부사관으로서의 새로운 군 생활을 시작했다.
“서 하사, 군단장님 호출이다.”
“군단장님이 저를 말입니까?”
“그렇다.”
군단장이 일개 하사를 부를 일이 뭐 있겠는가.
그러나 1군단장 이철영 앞으로 불려간 서한국은 우선 환하게 웃으면서 자신을 반기는 그를 보고 일단 나쁜 일은 아닐 것 같아 안심됐다.
“하하하! 서 하사, 반갑네. 반가워. 아, 그리고 부대 생활은 할만한가?”
“예, 군단장님.”
“저격수 자격화 과정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니 내 자네에게 상을 주겠으니까 더 군 생활 열심히 하도록 알겠나.”
“알겠습니다. 그러나 이유 없이 받는 특혜성 상은 사양하겠습니다.”
“이유가 없는 것이 아니라 차고 넘친다. 그리고 이건 특혜라기보다는 더 열심히 훈련하여 대한민국 최고 저격수가 되어 조국을 지키라고 보내는 교육이다. 교육!”
“무슨 교육입니까?”
“이라크전에 참전해 100여 명의 적을 사살한 미군 저격수 학교 교관이 이번에 주한미군 저격수들을 교육하려고 3주간 우리나라에 온다. 그래서 서 하사를 그 3주간 교육에 위탁했으니 가서 교육 잘 받고 와라. 이상!”
“군단장님, 이 교육 혹시 강수진이 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