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6화 〉 남북공군 합동훈련(8)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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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민은정과 북한 노동자에 관한 논의를 하는 동안에도 불법체류자 합동 단속은 계속 벌어져서 그날만 해도 5천여 명이 적발됐다.
그리고 법무부에서는 출입국관리법 개정안도 제출했는데, 내용은 역시 불법체류자를 고용한 사업주를 1년 이상의 징역형 또는 2,0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에 처한다는 것이었다.
더불어서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폐지한다는 방침까지 발표되자 대다수 국민은 환영했으나 일부 농어촌과 건설업체에서는 불만이 조금씩 터져 나왔다.
그 다음 날은 전국 각 아파트 건설현장에 각 지방 경찰과 단속 공무원들이 들이닥쳤다.
그중에는 내 고향 춘천도 있었으니 온의동의 어느 대단지 아파트 건설 현장을 강원지방 경찰청과 춘천경찰서에서 나온 경찰이 에워싼 다음 이런 안내방송을 했다.
“지금부터 불법체류자 합동단속이 있으니 현장에서 일하는 모두는 지금 즉시 차례대로 현장 정문으로 나오시기 바랍니다. 어서 나오세요. 불법체류자들은 도망칠 곳이 없으니 순순히 나오시기 바랍니다. 내국인은 동요하지 마시고, 불법체류자를 숨겨주시거나 도피를 도우면 관련법에 따라 처벌되오니 단속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 시간 춘천경찰서 정보과 형사들과 불법체류자 단속 공무원 몇 명은 중국 불법체류자들의 합숙소로 알려진 어느 여관을 급습해서 그곳에 있던 35명을 단속했다.
이처럼 불법체류자 단속은 이제 건설 현장에까지 손길을 뻗치고 있었으니 노동자 80% 이상이 중국 불법체류자라서 내국인 일자리가 거의 없다는 건설업에서도 앞으로는 내국인 일자리가 다소 생길 것 같았다.
그리고 내국인을 고용하고도 모자라는 그 일자리에는 북한 노동자를 채울 생각이었으니 민재인 대통령의 계획은 이처럼 착착 진행됐다.
내 동생 수진은 그때 청와대 청원이 답변 기준인 20만 명을 돌파해서 근 30만 명에 이르자 혹 민재인 대통령이 손을 쓴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으나 대통령이 고작 그런 것에 어떤 조처를 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과연 청와대에서 일할 수 있을까. 해낼 수 있을까. 그것도 남북관계에 관한 일을.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이 한반도에 평화 체계가 온전히 구축되어 전쟁의 위협이 사라진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드는데, 일조할 수 있을까.”
자신에게 그런 능력이 없다고 혼잣말을 하면서도 수진은 어쩌면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떤 자만심인지는 몰라도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것이 가슴 저 밑바닥에서부터 스멀스멀 피어올랐으니 이미 수진은 청와대에서 일해보기로 마음을 먹은 상태라고 봐야 했다.
대통령의 말처럼 어차피 취업은 해야 하고, 전공인 신문방송 쪽 일과 대통령이 말한 청와대에서의 일에 그렇게 큰 차이가 없는 것도 같았으니 이후 청와대 일을 그만두어도 신문방송 쪽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되었지 해는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수진이 그렇게 마음을 굳혀가는 사이 민재인 대통령은 청원 동의 인원이 30만 명을 넘어서자 국방부 장관 서진성에게 답변하도록 하려다가 자신이 직접 이런 답변을 했으니 파격이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요즘 불법체류자 단속 때문에 좋아하시는 분도 많지만 일 시킬 사람이 없다고 불만을 터트리는 분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불법체류자는 말 그대로 불법으로 우리나라에 체류하는 사람들이라 그들에게 일을 시키는 것은 엄연한 불법입니다. 그러니 합법적으로 체류허가를 받은 사람만 고용하시고, 될 수 있으면 내국인을 고용해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그리고 남북공군 합동훈련 청원에 대한 답변을 드리자면, 청원이 참신해서 북한에 제의해볼 생각입니다. 청원인의 말처럼 육군은 지난해 남북이 합동 기갑부대 훈련을 했고, 주한미군도 참가해서 남북미 3국 기갑부대는 이미 우의를 다졌습니다. 그러니 이제 공군 합동훈련으로 남북 공군도 우의를 다지고, 나아가서는 해군까지 남북합동 훈련으로 우의를 다지면서 신뢰를 쌓아 이후에는 저번과 같은 그런 무모한 대치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에 청원인의 청원처럼 남북공군 합동훈련을 국군통수권자인 제가 인민군 총사령관인 김정은 위원장에게 정식으로 제안하겠습니다. 그래야지만, 불행하기 그지없고, 민족을 파탄에 이르게 할 제2의 한국전쟁만은 미리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청원인의 청원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는 것이 될 겁니다. 그래서 제가 청원인께 다시 청원합니다. 이 청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간이 있으시다면, 우리 국방부 장관과 함께 북한으로 가 주십시오. 그리고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당당하게 김정은 위원장에게 요청하십시오. 8천만 한민족이 항구적인 평화를 누리기 위해서 남북공군 합동훈련 나아가서는 해군 합동훈련을 하면서 양국 군대의 선린우호를 도모하자고 말입니다. 더불어서 다시는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지······.”
민재인 대통령의 이 파격적인 청원 답변에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대변인을 잡고 늘어졌고, 기어이는 홍보수석이 나서 대통령의 뜻을 기자들에게 이렇게 전했다.
“대통령께서 답변하신 그대로입니다. 더 추가할 사항이 없으니 그리 아십시오.”
“청원인을 국방부 장관과 함께 북한에 보낸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청원인과는 지금 연락을 취하는 중이고, 연락이 닿아 청원인이 동의하면 같이 보낼 예정입니다.”
“청원인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추측건대 민간인이 분명할 것인데, 과연 그런 협상을 할 수 있을까요?”
“이 기자는 청원을 읽어보지 않았군요. 제가 생각하기에 그 정도 청원을 쓴 청원인이라면, 초등학생이라도 김정은 위원장 또는 미국 대통령을 만나도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것 같았는데 말입니다.”
“그 청원인이 진짜 초등학생이면 어쩌려고요?”
“요즘 초등학생 무시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초등학생이 아니라 유치원생이라도 보낸다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입니다. 이상 더 물으실 것 없죠.”
홍보수석이 이렇게 못을 박자 이제 기자들의 촉각은 과연 청원인이 누굴까에 모였다.
그 며칠 후 수진은 청와대 제1부속실장 성준기를 만나서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하고 있었다.
“굳이 대통령님께서 그러기를 원하신다면, 국방부 장관과 함께 북한에 가겠어요. 그럼 되겠죠?”
“이번 일은 강수진 양의 청원에 대한 대통령님의 결단이니 너무 부담을 가지지 마시고, 그냥 가셔서 청원처럼만 김정은 위원장에게 요구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니 진짜 너무 부담가지지 마세요.”
“그래도 부담이 돼요. 한데 언제 가면 되죠?”
“곧이요. 그리고 그때 다시 연락드릴 것이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계십시오.”
“준비랄 것도 없어요.”
청와대 제1부속실장 성준기는 남북공군 합동훈련 청원인이 초등학생이 아니라는 것에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막상 만나보니 여대생이라는 것에는 다소 당황했으나 곧 민재인 대통령의 뜻을 전달하고는 이렇게 수진의 허락도 얻어 냈다.
그리고는 가벼운 마음으로 청와대로 들어가서 민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으니 그는 수진에 대해서 청원인이라는 것만 알뿐 달리 아는 것은 전혀 없는 상태라고 보면 됐다.
이처럼 수진과 나의 관계에 대해서 확실하게 아는 것은 나 강백호 즉 김정은뿐이었고, 민재인 대통령은 자기 나름대로 우리의 관계를 상상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랬기에 이런 일 즉 수진을 자기 밑에 두고 부려 먹으려는 짓을 벌이면서도 누구에게도 책을 잡히거나 궁금증을 유발할 빌미를 주지 않으려고 부단히도 노력했다.
물론 그것이 향후 수진을 위해서도 자신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었지만, 민재인 대통령의 이런 얄팍한 꼼수를 아는 사람은 천하에 나밖에는 없었다.
그러나 곧 수진의 존재는 언론에 알려졌으니 바로 국방부 장관 특별수행원으로 이번에 남북 공군 합동훈련 추진을 위한 남북 군사 당국자 회담차 평양행에 동참한다고 청와대 대변인이 발표했기 때문이다.
“남북 공군 합동훈련 청원인 22세의 대학생, 이번에 국방부 장관 따라 평양행!”
“남북 공군 합동훈련 청원한 미모의 여대생, 국방부 장관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행!”
그 바람에 이런 제목을 단 기사가 각종 언론에 보도되고, 설왕설래가 한동안 이어지더니 아니나다를까 야당에서 이런 논평을 내놓았다.
“남북 공군 합동훈련이 어디 애들 장난도 아니고, 미모의 여대생을 관광차 데려가는 것도 아니면 왜 평양으로 같이 간다는 말인가. 북한과는 얼마 전까지 선전포고 하에서 대치했다. 그런데 이제는 공군 합동 훈련을 추진한다고 여대생을 끼워 평양 관광을 가는 것인지 아니면 김정은 비위라도 맞추려고 가는 것인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거듭 말하지만, 민재인 정권은 하루라도 빨리 정신을 차리고 이 해괴망측한 쇼를 그만두고, 대북 경협도 모두 중단하고, 더 강력한 압박과 제재로 북핵 문제부터 해결하라. 그것만이 우리의 안보를 튼튼하게 하는 길이고, 동북아의 안정을 위하는 길임을 명심하여······.”
이 야당의 논평에 청와대 대신 집권 여당이 나서서 맞대응 성명을 냈으니 내용은 이랬다.
“정신 빠진 야당 대변인이 미모의 여대생 운운하며, 이 대한민국의 여대생 모두를 성차별하는 듯한 논평을 논평이라고 내놓았다. 이는 우국충정에서 그동안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기발한 청원을 한 강수진 양을 모욕하는 것이자 이 땅의 우국충정에 불타는 대학생 모두를 모욕하는 처사다. 이에 입만 열면 안보 타령하는 야당에 묻겠다. 그렇게 안보. 안보 하면서 군대는 왜 안 갔다 온 것이냐. 그리고 그렇게 입으로만 안보 타령하지 말고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군대부터 가라. 나이가 많아서 안 받아준다면, 관련 법령을 개정해서라도 입대하게 해주겠으니 군대부터 가라. 또한, 우리가 남북경협으로 얻는 경제적 이득이 얼마인지나 알고서 경협을 중단하라고 하나. 여기서 묻겠다. 그 당은 우리나라 정당인가. 아니면 딴나라 정당인가. 하고 민재인 정권이 하루라도 빨리 정신을 차리라고. 하루라도 빨리 정신 차릴 대상은 민재인 정부가 아니라 이런 해괴망측한 논평도 논평이라고 내는 야당임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