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4화 〉 남북공군 합동훈련(6)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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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촌 동생이기도 한 서한국은 아직 1군단 1기갑사단에서 저격수로 군대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녀석도 형제가 없었기에 동갑내기 수진에게 많이 신경을 쓰는 상태, 특히 내가 죽은 이후부터는 더 신경을 쓰는 바람에 자주 수진에게 면회 와라. 밥은 챙겨 먹냐. 잘 지내냐. 저격수가 뭔지 아냐. 이런 내용의 전화와 편지를 자주 했다.
그러니 수진도 자연스레 녀석과 더 친해졌고, 그 덕분에 군사 분야에도 관심을 두게 됐다.
“그럼 이 자료를 보고 공부를 조금 더 해요. 그리고 이 자료도 본 다음 기사를 쓴다고 생각하고, 요점을 정리해서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려요. 그럼 내가 보고 북한 평양에 보내주겠으니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서 남북공군 합동훈련을 하자고 해요. 아니, 꼭 그 일을 성사시키고 와요. 그럼 내가 강수진 양을 청와대 5급 행정관으로 특채할 테니까.”
“......,”
“그렇게 놀라지 말고, 어차피 졸업하면 취업해야 할 것이니 미리 실습한다고 생각하고, 내 옆에서 일 좀 도와줘요.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대한민국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가장 잘 협상할 사람은 강수진 양밖에 없다고 나는 생각해요. 물론 이건 나만의 생각이지만, 확실할 거예요. 강수진 양도 그렇게 느끼죠?”
“아뇨. 그리고 그 사람이 일개 대학생인 저를 만나주기나 할까요. 그러니 대통령님이 오해하는 것일 수도 있고, 저는 아직 학생이라서 취업은 특히 청와대 5급 행정관으로는······.”
“수진 양, 김정은 위원장이 보낸 편지 아직 가지고 있죠. 그걸 보고 뭐 느낀 것 없었어요. 그래서 나는 확신해요. 수진 양이 나보다 오백 배는 김정은 위원장과 더 잘 협상해서 대한민국을 위해서 아주 많은 일을 해줄 수 있으리라는 것을. 하여 부탁하는 거예요. 이 대한민국을 위해서. 온전한 남북의 평화를 위해서. 그리고 평화통일을 위해서. 그러니 내 곁에서 일 좀 도와줘요. 이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부탁하는 것이에요.”
“저는 아직 학생이고, 대통령님의 일을 도와줄 정도의 능력이 안 돼······.”
“수진 양이 북한의 민은정 대좌처럼 우리 한국의 민은정 대좌가 되는 것이에요. 민은정 대좌 알죠? 김정은 위원장의 특별비서이자 호위사령부 호위총국 대좌. 그녀가 곧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를 받고 청와대로 올 것이고, 아마도 북한 노동자들의 우리 농촌 취업에 대해 협상을 할 거예요. 그러니 수진 양도 내 지시를 받고 북한으로 가서 김정은 위원장 또는 북한 관계자와 협상만 하면 돼요. 물론 협상의 가이드라인은 내가 정해주겠어요. 그러니 그에 맞춰 우리의 요구사항만 관철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에요.”
말은 간단하지만, 요구사항을 관철하는 일이 말처럼 쉽겠는가.
하여 수진은 회의적으로 민재인 대통령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러나 협상 상대가 수진을 딸처럼 예뻐한 나라면 요구사항의 120%를 들어줄 용의가 있었으니 그처럼 쉬운 협상 상대는 없을 것이다.
“그 민은정 대좌는 제가 보기에도 빼어난 미인에다가 재능도 뛰어난 것 같았지만, 저는 그 정도의 미모도 능력도 없는 평범한 대학생일뿐이에요.”
“수진 양도 어디 내놔도 안 빠질 미인이고, 학과 교수들의 칭찬이 자자할 정도의 재원이며, 지역 신문사에 대학생 기자로 남북관계에 대한 기고도 가끔 한다고 들었고, 그 기고에 대한 반응도 좋다고 들었으니 그 정도 능력이면 충분하고도 남아요.”
“저에 대해서 많이 알아봤군요.”
“능력 검증 차원이고, 수진 양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 차원이었으나 기쁜 나쁘다면 내가 사과할 테니까 내 일을 좀 도와줘요.”
“아무리 그래도 저는 능력이······.”
“그럼 우선 내가 준 그 자료보고, 왜 남북공군 합동훈련을 추진해야 하는지 적당한 분량의 기사를 쓴 다음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려요. 2시간이면 충분할 것이니 시작하세요. 아, 그리고 2시간 뒤에 샤이니 민호 군이 올 것이니 그 전에 끝내면 더 좋고.”
민재인 대통령이 이렇게 말하고는 노트북을 내밀자 수진은 엉겁결에 받아들었다.
그러자 희미하게 웃은 민재인 대통령은 안가를 나갔고, 수진은 혼자 덩그러니 남아 잠시 이 상황을 다시 한 번 더 냉정하게 인식했다.
그냥 대통령이 한번 만나자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왔다가 처한 이 상황을 말이다.
그리고는 긴 한숨을 토해낸 다음 대통령이 준 자료를 펼쳐 읽기 시작했다.
2시간 뒤 샤이니 민호가 온다는 말이 결정적으로 그러도록 만들었지만 말이다.
“지난 10월 초까지만 해도 더없이 좋았던 남북관계가 우리 군의 현무 탄도 미사일이 백령도 북방 북한 영해에 떨어진 사건을 계기로 급격히 나빠져서 기어이는 극심한 대치 상황 즉 일촉즉발의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에 우리 군의 주력 전투기인 F-35A를 비롯한 F-15K, F-16 등 수많은 전투기가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다시 만나 남북 상호도발중지 협정서에 서명하기 전까지 극심한 전쟁발발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도 영공을 수호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북한의 전투기들도 우리 군의 F-35A 등을 두려워하면서도 하늘로 날아올랐을 것이다. 이렇듯 남북 공군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또 한 번의 한국전쟁을 목전에 둔 것처럼 한반도의 창공을 누볐고,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단지 남북 상호도발중지 협정서에만 존재할 뿐 현실에서는 어디에도 존재한다고 보장할 근거가 없다. 육군은 지난해 남북이 합동 기갑부대 훈련을 했고, 주한미군도 참가해서 남북미 3국 기갑부대는 그렇게 우의를 다졌다. 이에 이번 남북 대치의 주역이었던 공군도 이제는 남북합동 훈련으로 우의를 다지고 아니, 우의를 다진다기보다는 우선 신뢰부터 쌓아 이후에는 이런 무모한 대치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며, 만에 하나 다시 이런 대치가 일어나도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사태의 확전만은 막아야 할 것이다. 이에 남북공군 합동훈련을 국군통수권자인 민재인 대통령과 인민군 총사령관인 김정은 위원장에게 정식으로 요청한다. 그래야지만, 불행하기 그지없고, 민족을 파탄에 이르게 할 제2의 한국전쟁만은 미리 막을 수 있을 것이고, 또한······.”
수진이 기어이 이런 기사형식의 청와대 청원을 쓰고 말았다.
그리고는 민재인 대통령이 준 자료를 찬찬히 한 번 더 읽으면서 완벽하게 숙지를 해갔다.
그렇게 2시간이 지나자 안가에 민재인 대통령과 샤이니 민호가 나타났다.
***
다음날 온 언론이 앞을 다투어 어제에 이어서 오늘 다시 서울 가리봉동과 경기 안산 단원구 원곡동에서 동시에 벌어진 불법체류자 합동 단속을 보도한다고 시끄러웠다.
그때 수진은 집으로 돌아와 어제 쓴 청원을 수정한 다음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리고 이어서는 신문사 독자 투고란에도 투고했다.
그리고는 친구 수영에게 전화를 걸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기어이 이런 말을 꺼냈다.
“이 언니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남북공군 합동훈련을 시행하자는 청원을 올렸는데, 참여 인원이 100명도 안 되면 어쩌지?”
“뭘 했다고?”
“들었으면서 뭘 다시 물어.”
“내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수진이 너를 이해할 수가 없어서 그런다. 대통령을 만났으면 방탄소년단이나 내가 좋아하는 민호나 불러달라고 해야지 남북공군 합동훈련이 웬 말이냐. 이 말이다.”
“민호 오빠는 이미 만났다. 그러니 가서 참여해라. 이 언니 청원의 참여 인원이 100명도 안 되면 창피하니까. 알았어?”
“민호 만났다고, 언제? 어디서?”
“그건 알 필요 없고 끊는다. 그리고 오늘 안으로 참여 인원 100명은 만들어.”
이수영이 무슨 재주로 100명의 인원을 참여시키겠는가.
그러나 그녀는 최선을 다해 전화, SNS를 통해 수십 명의 인원을 참여시키는 저력은 발휘했다.
그런데 그날 저녁부터 서서히 참여 인원이 늘더니 기어이 다음날 온 언론이 지난 이틀 동안 불법체류자 3만 2,389명을 적발해 추방에 들어갔고, 법무부 장관은 내일부터 불법체류자 특별 자진 출국 기간을 무기한으로 연장한다고 보도했을 즈음에는 기어이 1만 명을 넘겼다.
“중국 정부에 특히 더 불법체류자 방지 대책을 촉구하시오. 그리고 여타 불법체류자 다발국가에도 수시로 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또 불법체류자의 온상이 되는 외국인 유학생의 국내 비자발급도 아주 깐깐하게 하시오. 그리고 유학 경비 보증 제도도 이번에 더 강력하고 확실하게 손보고, 대학 부설 어학원의 초청기준도 강화하는 등 더는 유학생 불법체류자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시오. 알겠소.”
“예, 대통령님. 그런데 내일도 단속할까요?”
“물론이오. 온 서울과 경기도를 다 뒤져서라도 불법체류자를 단속하고, 차츰 지방으로 확산하시오.”
그날 법무부 장관에게 이렇게 전화를 건 민재인 대통령은 이어서 국방부 장관 서진성에게도 전화를 걸어서 이렇게 운을 뗐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남북공군 합동훈련을 하자는 청원이 올라왔는데, 서 장관은 혹 봤소?”
“아직 못 봤습니다. 대통령님.”
“그럼 한번 보고, 합참의장과 합참 공군 부의장에게 의견을 한번 들어보시오.”
“예, 대통령님.”
“아, 보고 나서 마음에 들면 동의하고, 강요하는 것은 절대 아니요.”
민재인 대통령의 전화가 이렇게 끊기자 국방부 장관 서진성은 즉시 청와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수진이 쓴 청원을 읽고는 즉각 동의했다.
그리고는 합참의장 김태호에게 전화를 걸어 청원을 읽어보고 의견을 달라고 지시하기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