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9화 〉 남북공군 합동훈련(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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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완강하게 고집을 부리는 민재인 대통령 때문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특사 세르게이는 북한과 화해하겠다는 대답도 듣지 못하고 청와대를 물러나야 했다.
그러나 이 상황이 끝나면 시베리아횡단철도 시범 운항의 의미도 있는 일이니 러시아가 요청한 물품을 기차로 보내주겠다는 확답은 들은 이후였다.
그렇게 러시아 특사 세르게이가 물러나자 이번에는 미국 특사가 민재인 대통령을 면담했으나 그 역시 완강한 민재인 대통령의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그리고 중국 특사로 간 강영화 외교부 장관이 돌아오고, 그 뒤를 따라서 중국 부주석 왕차산이 시진핑의 특사로 한국으로 들어와서 기어이 민재인 대통령과 마주 앉았다.
“대통령님, 강 장관과 조선의 박철현 의장과 북경에서 제법 좋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대통령님도 보고받으셨겠지만, 조선에서는 이만 북남의 대치상황을 끝냈으면 하는데, 한국도 이만······.”
“북남이 아니라 남북이오. 그리고 도발을 계속하는 것은 북한이지 우리가 아니기에 마치 없었던 일처럼 어정쩡하게 그냥 끝낼 수는 없소.”
“그럼 조선이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겠습니까?”
“말이 아닌 진정 어린 도발 방지 약속과 그 실천만이 이 사태를 매듭지을 수 있으리라 보오. 그전에 북한이 기어이 S-400을 도입했는데, 귀국이 그렇게 반대하다가 찬성한 이유는 뭐요?”
“그것이······.”
“됐소. 귀국이야 예전부터 우리 한반도의 안정보다는 남북이 아웅다웅 싸우기만을 바랐으니 당연히 S-400도입을 허락했겠지.”
“우리 중국은 언제나 한반도의 안정을 바랍니다.”
“그런데 S-400도입을 허락해요. 말과 행동이 다르잖아. 아무튼, 이제 우리가 사드를 도입하건 러시아를 설득해서 북한과 똑같은 S-400을 도입하건 귀국이 반대하지 않으리라 믿겠소.”
“그건······.”
거의 막무가내로 나오는 민재인 대통령 때문에 중국특사 왕차산은 제대로 된 대응 한 번 하지도 못하고 연달아 한숨만 토해냈으나 기어이 이런 말은 들을 수 있었다.
“S-400 도입 문제 때문에 왕 특사가 온 것은 아니니까 그 문제는 이만 합시다. 그리고 북한이 말이 아닌 진정 어린 도발 방지 약속과 실천을 한다면 우리도 이 대치 상황을 끝낼 용의가 있으니 특사가 북한에 가면 김정은 위원장에게 그렇게 전해주시오.”
“정말이십니까?”
“왕 특사께서 우리나라까지 찾아왔는데, 귀국 중국의 위상을 고려해서라도 우리가 이 정도 성의는 보여야 하지 않겠소. 그러니 앞으로도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도록 중국이 역할을 잘 해주시오. 괜히 싸우라고 부추기지 말고요.”
“이미 말했듯 우리 중국은 한반도의 안정을 누구보다 바랍니다.”
“그건 두고 보면 알겠지. 아무튼, 나는 왕 특사만 믿고, 김정은 위원장의 답을 기다리겠소.”
어차피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고, 그 효과는 남북한 모두 볼 만큼 보고도 남았으니 이쯤에서 자연스럽게 그만해야 했다.
그러니 계획한 것처럼 중국 특사 왕차산이 온 이참에 더 질질 끌지 않고, 민재인 대통령은 이렇게 마무리를 지으려고 했다.
그런데 그것도 모르고 왕차산은 함박웃음을 터트리면서 대국의 자존심을 지켰다는 듯 앙양하게 굴더니 곧장 중국으로 돌아가서는 시진핑에게 자랑질한 다음 다시 평양으로 날아갔다.
“그래, 남조선 민재인 대통령이 뭐라고 하던가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말이 아닌 진정 어린 도발 방지 약속과 실천을 한다면, 지금의 대치 국면을 중단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진정 어린 도발 방지 약속과 실천이라고 했소?”
“그렇습니다. 위원장님.”
“돈 들지 않는 약속이야 얼마든지 해줄 수 있지만, 실천은 뭘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군요. 그러나 그동안의 대치로 공화국 군대가 편할 날이 없었고, 인민들도 불안에 떨고 있으니 돈 들지 않는 그깟 말 몇 마디만 해주면 된다.”
“맞습니다. 말 몇 마디로 조선이 잃을 위신도 체면도 없으니 그렇게 해주시고, 한국과의 대치부터 푸시는 것이······.”
“알았소. 내 왕 특사의 체면과 중국의 위상을 생각해서라도 그렇게 하겠소. 그러면 되겠소?”
“그래 주시면, 우리 중국 인민과 주석께서도 좋아할 것입니다.”
“그럼 그렇게 하겠소. S-400도입까지 허락해준 보답으로 내 그 정도는 해야지.”
진짜 짜고 치는 고스톱을 끝내야 했기에 나도 간단하게 이렇게 일을 마무리 짓고, 왕차산을 위해서 만찬을 열어 그를 대접했다.
그리고 중국으로 돌아가는 그에게 황금과 황옥으로 만든 황룡 조각상까지 안겨주었다.
이어서는 총참모장 김진성을 시켜서 핫라인으로 한국 국방부와 상호 도발 중지를 위한 실무 회담을 하게 했다.
그렇게 짜고 친 고스톱은 끝이 나고, 실무 회담도 끝이 나고, 다시 판문점에서 민재인 대통령과 만나 남북 상호도발 중지와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행사를 했다.
“오늘 남북 양국의 최고 지도자가 만나 상호도발 중지를 확약하면서 남북 북남 양국은 이 협정이 영구 존속함을 서약하고, 그에 한반도에 영구한 평화가 깃들 것을 믿는다. 대통령님, 위원장님, 이제 남북 상호도발 중지 협정서에 서명해주십시오.”
제법 엄숙한 분위기 속에 마련된 협정식에서 사회자가 이렇게 말하기에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가서 먼저 만년필로 협정서에 서명하고, 그 협정서를 민재인 대통령에게 넘겼다.
속으로는 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분위기가 분위기인 만큼 제법 굳은 얼굴로 민재인 대통령을 보노라니 아니나 다를까 입가에 한줄기 고소를 머금고 있었다.
하여튼 짜고 친 고스톱은 이렇게 완전히 종결됐다.
이 덕분에 북한은 S-400 도입과 실전적인 훈련을 했고, 한국도 제대로 된 군사 훈련을 했으니 서로 윈윈한 한판의 멋진 쇼였다.
“미국 새 대통령이 만나자고 안 합니까?”
“새 대통령 취임식에 갔다 온 총리의 말에 의하면 곧 남북 양국에 특사를 보내겠다고 했으니 곧 만나게 될 것이오.”
“하긴 둘이 만나는 것보다야 3국이 동시에 만나야지. 그리고 만나면 남조선 춘천에서 만나면 참 좋겠지만, 여건이 그러니 제주도에서 만나죠. 내가 저번 미국 특사에게 그렇게 언질을 줬으니까. 춘천, 제주보다야 평양에서 만나면 나야 좋겠지만, 그 정도는 내가 양보하죠. 어떻습니까?”
“나도 제주도라면 절대 환영이오. 그리고 연기 잘하던데, 혹 배우라도 한번 해보시오.”
“연기는 저보다 대통령께서 더 잘하시면서 그러십니다. 그런데 인터뷰 영상 보면 좀 어색한 건 왜입니까. 그렇게 연기를 잘하면서요.”
“뭐라고요?”
“아니, 언론과 인터뷰하는 영상들 보면 좀 어벙해 보이는 것이······.”
상호도발 중지 협정서에 서명하고 가진 만찬 중에 내가 이렇게 말하자 민재인 대통령이 눈을 세모로 뜨고 쳐다봤다.
누가 안 듣게 아주 조용하게 이야기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남들이 무슨 난리라도 난 줄 알았을 것이다.
“남북 상호도발 중지 협정이고, 짜고 치는 고스톱이고 나발이고 다 그만두고 다시 한 번 대치해볼까요. 진짜 누가 이기나.”
“고작 그 말에 삐지십니까?”
“삐지기는 누가 삐졌다고 그러시오.”
“알았으니 열 그만 내십시오. 저기 중국 간첩들이 빤히 쳐다보는 것 안 보입니까?”
“중국 간첩이라니······.”
“저 중국 대사 놈과 같이 온 놈들 죄다 우리 두 사람에게서 뭔가 얻어내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는 것 안 보이냐는 말입니다.”
“어디, 흠흠!”
어디 중국 간첩뿐이랴.
이 협정식에 손님으로 초대한 미국, 러시아, 일본 대사와 그들을 따라온 모두가 다 잠재적 간첩이지.
그 바람에 민재인 대통령과 더 깊은 이야기는 나누지 못하고, 다른 이야기를 해야 했다.
“저번 이야기한 투자 건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기업들과 접촉 중이니 조금만 더 기다려보시오.”
“믿고 기다리면 됩니까. 아니면 우리 오수용 부위원장이라도 보낼까요?”
“믿고 기다리시오. 그리고 남북 합동으로 공군 훈련이나 한번 하는 것은 어떻소. 저번에 이야기한 것 말이오.”
“협정서에 서명하자마자 공군 합동훈련이라. 뭐, 그림은 좀 이상하고, 시기도 좀 모호하겠지만, 합시다. 해요. 해.”
“남북 상호도발 중지를 세계만방에 확약하기 위한 남북공군 합동훈련이라고 제목을 거창하게 달면 뭐 이상할 것도 없으니 추진합시다.”
“거창한 제목은 마음에 듭니다. 그런데 우리 항공군 애들이 F-35A 보고 기가 죽지는 않을지. 그건 걱정이군요.”
“이번에 러시아에서 MIG-29 5대분 부품 받아 지금 조립하고 있지 않소. 그러니 그 새 전투기 몰고 나오라고 하시오.”
“전투기가 자전거도 아니고 금방 조립해서 금방 탈 수 있는 물건입니까. 나 참.”
“누가 금방 조립해서 금방 타고 나오라고 했소. 시험비행도 해보고, 이것저것 다해보고 난 다음에 타고 나오라는 거지.”
얼굴에는 환한 웃음을 머금고, 입으로는 평양냉면을 먹으면서 눈으로는 만찬장에 참석한 국내외 여러 인사를 쳐다보면서 민재인 대통령과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것도 누가 들을까 작은 소리로 말이다.
이렇게 공식적으로 짜고 친 고스톱은 끝이 났고, 그 결과 남북은 서로가 원하던 것을 충분히 얻었다고 할 수 있었다.
하여튼 공식적인 남북 상호도발중지 협정식은 그렇게 끝나고 민재인 대통령과는 비공식적인 단독 정상회담을 했으니 허심탄회하게 앞으로의 일을 논의하기 위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