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4화 〉 폭풍전야(6)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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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재인 대통령이 이러거나 말거나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리면서 삼족오를 보노라니 정말 때깔부터가 마음에 쏙 들었으나 이건 북한 전투기가 아니라 한국 전투기였다.
한국만큼의 기술이 북한에 있었다면, 그 설계도를 넘기지 않고 직접 만들었을 것인데, 그걸 생각하니 진짜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이야기는 그 정도만 하시고, 조종석에 한번 앉아나 봅시다.”
“뭐, 김 위원장도 지분이 좀 있으니까 그러시오.”
“좀이 아니라 아주 많죠.”
“어떻든 일단 앉아만 보시오. 아무것이나 막 만져서 고장 내지 말고.”
“참, 나 더러워서 진짜.”
일단 앉아만 보라는 민재인 대통령의 말에 이러고서 진짜 조종석에만 앉으니 감회가 새로웠으나 진짜 아무것도 만지지 않고, 침만 삼킨 다음 옆으로 다가온 조종사에게 이렇게 물었다.
“F-35A와 비교해서 어떻소?”
“제가 F-35A를 조종해 보지 않아서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위원장님.”
“그럼 전에는 무슨 기종을 몰았소?”
“블랙이글에 있었습니다.”
“그 에어쇼 하는 곳 말이오?”
“그렇습니다. 거기서 최초의 국산 전투기가 나왔다기에 지원해서 이 삼족오를 조종하게 되었습니다.”
“그랬군. 하여튼 건승하시오.”
조종사와 이렇게 간단하게 대화만 나누고 조종석에서 내려와 기체를 꼼꼼히 살핀 다음 궁금한 것을 다 물어봤다.
그러니 자연스레 입맛만 더 다시게 됐고, 기어이는 배가 아파서 더는 기체를 둘러보는 것을 포기하고 곧장 공항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고 보니 이 어랑 비행장에는 조선인민군 항공군 제8항공대 사령부가 있었고, MIG-15와 MIG-17 그리고 IL-28 등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역시 내 전용기를 호위하고 온 MIG-29의 최신판, 그러니까 얼마 전 러시아에서 받은 부품으로 북한에서 조립 생산한 그 MIG-29 편대도 주기 되어 있었으나 그 기체들과 F-1 삼족오를 비교해보니 감회가 남다른 것이 아니라 아주 심한 자격지심까지 들었다.
“김 위원장, 설마 설계도를 가지고도 북한에서 삼족오를 만들어내지 못해 배가 아파서 지금 그런 표정 짓는 것은 아니겠죠?”
“설계도! 설계도! 누가 듣습니다.”
“근처에 아무도 없소. 민은정 소장도 저쪽에 서 있는데, 누가 듣는다고 그러시오.”
“하여튼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습니다. 밤말은 쥐가 듣고, 낮말은 새가 듣는다고 했으니까요. 그리고 J-20과 싸우면 진짜 이길 수 있죠?”
“우리 기술자들 말로는 이길 수 있다고 했으니 안심하시오. 그리고 방금 본 외부 무장을 단 F-1 삼족오가 아닌 진짜 F-2 삼족오는 5세대 스텔스 전투기로 F-35A와 싸워도 이길 수 있소. 이미 모의 공중전에서 15:5로 우세를 보였으니까 말이오.”
“......,”
“F-35A와 모의 공중전에서 이겼다니 왜 반응이 없소.”
“배가 아파서 그렇습니다. 배가 아파서요. 그래서 말인데, 한 50대만 우리에게 주십시오.”
“뭐라고요?”
50대면, 중국을 상대로 그런대로 방어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민재인 대통령의 반응을 보니 50대가 아니라 0.5대도 안 줄 것 같았다.
“됐습니다. 됐어요. 전투기 못 만드는 나라 서러워서 살겠나. 퉤!”
“또 삐졌소?”
“삐지기는 누가 삐졌다고 그러십니까.”
“김 위원장 특기가 삐지는 것 아니오.”
“헐!”
“그만 삐지고, 중국이 북부 전구 전력을 증강하는 것 이외에도 우리 남북을 공동의 적으로 놓고 대규모 훈련까지 하고 나니 자꾸 불안해지오. 그래서 말인데, 간첩을 좀 더 보내서 중국군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더 많이 알아보고, 중국의 이동식 발사대와 우리가 선제 타격해야 할 가치가 있는 목표물에서 빠진 것이 있는지 그런 것도 좀 알아보시오. 우리도 나름 알아볼 테니까 말이오.”
“알았으니까 삼족오 다섯 대라도······.”
“공군은 우리가 책임지는데, 무슨 다섯 대요. 그리고 다섯 대로 뭐 할 게 있다고 자꾸 그러시오. 그러니 그런 소리는 그만하고, 북이 책임질 탄도탄이나 제대로 생산해 놓고, 이동식발사대와 핵미사일이나 잘 숨겨놓으시오. 중국이 공습이라도 하거나 우리가 계획한 것처럼 중국 특수부대라도 오면 안전하게 말이오.”
“전략핵미사일기지는 누구도 모르는 곳에 있고, 저격여단과 경보병여단 출신 자체 경비만이 아니라 우리의 자랑스러운 특수작전군에서 차출한 일당백의 전사들이 지키고 있으니 그건 걱정은 하지 마시고, 삼족오 다섯 대만······.”
오죽 삼족오가 탐나면 내가 이를까.
그리고 이건 순전히 내가 설계도 구해줘서 만들어진 기체가 아닌가 말이다.
물론 한국이 그동안 획득하고, 돈 주고 사들이고, 배알 꼴리면서 미국에서 얻어낸 기술이 많이 들어갔다는 것은 인정하겠다.
그래도 나에게 적어도 30% 이상의 지분은 있을 것이다.
그럼 한 50대는 줘야 하는 것 아닌가 말이다.
“애들도 아니고 이제는 조르시오. 그러지 말고, 일본 총리 이시바와는 그날 뭔 이야기했소.”
“돈 준답니다. 그것도 무려 100억 달러요.”
“정말이오?”
“대일청구권 10조 달러에 대한 선금으로 100억 달러 먼저 내라니까 그놈이 그것으로 공화국의 대일청구권을 쓱싹할 요량인지 급 관심을 보이기에 약간 장단을 맞춰줬습니다. 왜요?”
“장단 좀 더 맞춰주고 100억 달러라도 우선 받으시오. 일본이 하는 짓거리로 볼 때 북에 직접 현금은 안 줄 것이니 저번 미국에 핵무기 팔 때처럼 우리 한국에 돈 맡기고, 북은 그에 필요한 물품을 가져간다는 조건이면 아마 우리에게 100억 달러 맡길 거요. 그럼 북에서는 필요한 물품으로 가져가시오.”
“뭐라고요? 내 참 기가 막혀서 말도 잘 안 나오네. 민재인 대통령님. 100억 달러면, 한국 돈으로 10조 원이 넘습니다. 그런데 그 돈을 한국이 쓱싹하려고요. 쪽발이들보다 더 나쁘네. 나빠.”
“뭐가 더 나쁘다는 말이오. 그리고 우리도 뭐 좀 남는 것이 있어야지. 안 그렇소?”
“그래서 우리에게 100억 달러어치나 한국에서 쇼핑하라고요. 그리고 남는 거요. 그동안 퍼준 석유는 뭐고, 석탄은 뭐며, 금·은·동에 옥과 자수정, 마그네사이트는 또 뭐며, 이제 희토류는 또 뭡니까. 그리고 공화국은 일본으로부터 대일청구권을 받으면, 한국과는 달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강제 징용 피해자 등등에게 배상금 형식으로 위로금부터 줄 겁니다. 그런데 그걸 현금이 아니라 한국의 현물로 줄까요?”
그동안 퍼 준 것이 얼마인데, 본전 생각나게 말이야.
내가 강백호가 아니고, 진짜 원판 김정은이었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니, 남북관계는 지금도 거의 최악일 것이다.
그런데 일본의 대일청구권 선금 100억 달러는 물론 나머지 원금 9조 9,900억 달러까지 한국이 쓱싹할 요량인 것 같은 민재인 대통령의 말에 기가 막히다 못해 코까지 막혔다.
“당연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강제 징용 피해자 등에게는 배상해줘야지요. 하나 아직 유엔의 대북제재가 완전히 해제되지 않았기에 대일청구권이라도 일본이 현금으로 주지는 않을 것이오. 그래서 내가 그렇게 말한 거지. 뭐 북의 대일청구권까지 우리가 쓱싹할 생각은 추호도 없소.”
“진심입니까?”
“진심이오. 그리고 일본으로부터 현금 받아내기는 어려울 것이오. 그러니 남이든 북이든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돈 생기면 가장 먼저 하는 일, 즉 집 사고, 자동차 사고, 그동안 돈이 없어 못 먹은 음식 사 먹고, 돈이 없어 못 산 것들 사는 등등의 일을 김 위원장이 대신해 주시오. 바로 일본으로부터 현금을 받아 피해자들에게 직접 주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니 김 위원장이 그 일을 대신해주라는 말이오.”
“어떻게 말입니까?”
“아주 간단하오. 일본이 우리에게 돈을 맡기면, 우리 기업에서 그 피해자들이 살 전원주택부터 지어 주겠소. 아니, 우리가 자재만 보낼 테니까 만리마 정신으로 세계에서 제일 빨리 공사하는 북 인부들에게 건설을 맡기시오. 그리고 집이 완성되면, 세계에서 제일인 우리 한국산 가전제품 즉 냉장고, TV, 세탁기, 청소기, 밥솥 아, 요즘은 공기청정기가 꼭 있어야 하니 그것도 주어 살림살이 장만해주고, 집집이 쌀도 지원해주시오. 그래도 현금이 얼마간 있어야 하니 그건 우리가 우회적인 방법으로 지원해 줄 테니까 그 현금은 김 위원장이 위대한 영도자 동지께서 내리시는 위로금이라고 하면서 주면······.”
“진짜 이럴 겁니까?”
“뭐가요?”
“그 100억 달러를 다 그런 식으로 한국산 현물로 쓱싹 하시겠다고요?”
“일본이 100억 달러 우리에게 맡기면 우회적인 방법으로 현금 일부도 지원해 준다니까 그러네.”
이건 칼만 안 들었지 완전 강도 심보에 한국산 물품을 강매하는 행위였다.
이러니 내가 일본놈들보다 더 나쁘다고 하는 것이다.
“민재인 대통령님, 그런 도둑놈 심보는 버리시고, 일본놈들이 선금 100억 달러라도 내놓도록 도와만 주세요. 그럼 그 성의를 봐서 일부는 한국산 물품으로 가져오죠.”
“얼마나?”
“어떻게 얼마나 도와주느냐에 따라서 그 비율을 결정하겠습니다. 그리고 F-1 삼족오든 F-2 삼족오든 될 수 있는 한 많이 생산해서 말한 것처럼 중국 공군은 남조선에서 책임져야 합니다. 그럼 우리는 탄도탄과 특수부대, 보병 등을 책임질 것이니까.”
“일본과의 문제는 내 많이 도와주겠소. 아니, 중재자가 되어 주지. 그리고 삼족오는 최소 200대 생산할 것이니 그럼 F-35A 200대와 삼족오 200대 합쳐서 400대의 5세대 전투기로 중국군 J-20 현재까지 생산된 100여 대와 4.5세대 430여 대, 합쳐서 총 530여 대를 완전히 박살을 낼 수 있소. 그리고 중국의 4세대 415대는 우리의 F-15K와 F-16, FA-50 등으로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으니 뭐가 걱정이오. 또 우리에게는 비장의 무기 EA-18G 그라울러 48대가 있으니 중국군 전투기들은 까막눈이 되어서 화려한 불꽃으로 공중에서 장렬히 산화할 것이오.”
“참 좋겠습니다. 미군이 안 도와줘도 중국 공군을 자체적으로 상대할 전력을 갖춰서요.”
“좋지. 하지만 그 덕분에 국방 예산이 너무 많이 들어 미치겠소.”
“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