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1화 〉 짜고 치는 고스톱(3)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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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려운 말을 한 것도 아닌데, 푸틴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마른기침을 한번 하고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전에 북한 항공군의 유일한 4세대 전투기인 MIG-29는 그나마 대한민국 공군의 F-15K, F-16 등과 비벼볼 만한 유일한 기종이자 사실상 북한의 유일한 전투기 전력이나 다름없었다.
어떻든 북한 항공군에는 약 50여 기의 MiG-29가 있는데, 22기는 1989년 소련에서 수입했고, 이후 조립 생산 공장을 통해서 1990년부터 2007년까지 28기를 획득했다.
“흠흠! 그건 어렵겠소. 김 위원장.”
“두 기종 다 판매가 어렵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소. 그건 좀 어렵겠소.”
“그럼 예전처럼 MIG-29라도 조립 생산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남조선의 저 F-35에는 당하더라도 F-15K와 F-16, FA-50 등과 아파치 등 공격헬기에는 대항할 수단이 하나라도 더 있어야 하니까 말입니다.”
“음!”
“부탁합니다. 대금은 금으로 드리겠고, 선금이라도 걸겠습니다. 하고 이는 중국도 반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MiG-29와 Su-27S를 판매하라고 한 것은 S-400 도입을 위한 또 하나의 패를 가지고 싶어서였다.
즉 이러면 푸틴은 MiG-29와 Su-27S 판매가 아닌 S-400 나머지 포대를 줄 가능성이 크다고 나 스스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이렇게 말하고 보니 둘 다 가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판매가 아닌 예전 북한이 하던 것과 같은 조립 생산을 하도록 해 달라고 한 것이다.
“김 위원장, 그것도 중국과 상의해 보겠소.”
“대통령님, 언제부터 위대한 러시아가 중국과 상의하고 눈치를 보면서 대외 판매를 결정했습니까?”
“눈치를 보다니 누가 눈치를 본다고 그러시오. 그리고 중국도 귀국과 같은 동맹국이니 어쩌겠소.”
“중국에는 Su-27SK(수출용 단좌형), Su-27UBK(수출용 복좌형), Su-30MK2, Su-30MKK 등을 팔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중국이 그 기체들을 역설계 하는 방식으로 J-11(섬격 11형)을 개발했고, 나아가서는 J-16과 J-15도 개발해내지 않았습니까. 그러므로 러시아가 입은 피해가 얼마입니까. 그러나 우리 공화국은 절대 그런 일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동맹국으로서의 예의지 중국이 한 것과 같이 역설계 해서 아류의 전투기를 개발하는 것이 예의입니까. 그러니 조립 생산이라도 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김 위원장님 그렇게까지 말하니 내 심각하게 고려는 해보겠소.”
“시간이 별로 없으니 하루속히 결정해 알려주십시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이왕이면 푸틴의 기분을 헤아려서 말을 던지고, 가끔은 자존심도 건드리면서 기어이 심각하게 고려해 보겠다는 대답까지 들은 다음 전화를 끊었으니 곧 MiG-29를 예전처럼 북한에서 조립 생산하거나 S-400 추가분을 도입하거나 양단간에 결정이 날 것 같았다.
그러나 S-400 추가분 도입, MiG-29 조립 생산 결정보다는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특사가 먼저 나를 찾아왔다.
간단한 인사와 덕담이 끝나자마자 특사로 온 버핏이 대뜸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귀국이 가진 핵무기를 전면 폐기하지 않는 이상 현재 진행 중인 백두산, 개성,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을 중단시키는 것은 물론 경의선과 경원선, 동해선 철도, 도로 등 모든 남북 협력사업도 중단될 것입니다. 이점 명심하시고, 가진 핵무기를 모두 폐기 하십시오.”
“건방진 새끼!”
“뭐라고 하셨습니까?”
“그따위 싹수없는 말이나 하려고 공화국까지 왔으면 조용히 꺼져라. 그리고 내 분명하게 말하는데, 공화국은 핵보유국이다. 그런데 너희 마음대로 그걸 폐기하라 마라 할 권한이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그럴 권한이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면, 공화국이 아니라 이스라엘부터 먼저 핵 폐기하게 만들어. 또 인도와 파키스탄도 폐기하게 해. 그러면 공화국도 한번 생각은 해보마. 아니라면, 입 밖에도 그따위 개소리는 꺼내지도 말고, 조용히 네 나라로 돌아가라. 알았어?”
“말이 너무 지나치십니다.”
“말이 지나쳐. 진짜 말이 지나친 것은 네놈이다. 당장 꺼져라! 김영철 이놈 끌어내.”
호위사령부에서 나와 내 가족 등의 경호 등 안전을 전적으로 책임진 호위총국장 김영철이 놀라서 잠시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곧 미국 특사 버핏을 데리고 나갔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내가 푸틴에게 했던 것처럼 이왕이면 좋은 말로 은근슬쩍 해도 충분히 알아들을 것을 버핏이라는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특사라는 놈은 영 그렇지가 않았다.
어떻든 놈을 쫓아내고 보니 새로운 미국 대통령이 앞으로 그놈 말처럼 나올지 심히 궁금해 즉시 전화기를 들었다.
“남북은 현재 총질만 하지 않았지 선전포고 상태의 대치상황인데, 그 적국의 수괴가 자꾸 전화하면······.”
“뭐라고요?”
“하하하. 농담이오. 농담. 그런데 무슨 일로 또 전화까지 했소. 혹 미국 특사 때문에?”
“예, 그놈이 핵 폐기하지 않으면 어쩌고저쩌고하기에 내쫓았습니다. 그런데 그 특사 놈이 공화국에 오기 전 뭔 이야기 없었습니까. 아니면, 미국에서 다른 이야기는······.”
“얼마 전 우리 주미 대사와 외교부 장관이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잠시 면담을 했소. 그 자리에서 북으로 특사를 보내서 핵 폐기 이야기를 꺼낸다고 했으니 그가 가서 그런 말을 했을 것이오. 그리고 새 대통령 당선인의 대북정책은 아직 완전하게 정해지지 않았다니 그자를 내쫓았어도 그리 신경 쓰지는 마시오.”
“공화국은 이제 국제사회의 호구가 아닌 핵 강국입니다. 그런데 그런 놈이 와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꼴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었으니 그리 아십시오. 그리고 한국도 이제 미국에 더는 끌려다니지 마시고, 제 목소리를 좀 내십시오. 공화국보다 40배는 강국이라고 자랑만 하지 마시고요. 아시겠습니까?”
“김 위원장. 그 말에 아직도 삐져있다가 절묘하게 이런 곳에 가져다 붙이다니 역시 김 위원장은 만만하게 볼 인물이 절대 아니오. 그리고 이런 것을 보면 미국 새 대통령 당선인이 김 위원장 때문에 머리깨나 아프겠소. 하하하!”
“그 말은 칭찬입니까? 뭡니까?”
민재인 대통령이 칭찬이라고 하지만, 칭찬 같지 않음은 기분 탓일까.
어떻든 그래도 한국은 이미 새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접촉을 했고, 대략이나마 북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보였다.
“칭찬이라지만, 전혀 칭찬으로 들리지 않습니다. 그건 그렇고 그가 미국 대통령에 공식 취임해도 북남 간에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모든 협력에는 일 점의 변화도 없어야 함을 명심하십시오. 만약 일 점의 변화라도 생기면, 북남 관계는 다시 예전 수구냉전체제로 바로 회귀할 것이니 그 점도 명심하시고요.”
“북남이 아니라 남북. 따라 해 보시오. 동서 다음에 북남이 아니라 남북! 그리고 그 점은 염려 마시오. 남북 간의 인적 물적 교류와 경제협력과 사회간접자본 구축 등의 사업은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든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니까.”
“그 점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북남! 그리고 중국에는 강력하게 항의했습니까?”
“했소. 그러니 반응이 김 위원장이 예상한 그대로였소.”
“그랬다면 곧 S-400 도입을 성사시킬 수 있겠군요. 그리고 러시아에 MiG-29 조립 생산도 타진했으니 그 부분도 협력 좀 해주십시오.”
“설마 그 MiG-29로 우리 전투기를 아니요. 아냐. 그런데 고작 MiG-29로 중국 짱깨들 전투기 상대하겠소?”
“중국의 하이급과 미들급 전투기는 당연히 한국과 미국에서 상대해야죠. 그럼 공화국은 공화국에 가장 위협적인 세력인 중국 북부전구 특히 단둥(丹東)에 있는 제88 항공여단의 J-8기와 여타 공격기, 공격 헬기 세력 등만 상대하면 되니까요. 왜 뭐 잘못됐습니까?”
“아니요. 참 잘했소.”
또 놀리는 것 같은 민재인 대통령의 말을 듣자니 뭔가 반격할만한 것이 없을까 찾게 됐다.
그리고 금방 반격할만한 것을 찾아냈으니 바로 이것이었다.
“자꾸 놀리시면 이제부터 산삼 없습니다.”
“김 위원장, 놀리기는 누가 놀렸다고 그런 섬뜩한 말을 하시오.”
“또 놀리시면 산삼이 아니라 도라지 한 뿌리도 없을 것이니 그리 아시고, 미국을 잘 활용하여 북남 협력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아니면 공화국은 또 미국을 상대로 벼랑 끝 전술을 펼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럼 유사시 중국을 상대로 북남과 미국이 협력할 수도 없는 사태가 벌어질 것입니다. 그러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한국이 져야 할 것입니다.”
“도라지도 안 준다는 그런 협박은 하지 마시고, 김 위원장의 평화통일에 대한 확고부동한 생각이나 바뀌지 마시오. 그럼 미국과도 잘 협력 또는 협조가 될 것이니까.”
“그건 말처럼 확고부동하니 염려 마시고, 중간에서 잘하십시오.”
“알았으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미국 특사가 아직 미국으로 안 돌아갔으면 살짝 달래서 보내시오. 그자가 장차 국무장관이 될 수도 있고, 다른 자리에 갈 수도 있으니까.”
“어르고 달래라고요.”
“그렇소. 얕잡아 보이지 않을 정도면 충분할 거요.”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12월에 또 안창호급 장보고 3 3,000톤급 잠수함을 7척이나 진수한다면서요?”
“그건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으나 그렇소. 그리고 다 중국을 견제할 잠수함들이니 걱정은 하지도 마시고, 북도 중국 견제용 잠수함 전력을 좀 더 증강하시오. 수상함은 어차피 상대가 안 될 것이니까.”
북한 수상함은 어차피 중국 수상함의 상대가 안 될 것이라는 그 말에 기분이 나빴으나 사실이었으니 뭐라고 반박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사실 서해에서 중국 해군과 교전을 해야 한다면, 수상함이 아니라 잠수함을 동원하는 것이 북한의 실상이었고, 그 잠수함은 다름 아닌 고래(신포급)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