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2화 〉 폭풍전야(4)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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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물음에 피식 한번 웃은 민재인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독일 총리 메르켈 등과 함께 테이프 절단식은 하려고 역사 안으로 오는 일본 총리 이시바를 힐끔 한번 쳐다본 다음 이렇게 말했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피식 웃고 말았다.
“내가 초청한 것이 아니라 자기가 억지로 온 것이오. 그런데 쫓아낼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억지로 자리는 만들어주었으나 나도 김 위원장처럼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매한가지니 그냥 조금만 참으시오.”
“저놈이 똥줄이 타기는 타는 모양이군요.”
“아마 그럴 것이오. 이로써 유럽으로 가는 물류는 우리가 완벽하게 장악할 것이니 말이오.”
“그래서 말인데, 저 일본놈들이 이 시베리아횡단철도를 이용하려고 부산항까지 물동량을 싣고 오면 항만이용료는 물론 열차 운송비도 듬뿍 받으십시오. 우리도 국경 통과료를 듬뿍 받을 것이니까 말입니다.”
“처음부터 너무 바가지를 씌우면, 자칫 이용 안 할 수도 있으니 적당하게 받으시오. 즉 빼도 박도 못할 만큼만 받으라는 말이오.”
“그건 당연하죠. 그리고 그런 것은 내가 전문입니다. 그런데 중국 놈들은 뭔 다른 말이 없었습니까?”
중국은 이때까지 가타부타 뭐 별다른 말이 없었다.
그러니 더 남북에 불안감을 가중하게 했으나 첩보로 전해지는 소식은 아주 많아서 우선 새로 생산되는 J-20 전투기와 99식 전차를 모두 북부 전구에 배치해 전력을 크게 증강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북부 전구를 동원한 대규모 훈련을 시행하고 있고, 그 훈련에 중부 전구의 일부 전력까지 합세했다는 것 등등이었다.
“없었소. 그러니 더 불안하군. 아, 북부 전구와 중부 전구의 합동 훈련 소식은 들었소?”
“들었습니다. 그 가상 적이 공화국이 아니라 한국까지라는 것도요.”
“그래서 말인데, 우리가 이길 수 있겠소?”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으니 한번 붙어보자고 나오면 붙어 봐야지요. 승패는 병가지상사니 온 힘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꼭 제갈공명 같은 소리하고 있네. 그리고 김 위원장이 지금 그런 한가한 소리나 할 때요?”
“그럼 뭔 말을 합니까?”
“됐소. 얼른 가기나 합시다.”
서울역사 안에 마련된 시베리아횡단철도 테이프 절단장 근처에는 이미 수많은 내외신 기자들이 진을 치고, 이 역사적인 사건의 취재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민재인 대통령님. 김정은 위원장님. 그리고 러시아 푸틴 대통령님, 미국 부통령 데이비드, 독일 총리 메르켈, 핀란드 총리 티모, 폴란드 총리 마테우시, 벨라루스 대통령 알렉산드르, 몽골 대통령 할트마긴, 프랑스 외교부 장관님 순으로 서 주시고 그다음은······. 지금부터 시베리아횡단철도 테이프절단식이 있겠습니다. 3! 2! 1! 절단!”
테이프가 절단되자마자 팡파르가 요란하게 울려 퍼지고 오색 꽃가루도 휘날리기에 잠시 바라보다가 사회자의 안내로 시베리아횡단철도의 첫 기적을 울릴 열차가 정차한 선로로 내려갔다.
“본 열차는 우리 기업 한대에서 만든 것으로 단거리 노선을 위한 좌석을 비롯해서 장거리 노선을 위한 침대 객차와 식당 객차, 비즈니스 객차, 음료 객차, 휴게실 객차, 샤워실 객차 등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객차가 잘 마련되어 있어 장거리 여행에도 승객이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도록······.”
열차 안내에 이어서 오늘 이 행사에 참석한 각국 지도자를 위한 특별 객차에 탑승하자 내 자리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 옆자리였다.
하여 친한 척을 좀 하다가 불쑥 이렇게 물었다.
“대통령님, 중국이 뭐라고 불만을 터트리지는 않던가요?”
“이 시베리아횡단철도 문제 말이오? 아니면 희토류 채굴과 그에 따른 중국의 조처에 관한 문제 말이오?”
“둘 다요.”
“이 시베리아횡단철도에 관해서는 우려를 표시했소. 자기들 나라를 지나는 중국횡단철도, 만주횡단철도를 두고, 또 자기들 나라는 쏙 빼고 노선을 정했다고 말이오. 그래서 내가 남북과의 관계를 회복하라고 권했고, 희토류 채굴과 중국의 경제 제재에 관해서도 남북과의 원만한 관계부터 회복하라고 충고했소. 이만하면 김 위원장 마음에 드시오?”
“그럭저럭 이오.”
“남북도 중국과 웬만하면 관계를 회복하시오. 이러다가 우리 러시아의 동맹국끼리 충돌이라도 벌어지면······.”
“대통령님, 우리 북남은 결단코 중국과의 충돌을 원치 않습니다만, 지금 돌아가는 꼴을 보니 중국은 그냥 있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중국이 전차를 앞세우고 우리 국경을 넘어오면, 그때 대통령님은 어떻게 하실 요량이십니까?”
“그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게 미리 방지하는 것이 내가 할 일 아니요.”
“그래도······.”
일본 총리 이시바 놈이 곁으로 다가오는 바람에 이렇게 말을 끊어야 했다.
그런데 눈치도 없는 놈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김 위원장님, 오늘 드디어 이렇게 만났으니 우리 일본과 조선의 정상회담을 조속한 시일 안에 개최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래서 일본과 조선 간의 수교와 그에 따른 여러 문제를 논의하고······.”
“총리, 그전에 일제강점기 우리 공화국이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이 먼저요. 그러니까 공화국의 대일청구권 금액으로 10조 달러를 내시오. 그럼 내 일본과의 정상회담은 물론 국교수교, 일본인 송환 등을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겠소.”
“10조 달러요?”
“그렇소. 귀국의 경제 규모에 비하면, 그리 큰 액수도 아닌데 뭘 그렇게 놀라시오.”
“그래도 10조 달러는 천문학적인 돈이니......, 김 위원장님, 그러지 말고 1조 달러면 어떻게 생각은 해보겠으나······.”
“그럼 없던 일로 합시다. 그 대신 유럽으로 가는 일본 수출 물동량이 이 철도에 실려서 우리 영토를 통과하려면, 제법 많은 국경 통과료를 내야 할 것인데, 그건 미리 계산하고 있으시죠?”
“적정한 국경통과료는 이미 고려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선 귀국과 우리 일본 간의······.”
“10조 달러 내라니까. 한 번에 내기 부담스러우면 선금으로 100억 달러를 먼저 내시오. 그럼 내 그 성의를 봐서 긍정적으로 생각은 한번 해보겠소.”
“100억 달러를 선금으로 내면, 정말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시겠습니까? 약속하시는 겁니까?”
10조 달러가 아니라 100억 달러쯤은 언제든지 낼 마음이 있는지 일본 총리 이시바는 이렇게 물어왔다.
그래서 그렇다고 약속해주고 말았으나 분명히 선금이라는 못을 박았고, 대일청구권 총액은 10조 달러라고 강조에 또 강조했다.
그런데도 빙그레 웃는 것을 보니 마치 100억 달러로 대일청구권을 쓱싹할 생각이라도 가진 것 같았으나 그건 저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어떻든 중국이 압박을 가해오는 지금 일본이 100억 달러라도 내놓는다면, 그 돈으로 더 많은 군비 증강을 할 수 있었으니 내가 이렇게 선심 쓰듯 약속을 해 준 것이었다.
“빠앙~”
내외빈과 이 열차를 이용해서 여행을 떠나는 150명의 여행객이 모두 타자 열차는 이렇게 기적을 울린 다음 드디어 서울역 플랫폼을 떠나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역사적인 첫 열차가 운행하는군요.”
“다 민 대통령님의 용단 덕분입니다.”
“대통령님의 결단 덕분이지요. 그리고 오늘을 기점으로 우리 한국과 귀국 러시아 간의 교역이 더 활발해지기를 기대합니다.”
“올해는 천연가스를 빼고도 교역액 1,000억 달러는 될 것이나 그래도 좀 부족한 것 같으니까 인프라 건설, 조선, 신기술, 금융, 원격의료, 농업, 관광분야에서도 협력을 더 강화하여 양국 간의 교역액 2,000억 달러 달성을 위한 기반을 강화하기로 하시죠.”
“물론입니다. 우리 양국이 이 철도처럼 함께 앞으로 쭉 달려가야죠.”
“이 철도처럼요.”
“그렇습니다. 이 철도처럼 막힘없이요. 그리고 우리 화물과 열차 관광객도 막힘없이 그리고 불편함 없이 또 안전하게 통과되고, 관광할 수 있도록 대통령님의 각별한 관심 부탁합니다.”
“당연한 말씀입니다. 이 열차 때문에 내가 저 김정은 위원장에게 뜯긴 것이 얼마인데요. 그러니 화물과 관광객의 안전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민재인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이 말을 한쪽 귀로 들으면서 나는 독일 총리 메르켈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이어서는 몽골 대통령 할트마긴과도 대화를 나눴다.
이처럼 특별 객차에 탄 각국 지도자는 자신의 관심 분야에 관해 각국 지도자와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누는 그야말로 그런 자리였다.
그때 열차는 철원 백마고지역을 지나서 휴전선에 새로 지은 남북합동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관광객과 화물은 남북이 공동으로 시행하는 출입국 등의 심사를 받았으나 심사는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여행객이 불편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어떻든 서울역에서 그렇게 휴전선 남북합동 출입국관리사무소까지 간 나와 민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각국 지도자는 그곳에서 내렸고, 열차는 우리를 두고 휴전선을 넘어 북으로 달려갔다.
휴전선에서부터의 구간 설계기준이 시속 250km였기에 북한 강원도 평강까지는 금방일 것이다.
그러나 아직 공사 중인 평강에서 원산까지는 고작 시속 50km 정도로 열차가 달릴 것이고, 원산에서 동해선으로 전환되면 공사가 끝난 구간에서는 역시 시속 250km, 공사가 진행 중인 구간은 시속 50km 내외로 러시아와 북한의 국경 역인 두만강 역에 열차는 다다를 것이다.
그럼 그곳에서 열차의 대차를 광궤용으로 전환하거나 표준궤용으로 교환할 수 있는 대차 교환 시설을 그쳐 러시아로 들어가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북한 그리고 러시아는 철도의 궤간이 표준궤와 광궤로 차이가 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대차 교환은 승객들을 태운 상태로 열차가 대차 교환 장소로 들어가서 이루어지는데, 이즈음의 대차 교환 기술은 예전과 달리 많이 향상되었기에 금방 대차를 교환할 수 있었다.
“자, 다 봤으면, 이만 돌아가시죠.”
분단의 땅 휴전선에 세워진 남북합동 출입국관리사무소와 비무장지대도 관광이 되는지 각국의 지도자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기에 내가 나서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자 다들 좀 아쉬운 듯 돌아서는데, 그 모습을 보니 비무장지대 몇 곳을 선정 개방해서 관광지로 만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떻든 그렇게 다시 특별 열차 편으로 서울로 돌아온 다음 청와대에서 각국 지도자가 참가한 가운데 만찬이 열렸고, 다음날도 오찬과 만찬이 이어지고, 개별 정상회담도 열리는 등 시베리아횡단철도 임시 개통식은 성황리에 그렇게 끝이 났다.
그리고 매일 한편의 화물열차가 부산에서부터 출발해 서울을 거쳐 북한 땅을 지나 유럽으로 달려갔고, 역시 한편의 관광 열차가 부산, 서울, 평강, 원산, 청진을 거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들어가 대륙의 끝으로 달려갔으니 한마디로 신기원이 열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