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3화 〉 서막(5)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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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진이 신의주에 다녀온 얼마 후 정보기무사 요원들은 그 신의주에 중국을 감시 정찰할 적당한 장소를 마련했는데, 전적으로 호위총국과 인민군 8군단의 도움이었다.
그러니 그건 곧 수진의 공이었고, 그러므로 합동 최종공격통제관, 공정통제사, 정보기무사령부 요원과 무인정찰기 운용요원 합쳐서 15명이 북한 신의주에서 활동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수진이 국방부를 대신해서 세운 공은 남북 합동 해군과 공군 훈련, 특수부대 합동훈련 그리고 이번 것까지 있었으니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다.
“네가 국방부에 무슨 해준 것이 있다고 그딴 소리야.”
“이 철없는 동생아. 이 누나가 이번에 신의주에 왜 갔는지 아니. 아니다. 이건 1급 군사기밀이라서 말하면 안 되겠다. 너는 3급 군사비밀취급인가도 없잖아.”
“야, 나도 자대 배치받으면 3급 군사비밀취급인가는 받을 수 있다. 그러고 네가 무슨 1급 군사기밀취급인가자라고······.”
“누나가 좀 잘 나가서 군사기밀뿐만이 아니라 온갖 1급 기밀 취급인가가 가능하고, 내 마음대로 열람할 권한도 있다. 그건 그렇고 어느 부대 가고 싶은지 말이나 해봐!”
“진짜 보내줄 수 있어서 그딴 소리야. 아니면 나 놀려먹으려고 그딴 소리 하는 거야.”
“이 누나가 책임지고 보내준다니까. 어디?”
“민 장군님, 저 말 믿어도 됩니까?”
“믿어 봐요. 나도 1급 군사기밀이라서 말은 못 하겠지만, 수진이랑 같이 신의주 가서 아주 중요한 일을 하고 왔으니까. 그리고 그 공이면, 한국 국방부에서 그 정도 부탁은 얼마든지 들어줄 거에요.”
민은정의 이 말에 수진을 위아래로 한번 쳐다본 서한국이 곧장 말은 하지 않고, 다시 민은정을 한번 쳐다보고는 배시시 웃은 다음에야 이렇게 말했다.
“집에서 가까운 원주나 후방 부산으로 가면 특혜라고 누군가가 지랄할 것만 같으니까 그리로는 안가. 그리고 1군단을 떠나고 싶은 마음도 없어. 대신 보낼 줄 수 있으면 특전사령부 예하 특수전 학교에서 하는 저격수 교육에만 한 번 더 보내줘. 그 정도는 누가 특혜라고 지랄할 것도 아닌 것 같으니까.”
“특전사 저격수 교육은 너 병사 때 갔다 왔잖아. 그런데 또 가려고?”
“그래, 다시 가고 싶다. 그리고 병사 때는 K2C1 소총으로 교육받았지만, 이제는 K14 저격소총으로 군 생활해야 하니까 다시 한 번 더 교육받고 싶다. 그런데 진짜 보내 줄 수 있어?”
“이 누나가 보내준다. 언제 갈래?”
“휴가 복귀하고, 곧장. 그리고 교육 마치고 나오면 1기갑사단 직할 저격중대가 아니라 1군단 직할 저격대대로 보내주면 더 좋고.”
“아까는 빽이 싫다더니만, 하여튼 알았다. 특전사 저격수 교육 마치고 나오면 1군단 직할 저격대대로도 보내준다.”
“진짜?”
“그래, 인마. 1군단 직할이 아니라 합참 직할 부대로도 보내 줄 수 있지만, 그건 네가 싫어할 것 같으니까 그만둔다. 그리고 어디를 가던 이 누나 얼굴에 먹칠하는 일은 제발 하지 마라. 네가 이미 내 동생이라는 사실이 합참은 물론 국방부에도 다 알려졌으니까. 아마 1군단장도 벌써 알고 있고, 네가 특전사에 교육가면 특전사령관도 널 보러 올 거다. 알았어?”
“이 서한국 동생이 특전사에서 교육받는다고 소문나면 서민재 중위도 보러 갈 것 같은데, 안 그럴까?”
민은정 입에서 서민재 중위라는 이름이 나오자 가장 먼저 반응한 사람은 뜻밖에도 서한국이었다.
그러자 수진이 민은정에게 눈치부터 주었고, 또 그것을 서한국이 놓치지 않았다.
“민 장군님, 서민재 중위가 누군데, 수진이 이런 반응입니까? 혹······.”
“수진이 좋다고 따라다니고는 싶은데, 막상 따라 다니지는 못하고 편지로 사랑 고백만 하는······.”
“애 듣는데, 무슨 그런 말을 해.”
“하하하! 이 세상에 수진이 너 좋다고 따라 다니는 얼빠진 놈도 다 있는가 보네.”
“뭐라고?”
“어떤 놈이야? 중위라면 군인인데, 혹 특전사에 근무해?”
“인마, 너보다 상급자에게 까불지 말고 군대 생활이나 잘해. 그리고 전쟁이 나도 죽지 말고. 알았어?”
“알았으니까 어떤 놈이야?”
“시끄럽다. 그리고 민 장군님, 필요한 것은 북으로 다 보냈어?”
“아니, 그리고 100억 달러나 쇼핑해야 하는데, 그게 쉽겠어.”
그동안 북한으로 올라간 것은 내가 이미 이야기한 굴착기와 모니터, 컴퓨터, 산악 오토바이, 이유식, 분유, 의약품부터 시작해서 중국 침략을 대비한 비상식량 그리고 가전제품, 군용으로도 사용 가능한 등산화와 배낭 또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육류까지 다양했다.
그러나 그래도 100억 달러라는 돈은 큰 것이라서 아직 잔액이 많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이 덕분에 다시 한 번 대한민국 각 업계에서는 민은정과 오지용 등 북한 쇼핑단에게 로비라도 한번 해보려고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기만 했다.
지금도 민은정이 이 호텔에 나타나자마자 벌써 수십 명의 업계 관계자와 수백 명의 그녀 팬과 기자들이 호텔 입구에서부터 장사진을 치고, 경호원들과 승강이를 벌이고 있었다.
“하긴 그렇겠다. 그런데 여성용품은 좀 가져갔어?”
“여성용품?”
“응, 얘 있는데,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생리대, 브래지어, 팬티, 청결제 그런 것 말이야. 중국제품보다는 아무래도 우리나라 제품이 질이 좋고, 이즈음은 중국제품도 안 들어온다면서. 그러니 질 좋고, 값싼 우리나라 상품으로 가져가. 그리고 원한다면 그런 제품 파는 곳 소개해줄게.”
수진과 민은정이 이런 이야기를 시작으로 수다를 떨자 서한국은 멍하니 두 여자를 번갈아 쳐다보면서 나오는 음식만 먹었지만, 눈길은 민은정 쪽으로 거의 90% 가 있다고 보면 됐다.
어떻든 세 사람은 그렇게 프렌치식당에서 식사하고, 이어서는 간단하게 맥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서울의 뜨거운 여름밤을 즐겼다.
***
2021년 8월, 서한국은 1군단 1기갑사단으로 자대 배치를 받자마자 곧장 1군단 직할 저격대대로 전출됐고, 이어서는 육군 특전사령부 예하 특수전 학교에서 실시하는 저격수 교육에 참가했다.
그러자 정말 특수전 학교 교장은 물론 특전사령관 박성혁이 찾아와서 서한국을 격려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진짜 소문을 들었는지 서민재 중위가 서한국을 면회하기에 이르렀으니 참 묘한 만남이라고 해야만 했다.
그건 그렇고 이 저격수 교육은 탄도 계산 및 사격술 이론 교육과 300~1,000m 떨어진 목표물을 제압하는 원거리 사격기술, 연막탄과 전장소음 등 방해 요소를 극복하고 단 한발의 탄환으로 표적의 심장을 관통시키는 정밀사격술, 200m를 전력 질주한 뒤 호흡이 일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적을 제압하는 격동사격훈련, 실제 전장 환경에 부합하는 위장술과 잠복술, 그리고 정찰과 탐지 훈련 등을 통해서 저격수가 갖춰야 할 전술과 생존 능력을 배우는 교육이었다.
그리고 서한국이 병사 때 저격수로 활동하면서 쓴 K2C1 소총이 아니라 새로 K14 저격소총을 받아 하는 교육으로 이 소총은 전장 1,150mm, 무게는 조준경과 탄창을 포함해 7kg, 유효사거리는 800m, 정확도는 1.0MOA 수준으로 MOA는 총기의 명중정밀도를 나타내는 단위로 1.0MOA는 100야드(91.4m) 거리에서 사격했을 때 표적지의 탄착군이 1인치(2.54cm) 안에 형성되는 것을 말한다.
어떻든 이렇게 서한국이 저격수 교육을 받는 이즈음 중국 공군과 해군 그리고 무인기는 여전히 남북의 영공과 영해, 각 미사일 기지에 꾸준히 나타나고 있었고, 남북은 그에 대해서 중국에 강력하게 항의하는 동시에 대응태세를 더 강화하고 있었으니 이는 중국이 남북 양국 군대를 훈련해 주는 효과도 있었다.
“날래 날래 파라우. 그래, 그쪽이야!”
북한 호위사령부 예하 제2 방공포병사단 3연대장 조용수가 이렇게 목소리를 높이자 한국에서 가져온 신형 굴착기가 교통호를 파기 시작했다.
“우리 때만 해도 삽 한 자루로 교통호, 참호 다 팠는데 말이야. 세월 참 좋아졌어. 참 좋아졌어.”
용연반도 장산곶에 주둔한 3연대는 여전히 중국 무인기와 숨바꼭질을 하면서도 이렇게 교통호를 정리하고, 참호를 새로 파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보내준 자주 대공포를 그 참호에 배치해서 방어 수단을 더 늘리고 있었으니 이때까지 날아온 중국 무인기를 단 한 대도 놓치지 않았다.
“애애앵~”
그런데 그때 다시 비상벨이 울리고 자주 대공포와 대공포들이 서쪽 바다를 향해 사격 위치를 잡았으니 다시 중국 무인기가 날아온 것이 분명했다.
“연대장 동지, 또 무인기입네다.”
“보고도 필요 없으니 즉각 격추하라!”
조용수의 이 명령에 30mm M-1992 쌍열 자주 대공포가 불을 뿜었고, 중국 무인기는 회피기동도 못 하고 그대로 바다로 추락하고 말았다.
“좋아. 그런데 저 무인기 날린 중국 수상함은 어디 있네?”
“공화국 영해에는 들어오지 않았지만, 영해 선에 걸쳐 있습네다.”
“그럼 고작 20여km, 대함 미사일 한 발이면 격침할 수 있는데 말이야.”
“위원장 동지께서 수상함 공격은 금지하셨지 않습네까.”
“그러니 대함 미사일 못 쏘고, 무인기만 격추하고 있는 것 아니네. 그리고 뭐하네. 무인기 격추했는데, 날래 날래 안 파고. 이러다가 언제 중국 특수부대 아새끼들이 들이닥칠지 몰라. 그러니 날래 날래 교통호와 참호 파고, 자주 대공포와 땅크, 장갑차 숨기라우.”
북한 호위사령부 예하 제2 방공포병사단 3연대가 이런 준비를 할 때 그 맞은편 백령도에서도 국군 방공유도탄사령부 예하 제5 방공유도탄여단 제1연대가 역시 방어 시설을 점검하고 있었다.
“오늘 밤에도 무인기가 또 올지 모르니까 오늘 온 복합 비호와 자주 발칸은 저쪽 참호에 배치하고, 적 특수부대 상륙정을 대비한 스파이크 미사일은 저쪽에 배치해.”
스파이크 NLOS 미사일은 이미 백령도와 연평도에 배치되어 있었지만, 이때는 수량을 더 늘려서 이렇게 추가 배치하고 있었으니 중국의 도발이 그만큼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어떻든 이 스파이크 미사일은 무게 70kg, 사정거리 25km로 적의 수상함은 물론 공기부양정 등 다양한 대상을 공격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