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9화 〉 남북미 3국 정상회담(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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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이 훌쩍 지난 시점 하나뿐인 혈육 여동생 수진을 만나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그래도 얼굴을 보니 좋은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상황이 상황인 만큼 말투부터 시작해서 표정 행동거지 하나하나까지 어색하지 않은 것이 없을 지경이었다.
그런데도 수진은 예리하게 파고들면서도 나를 궁지에까지 몰아넣지는 않았으니 왜일까.
그동안 정말 궁금했을 것인데도 말이다.
“오래전 언제 어떻게 저를 알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위원장님의 지나친 배려와 관심이 저를 곤란하게 하는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해주시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약속하셨으니 남북공군 합동훈련은 해야 합니다.”
“암, 하고말고. 그러니 그건 걱정하지 말고, 수진 씨를 내가 언제 어떻게 알았는지 그건 절대 말할 수 없으니까 궁금해도 어쩔 수 없고, 또 내가 왜 수진 씨를 곤란하게 만들겠어요. 그러니 그건 안심해요. 알았죠.”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지 말고 오빠의 관심 정도로만 생각하고, 청와대에서 일하면서 앞으로 자주 봐요. 또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악수나 한번 해요.”
“제가 개인적으로 이곳에 온 것이라면, 저를 언제 어떻게 알았는지. 왜 그런 선물을 보냈는지. 제가 북한에 올 때마다 베푼 호의는 무얼 의미하는지. 그런 것을 따져 묻겠으나 제가 개인적으로 온 것이 아니고, 공적으로 온 것이라 궁금한 것이 너무나 많지만, 억지로 참겠습니다. 그리고 역시 공적으로 온 것이라······.”
공적으로 온 것이라서 개인적인 궁금증에 관한 질문은 자제한다는 수진의 말, 얘가 이렇게 공사구분까지 철저히 하는 아이였던가.
내가 알던 그 동생 수진이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렇게나 변해서 낯설게 느껴지는가.
그건 그렇고 수진의 손을 다시 잡아봤다.
비록 악수였지만, 그 손의 온기는 낯설게 느껴지는 것을 넘어서서 혈육의 정을 다시 느끼게 해주었다.
그러나 이제 그 혈육의 정만으로는 동고동락할 수 없는 사이였으니 안타까울 뿐이었다.
“공사를 이렇게 철저하게 구분해서 개인적인 궁금증은 묻어두겠다니 참 대견스럽고,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어 흐뭇해요.”
“위원장님께서 왜 저에게 그런 감정이 드는지 그건 물어도 됩니까?”
“이미 말했듯 그냥 오빠의 마음 정도라고 이해하고, 민은정 대좌와도 잘 지내요. 아마 동갑이지.”
“개성에서 오면서 물어보니 동갑은 맞았으나 민 대좌님 생일이 저보다 빨랐으니······.”
“생일 며칠 빠른 것으로 언니 동생 할 수는 없으니 그냥 친구로 지내요. 그래야 북남의 여러 문제를 두 사람을 통해서 논의하고, 해결하지.”
“제 능력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일일 것 같습니다.”
“그 능력이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일이니 걱정하지 말고, 북남이 협의해야 할 일이 있으면 둘이 만나 수다 떨면서 의논하면 안 풀리는 일도 잘 풀릴 것이오. 그리고 이번 기회에 민 대좌를 소장 즉 장군으로 진급시킬 테니까 수진 씨도 민재인 대통령에게 그에 맞는 직책을 달라고 해요.”
내 동생을 고작 5급 행정관?
말이야. 막걸리야.
박근애 정권에서는 유천추 같은 트레이너도 3급 행정관으로 특채했는데 말이다.
그래서 수진과 카운트파트너가 될 민은정의 계급을 소장 즉 장군으로 올려주면, 수진도 5급 행정관이 아니라 3급 행정관 내지는 2급 선임행정관 정도는 올려 주겠지.
아니, 1급 비서관은 되어야 했다.
“대통령님이 제안한 5급 행정관도 제가 감당하기에는 힘든 직책입니다. 그런데 무슨 염치로 그런 말을 하겠습니까. 그리고 민은정 대좌는 인물과 능력이 워낙 출중하니 진작 소장이 아니라 중장 정도는 돼야 했지만, 저는 9급 서기보 일도 해내지 못할 자질입니다.”
“너무 겸손한 것도 좋은 것이 아니에요. 같이 온 국방부 장관도 못한 남북공군 합동훈련을 성사시켰으니까 그 정도 능력은 되고도 남아요. 그러니 그렇게 하고, 자주 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나 해요. 수진 씨는 아니겠지만, 나는 수진 씨가 꼭 동생 같으니까.”
“......,”
“그런 황당한 표정 지을 것 없어요. 그리고 힘들겠지만, 나를 아는 오빠 정도로는 생각해주고, 같이 식사나 해요.”
진짜 놀고 있네.
내 말에 수진은 그런 표정 같았다.
그러나 사적인 자리가 아니라 공적인 자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인지 내색은 그렇게 많이 하지 않았다.
그런데 수진 보다는 내 말투가 더 웃겼다.
내가 말끝에‘요’또는‘해요’라는 것을 붙여본 지가 언제였을까.
한데, 지금 수진 앞에서 그런 어색한 말투로 어색하기만 한 말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여간에 수진을 만나 말투도 행동거지도 이상한 시간을 지나 다소 자연스러운 자리를 만들려고 식사를 했으나 어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남매간의 오붓한 시간은 이미 물 건너간 지 오래였고, 어색하고 또 어색하기만 한 시간이었다.
하여 식사를 끝내고, 또 차를 한잔 마시고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민은정 대좌와 함께 호텔로 가서 좀 쉬거나 아니면 평양 구경을 시켜달라고 해요. 그리고 저녁 식사 때 다시 봐요.”
“저 혼자만······.”
“국방부 장관을 포함해서 남조선에서 온 모두를 초대할 것이니 그때 봐요.”
“그렇다면 좋습니다.”
“아, 그 자리에서 남북공군 합동훈련을 하겠다고 공식 선언할 것이니 그리 알고.”
이렇게 2년이 넘는 시간 다시 만난 수진과는 일단 헤어졌다.
그러나 곧 저녁 자리에서 다시 만날 것이니 이것은 잠깐의 헤어짐이었으나 진짜 남매간의 오붓한 정을 나눌 자리를 조금이나마 기대한 내 꿈은 이미 산산이 깨어진 지 오래였다.
그때 국방부 장관 서진성 등은 총참모장 김진성에게 공군 합동훈련은 안 된다는 소리만 듣고 있었으니 점심이 입으로 넘어가는지 코로 넘어가는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 기자들도 기삿거리가 없다는 듯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그때 내 전갈이 그들에게 전해졌다.
***
그날 저녁 6시 대동강 수산물 식당 2층 민족료리식사실에서 다시 수진을 만났으나 우리 둘만이 아니라 국방부 장관 서진성 등과 총참모장 김진성, 민은정 등이 배석한 자리였다.
우리 자리 뒤쪽과 옆쪽으로는 남북의 기자들이 자리했고, 평양 일반 시민들이 앉은 자리도 드문드문 있었다.
물론 그사이에는 호위총국이 경호를 서고 있었고 말이다.
“그래, 국방부 장관께서는 우리 총참모장에게 퇴짜만 맞았다고요?”
“예, 위원장님. 그래서 말인데, 다시 부탁합니다. 남북공군 합동훈련을 하도록 조처해주십시오. 이는 비단 우리 한국 공군에게만 이득이 있는 것이 아니라 북한 공군에게도 이득이 되는 일로······.”
국방부 장관 서진성이 열변을 토하는 순간 기자들이 몰려들어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취재에 열을 올렸으니 다들 내가 어떤 대답을 할지 궁금하기는 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내 대답보다는 총참모장 김진성의 말이 먼저 터져 나왔다.
“서 장관, 내가 안 된다고 했으면 안 되는 것이지 위원장 동지께 이 무슨 무례한 짓이오.”
“총참모장이야말로 남북이 모처럼 하나가 될 절호의 기회를 왜 놓치려고 하는 것이오?”
“절호의 기회는 무슨 절호의 기회!”
“자자, 그만! 그만들 하시오. 그리고 내 여기 강수진 양과 오전에 제법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이 문제를 생각해 봤소. 그래서 이런 결론을 내렸으니 총참모장은 내 결정을 따라주시오.”
“명령만 하십시오. 위원장 동지. 그럼 목숨으로 따르겠습니다.”
“그럼 남북공군 합동훈련을 하시오. 여기 강수진 양의 청원을 나도 읽어보았는데, 육군은 기갑부대끼리 이미 우의를 다졌으니 이제 공군도 합동 훈련으로 우의를 다지고, 신뢰를 쌓아 이후에는 북남이 무모한 대치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만에 하나라도 다시 그런 대치가 일어난다고 해도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사태의 확전은 막아야 한다는 그 말에 나도 동의할 수밖에는 없었소. 그러니 합동 훈련을 하시오.”
내가 합동 훈련을 하라는 말을 하자마자 기자들의 카메라가 일시에 터졌고, 짧은 환호성을 터트리는 이도 있었다.
특히 수진에게 카메라가 집중되는 것을 보면서 드디어 기회가 온 것 같아 김진성이 합동훈련을 하겠다고 대답하자마자 이렇게 말을 이었다.
“총참모장, 공군 합동 훈련을 하는 김에 해군 훈련도 같이하면 어떻겠소? 여기 강수진 양과 이야기를 하다가 공군만이 아니라 해군까지 같이 훈련하면 좋겠다고, 건의하기에 생각해 보니 그것도 그럴 것 같아서 말이오. 즉 북남 공군이 편대를 이루어 독도까지 비행훈련을 하고, 그 밑 바다에서는 북남 해군이 독도까지 순항훈련을 하면, 참 좋은 그림이 나오지 않겠소. 그러니 공군은 물론 해군까지 같이 합동 훈련을 하시오. 강수진 양 이제 됐소?”
“예, 예, 위원장님.”
내가 묻자 수진이 얼떨결에 이렇게 대답했는데, 약간 당황한 표정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말을 보탰다.
“그럼 나는 강수진 양의 청원에 답을 했소. 민재인 대통령도 답을 했기에 여기 서진성 장관을 보냈을 것이나 해군 합동훈련은 계획에 없던 것이니 이제 묻겠소. 서 장관도 찬성이오?”
“민재인 대통령님께서도 강수진 양의 청원에 답하시면서 해군 합동훈련까지 하시자고 했으니 저도 당연히 찬성입니다.”
“하하하. 그럼 됐네. 됐어. 자, 모두 잔을 드시오. 여기 강수진 양의 청원이 이루어진 기념으로 건배합시다. 북남을 위하여! 북남 공군과 해군을 위하여! 건배!”
이것으로 민재인 대통령과 나의 협잡스러운 쇼로 말미암아 수진은 남북공군과 해군의 합동훈련을 성사시킨 장본인이 됐다.
그러니 내가 바라는 것처럼 5급이 아니라 3급으로 특채해도 딴죽을 걸 야당이나 그런 세력은 얼마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일 말고도 또 하나의 쇼가 준비되어 있었으나 그건 아직은 시기상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