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8화 〉 F-1 삼족오(10)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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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묘향산 관광과 보현사 복원이라는 숙제 앞에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을 때, 평양 옥류관에서는 북한 특수부대 중 특수부대라는 총참모부 작전총국의 강일수 소장이 공필영 대령 등 한국군 특수부대원들을 맞아 저녁을 대접하고 있었다.
그 강일수 소장은 175㎝ 정도의 키에 다부진 몸매와 날카로운 눈매, 그리고 그 눈매에 맞는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예리한 눈까지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누가 봐도 범상치 않은 인물로 보였고, 실제로도 그는 특수부대에서 잔뼈가 굵어 기어이 장군까지 진급한 살아있는 북한 특수부대의 전설 중 한 명이었다.
“내래 남조선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동무들을 이렇게 만나니 감개가 무량하고, 참으로 말로 할 수 없는 이상한 감정 같은 것이 드는 것도 사실이오. 그러나 위원장 동지의 특별명령으로 이 자리에 왔으니 과거는 이제 접어두고, 앞으로는 여러분과 함께 생사를 같이할 것이니 다들 내가 별로 반갑지 않아도 반겨주기요.”
“반갑지 않았다니요. 반갑습니다. 그리고 우리 대원들도 대통령님의 특별명령으로 휴전선을 넘을 때부터 북한 대원들과 생사를 함께하기로 하고 왔으니 안심하십시오.”
“그렇다면 자, 다 같이 잔을 듭시다. 북남 화합을 위하여!”
“남북 화합을 위하여!”
“위하여!”
건배 제의에 이어 시원하게 술잔을 들이킨 강일수 소장이 잔을 공필영 대령에게 넘기면서 이렇게 말했다.
“자, 공 대령. 내 잔 한잔 받기요. 북남 기갑부대, 공군과 해군 합동훈련에 이어서 기어이 우리 차례까지 왔으니 내 반가운 마음을 가득 담아 따르겠소.”
“환대해 주어 고맙습니다. 그리고 육해공군보다야 우리 특수전 부대의 단합이 더 의미가 있는 일이니 앞으로는 자주 이렇게 만나서 우의를 다졌으면 합니다.”
“나도 그러고 싶지만, 우리는 우의를 다지기 위해서 만난 것이라기보다는 임무를 완수하려고 만난 것이니 그것이 안타까울 뿐이오.”
“임무를 완수하면서도 우의는 다질 수 있습니다.”
“그러기야 하겠지만, 여기 대원 중에서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겠소.”
합참 작전처 공필영 대령이 이끌고 온 해군 특수전여단 1개 팀, 특전사령부 13특수임무여단 1개 팀, 707 특임단 1개 팀 등의 대원들은 아직 정확한 작전 내용을 몰랐지만, 대충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기에 강일수 소장의 이 말에 다들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다들 살아남을 것입니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소. 하여튼 또 건배합시다. 작전 성공을 위하여!”
“위하여!”
또 한 잔을 마신 강일수 소장이 맞은 편에 앉은 707특임단 소속의 서민재 중위를 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동무는 특수부대원 말고, 남조선에서 영화배우를 했으면 훨씬 성공했을 것 같은데 말이야. 그러니 지금이라도 그만두고 영화배우 하는 것이 어떻겠소?”
“칭찬 감사합니다.”
“칭찬이 아니라 진심으로 하는 말이오. 동무는 특수부대원 하기에는 너무 잘 생겼어. 예부터 남남북녀라고 했지. 그래서 그런지 공화국에서는 호위총국의 민은정 소장이 가장 아름답고, 내 보기에는 동무가 남조선에서 가장 잘생겼을 것 같은데 말이야.”
“역시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그리고 이곳으로 오면서 민은정 소장님을 얼핏 봤는데, TV에서 보던 것보다 실물이 훨씬 더 아름다우시더군요. 그래서 소장님의 남남북녀라는 그 말은 인정하겠으나 저는 한국에서 그저 평범한 얼굴일 뿐입니다.”
“하하하! 동무는 얼굴도 잘생겼는데, 성격도 좋구먼. 그래. 그리고 나도 얼핏 봤는데, 동무를 인솔하고 온 남조선의 그 강수진 비서관도 미인이더구먼.”
“그래서요?”
“그래서는 뭐겠어. 민은정 소장은 쳐다보지도 말고, 그 강수진 비서관이나 꼬이라는 말이지. 하하하!”
강일수 소장이 이렇게 웃는 바람에 공필영 대령 등 한국 특수부대원들도 모두 따라 웃었다.
그러자 서민재 중위는 잠시 얼굴을 붉혔다가 이렇게 말했다.
“저보다 직책이 높은 사람은 싫습니다. 지금도 보십시오. 저희는 장군님 만나고 있는데, 강 비서관님은 민은정 소장님과 함께 김정은 위원장님 만나고 있지 않습니까.”
“자기보다 직책이 높은 애인이 있으면 얼마나 좋은데 그래. 그리고 남자가 야망이 있어야지.”
“그러시는 장군님은 직책이 높으신 마나님을 모시고 사십니까?”
“나 총각이야.”
“뭐라고요?”
“내가 총각이라서 이런 충고하는 거야. 그리고 직책 높으신 애인 있으면 혹시 알아. 진급도 빨리 될지 말이야. 그리고 그 나이에 1급 비서관에 소문에 의하면 민재인 대통령이 가장 믿는 비서라면서. 거기다가 위원장 동지도 무시로 만나고, 민은정 소장과는 친구고, 내 남조선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민재인 대통령이 퇴임한 다음 벌어지는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그 강수진 비서관도 반드시 출마할 거야. 그러면 100% 국회의원이 되겠지. 그럼 든든하게 자네 뒤를 봐줄 것이 아닌가 이 말이야. 그러니 그 강수진 비서관을 꼬여. 그 잘생긴 얼굴로.”
“애인이 저보다 직책 높은 것도 싫지만, 정치인은 더 싫습니다.”
“남자가 쫀쫀하게 그게 뭔가. 그리고 남자는 야망이 있어야 한다니까.”
“자자. 우리 서 중위 그만 놀리시고, 제 잔 한잔 받으십시오.”
공필영 대령이 이렇게 끼어드는 바람에 강일수는 놀리려고 했는지 아니면 농담으로 그랬는지는 몰라도 서민재에게 더 뭐라 하지 않고, 일단 그가 주는 술잔을 받아 시원하게 비워버렸다.
그리고는 공필영 대령에게 다시 잔을 건네주면서 아직도 미련이 남아있는 듯 이렇게 말했다.
“자, 내 잔도 받으시오. 공 대령! 그런데 공 대령은 선배가 되어서 후배에게 남자가 야망을 품어야 한다고 충고도 해주지 않고 뭐 했소?”
“저도 솔직히 그러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 강수진 비서관님에 대해서는 저도 들은 말이 있기에 망설이는 겁니다. 그게 무엇이냐면, 저번에 강수진 비서관이 미래연합군사령부에 왔을 때, 대통령님께서 남북 합동훈련을 성사시킨 공으로 합참의장님께 사령부에서 가장 잘생긴 총각을 뽑아 데리고 가서 강수진 비서관님 점심을 사주라고 했답니다.”
“그래서?”
“그런데 강수진 비서관님이 미래연합군사령부에 잘생긴 총각이 아무도 없다고 했답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도 대통령님과 국방부 장관님, 합참의장님, 공군 참모총장님이 같이 있는 자리에서는 한술 더 떠 합참은 물론 공군에서도 잘 생긴 총각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고 했답니다.”
“또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되겠습니까. 바로 국방부 장관님이 특명을 내려서 합참과 공군에서 가장 잘생긴 총각을 찾으라고 했죠.”
“그런 일이 있었소? 아니, 그런 특명도 있었다니, 하여튼 그래서?”
강일수 소장이 자꾸‘그래서’라는 궁금증을 표시하면서 묻자 그 자리에 있던 한국 특수부대원들과 북측 인사들도 기어이 귀를 쫑긋 세우면서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이런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고, 그 내용도 제법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장관님이 그런 특명을 내린 이유가 바로 공군 참모총장님께서 남북 공군 간의 모의 공중전을 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런데 그러려면 누구에게 부탁해야 남북 공군 간의 모의 공중전을 성사시키겠습니까?”
“남조선 민재인 대통령!”
“그랬죠. 그러나 대통령님은 강수진 비서관님에게 부탁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까지 합참의장님이 잘 생긴 총각을 뽑아 데리고 가서 강수진 비서관님에게 점심을 사지 않았으니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런 부탁하기 어려웠겠군.”
“부탁하기 어려웠겠으나 합참의장님이 기어이 다시 부탁했습니다. 그래서 강수진 비서관님이 우리를 혹처럼 데리고 이곳 평양에 왔고, 지금 남북 공군 간의 모의 공중전을 위해서 김정은 위원장님을 만나고 있으니까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기다려봐야겠죠.”
공필영 대령의 이야기가 제법 흥미진진했는지 강일수 소장은 물론 한국 특수부대원들과 북측 인사들도 귀를 쫑긋 세우고 이야기를 듣다가 이야기가 다소 허무하게 이렇게 끝나버리자 다소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건 서민재 중위도 마찬가지였다.
자신 때문에 시작된 이야기가 다소 허무하게 끝나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때 강일수 소장이 이렇게 물었으니 기어이 내 동생 수진과 서민재 중위를 엮어줄 특명이라도 받고 온 사람 같았다.
“공 대령, 그럼 지금도 남조선 합참과 공군에서 강수진 비서관에게 소개해줄 잘생긴 총각을 찾고 있소?”
“아직도 찾고 있습니다.”
“그럼 공 대령이 여기 서 중위를 추천해 주시오.”
“진작 서 중위를 알았으면, 그랬겠으나 저도 오늘 서 중위를 처음 봤고, 이제 다시 돌아갈 날이 요원하니 언제 의장님께 추천하겠습니까.”
“그럼 직접 하기요.”
“뭘 하라고요?”
“강수진 비서관도 여기 평양에 있고, 서 중위도 여기 평양에 있으니 공 대령이 두 사람을 직접 소개해 주기요. 그럼 공 대령은 남조선 국방부 장관의 특명을 완수하는 것이 아니요.”
“그건 그렇지만, 강수진 비서관님을 다시 만날 수나 있을지 그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어떻게 제가 두 사람을 소개해 주겠습니까.”
“만날 수 있소. 강수진 비서관은 내일 민은정 소장과 함께 묘향산으로 갈 것이니까. 그리고 그 일 때문에 호위총국에서 이미 경호와 경비를 위해서 묘향산으로 일부 출발했고, 일부는 대기 중이오. 우리 총참모장께서도 총참모부에 특명을 내려 강수진 비서관의 안전을 위해서 전군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경호하라고 지시했기에 그 내용을 나도 알게 됐소. 그리고 그 길에 우리도 따라갈 것이니까.”
여기까지는 모르던 일이라 공필영 대령 등 남측 특수부대원들은 다시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강일수 소장과 서민재 중위를 번갈아 쳐다봤다.
“강수진 비서관님이 묘향산으로 가는 길에 우리도 따라서 간다고요?”
“그렇소. 그러나 우리는 묘향산에 들를지 안 들릴지 그건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공 대령이 강수진 비서관에게 대원들이 얼마간 개마고원에서 혹독한 훈련을 할 것이고, 그 이후에는 작전에 투입될 가능성이 크므로 그전에 묘향산 보현사만 보고 가게 해달라고 부탁을 해보시오. 그럼 아마 부탁을 들어줄 가능성이 클 것이고, 그러면 그때 자연스럽게 여기 서 중위를 강수진 비서관에게 소개해 주는 것이오. 내 생각이 어떻소?”
“좋은데요.”
“하하하! 그렇다면 그렇게 하시오.”
그때 한국 특수부대원들이 이구동성 한마디씩 하면서 끼어드는 바람에 가장 난처해진 것은 공필영 대령이 아니라 서민재 중위였다.
“대령님, 아주 좋은 계획입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대령님.”
“저도 보현사에는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불교 신자입니다.”
“서민재 중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