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7화 〉 남북공군 합동훈련(9)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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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과 야당이 논평으로 격돌하고, 이것이 다시 뉴스가 되어 온 언론이 보도하기 시작할 때 수진은 친구 이수영과 춘천 명동 닭갈비 골목에서 느긋하게 닭갈비를 먹고 있었다.
그러나 친구 이수영은 수진의 느긋한 표정과는 달리 짜증 섞인 표정을 한동안 짓고 있더니 기어이 이렇게 물었다.
“넌 진짜 아무렇지도 않아?”
“뭐가?”
“야당 논평 말이야. 그 사람들 그것도 논평이라고······.”
“너는 맨탈이 유리지만, 이 언니는 맨탈이 강철이야. 아니, 티타늄이야.”
“티타늄 맨탈이든 강철 맨탈이든 그딴 논평에는 화날 것 아냐.”
“부모님에 이어서 하나뿐인 오빠까지 하늘나라로 간 날, 이 언니는 그 어떤 일에도 그 어떤 모욕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철 맨탈을 가지게 됐다. 그리고 수영이 너는 가족이라도 있지만, 이 언니는 하늘 아래 혈혈단신인데, 그 정도 논평에도 흔들리면 어떻게 이 험한 세상 나 혼자서 살아갈 수 있겠어. 안 그래?”
“네가 왜 혼자야, 내가 있잖아.”
“네가 있었지만, 우리가 드디어 떨어져서 살아야 하는 날이 다가온 것 같아.”
이 말에 눈이 동그래지는 이수영을 보면서 수진은 희미하게 웃었다.
평양에 다녀오면 분명히 청와대로 가야 할 것이니 이제 고향 춘천을 떠날 때가 된 것이고, 그럼 자연 이수영과도 자주 만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 이 명동에서 고향 음식인 닭갈비를 먹는 것이었다.
“그게 뭔 소리야.”
“몰라. 그러니 어서 먹기나 해.”
“진짜 뭔 소리야? 너 혹시 이사라도 가?”
“서울로 가야 할지도 몰라서 그러니까 그렇게만 알고 있어.”
“서울로 간다고. 진짜?”
“......,”
수진은 그 말에 대해 대답은 해주지 않고, 닭갈비에 이어서 막국수까지 시켜 먹고는 집으로 돌아와 간단하게 짐을 챙겨놓고, 서울로 가면 이 아파트까지 팔아야 할지 말지 그 고민도 잠시 해봤다.
부모님이 남기신 약 13억 원의 유산과 내가 남겨준 약 1.5억 원의 돈과 내 보험금과 위로금 등까지 합쳐서 현금만도 20억이 넘는 돈이 있었으니 서울에 아파트를 살 수도 있었다.
그러니 청와대에서 일하게 되면, 그 인근에 작은 아파트 전세라도 얻거나 아니면 직접 매입할 수도 있었기에 굳이 이 춘천 아파트를 유지할 필요는 없었다.
다음날 수진은 간단한 짐을 담은 여행용 가방을 차에 싣고, 기어이 서울을 향해서 차를 몰았다.
그렇게 차장으로 멀어지는 춘천을 보면서 북한에 가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청와대에서 일하면 또 무엇을 어떻게 할지.
야당과 언론의 공세에는 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그런 것을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아 먹다 보니 어느새 차는 광화문 인근의 어느 호텔 앞이기에 주차하고, 호텔 커피숍으로 들어가니 청와대 제1부속실장 성준기가 반갑게 수진을 맞았다.
“어서 오세요. 체크인은 해 놨으니 편히 쉬시면서 공부할만한 자료를 가져 왔으니 보시고, 내일 오전 9시에 이 커피숍에서 다시 만나죠.”
“그때 가는 것인가요?”
“예, 바로 국방부로 가서 장관님과 함께 이동하시면 됩니다.”
“청와대에서는 누가 안 가나요?”
“국정인 행정관이 동행할 겁니다. 백두산 관광 가실 때 본 적이 있다고 하던데, 기억 안 나나요?”
“아, 기억나요.”
성준기와 그런 이야기를 나눈 다음 늦은 점심까지 먹은 수진은 곧장 호텔 방으로 올라가서 그가 준 북한 군사력 관련 자료와 한국군에 관한 자료를 읽고 또 읽으면서 때아닌 밀리터리 매니아가 되어갔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그 성준기를 다시 만났고, 기어이 국방부 장관 서진성도 만나서 이렇게 인사를 나누었다.
“하하하! 그 유명한 강수진 양이군요. 만나서 반가워요.”
“창군 이래 누구도 이루지 못한 국방개혁을 이루어내신 장관님을 이렇게 만나 영광이에요.”
“이거 만나자마자 아부까지. 하하하!”
“아부가 아니라 진심이에요. 그리고 국방 개혁 덕분에 제 동생이 군 생활할만하다고 하면서도 면회 자주 오라고 아주 성화예요.”
“동생이 복무 중이요?”
“사촌 동생이 1기갑사단에서 저격수로 복무 중이에요.”
“그럼 내가 휴가라도 보내줘야겠군.”
“이유 없이 특혜받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이니 안 그러셔도 돼요.”
“역시 그 누나에 그 동생이군. 어떻든 만나서 반갑고, 갈 길이 머니 이만 출발합시다.”
국방부 장관 서진성이 탄 차가 그렇게 맨 앞에 서고, 그 뒤로 국방부 관계자를 태운 승합차 그리고 수진과 청와대 행정관 국정인이 탄 승용차, 이 회담을 취재할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구성한 특별 취재단이 탄 버스가 그로부터 얼마 후 국방부 청사를 벗어나 북으로 달렸다.
“어서 오시오. 내래 조선 인민군 총참모부에서 나온 박철민이오. 여기는 친애하는 국무위원장 동지의 특별비서이자 남조선 국민이 누구나 아는 호위총국의 민은정 대좌, 여기서부터는 우리래 장관 동무와 남조선 일행을 모시겠소.”
“반갑소. 그리고 그래 주시면 고맙겠소. 민 대좌도 반갑소.”
“그런데 장관 동무, 그 유명한 강수진 양은 어디 있소?”
북한 총참모부에서 박철민이라는 이가 판문점까지 마중 나온 것은 의외가 아닌 듯 서진성도 국방부 관계자들도, 기자들도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은지 별 취재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민은정이 나타난 것은 정말 뜻밖이라는 듯 기자들이 앞을 다투어 취재하기 시작했다.
“제가 강수진이에요.”
“내래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중장 박철민입네다. 여기서부터는 극진하게 모시라는 위원장 동지의 명령입네다. 하여 민은정 대좌까지 나왔으니 저 차로 옮겨 타십시오.”
“말씀은 고맙지만, 저는 제가 타고 온 차를 타고 가겠으니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민은정이 나선 것은 그때였다.
“안녕하세요. 민은정이에요. 위원장 동지의 특별 명령을 받고 나왔으니 불편한 그 차 말고, 제가 가져온 차로 옮겨 타세요. 그래야 저희도 위원장 동지께 혼나지 않으니까 그렇게 해주세요.”
“그래도 같이 온 사람들이 있는데······.”
“그분들은 그 차 타고 따라오시면 되니까 어서 이 차 타세요.”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이 생각하지도 못한 희한하고, 낯선 장면을 취재하느라 주변이 소란스러워지자 청와대 행정관 국정인이 나섰다.
“강수진 양의 안전은 민은정 대좌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것이죠?”
“호위총국의 이름을 걸고 책임질 것이니 아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럼 강수진 양, 저 차 타시죠. 우리는 바짝 뒤를 따라가겠으니까.”
이렇게 수진은 떠밀리듯 민은정이 가져온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600 풀만 가드에 탑승했다.
이 차는 전장 6.5m, 6L V12 엔진이 장착돼 523마력의 출력과 82.6kg.m의 최대 토크를 자랑하고, 운전석과 뒷좌석은 유리 칸막이로 나누어져 있어 자동소총, 수류탄, 화염방사기 공격에도 탑승자를 안전하게 보호한다.
그러나 그것보다 김정은 즉 내가 타는 전용차 중 한 대라는 것이 더 중요한 사실이었다.
참고로 나는 이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600 풀만 가드와 롤스로이스 팬텀 EWB 디아머드를 여러 대 소유하고 있으면서 그날그날 차를 바꿔 타고 다녔다.
그러나 내 동생 수진이 온다는 민재인 대통령의 연락을 받고는 민은정과 함께 이 차를 보낸 것이다.
“불편하게 생각하실 필요 없어요. 편하라고 저를 보낸 것이고, 이 차를 보낸 것이니까요.”
“민 대좌님이 그렇게 말씀하셔도 불편한 것이 사실이에요.”
“그럴수록 더 편하게 생각하세요.”
“그건 그렇고 이렇게 직접 보니 실물이 훨씬 더 미인이세요.”
“수진 씨라고 불러도 되죠? 수진 씨가 저보다는 더 미인인데 뭘 그러세요.”
“어디서 그런 소리 하면 저 돌 맞아요.”
“호호호! 그런가요.”
남북의 두 여자가 국경도 이념도 넘어서서 여자들만의 수다를 시작할 무렵, 총참모부 중장 박철민이 탄 지프가 선두에 서고, 그 뒤로 호위총국 경호 차량이 따르는 가운데 국방부 장관 서진성 일행은 그렇게 평양으로 내달렸다.
그때 기자들을 태운 버스에서는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었으니 그건 민은정의 등장과 내가 보낸 차에 수진이 탄 것 때문이었다.
그러니 수진은 북에 오자마자 뉴스의 중심인물이 되고 있었고, 그것이 나와 민재인 대통령이 일단은 바라는 바였다.
“물론이죠. 그런데 북에는 민 대좌님 같은 미인이 정말 많은지 뉴스를 볼 때마다 그런 미인들이 자주 등장해서 저 같은 평범한 사람 기를 죽이더군요. 물론 그중에서도 민 대좌님이 가장 예쁘지만 말이에요. 그런데 그것도 하나의 대남 전술인가요?”
“경애하는 위원장 동지 덕분에 한국의 걸그룹들이 평양 공연을 할 때마다 평양 인민들이 그 미모에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는데,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그리고 제가 서울 몇 번 가봤는데, 그때마다 마주치는 또래들이 얼마나 예쁜지. 또 옷은 왜 그렇게 잘 입는지. 화장은 또 얼마나 잘하는지 매번 놀라는데도 그런 말을 해요. 하고 수진 씨 말처럼이라면 한국 걸그룹들이 대북공작을 하러 오는 것이겠네요.”
“농담이었어요.”
“제가 가장 예쁜 것도요?”
“그건 진심이에요.”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600 풀만 가드의 실내는 호화로워 운전석과 분리된 뒷좌석은 2열과 3열이 서로 마주 바라볼 수 있는 시트 구조를 갖추고 있고, 모두 전동식으로 조절할 수 있었다.
그런 뒷좌석에서 민은정과 수진은 농담과 진담 사이를 오가면서 수다를 이어갔다.
그리고 기어이는 평양 인민군 총참모부에 도착해서 총참모장 김진성 등과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는 마주 앉았다.
“여기까지 온다고 수고 많았소. 장관 동무! 그러나 북남공군 합동훈련은 할 수가 없으니 그리 아시고, 옥류관에서 가서 냉면이나 드시고 남조선으로 돌아가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