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4화 〉 남북미 3국 정상회담(6)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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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재인 대통령의 이 대국민 담화에 편승해서 온 언론이 나서서 북한 희토류 채굴과 그에 따른 우리 경제에 미칠 긍정적인 영향 등을 온통 장밋빛 전망으로 보도하자 국민 대다수는 그것을 믿었다.
그러나 배알이 뒤틀려서 자빠질 정도로 치를 떠는 이들이 있었으니 그건 역시 야당이었고, 수구 세력들이었다.
그리고 그 희토류 채굴, 남북 합동 군사훈련과는 상관없이 진행된 불법체류자 단속으로 그간 대한민국에서 강제 출국당한 외국인은 22만 명이 넘었다.
그러자 서서히 일손 부족을 호소하는 농어업인이 생겨났고, 그간 중국 불법체류자를 대거 고용해서 일을 시킨 건설업계에서도 약간의 불평불만이 터져 나왔으나 고용노동부 장관은 그런 불평불만에 귀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나 점점 불만의 소리가 높아지자 합법적인 외국인 노동자들만으로도 일손이 충분하다고 그 불평불만을 일축하고, 그래도 모자라는 일손은 내국인을 채용하라고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그러자 이번에는 법무부 장관이 나서서 합법적인 외국인 근로자가 110만 명이며, 아직 단속을 피해 도망을 다니는 불법체류자도 약 10여만 명으로 이들을 합치면, 전체 외국인 근로자 숫자는 120여만 명이 훌쩍 넘는다고 발표했다.
그러니 고용허가제로 연간 약 6만여 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도입하던 예년과는 달리 올해부터는 단 한 명의 외국인 노동자도 도입하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불법체류자를 더 집중적으로 단속한다고 공언했다.
이런 가운데 사성그룹 회장 이희용과 LJ그룹 회장 구경모 회장 등 두 그룹 관계자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윤모, 한국지하자원공사사장 이정수, 그리고 기어이 청와대 2급 선임행정관(이사관)으로 승진한 수진 등이 북한으로 향했다.
3급으로 특채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다시 2급으로 승진한 수진을 두고 야당에서 비판이 나왔지만, 여전히 그들의 목소리는 공허할 따름이었고, 언론도 그간 수진이 관여해서 성사된 일에 대해 호의적인 평가를 하는 바람에 더욱 그 목소리는 묻히고 말았다.
“강수진 이사관님, 공화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호호호!”
“높으신 장군님께서 이곳까지는 또 어쩐 일이십니까?”
“강 이사관님, 승진 축하도 하고, 공화국을 방문하신 여러분들 안내도 하러 왔죠.”
수진 등 남측 인원이 개성공단 관리사무소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마중을 한 북한 인물은 다름이 아니라 이처럼 민은정 소장이었다.
그녀와 함께 이번 희토류 채굴의 북측 실무 대표로 내가 임명한 부위원장 오지용 그리고 국가자원개발성 이진삼, 조선광물공사 사장 조기영 등이 남측 인물을 맞았다.
“자, 꽃다발!”
민은정이 꽃다발까지 건네주자 수진은 환하게 웃었지만, 사성그룹 회장 이희용과 LJ그룹 구경모 회장,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윤모, 한국지하자원공사사장 이정수 등은 서로 다른 알 수 없는 표정들을 제각각 지었다.
그중 사성그룹 회장 이희용은 이번 아니 이 중요한 희토류 채굴에 비록 2급 이사관이지만, 어린 수진이 청와대를 대표해서 나오자 그룹 관계자에게 들은 수진에 관한 보고를 떠올리면서 생각에 빠져갔다.
‘대학생이지만, 다른 곳도 아닌 제1부속실 3급 행정관으로 특채된 것만 봐도 박근애 정권의 유천초 행정관에 못지않은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판단됩니다. 그러나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인연은 찾아볼 수 없었으므로 그 부분은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남북공군과 해군 합동훈련을 청원하고, 실질적으로 김정은 위원장과 담판을 지어 그 훈련을 성사시킨 장본인입니다. 또한, 제주도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이 끝나고 서귀포 관광을 갔을 때 김정은 위원장과의 담소에서 제대로 한 방 먹였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김정은 위원장의 특별비서이자 호위총국 민은정 소장과는 국가도 사상도 종교도 인종도 초월해서 친구가 되기로 했답니다. 그리고 이런 여러 가지 사항을 종합해봤을 때 앞으로의 대북 사업에서 강수진 이사관의 역할이 아주 중요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러므로 그룹의 대북 투자에도 강수진 이사관의 도움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됨으로 앞으로 친분을 더 유지하는 것으로······.’
이희용 회장이 그룹 관계자 즉 국가정보원 정도의 정보력을 가졌다는 비서실에서 보고받은 이런 내용을 떠올리고 있을 때, LJ그룹 구경모 회장 또한 사성그룹만큼은 아니지만 나름의 정보력을 갖춘 그룹 전략실에서 보고한 수진에 관한 내용을 떠올렸다.
그들 두 회장과는 달리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윤모 등 정부 관계자들은 이즈음 민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수진과 자기들을 환영 나온 민은정을 번갈아 쳐다보면서 여전히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장군님께 꽃다발을 다 받고 영광입니다.”
“그렇지. 그런데 네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회장님들 것과 장관님 것도 있어.”
민은정이 이렇게 말하더니 곧 이희용과 구경모 회장, 정윤모 장관 등에게도 꽃다발을 안기자 수진이 희미하게 웃었다.
그때 오지용이 나서서 이렇게 남측 인사들을 환영했다.
“내래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자 당 중앙 군사위원회 위원이며, 정치국 위원, 국무위원회 위원인 오지용이오. 남쪽에서 오신 귀한 손님이신 이희용, 구경모 회장님과 정윤모 장관님, 강수진 이사관님 등을 성심으로 모시라는 위원장 동지의 명령을 받고, 이렇게 민은정 소장 등과 함께 남조선 귀빈들의 공화국 방문을 열렬히 환영하는 바이오.”
“감사합니다. 대한민국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윤모입니다.”
대한민국 정부를 대표하고, 이번 방문단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정윤모 장관이 나서서 이렇게 환영 인사에 대한 답을 하는 것으로 이희용, 구경모 등도 오지용과 악수를 하면서 서로 인사를 주고받았다.
“오! 그 유명하신 강수진 이사관님이시군요. 위원장 동지께서 특별히 모시라는 엄명을 내렸으니 민은정 소장이 각별하게 모실 것입니다.”
“북에서 각별하게 모셔야 할 분은 제가 아니라 정윤모 장관님과 이희용, 구경모 회장님일 것 같은데요.”
“하하하! 역시 듣던 대로이십니다.”
“누구에게 뭘 들었기에 그러십니까?”
“그건 유구무언입니다.”
수진과 오지용의 공식 만남은 이랬다.
어떻든 남측 일행은 내가 다분히 의도한 개성 공단부터 둘러보면서 투자 설명회를 억지로 들어야 했으나 그중에서 더욱 집중적으로 설명을 들어야 한 것은 이희용과 구경모 회장이었다.
“이희용 회장님의 개성 공단 투자 지시가 떨어지면, 그 즉시 우리 건설여단이 동원되어 빠르면 30일, 늦어도 50일 이내 공장 신축이 가능합니다. 그러니 희토류 채굴 계약이 체결되는 즉시 부품 공장만이라도 그도 아니면 예전처럼 TV 조립 공장만이라도······.”
“우리 그룹 대북 투자팀이 여러모로 개성 공단 투자를 검토하고 있으니 잠시만 더 기다려주십시오. 그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하하하! 그럼 기다려야지요. 그런데 LJ그룹 구 회장님은?”
“안 그래도 중국에서 철수하려던 디스플레이 공장과 전기차 배터리 공장 그 2곳을 개성 공단으로 옮기려는 중이니 우리 그룹 투자도 조금만 더 기다려주십시오.”
사성은 지난 2000년부터 2010년까지 평양에서 대동강 TV를 위탁가공한 경험이 있고, LJ도 1999부터 2010년까지 브라운관, 전화기, 라디오 등의 부품을 평양에서 위탁가공한 적이 있다.
어떻든 남측 관계자들은 이렇게 개성 공단을 둘러보면서 투자설명회까지 들은 다음에서야 북한에서 마련한 차를 이용해 평양으로 내달렸다.
그중 수진은 민은정과 함께 내가 보낸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600 풀만 가드에 탑승했고, 이희용과 구경모 회장 등은 다른 벤츠 S500에 나누어 탑승해 평양으로 향했으니 차량만 보더라도 수진과의 의전에 차이가 느껴졌다.
“자, 드시라요. 다른 곳보다는 점심때도 늦었고 하여 이곳으로 온 것이니 마음껏 드시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해보기요.”
“맞습니다. 딱딱한 회담장보다야 자유로운 이곳에서 편하게 점심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어쩌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니 말입니다.”
“그럼요. 장관 동지. 아, 강수진 이사관님께서도 많이 드십시오.”
평양 옥류관, 오지용이 남측 대표단을 데려온 곳은 그곳이었다.
그곳 특실에서 남측과 북측 인사들이 마주 앉아 냉면, 쟁반 국수 등으로 점심을 먹으면서 잠시 덕담도 나누었다.
그리고는 본격적으로 희토류 채굴에 관해 논의를 시작했으나 좀처럼 진척이 되지 않았으니 그건 바로 내 지시로 오지용이 계속 딴죽을 걸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회담장 분위기와는 달리 지상파 3사를 주축으로 구성되어 남측 대표단과 함께 온 한국 공동취재단 기자들은 평양냉면으로 점심을 해결하자마자 앞을 다투어 기사를 송고하고, 방송 화면을 촬영하기 시작했으니 역시 내 지시로 북측에서 모든 편의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래야 수진의 활약이 제대로 대한민국 언론을 장식할 것이고, 그렇게 되어야 1급 관리관이자 비서관으로 승진할 것이 아닌가 말이다.
“우리 대통령님 말씀으로는 사성과 LJ 두 그룹에 귀측 회사 하나, 이렇게 세 곳이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각자 3,000억 원을 투자해 희토류를 채굴한 다음 우선 투자 자금부터 회수하고, 그 나머지는 우리 쪽 두 그룹에 국제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한다고 했는데, 부위원장께서는 왜 자꾸 딴말만 하십니까?”
“정 장관 동지, 내가 자꾸 딴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면 우리 공화국이 너무나 손해를 보는 것 같아서 하는 말 아니요.”
“이 세상 누구보다 바쁜 세계 초일류 기업 사성과 LJ 그룹 회장님들까지 평양으로 불러놓고 그럼 뭘 어떻게 하자는 말씀이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