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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김정은-163화 (163/470)

〈 163화 〉 폭풍전야(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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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횡단철도 임시개통식이 끝나고, 하루 한편의 화물 열차와 관광 열차가 열심히 철로를 달린 얼마 후 민재인 대통령과는 청진 복합화력발전소 준공식에서 다시 만났다.

이 청진 복합화력발전소는 단천, 고성, 개풍 복합화력발전소와 같이 공사를 시작해서 오늘 다 같이 준공식을 하고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었는데, 민재인 대통령과는 이곳 청진발전소 준공식에서 만났으니 그만큼 이 청진이 중요한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청진 복합화력발전소 준공식을 거행하겠습니다. 그전에 간략하게나마 이 복합화력발전소를 소개해드리면, 이 청진 복합화력발전소는 러시아에서부터 파이프라인으로 이곳 청진항까지 온 LNG를 연료로 사용하며, 가스터빈으로 1차 발전하고, 거기서 배출되는 연소가스의 에너지를 보일러 설비를 통해서 2차로 회수하여 증기터빈을 통하여 2차 발전을 하는 방식입니다. 182MW의 가스터빈 2기와 186MW의 증기터빈 1기로 이루어진 설비용량 550MW급의 1호기 발전소와 180MW의 가스터빈 2기와 190㎿의 증기터빈 1기로 이루어진 설비용량 570MW급의 2호기 발전소는 남북 화합과 경제 협력의 상징으로 공사를 시작하여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이른 시일에 공사를 마무리하여 오늘 준공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호기와 2호기를 합하여 1,100MW의 설비용량을 갖추고 있는데, 이는 인구 100만 명의 도시에 필요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이며, 향후 6호기 발전소까지 건설할 계획입니다. 그럼 인구 300만 명이 넉넉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청진 복합화력발전소 소개는 이것으로 마치고, 다음은 식순에 따라서······.”

이 발전소 건설 책임을 진 사성건설 사장의 이런 사회에 따라서 식순이 이어졌고, 민재인 대통령과 나의 축사도 이어졌다.

그러나 그런 축사보다 이 발전소에서 100만 명이 사용할 수 있는 전기가 생산된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럼 단천, 고성, 개풍 발전소까지 합치면 총 400만 명이 쓸 수 있는 전기가 생산되는 것이니 나 위대한 지도자 김정은 동지는 쌀과 핵을 바꿈으로써 북한의 식량난은 이미 해결했고, 청진, 단천, 고성, 개풍의 발전소들로 전력난도 해소할 것이며, 남북 경협과 개성 공단, 개성, 백두산, 금강산 관광 그리고 각종 건설 공사로 경제난까지 어느 정도 해결한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위대한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이 북한에서 누가 나를 칭송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며, 누가 내 권력을 찬탈할 수 있을 것인가 말이다.

고로 나는 김정은으로 환생한 이후 가진 쿠데타로 말미암은 권력 상실 그리고 총살이라는 그런 불안감을 이제는 진짜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 분명 1,100MW의 설비용량은 한국 인구 100만 명이 쓸 수 있는 전기량일 것이다.

그럼 그것을 한국 사람들보다 전기를 훨씬 적게 쓰는 북한 주민으로 환산하면, 과연 얼마가 쓸 수 있는 전기량일까.

130만, 150만, 160만······.

“뭔 생각을 그리하시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럼 갑시다. 식수부터 한다니까.”

“뭔 나무를 또 심어요. 그리고 여긴 남조선이 아니라 공화국입니다.”

“공화국이라도 나무는 심어야 할 것 아니요.”

그렇게 민재인 대통령에게 이끌려가 발전소 입구에 수형이 아름다운 소나무 한그루를 심은 다음 드디어 발전소 안으로 들어가서 발전기와 시설들을 둘러볼 수 있었다.

“그런데 사장 동무, 남조선 인민들보다 전기를 적게 쓰는 공화국 인민들이 쓰면 이 발전소가 생산하는 전기로 과연 몇 명이나 사용할 수 있겠소?”

“한 140만 명은 쓰지 않겠습니까.”

“140만 명이라. 하하하! 그동안 공사하느라 수고 많았소. 근데 3호기와 4호기는 언제 공사를 시작할 거요?”

“6월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좋소. 좋아. 그리고 그 공사도 속도전, 만리마 정신으로 날래날래 하시라요.”

그때 민재인 대통령이 이렇게 끼어들었다.

“무슨 공사를 그렇게 한다는 말이오. 그러니 천천히 아주 천천히 안전하게 하시오. 김 사장, 알았소.”

“날래날래 3호기와 4호기뿐만이 아니라 5호기와 6호기까지 공사하시라요. 아시갔소?”

“아주 천천히 안전하게 공사하시오.”

민재인 대통령이 이렇게 중간에 끼어들어 내 원대한 꿈을 방해하려는 즈음 다시 만난 민은정과 수진은 한쪽에서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편지 받았어?”

“뭔 편지?”

“그 서민재 중위가 보낸 편지 말이야.”

“그게 다 장군님의 농단이었네. 개마고원으로 죽을 만큼 힘든 훈련 받으러 간 사람이 편지까지 다 쓰고, 또 그렇게 쓴 편지가 청와대까지 다 오고. 그 모든 것이 말이야.”

“강 비서관은 군인의 마음을 잘 모르지. 훈련이 힘들수록 그리운 사람이 더 그립고, 그럴수록 더 보고 싶은 군인의 마음을. 그러나 훈련 때문에 당장 볼 수 없으니 그 그리움을 편지에 담아 보내는 거야. 남조선 군인들은 휴대전화 때문에 요즘 편지를 안 쓰겠지만, 공화국은 아직도 편지를 많이 쓰거든. 그래서 내 그 마음을 잘 알기에 그 편지를······.”

“그 사람은 공화국 군인이 아니라 남조선 군인입니다요. 장군님!”

“그래도 몸은 지금 공화국에 있고, 휴대전화도 없잖아. 그런데 편지에 뭐라고 썼어.‘보고 싶어요.’‘사랑해요.’뭐 그런 내용이야. 지난번 보현사에서 헤어질 때 용기 있게‘강수진 비서관님, 사랑합니다.’그러고 갔잖아.”

저번 묘향산 보현사에서 특전사 707특임단 서민재 중위는 민은정 소장이 말한 것처럼, 수진에게 그렇게 말하고 개마고원으로 훈련을 떠났다.

그리고 그 이후 몇 번이나 편지가 왔는데, 이제 보니 다 민은정 소장이 손을 쓴 덕분에 청와대 수진에게까지 전달된 것이다.

“그래, 사랑해요. 보고 싶습니다. 그런 내용이야. 이제 됐어?”

“호호호! 잘되기를 빌게.”

“잘되기는 뭘 잘돼. 죽을지도 살지도 모르는 특전대원이랑.”

“답장해주면, 용기백배해서 살아 돌아오겠지.”

“지금 받는 훈련이 문제가 아니라 유사시 실전에 투입되는 것이 문제지요.”

“그때도 살아 돌아올 거야. 네가 답장만 해 주면, 아니, 훈련 마치고 나오면 데이트나 해줘. 그럼 지옥으로 가더라도 분명히 살아서 돌아올 거야.”

“훈련 마치고 자대 복귀하자마자 특전사령관에게 말해서 영창 보낼 건데, 데이트는 무슨 데이트야.”

“정말?”

“그래요. 그러니 장군님은 헛물켜지 마세요.”

두 여자가 서민재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나는 발전소를 둘러보고, 이 발전소 건설을 책임진 사성건설 직원들과 인부로 투입된 북한 인민들을 격려했다.

그리고는 그곳에서 다 같이 점심을 먹고, 청진항으로 이동해서 그곳에 건설된 LNG 가스터미널도 둘러봤다.

“김 위원장님, 그리고 대통령님, 파이프라인을 타고 러시아에서 오는 LNG를 1차 저장하는 시설로 여기서 LNG가 필요한 청진 복합화력발전소는 물론 청진 시내 각 곳으로 LNG를 보냅니다. 그리고 한국의 LNG 선박도 입항하여 싣고 가기도 합니다.”

“저장 용량이 얼마요?”

“50만 톤입니다.”

“50만 톤이라. 그런데 말이오. 동해선 철도가 완성되고, LNG 파이프라인도 다 건설되어, 남조선까지 막힘없이 가스가 가면 이 터미널이 굳이 필요하오?”

“그때는 청진 복합화력발전소 및 청진과 청진 인근에서 사용하는 LNG만 저장할 것입니다.”

“하긴 그러면 되겠군. 어떻든 다들 수고가 많소.”

청진항에 건설된 LNG 가스터미널을 그렇게 둘러보고 이어서는 청진항도 다시 한 번 둘러봤다.

그러니 한국의 자본과 기술이 투입되어 현대화 공사를 한 청진항은 예전의 청진항이 아니었다.

비단 청진항만이 아니라 여기서부터 러시아까지의 동해선은 이미 개선, 개량이 끝나 시베리아 횡단 열차가 시속 250km로 달렸고, 7호선 국도도 반듯하게 4차선으로 나 있었다.

“뭘 그렇게 넋을 놓고 바라보시오?”

“청진이 너무나 많이 변했기에.”

“위대한 우리 한국의 기술과 자본 때문이라는 것만 잊지 마시오.”

“엄밀하게 따지면 위대한 이 지도자의 영도력 때문이지요. 그건 그렇고 이제 그만 삼족오를 보러 가시죠. 아무래도 오늘의 주인공은 청진 복합화력 발전소도 LNG 터미널도 청진항도 아닌 삼족오 같으니까.”

“혹 이곳에 또는 그곳에 중국 간첩은 없겠소?”

“우리 특수작전군과 호위사령부에서 이중삼중으로 비행장을 포위하고 있습니다. 오실 때 보지 못했습니까. 그런데 무슨 중국 간첩이······.”

“알았으니 가기나 합시다.”

일제강점기 일본군에 의해 건설된 어랑비행장(漁郞飛行場)은 함경북도 어랑군 어랑 읍에 있는 공항으로 청진비행장이라고도 한다.

이 공항과 평양 국제비행장의 노선이 유일한 북한의 정기 국내선일 만큼 북한에서는 중요한 공항 중 하나였다.

그래서 역시 현대화 공사와 함께 활주로 확장 공사도 했기에 지금은 민재인 대통령이 타고 온 대한민국 공군 1호기와 내 전용기 참매가 나란히 주기 되어 있었다.

그러나 우리 두 사람의 전용기보다는 더 주목을 받는 비행기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F-1 삼족오의 최초 양산분 4대 즉 대한민국 공군 20전투비행단 1대대의 삼족오 편대로 민재인 대통령의 전용기를 이곳까지 호위하고 온 바로 그 기체였다.

“하하하! 때깔부터가 아주 마음에 듭니다. 들어.”

“하여튼 김 위원장 때문에 저 조종사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이곳까지 전투기를 몰고 왔으니 그리 아시오.”

“무슨 위험이 있었다고 그런 말씀을······.”

“이 전투기들은 지금 시험 비행을 해야 할 때인데, 이 먼 곳까지 왔으니 이곳까지 온 그 자체가 바로 목숨을 건 위험한 일이 아니고 무엇이오.”

“시험 비행이야 양산하기 전에 수도 없이 했을 것이고, 그래서 양산 결정이 나서 양산했으면, 창공을 자유롭게 날아다녀야지 무슨 또 시험 비행을 한다고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전투기가 무슨 자동차요. 양산 기체라고 막 하늘을 날아다니게.”

“자동차가 어떻게 하늘을 납니까?”

“내 말은 그 말이 아니라 양산 기체라도 무슨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시험 비행을 계속하고, 그래서 시험 비행에 합격하면, 그때 비행단에 배치해서 운용해야 한다는 말이오. 그런데 김 위원장이 하도 조르는 바람에 저 조종사들이 목숨을 걸고 이곳까지 몰고 왔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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