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화 〉 짜고 치는 고스톱(5)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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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기애애하던 만찬 분위기가 갑자기 굳어진 것은 이때였으니 바로 내가 인상을 팍 구기면서 목청을 높였기 때문이다.
어르고 달래다가 다시 어르기를 반복해야 하는 짓에 제법 짜증도 났으나 그 때문인지 버핏이 다소 놀랐는지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제 말은 트럼프 행정부와 있었던 그런 협상보다 더 좋은 협상을 새 행정부와 하자는 말입니다. 위원장님.”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행정부가 아니었고, 새 행정부만이 미국의 행정부요?”
“그건 아니지만······.”
“비록 트럼프 행정부가 전임 그러니까 민주당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한 많은 일을 백지화하고,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도 많이 펼쳤지만, 그래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 행정부도 미국 행정부요. 새로 들어설 민주당 정부도 미국 행정부요. 아니요?”
“맞습니다.”
“그럼 뭘 더 좋은 협상을 하자는 것이오. 아니, 새 정부가 들어서면 트럼프 정부가 한 것처럼 모든 협상을 다 뒤집을 참이오?”
“그건 아니지만, 위원장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시대에 역행한 정책은 수정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과연 시대에 역행한 정책만 수정하는 지 내 똑똑히 지켜볼 것이고, 그에 따라서 공화국의 정책도 달라질 것이오. 그리고 사실 지금 우리 양국 관계는 어느 때보다 좋지 않소. 그러니 많이 수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오.”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특사 버핏은 이렇게 북한을 떠나 한국으로 갔다.
민재인 대통령과는 무슨 이야기를 할지 모르겠지만, 안 들어도 내 앞에서 한 이야기와 거의 대동소이할 것 같았다.
어떻든 미국에 새 행정부가 들어선다는 것은 성가시고 신경 쓰이는 일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 새 행정부가 과연 대북정책을 어떻게 세우고 펼치느냐에 따라서 한반도의 정세가 바뀔 수도 있는 문제라서 또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내가 해야 할 일은 신경만 쓰고 있을 것이 아니라 뭔가 준비를 해야 했기에 즉시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의 주역인 이병철과 김영식을 불러서 이렇게 지시했다.
“이 동지, 그리고 김 동지, 내 미국 특사 놈에게 핵탄 2기를 준다고 약조했소. 그래서 하는 말인데, 우라늄으로 적당한 핵탄두를 몇 기 조립해 놓으시오. 즉 우리의 기술이 노출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말이오.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소.”
“공화국의 기술이 노출되지 않게끔 우라늄 핵탄두를 만들어 놓으라는 말씀 아니십니까.”
“맞소. 그럼 내 그것을 선물이라면서 미국에 줄 것이고, 그러므로 더 많은 것을 얻어낼 것이오.”
“언제까지 준비하면 되겠습니까?”
“내년 2월까지는 준비해야 할 것이오. 그래야 3월 봄이 오면 그걸 선물이라고 주면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내지.”
“빈틈없이 준비해 놓겠습니다. 위원장 동지.”
“그래 주시오. 그리고 중단 거리 탄도미사일도 더 많이 생산해야 할 것이오. 그래야 지금 저 휴전선에서 무력시위를 벌이는 남조선이 진짜로 도발을 감행해오면, 단박에 불벼락을 안겨주지.”
“공장을 24시간 가동하고 있습니다. 위원장 동지. 그리고 그 덕분에 전략군에서 미사일을 다 실전에 배치하지 못한다는 불평도 나오고 있으니 그 점도 한번 살피시어 적절한 조처가 있어야 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그런 문제가 있다면, 그건 내게 맡겨놓으시고, 두 분은 핵탄두만 잘 조립해주시오. 그리고 나가시는 길에 39호실에 들렀다가 가시오. 그럼.”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의 주역인 이병철과 김영식은 그렇게 내 집무실을 나가 39호실로 가서 각자 미화 50만 달러를 받아갔다.
이처럼 나는 이때에도 39호실의 내 비자금을 적절히 활용해 북한을 통치하고 있었으니 이 자금은 점점 줄어들어 이즈음은 한화 약 1조 원 정도밖에는 없었다.
내가 김정은으로 환생했을 때는 총 미화 51억 1,230만 달러, 한화로 약 5조 3,700억 원이 있었으나 그동안 한국에서 돼지, 소 등 구매비, 대전차 부대 지원비, 개성 목장건설비, 개성 현대화 사업비, 탄도미사일 개발비, 선군호 전차와 준마 장갑차 생산비, 통치자금, 백호 은행과 백호 의류 설립 자금, S-300과 S-400 도입 자금 등등을 지출하고 나니 남은 자금이 이것이었다.
그러나 아직 금이 155톤 정도 있었고, 백호 은행과 의류, 평양, 금강산, 개성, 백두산, 서울 옥류관과 단천 등의 39호실 광산에서 들어오는 자금도 있었으니 깡통찰 염려는 없었다.
거기다가 요즈음은 북한도 세금이 제법 걷혀 내 비자금을 쓸 일이 그렇게 많지 않았으니 더 깡통이 될 이유는 없었다.
그건 그렇고 이병철과 김영식을 그렇게 집무실에서 내보낸 다음은 호위사령관 이만철과 전략군 사령관 김낙겸 그리고 620포병 군단장 김세영을 불렀다.
“내 듣기로 전략군에서 생산된 미사일을 다 실전에 배치하지 못해 불평불만이 나온다던데 사실이오?”
“위원장 동지, 그것이······.”
“됐소. 전략군에서 더는 미사일을 실전에 배치해 운용할 인원이 모자란다면 됐소. 호위사령관!”
“하명하십시오. 위원장 동지.”
“영변 제1 방공포병사단 예하에 1개 탄도미사일 여단을 만들어 이병철과 김영식 동지가 생산해서 보내는 화성 5, 6, 7, 10호까지를 차례로 배치하시오. 알겠소.”
“그대로 실행하겠습니다. 위원장 동지.”
“620포병 군단장.”
“하명하십시오. 위원장 동지.”
호위사령관 이만철처럼 이 620포병 군단장 김세영 역시 마치 옛날 왕조시대 때 왕들에게 하듯 나에게 하명하라고 하니 내 권력이 환생한 이후 어떻게 더 공고해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해야 했다.
나는 이제 이 북한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왕, 그것도 시시한 왕이 아니라 절대 군주급의 왕이었다.
그랬으니 내 말 한마디면 북한의 입법, 사법, 행정의 모든 체계가 순식간에 바뀌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어떻든 그런 내가 620포병 군단장에게 그의 말처럼 이렇게 하명했다.
“군단을 사단체제로 완전히 편제했으면, 역시 1개의 탄도미사일 여단을 군단 직할로 편성해서 제1 방공포병사단처럼 화성 5, 6, 7, 10호를 차례로 배치하시오.”
“즉각 시행하겠습니다. 위원장 동지.”
“그리고 군단의 무기체계 중 낡아빠진 것은 이제 폐기처분을 하고, 그에 따라서 발생하는 잉여 병력으로 이 탄도미사일 여단을 만들되 될 수 있는 한 하사 이상으로 하시오.”
“예, 위원장 동지. 그리고 군단에는 위원장 동지의 그간 배려에 힘입어 낡아빠진 무기가 이제 거의 없습니다.”
“그 말은 그럼 여단을 만들 병력이 부족하다 그 말이오?”
“아닙니다. 군단을 사단체제로 전화하면서 남은 병력이 제법 있으니 병력은 충분합니다.”
“하면 그 병력으로 여단을 만드시오. 돈은 얼마나 있으면 되겠소. 한 2,000만 불이면 되겠소?”
이렇게 39호실의 내 비자금 미화 2,000만 불은 다시 620포병군단의 탄도미사일 여단 창설에 들어갔으나 그 돈으로 이 군단의 무기체계는 122mm, 130mm, 152mm, 170mm 자주포, 122mm, 240mm, 300mm 방사포에 화성 계열 중단 거리 탄도미사일까지 확장될 것이니 그것이면 족했다.
하여튼 그 와중에도 이렇게 우라늄을 이용한 핵탄두 조립을 명령하고, 호위사령부 예하 제1 방공포병사단과 620포병군단 직할로 탄도미사일 여단을 만들고 나니 2020년 11월도 가고 이제 이 해는 12월밖에는 남지 않았다.
***
지난여름 내 명령으로 북한 최고 부자라는 장성택의 경쟁자였던 이제강의 사위 차철마를 호위사령부로 잡아들여 조사 아닌 조사를 하고, 그래서 압수한 그의 재산은 미화 510만 달러, 중국 위안화 5,574만 위안, 한국 원화 9억 2,574만 원, 조선중앙은행 등 각 은행 통장 25개에 저금과 보통저금의 저금액 미화 약 1,000만 달러, 그리고 1kg 금괴 100개, 다이아몬드, 진주 등 보석류, 도자기와 그림 등 골동품, 아파트 3채와 주택 5채에 전답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 그의 사돈에 팔촌까지 탈탈 털어서 부정축재와 탈세 등으로 몰수한 재산 총액은 한국 돈으로 약 1,559억 원이었다.
또 그때 홍인법 검열위원장에게 외화벌이 일꾼 또는 과거 외화벌이 일꾼이었던 자들을 철저히 감찰하여 부정하게 축재한 모든 재산을 환수하라고 지시했고, 그 결과 몰수한 불법, 탈법 자금 규모도 자그마치 한국 돈으로 1,000억 원이 넘었다.
더불어서 내각총리 박봉구에게 돈 좀 있다고 소문난 돈주들도 모조리 찾아내 탈탈 털어 부정하게 축재한 자금이 있으면 모두 환수 조처하라고 지시해서 환수한 자금은 더 규모가 커서 한국 돈으로 무려 2,500억 원 정도였다.
북한과 같이 가난한 나라에서 불법, 탈법으로 몰수한 자금 규모가 무려 5,059억 원이라면 솔직히 현실감이 좀 없었다.
그러나 북한의 지하자금 규모는 이것보다 훨씬 더 클 것이 분명했다.
아무리 검열위원장 홍인법과 내각총리 박봉구까지 나섰어도 지하자금 모두를 찾아내서 몰수하거나 세금을 추징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니 말이다.
하여 그 지하자금 모두를 찾아내 몰수하거나 세금을 추징할 묘책을 찾고 있는데, 민은정이 들어오더니 이런 보고를 했다.
“평양 백호 은행 지점 할만한 곳을 2곳 찾아 임시 계약했는데, 위원장 동지께서 보시고 결정을 내려주십시오. 그럼 바로 계약하고 지점 개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