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6화 〉 폭풍전야(8)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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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이 되자 이제는 중국 군용기만이 아니라 해군 초계함까지 우리 영해로 접근했다가 우리 초계함이 출동해 경고 통신을 하면, 역시 아무런 응답도 없이 벗어나곤 하는 일이 반복됐다.
이러니 공군과 해군은 동시에 비상이 걸려서 좀처럼 그 비상령이 해제되지 않았다.
결국, 외교부 장관 강영화가 민재인 대통령의 특사로 이 문제를 따지려고 중국을 방문했으나 받아온 대답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중국 해군과 공군은 강영화 외교부 장관이 아무 소득도 없이 빈손으로 돌아가자마자 이번에는 보란 듯이 서해에서 합동 훈련을 벌이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틈을 노리고 중국 어선들이 서해 우리 바다로 몰려들어 꽃게를 비롯해 닥치는 대로 어족자원을 싹쓸이하기 시작했다.
그 바람에 우리 해군까지 동원되어 중국 어선을 단속했고, 서해 북방한계선에서는 남북이 합동으로 중국 어선을 단속하기에 이르렀다.
“날래날래 안 몰아내고 뭐 하는 거야?”
“중국 아새끼들이 잘 안 나가는 것은 물론 강력하게 저항까지 하는 바람에······.”
“저항하는 아새끼들은 강제로 체포하라. 그리고 우리 경비정을 들이박는 저 아새끼들에게는 경고 사격해. 날래!”
북한 해군 서해함대 사령부 제8전대 소속의 200톤급 경비정 정장인 강철우 소좌의 이 닦달에 가까운 명령에 북한판 국방개혁 이후 진수된 신형 경비정의 14.5mm 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그 바람에 나포를 거부하고 경비정을 들이박고 있던 중국 어선의 함수가 터져나가면서 비명까지 들렸으나 강철우 소좌의 고속정은 물론 다른 북한 경비정들은 아량 곧 하지 않고, 다른 어선을 나포하고, 해역에서 몰아내려고 동분서주하기 시작했다.
“저 북한 애들 사고 제대로 치는데요.”
“사고가 아니라 내가 저러고 싶은 심정이다.”
“참으십시오. 정장님.”
“참고 또 참고 있으니까 저 장면이나 잘 찍어둬. 나중에 덤터기 쓰기 싫으면, 알았어?”
“북한 고속정의 사격이 아니라 중국 어선의 불법만을 집중적으로 찍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대한민국 해군 2함대 소속 검독수리-B 230톤급 고속정도 중국 어선 단속을 지원 나와 있다가 북한 경비정이 무차별적으로 중국 어선에 기관총 세례를 퍼붓고, 이어서는 들이박고, 밀어내자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면서 승조원들은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중국 어민 3명이 죽고, 어선 4척이 나포되고, 선원 70여 명이 체포되자 중국 측이 강력하게 항의해 왔으나 나는 그때 그 중국 어민의 죽음이 문제가 아니었다.
바로 일본 총리 특사 놈이 대일청구권 10조 달러에 대한 선금으로 100억 달러를 줄듯 말 듯하면서 실실 웃는 것이 더 문제였으니 말이다.
“특사, 그래서 공화국의 대일청구권 10조 달러의 선금 100억 달러를 줄 거요? 말 거요?”
“한국 민재인 대통령님은 물론 강영화 외교부 장관께서 적극적으로 주선하시어 오늘 제가 총리의 특사로 이 평양까지 왔으니 뭔가 성과는 거두고 가야지 않겠습니까. 김 위원장님.”
“그래서 줄 거요? 말 거요?”
“그 전에 우리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먼저······. 그리고 귀국이 납치한 우리 일본인들을 모두 송환해주는 것이 먼저······.”
“이보시오. 특사, 내 귀국 외무상 에사키에게 분명히 이야기했는데, 못 들었소?”
“무슨 이야기를······.”
“내 분명히 공화국이 그 사람들을 납치했다면, 모두 송환해주겠다고 했소. 그 대신 그 사람들의 의견도 들어야 한다고 했소. 또 그 송환에 앞서서 일제가 공화국에서 끌고 가서 돌아가신 징병, 징용, 일본군 위안부 분들의 유해라도 고향으로 돌아와서 영면을 누리도록 해달라고 했소. 그러니 일본에 있는 그분들의 유해도 송환하시오. 하면 당신네가 납치했다고 주장하는 17명 모두를 송환하겠소. 그리고 그 이후에 그런 논의를 위한 총리와의 정상회담이라면 언제든지 좋소.”
“본국에 있는 돌아가신 분들의 유해는 송환해드리겠습니다. 그럼 되겠습니까?”
“좋소. 좋아. 그리고 공화국 식민지배에 대한 총리의 정중한 사과도 있어야 할 것이오.”
일본 총리의 특사 나카무라라는 놈은 기어이 징병, 징용, 일본군 위안부라는 말은 입에도 담지 않고, 돌아가신 분들의 유해라는 말로 얼버무리려고 했다.
그래서 이렇게 일본 총리의 식민지배에 대한 정중한 사과를 요구하자 나카무라라는 놈의 인상이 한없이 구겨지는 것이 아닌가.
이를 보았을 때 일본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어떻든······. 귀국에 있는 우리 국민 17명부터 송환해주시고,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해주십시오. 그리고 그 회담에서 시베리아횡단철도를 이용하는 우리 일본 기업이 지금보다는 더 나은 편의를 제공 받길 원하고, 귀국 평강에서 채굴하는 희토류의 안정적인 공급 문제도 원하니 그런 문제를 논의하는 것으로······.”
“그 약속을 해주면 선금을 줄 거요?”
“귀국은 아직 유엔제재를 받고 있으므로 현금 지급은 할 수 없다는 점 잘 아실 겁니다. 하여 한국이 제안하고, 지난번 미국 트럼프 정권이 귀국 핵무기를 매입한 사례를 참고로 하여 대일청구권 금액 100억 달러를 한국 정부에 위탁하겠으니 현금이 아닌 현물로 가져가십시오. 대신 우리 일본 제품을 많이 가져가셔야 하고, 트럼프 정부 때 제재 해제되어 한국에서 귀국으로 가져간 제품은 이번에도 가져갈 수 있으나 유엔 안보리 결의로 금지한 사치품은 가져가실 수 없습니다.”
“보석, 보석용 원석 및 준보석용 원석(다이아몬드, 사파이어, 루비, 에메랄드), 요트, 고급 자동차, 고급 시계, 수상 오락 장비, 스노모빌 등등 그런 것 말이오. 좋소. 그런 것은 가져오지 않겠소. 그런데 내가 궁금한 것이 있소.”
“무엇입니까?”
“한국이 중간에서 아무리 다리를 놓았다고 해도 한국만 좋은 일 시키는 이 결정을 한 진짜 이유가 뭐요?”
“솔직하게 시베리아횡단철도가 한국 부산에서부터 출발하고, 귀국 희토류를 한국 기업이 채굴하며, 러시아 천연가스가 파이프라인을 타고 곧 부산까지 오는 등등의 이유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말은 곧 100억 달러어치 한국 물품을 팔아주는 한이 있어도 그 모든 것을 가정했을 때 결국에는 귀국에 경제적으로 이득을 가져다줄 것이다. 그리고 대일청구권은 어차피 해결해야 할 문제니 이번 기회에 해결하고, 그로 말미암아 납북자 문제를 완결지어 정치적 이득을 취한다. 또 나아가서는 공화국과 수교를 하고······.”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일본의 근성이 나카무라라는 놈의 말에도 스며있었다.
즉 한국이 지정학적인 이점으로 시베리아횡단철도와 러시아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의 시작점이자 종착점이 될 것이고, 북한 희토류 등 지하자원을 거의 독점할 것이니 일단 100억 달러 정도는 한국 좋은 일 시키는 것이든 선투자든 돈을 뜯기는 것이든 상납금이든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투자할 수 있다는 그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더 많은 것을 얻어내려는 목적이었다.
또한, 북한에는 100억 달러가 아주 많은 돈이고, 한국에도 제법 많은 돈이지만, 자기들에게는 그리 큰돈이 아니라는 자만심의 발로라고나 할까.
하여튼 그런저런 이유로 일단 대일청구권 10조 달러에 대한 선금 100억 달러는 그런 식으로 처리하기로 합의가 됐다.
“하여튼 특사의 약속은 꼭 지켜지리라 믿겠소. 그리고 선금이 입금되기 전까지 우리 공화국은 귀국이 납북자라고 주장하는 그들을 찾아 대기시켜 놓겠으니 귀국 정부 관리가 오거나 유엔 인권 관리관이 오거나 공신력이 있는 기관에서 오거나 해서 그들을 면담하시오. 그러면 귀국으로 가고 싶다는 모든 이는 귀국으로 보내주겠소. 하니 속히 선금을 입금하고, 총리의 사과문을 발표하시오. 정상회담은 그 이후요.”
“잘 알겠습니다. 위원장님. 그리고 유익한 대화 즐거웠습니다.”
“나도 이런 대화라면 좋으니 언제든지 오시오.”
“그러겠습니다.”
일본 총리 특사 나카무라가 그렇게 떠나가자 이번에는 중국 시진핑의 특사 리잔수가 와서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김 위원장님, 이번에 귀국의 조처로 말미암아 죽은 우리 어민 3명은 어떻게 하실 것입니까? 그리고 나포된 어선 4척과 체포된 선원 70여 명은 즉각 풀어주십시오.”
“죽은 사람이 뭔 죄가 있겠소. 그들의 죽음에는 심심한 유감을 표하고, 나포된 배와 선원도 조사가 끝나는 즉시 풀어주겠소.”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와 보상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죽은 이들에게는 소정의 보상금을 공화국이 주겠으나 재발 방지는 우리가 아니라 귀국 어민들이 해야 할 문제 같소. 그리고 그 책임자는 처벌이 아니라 공화국의 어족자원을 보호하려고 최선을 다했으니 오히려 상을 줘야 할 것 같은데, 아니오?”
“우리 어민이 3명이나 죽었습니다. 그러니 그 책임자를 처벌하시고, 이 기회에 솔직하게 이야기하는데, 한국과의 밀월 관계도 청산하십시오.”
“그래서 중국이 대국이라고 말만 하면서 고작 공화국 관광을 취소하고, 원유 공급까지 중단했소. 더불어서 북부 전구에서는 대규모 공화국 침략 훈련을 병행한 것이고 말이오.”
“침략 훈련이 아니라 한국과 미군의 침입을 대비한 방어 훈련이고, 관광은 취소한 것이 아니라 우리 인민들이 자발적으로 가지 않는 것이며, 이제 조선도 산유국이니 원유 공급을 중단한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이런 말이 있소.”
“무슨 말입니까?”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하고 있네.”
리잔수, 중국 서열 3위이자 정치국 상무위원의 얼굴이 굳어진 것은 그때였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나 하고 있으니 어찌 내가 그런 말을 하지 않겠는가.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김 위원장님.”
“특사가 말 같은 말을 해야 내가 바른말을 하지. 그리고 남조선은 몰라도 우리 공화국은 중국이 어떤 제재를 가해도 절대 굴복하지 않으니 헛수고는 하지 마시오. 또한, 우리 공화국은 핵 강국이오. 그러면 중국이 우리 공화국을 침략하는 순간 우리가 어떻게 하겠소. 그러니 정세를 잘 알아서 판단하라는 말이오.”
“지금 우리 중국을 상대로 핵이라도 사용하겠다는 말입니까?”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소.”
“방금 그 말이 그 말 아닙니까?”
“이제 말도 못 알아듣소. 나는 분명히 정세를 잘 알아서 판단하라고 했을 뿐이오. 특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