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8화 〉 남북공군 합동훈련(10)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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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출입기자들로 구성된 특별취재단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총참모장 김진성이 같은 이름을 가진 한국 국방부 장관 서진성에게 이렇게 매몰차게 남북공군 합동훈련을 거절했다.
그 순간 느닷없는 민은정의 등장으로 혹시나 했던 기자들이 실망 어린 표정을 지었으나 그들의 실망이 서진성 국방부 장관만 했을까.
“아니 왜 못한다는 겁니까?”
“엊그제까지만 해도 총부리를 겨누다가 훈련은 뭔 훈련이란 말이오.”
“그 덕분에 남북 상호도발중지 협정식까지 하지 않았소.”
“협정식은 협정식이고, 훈련은 훈련이니 이만 돌아가기요.”
김진성과 서진성이 언성을 높이는 바람에 수진은 끼어들 수가 없었다.
그건 다른 관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총참모부 중장 박철민이 나섰다.
“장관 동무, 총참모장께서 안 된다고 하시니 오늘은 이만 갑세다. 오늘만 날이 아니고 내일도 기회가 있지 않갔습네까. 그러니 오늘은 이만 갑세다.”
“그러세요, 장관님, 총참모장께서 안된다고 하시니 당장은 저도 나서기가 곤란하지만, 내일은 어쩌면 제가 나서서 일을 성사시키는 데 힘을 보탤 수도 있을 것 같으니 말입니다.”
박철민에 이어서 민은정까지 이러고 여타 총참모부 관계자까지 나서자 국방부 장관 서진성은 한발 뒤로 물러나야 함을 느꼈다.
비록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체면을 구기기는 했지만, 오늘만이 일을 성사시킬 기회는 아니었기에 말이다.
그렇게 총참모부를 빈손으로 나온 국방부 장관 서진성과 일행은 민은정과 박철민의 안내로 곧장 옥류관으로 이동해서 늦은 점심으로 평양냉면과 쟁반 국수 등을 먹었다.
그러나 서진성 등 국방부 관계자와 국정인 등 청와대에서 나온 인원들과 수진은 상황이 상황인지라 별맛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이 아니었으나 기자들은 잘도 먹으면서 벌써 기사를 쓰는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북에서 마련해준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기자들은 이런 제목을 단 기사를 속보로 쏟아내기 시작했다.
“서진성 국방부 장관 같은 진성(김진성 북한 총참모장)에게 퇴짜 맞다.”
“남북공군 합동훈련 불발!”
“민은정 대좌까지 나왔으나 훈련이 불발된 이유는?”
“국방부 장관은 홀대받고, 강수진 양은 환대받고?”
합동 훈련과는 달리 이 기사 송고에는 북측이 적극적인 도움을 준 관계로 곧장 한국으로 전송되어 전파를 탔고, 이런 뉴스를 본 대한민국 국민은 설왕설래를 이어갔다.
그러나 서서히 강수진이라는 이름이 국민에게 각인되었으니 이런 일을 벌인 민재인 대통령과 나의 협잡 때문이었다.
다음날 오전 한국 기자들에 더해서 북쪽 기자들까지 지켜보는 가운데, 서진성이 김진성을 다시 만났지만, 역시 남북합동훈련을 거절당했다.
그 바람에 두 사람의 언성이 높아졌고, 종내에는 싸우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남북의 기자들은 그 장면 취재에 열을 올렸으나 가만히 그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던 수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이렇게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게 해 주세요.”
“위원장 동지는 아무나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니시오.”
“그래도 만나게 해 주세요.”
그때부터 김진성과 수진의 눈싸움이 시작됐다.
그런데 그 자리에는 민은정이 없었다.
즉 오늘은 민은정이 수진을 수행하러 오지 않은 것이다.
그건 그렇고 이 희대의 눈싸움에 남북 기자들의 카메라가 일시에 초점을 맞추었다.
‘위원장 동지께서는 왜 이 남조선 아가씨를 남조선 대통령보다 더 극진하게 예우하라고 하셨을까.’
나에게 이런 지시와 함께 남북공군 합동훈련을 퇴짜 놓으라는 지시까지 받은 총참모장 김진성은 이 상황이 이상하기도 했다.
남북공군 합동훈련은 자신이 생각해도 하면, 항공군에 도움이 되면 되었지 해는 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퇴짜를 놓으라고 하지 않나.
이 남조선 여대생은 그 청원을 했다지만, 이상하게도 남조선 대통령보다 더 극진하게 예우하라고 지시를 하지 않나.
하여튼 이 모든 상황이 이상했으나 수진에게는 차마 언성을 높일 수가 없어 그냥 이렇게 눈싸움만 했다.
아니, 눈을 맞추고 수진에 관해 이런저런 추측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민은정이 나타나서는 이렇게 말했다.
“총참모장 동지, 위원장 동지께서 강수진 씨를 만나시겠답니다.”
“민 대좌, 정말이오?”
“그렇습니다. 그래서 제가 온 것이니 강수진 씨는 제가 모시고 가겠습니다.”
“남조선 국방부 장관 동무는?”
“남조선 국방부 장관과 일행은 총참모장께서 직접 점심 대접하시라고 하셨습니다.”
국방부 장관은 홀대받고, 강수진 양은 환대받는다는 제목으로 이미 뉴스를 송출한 모 방송 기자의 눈이 동그래진 것은 그때였다.
그뿐만이 아니라 한국 측 기자들은 물론 국방부 장관 서진성과 국정인 등 청와대 관계자들의 눈도 동그래졌고, 북측 기자들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그건 그렇고 수진은 그렇게 민은정의 안내를 받아 자모산 특각으로 이동했다.
물론 기자 누구도 그 뒤를 따라갈 수 없었음은 당연했으나 국정인만은 고집을 부려서 동행까지는 했으나 자모산 특각 근처까지만 갈 수 있었다.
어떻든 나는 그렇게 내가 환생한 그 자모산 특각에서 2년이 넘는 시간과 공간과 전생과 환생을 뛰어넘어 하나뿐인 혈육 동생 수진을 다시 만났다.
그러나 그건 온전한 만남이 아니었으니 비록 시공과 전생과 환생을 뛰어넘었어도 넘지 못한 벽 바로 이제는 내가 강수진의 오빠 강백호가 아니라 김정은이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사랑스러운 내 하나뿐인 혈육 동생을 만났어도 안아볼 수조차 없었고, 가슴속에 묻어둔 말 어떤 것도 꺼내놓을 수 없는 정말 지랄 같은 만남이었다.
그래도 동생 수진을 본 것은 좋았다.
녀석이 더 어른스러워진 것은 물론 민은정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제법 예뻤기 때문이다.
“하하하! 어서 오기요. 내래 눈이 빠지라 기다리고 있었소. 그리고 이렇게 만나니 반갑기 한량없으나······.”
2년이 넘는 시공과 전생과 환생을 초월해서 수진을 다시 만났지만, 안아주지도 못하고, 입에서 나온 말은 이랬으니 이유는 이제 내가 강백호가 아닌 김정은인 그것 때문이었으랴.
그러나 분명히 눈에서는 꿀이 떨어지고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반갑게 맞아주셔서 제가 더 감사합니다.”
“그래, 그래요. 자자, 그렇게 서 있지 말고 그쪽으로 앉아요.”
호화롭기 그지없는 자모산 특각 응접실에 수진이 앉자 민은정이 차를 들고 와 앞에 놓아주고는 나갔다.
그러니 이제 수진과 나, 둘만이 그 응접실에 마주 앉게 된 것이다.
“아직 이 평양은 날이 쌀쌀한데, 춘천은 어때요?”
“춘천도 아직 추운데, 제가 춘천에서 온 것은 어떻게 아셨습니까?”
“남조선 뉴스를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고, 민재인 대통령이 전화했으니 또한 알게 되었소. 그건 그렇고 어서 차 들어요. 백두산에서 캔 산삼으로 만든 산삼 차니까.”
“저번에 저에게 편지와 산삼 한 뿌리, 미화 30만 달러, 금괴 1kg 3개, 2캐럿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보내셨는데, 그건 무슨 의미였습니까?”
“아무 의미도 없는 그냥 선물이오.”
“조금 전에는 저를 뉴스 보고 자연스럽게 알게 됐고, 민재인 대통령과 통화하는 바람에 알게 됐다고 해놓고, 저번에 보내신 것이 그냥 선물이라면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건······.”
예리하게 따지고 드는 것을 보니 전공을 살려 신문방송 쪽 일을 하면 잘할 것 같았다.
그건 그렇고 이 상황을 모면해야 하는데, 나를 빤히 쳐다보는 수진의 그 눈빛 때문에 뭐라 하지도 못하고 얼버무리자 수진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저를 어떻게 알았고, 그런 것을 왜 보냈는지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생각했지만, 도무지 모르겠고, 민재인 대통령님도 모르는 것 같고, 말씀하지 않으시면 영원히 모르겠지만, 오늘은 그걸 물으러 온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그 이야기와 궁금증은 기회가 다시 올 때까지 잠시 뒤로 미루고, 왜 남북공군 합동훈련을 하지 않으려고 하십니까?”
“공군 합동훈련? 하지 뭐. 하하하! 수진 씨가 그것이 원이라면 해야지. 암 해야지.”
“정말이십니까?”
“물론. 내 약속하겠소. 그건 그렇고 민재인 대통령이 뭐라고 하던가요?”
“무얼 말입니까?”
“아니요. 아냐.”
또 말을 잘못했다가는 뭐라고 따지고 들지 몰라서 청와대에서 일할 것이냐.
뭐 그런 것은 묻지 않았으나 수진이 먼저 이렇게 말했다.
“청와대에서 일하라고 하셨습니다. 그걸 궁금해할 것 같아 말씀드립니다. 왜 궁금해하는지는 역시 도무지 생각해도 모르겠지만, 어떻든 여기까지 와서 위원장님을 만났으니 청와대에서 당분간은 일해야 할 것 같습니다. 민재인 대통령님이 퇴임하거나 제가 졸업하거나 할 때까지는······.”
“전공이 신문방송으로 들었으니 청와대에서 일하면 이후 기자를 하거나 PD를 해도 제법 도움이 될 것이니 하시오. 그리고 민재인 대통령이 퇴임해도 청와대에서 일하고 싶으면, 내가 다음 대통령에게 압력을 넣을 테니까 계속하고.”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저에게 왜 이러십니까?”
“그냥 동생 같아서.”
“동생 있지 않습니까. 김여성 부부장.”
“그 애는 동생이 아니라 못된 시누이 같은 애고, 수진 씨는 진짜 동생 같아서.”
“저를 언제 어떻게 알았기에 동생 같다는 그런 황당한 말씀을 하십니까?”
“오래전부터······.”
나 스스로 잔머리가 좋고, 말도 잘해서 말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는데, 동생 수진 앞에서는 그 모든 것이 소용없는 것 같아서 조금만 더 이야기하면 밑천이 다 드러날 것 같았다.
그럼 이쯤에서 화제를 전화해야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았으니 그것이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