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7화 〉 F-1 삼족오(9)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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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재인 대통령의 거듭된 말에 합참의장 김태호는 물론 공군 부의장 조성식까지 마치 자기들이 뭔가 잘못한 사람들처럼 안절부절못하고, 자기 말에 어떤 대답도 내놓지 않자 수진이 다시 한 번 더 이렇게 못을 박듯 말했다.
“의장님이 만약 저 몰래 어떤 특혜라도 주면, 남북공군 합동훈련은 물론 앞으로 북과의 어떤 협력도 기대하지 않으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하하하! 내 이래서 우리 강 비서관을 좋아하오. 서 장관은 안 그렇소?”
“맞습니다. 대통령님. 저번에 저와 함께 평양에 갈 때도 제가 동생에게 휴가라도 주려고 했더니 강 비서관이 이유 없이 동생에게 어떤 특혜도 주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때 동생에게 휴가도 주지 못했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소?”
“예, 대통령님.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과 담판을 지어서 기어이 남북 해공군 합동훈련을 성사시킨 이후에도 제가 강 비서관에게 보답이라도 하려고 다시 의사를 물었으나 역시 거절했습니다.”
“역시 강 비서관이야.”
“맞습니다. 대통령님. 그리고 합참의장, 강 비서관에게 밥부터 사. 공군 부의장 자네는 남북공군 합동훈련을 다시 하고 싶으면, 역시 강 비서관에게 밥부터 사고, 공군에서 가장 잘생긴 총각 조종사도 소개해주고.”
“아, 알겠습니다. 장관님!”
“국방부 장관님, 합참이고, 공군이고 잘 생긴 총각 눈을 씻고 봐도 없던데요.”
“하하하! 하하하!”
수진의 이 말에 민재인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 서진성이 너털웃음을 터트리자 김태호 합참의장과 조성식 공군 부의장도 기어이 같이 따라 웃었다.
그 때문에 국방과학 연구소 소장 전병우와 방사청장 조명진, 시험조종사 등도 따라 웃는 바람에 한바탕 웃음꽃이 피고 말았다.
“자자. 이제 웃을 만큼 웃었으니 우리가 할 일을 진짜 해야 할 때가 되었으므로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늘 잔소리같이 들리겠지만, F-2 삼족오의 비밀은 일급 군사기밀입니다. 그러니 이점 명심하여 우리가 여기서 나가는 순간부터 보안, 경계, 방어를 철통같이 해야 할 것입니다. 다들 알겠습니까?”
국방부 장관 서진성이 가장 크게 대답하는 것으로 말미암아 이곳 20전투비행단은 단장이 공군 소장으로 보임되어 대한민국 최초의 전투비행사단이 됐다.
그것도 모자라서 이 전투비행사단 경비대대는 육군에서 인계받은 M48 전차를 주축으로 복합 비호, 자주 발칸, K-808과 K-806 장갑차로 완전히 무장한 기동경비여단으로 재편됐다.
그리고 그 여단 장병 개개인의 무장도 국방개혁 이후 생산 배치되는 최신 방탄모, 방탄복, 전투화에 개인화기도 K1, K2 소총이 아니라 다산 기공에서 생산한 DSLR 15P(구 DAR-15P)로 바뀌었고, 기지 방공대대에는 천궁 3와 패트리엇 3가 추가로 배치됐다.
또한, 국방과학연구소 항공시험장은 일급 보안시설로 지정되었으며, 국방과학 연구소 삼족오 생산 시설과 삼족오를 양산할 KAI 생산 공장 등도 일급 보안시설로 지정되어 정보기무사령부와 국정원 등에서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하기 시작했다.
물론 최첨단 감시와 경비 장비가 총동원된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그러고 나서 얼마 후 F-1 삼족오가 양산에 들어가자 국방부 장관 서진성과 방사청장 조명진, 국방과학 연구소 소장 전병우가 국방부 청사에서 대국민 보고대회를 열고, 정식으로 F-1삼족오에 대해서 설명하기에 이르렀다.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 최초의 전투기 F-1 삼족오가 성공리에 개발이 끝나 드디어 양산에 들어갔습니다. 그동안 속이 시원하게 이 F-1 삼족오 전투기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설명해 드리지 못한 점 사과부터 드립니다. 그러나 전투기 개발은 어느 나라든 일급 군사기밀이므로 그 점 또한 양해해주십시오. 그리고 오늘 실물을 가지고 와야 했으나 장소가 장소인지라 영상과 모형으로 먼저 국민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는 점 또한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고 F-1 삼족오 전투기는 T-50 훈련기와 그 파종 기종과는 달리 외국의 도움 없이 순수한 우리나라 자체 기술로 만든 최첨단 4.5세대 전투기로······.”
F-1 삼족오는 이렇게 5세대 스텔스 전투기가 아니라 4.5세대 전투기로 소개됐다.
그래서인지 중국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러나 이 삼족오의 실체가 자신들 J-20의 업그레이드 기체임을 그들이 알았다면, 그러고 말았겠는가.
아마도 당장 무력 전쟁은 일으키지는 못해도 다른 방법으로 그에 준하는 조처를 했을 것은 분명했다.
어떻든 삼족오 개발과 양산에 관한 국방부와 방사청, 국방과학연구소의 발표가 있었던 얼마 후 수진은 조용히 또 개성을 찾아 민은정을 만났다.
그러나 혼자가 아니라 합참 작전처 공필영 대령이 이끄는 해군 특수전여단 1개 팀, 특전사령부 13특수임무여단 1개 팀, 707 특임단 1개 팀, 정보기무사령부 1개 팀, 국정원 1개 팀을 동반한 채였다.
“어서 와! 그런데 그사이에 얼굴 좋아졌다.”
“이거 왜 이러세요. 장군님, 요즘 격무에 시달리다 보니 화장도 잘 안 먹는데, 그리고 남북을 통틀어서 장군님보다 얼굴이 더 무기인 사람이 누가 있다고 그러세요. 아마 남북전쟁이 일어나 장군님이 가장 앞에 서서 남침하면, 우리 병사들 죄다 무기 버리고 장군님께 항복하고 말 겁니다.”
“그거 농담이야? 진담이야?”
“농담 반 진담 반. 그리고 이것은 장군님이 이렇게 나올 줄 알고 사온 한국 화장품입니다. 그것도 가장 비싼 것. 아, 샤넬 향수도 있어요.”
민은정과 다시 만난 수진은 그녀와 간단하게 이렇게 인사한 다음 곧장 차를 달려 평양으로 들어갔다.
공필영 대령 등은 북한 총참모부에서 보낸 버스를 타고 그 뒤를 따랐고 말이다.
그리고 그날 저녁 공필영 대령 등은 평양 옥류관에서 저녁을 먹고, 수진은 나와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남북 공군 합동 훈련 그것도 남북 공군 전투기끼리의 모의 공중전에 관한 협의를 했다.
“그런데 강 비서관, 그 F-1 삼족오까지 참가하면 우리 MiG-29로는 상대가 안 될 것 같은데 말이야. 그리고 내 듣기로 삼족오가 5세대 스텔스 전투기로 F-35A보다 성능이 더 뛰어나다고 하던데 정말이야.”
“어디서 들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삼족오는 5세대 스텔스 전투기가 아니라 4.5세대 전투기입니다. 그러니 도그 파이트에서는 MiG-29가 이길 수도 있습니다.”
“강 비서관, 민재인 대통령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나는 속일 수 없으니까 솔직히 말해봐. 삼족오가 4.5세대 전투기야? 아니면 5세대 스텔스 전투기야?”
“4.5세대 전투기입니다. 위원장님.”
“하하하!”
“왜 웃으십니까?”
“아니, 그냥.”
감히 이 하늘 같은 오라버니 앞에서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는 싹수없는 동생을 보노라니 웃음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홀로 세상을 살아가는 아이니 남을 속이고, 남에게 해(害)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한 거짓말 정도야 어떻겠는가.
“그럼 남북 공군 전투기끼리의 모의 공중전 훈련하는 것입니다.”
“물론 훈련해야지. 그래야 우리 공화국 항공군은 미제와 일제 전투기를 상대하는 기술을 배우고, 남조선 공군은 중국과 러시아의 미그기와 그 파생형들을 상대하는 기술을 배우게 되니까. 과거 동독에서 운용하던 독일 공군의 MiG-29도 미제 공군과 자주 모의 공중전 훈련을 벌였고, 도그 파이터에 한해서는 MiG-29가 F-15C와 동등 또는 그 이상으로 평가받았다고 했지. 또한, 인도 공군의 MiG-29나 Su-27 역시 미제 공군의 F-16이나 F-15와 모의 공중전을 자주 하니까 우리도 해야지. 암, 해야지.”
“감사합니다. 위원장님, 그런데 북한 공군이 중국 공군과 얼마나 자주 훈련했습니까?”
“자주 했지. 그러나 이즈음은 하지 않아. 그래도 그들의 전술이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남조선 공군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거야.”
“한때 우리 한국 공군도 MiG-29를 연구용으로 운용 중이라는 뜬소문이 돌았고, 일부 군사 잡지에서는 이것이 기정사실인 양 훈련비행전대에서 운용 중이라는 말까지 당당하게 했으나 우리 공군이 MiG-29를 운용한 적은 없습니다. 이유는 성능이 그야말로 낱낱이 공개된 기종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즉 인터넷을 조금만 찾아봐도 영문 비행 자료가 버젓이 공개되어 있고, 기종의 장단점에 대한 세부적인 부분까지 전부 파악된 보고서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정비할 때에 좌, 우 엔진 형상이 달라 서로 호환이 안 된다거나 이륙할 때에는 시동절차가 수십 단계에 달해 중간에 잘못 조작하면, 수단계를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는 등등 말입니다. 그리고 미군에게 받은 자료도 있고, 교육받은 것도 있지만, 그건 자료이고 교육일 뿐 실전적인 훈련과는 분명 차이가 있을 겁니다. 그래서 공군 조종사들이 저에게 직접 부탁한 것이겠죠. 하여튼 이러저러한 사연으로 여기 평양까지 또 왔고, 제 부탁을 아니, 우리 조종사들의 부탁을 들어주시어 위원장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그냥 고맙다고 하면 될 것을 뭔 말을 그렇게 길게 해. 그건 그렇고 강 비서관은 자주 와도 돼. 또 뭐든 부탁할 것이 있으면, 민은정 소장을 통해서 하면 내가 다 들어주겠어. 저번에 얘기했듯 꼭 동생 같아서 말이야.”
“감사합니다. 그런데 묘향산 건은?”
묘향산 건이란 묘향산 관광과 보현사 복원 건을 말했다.
수진은 저번 민은정 소장과 이 문제에 관해 이야기했고, 그 이후 대한불교 조계종을 찾아가서 묘향산 보현사의 소실된 전각 복원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 결과 조계종에서 보현사 복원에 10억 원을 내놓겠다고 했고, 이 이야기를 들은 문화재청의 건의로 남북협력기금에서도 1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으니 벌써 20억 원이라는 자금이 보현사 복원을 위해서 마련되어 있었다.
“묘향산 관광이 실현되면 우리 공화국이야 좋지. 또 보현사를 복원하면 그것 또한 의미가 있는 일이고 말이야.”
“맞습니다. 이미 조계종에서 10억, 남북협력기금에서 10억. 이렇게 복원 사업비 20억을 준비해 놓았으니 복원하십시오. 우리 한국 돈 20억 원이면, 북한 물가를 계산했을 때 최소한 전각 10개 이상은 복원하겠는데, 왜 망설이십니까?”
“망설이기는 뭘.”
“그럼 하는 겁니다.”
“묘향산 관광과 보현사 복원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