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9화 〉 F-1 삼족오(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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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해공군 합동훈련이 끝난 바로 다음 날 중국 특사가 북한을 다녀갔으면, 중국은 이번 훈련을 예의주시한 정도가 아니라 심각한 우려를 하고 지켜보다가 훈련이 끝나자마자 특사를 파견한 것이었다.
하여 수진이 이렇게 물었다.
“그래서?”
“뭐라고 했겠어.”
“우려를 표한다. 그 정도야?”
“그것보다 더 강도가 높아. 그리고 희토류 채굴에도 강력하게 반대했다고 들었어. 그런데 청와대에는 특사가 안 왔어?”
“아직은······.”
“곧 올 거야. 중국이 북남을 가려서 특사를 보내는 나라는 아니니까 말이야. 그런데 불법체류자 단속은 어떻게 되고 있어?”
대한민국은 이때까지 불법체류자 단속을 하고 있었고, 그동안 단속을 당해 강제 출국당한 불법체류 외국인은 27만 명이 넘었다.
그러니 아직 불법체류자가 약 8만여 명이나 더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또한, 합법적인 외국인 근로자 숫자는 좀 줄어 110만여 명이 넘었으니 이는 매년 고용허가제로 약 6만여 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도입하던 예년과는 달리 올해는 단 한 명의 외국인 노동자도 도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27만 명을 출국시켰으니 아직 불법체류자가 약 8만여 명이나 더 있다는 계산이 나와. 혹 북측 노동자 문제 때문에 그래?”
“들었어?”
“대통령님께 들었어. 그리고 너 만나면 이런저런 것을 논의하라면서 법인카드까지 주셨는데, 이건 내 개인 카드로 계산할게. 신세 갚는다고 하고, 나랏돈 쓰면 되겠어. 안 그래?”
“그냥 법인카드로 계산해.”
“아니, 내 카드로 계산하고, 북에는 없는 곳으로 2차 가자. 프렌치, 이탈리안 음식은 북에도 있지만, 그런 곳은 북에 없을걸.”
“어딘데?”
“좌훈부터 시작해서 거품 마사지, 아로마 테라피, 원적외선 찜질, 전신마사지, 네일아트, 팩, 두피 관리, 화장 등 하여튼 여자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한 번에 다 해주는 그런 곳이야.”
“남측에서는 여자들이 그런 곳에도 다녀?”
“장군님처럼 예쁘면 안 다녀도 되겠지만, 우리 같은 평범한 여자들은 다녀야 합니다. 그런데 사실 나도 일반 피부 미용실에는 가봤어도 그런 고급 스파는 아직이야. 그러니 오늘 한번 가보자. 진짜 신세 갚아야지.”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시작해서 최고급 맞춤 스파까지 수진과 민은정은 그렇게 다니면서 수많은 남북문제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러니 민은정은 나를 대신하는 것이었고, 수진은 민재인 대통령을 대신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내가 북한의 이인자라는 채용해보다 민은정을 더 믿고, 신뢰하는 반면 민재인 대통령은 수진을 그렇게 믿고, 신뢰하는지 그건 모를 일이었다.
“자, 짠!”
“좋지. 그리고 오늘 신세계를 경험하게 해줘서 고마워.”
“친구끼리 고맙다는 말은 사양.”
“알았어. 그리고 북에 오면 이번엔 내가 평양 관광시켜줄게.”
“좋아. 아, 그리고 개성, 백두산, 금강산 말고 우리 국민이 관광할만한 곳 없어. 아니, 묘향산이 그렇게 좋다면서?”
“개인적으로 묘향산을 관광하고 싶은 거야? 아니면, 묘향산 관광 상품을 만들고 싶은 거야?”
“개인적으로도 가보고 싶고, 관광 상품도 만들면 좋을 것 같아. 그래야 남북이 더 가까워질 것이고, 묘향산 인근의 북 주민들도 우리 관광객이 가면 먹고사는 데 조금은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또 보현사의 소실된 전각도 남북이 힘을 합쳐서 복원하면······.”
“개인적으로 묘향산 관광을 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와. 그리고 묘향산 관광 상품과 보현사 소실 전각 복원은 위원장 동지께 말씀드려볼게.”
“좋았어. 그럼 나도 대통령님께 말씀드리고 보현사 건은 대한불교 조계종과 논의해 볼게. 자, 건배하자!”
프렌치 레스토랑, 스파에 이어서 서울 시내 야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남산 인근 호텔 칵테일 바에서 수진과 민은정은 그렇게 잔을 기울이면서 이런저런 논의를 한다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
***
대한민국 군복무기간은 육군과 해병대는 21개월에서 18개월, 해군은 23개월에서 20개월, 공군은 24개월에서 22개월, 사회복무요원 복무 기간은 24개월에서 21개월, 보충역에서 편입된 산업기능요원은 26개월에서 23개월로 각각 단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국방개혁으로 육군과 해병대는 20개월, 해군은 21개월, 공군은 22개월, 사회복무요원은 22개월, 산업기능요원은 24개월로 전환됐다.
이 때문에 다소 반발도 있었지만, 민재인 대통령은 국방개혁을 하면서 군 복무 기간을 육해공 모두 24개월로 늘리려다가 그러면 진짜 극심한 반발이 예상되어서 결국 이렇게 기간을 정하고 말았다.
하나 어디든 군복무기간이 너무 길다고 하는 이가 있는 반면 그런 군에 몸담고 싶은 하는 이가 있듯 내 사촌 동생 서한국도 그런 이 중 하나였다.
녀석은 지난 2019년 7월에 입대했으니 지금쯤은 전역했어야 했다.
그런데 뜬금없이 부사관 지원을 하고는 수진을 찾아와서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는 바람에 수진이 놀라서 이렇게 물었다.
“뭐라고?”
“군대 말뚝 박으려고 부사관 지원했다고 이제 알아들었지. 그런데 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아니, 진짜 대통령과는 무슨 사이기에 우리는 감히 쳐다볼 수도 없는 1급 관리관에 청와대 제1부속실에서 근무해?”
“뉴스 봤으면 알 것 아니냐. 그건 그렇고 너 진짜 미쳤지? 아니, 외삼촌과 외숙모는 뭐라고 안 해?”
“제대해서 복학하고, 졸업하면 바로 실업자 신세인데, 무슨 반대를 하겠어. 너처럼 1급 공무원은 꿈에도 안 되겠지만, 9급 공무원이라도 하려면 경쟁률이 무려 수백 대일인데, 공부도 잘 못 하는 내가. 아서라. 그래서 부사관 지원한 거야. 군대생활 해보니까 뜻밖에도 내가 군대 체질이더라고. 그리고 저격수로도 자질이 있고, 나도 재미있기에 그 길로 쭉 가 보려고 말이야.”
“외삼촌과 외숙모도 허락했다니 내가 더 뭐라고 할 말은 없지만, 이 누나는 그래도 걱정이 앞선다. 앞서.”
“헛소리하지 말고, 대통령과는 진짜 무슨 사이고, 춘천 아파트는 어쩌고, 이 아파트는 또 뭐고, 하여튼 그동안 뭔 일이 있었는지 자세하게 이야기해 봐!”
“인마, 쓸데없는 것 묻지 말고, 먹고 싶은 거나 말해. 그리고 병장이 어디서 1급 비서관님에게 까불어. 만약에 또 까불면, 네 사단장 청와대로 불러서 너 군기 제대로 잡으라고 족치면 어떻게 될까?”
“뭐라고?”
처음에는 수진이 뭐라고 하더니 이제는 서한국이 수진에게 뭐라고 물으면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동갑내기 사촌은 그렇게 아옹다옹하면서 치킨, 족발, 초밥을 시켜서 맥주와 함께 먹으면서 또 이야기를 이어갔다.
“너 아까 우리 사단장 불러서 뭘 어떻게 한다고 했지. 그런데 진짜 네가 높아? 아니면 우리 사단장이 높아?”
“직급은 같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 누나는 청와대라는 뒷배와 통일정책비서관이라는 직책이 있으니까 네 사단장을 부르면 그가 청와대로 안 달려올까? 그럼 네 이야기 실컷 해줄게. 아주 군기를 제대로 잡으라고 말이야.”
“좋겠다. 우리 사단장보다 높아서. 그리고 너 혹시라도 우리 사단장 만날 일 있으면, 절대 그런 헛소리하지 마라.”
“맞다. 저번에 국방부 장관님이 너에 관해 물었는데, 그때 군기 좀 제대로 잡으라고 할걸. 아니다. 합참의장님이 나에게 점심 대접한다고 했으니까 그때 네 이야기 해주마. 군기 제대로 잡으라고. 알았지.”
“진짜 헛소리 할래.”
“그러니까 이 누나에게 잘해라. 잘해. 알았어?”
“야, 이 정도면 잘하지. 뭘 어떻게 더 잘해.”
“누나한테 꼬박꼬박 반말하는 것부터 고치자 동생아. 그럼 네가 이 누나에게 아주 잘한다고 억지로 한번 믿어보고, 네 사단장이 아니라 합참의장님께 널 좀 어여삐 봐달라고 은근히 부탁은 해보마. 그러면 혹시 알아 저격수로 평생 군에서 복무할지.”
수진의 이 말에 서한국이 눈을 이상하게 위아래로 치켜뜨더니 이렇게 말했다.
“헛소리하지 말고, 술이나 마셔. 그리고 합참의장님, 임기는 내년까지거든. 그런데 무슨 나를 평생 군에 있게 해줘.”
“합참의장에서 바로 국방부 장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
“민재인 정권이 얼마나 남았다고 국방부 장관이야. 그리고 보니 너도 1급 비서관 할 날 얼마 안 남았네.”
“동생아, 내년 5월 9일까지가 임기니 아직 일 년 넘게 남았고, 다음 대통령도 현 집권 여당 후보님이 될 것이니 장장 6년이나 더 이 정권이 유지된다. 그러면 그사이에 뭔 일을 할 수 있을까?”
“대통령 바뀌면 의장님이야 국방부 장관이 될 수도 있겠지만, 너는 실업자 될 것이 뻔한데, 뭔 일을 해.”
“내가 실업자가 될지 안 될지는 더 두고 보면 알 일이고, 너나 부사관 교육 잘 끝내고, 다시 1기갑사단으로 가서 군 생활이나 잘해. 그럼 이 누나가 가끔 면회는 가마.”
“부디 실업자가 안 되기를 빈다. 그래야 이렇게 술도 사지. 그리고 혼자 오지 말고, 친구 데려와라. 아니, 그 북한 민은정 소장님 실물도 그렇게 예뻐?”
“아서라. 동생아. 그리고 빨리 꿈 깨라. 민은정 소장은 네가 쳐다보기에는 너무나 높은 곳에 있고, 아무리 사랑에는 국경도 종교도 인종도 나이도 없다지만, 이 누나가 보기에는 그건 그냥 위로하려고 하는 말일 뿐이니까.”
민은정과 혼자만의 짝사랑에 빠진 대한민국 남자가 얼마나 될까.
아마도 수천 명, 아니 수만 명은 넘을 것이다.
그리고 그중에는 서한국도 있었는데, 수진의 이 말을 듣자 그가 오만상을 찡그렸다.
“그냥 악담해라. 해. 그리고 그러지 말고 같이 찍은 사진 있으면 한번 보여줘.”
“동생아, 내가 너에게 딱 맞는 여자 소개해 줄 테니까 빨리 꿈 깨고, 술이나 마셔. 그리고 부사관 교육 잘 받고 알았어.”
“몰라. 그러니 빨리 사진이나 보여줘.”
수진과 그렇게 아옹다옹하면서 기어이 민은정의 사진까지 본 서한국은 그 며칠 후 육군 부사관 학교에 입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