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2화 〉 북한판 국방개혁(4)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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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이 이어지자 민재인 대통령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간단하게 다음 대통령을 같은 당 후보로 당선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건만, 표정이 왜 어두워진다는 말인가.
“그만! 김 위원장, 그만하시오. 김 위원장이 안 그래도 우리당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니 그런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그런 황당한 짓도 절대 하지 마시오. 알겠소?”
“걱정되니까 그렇죠.”
“그 문제는 걱정하지 마라니까. 그건 그렇고 미국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남북관계는 변함이 없어야 하고, 남북공동으로 중국 탄도탄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도 마련하도록 해봅시다.”
“여차하면 선거 공작할 것이니 그리 아십시오. 그리고 그 문제는 실질적으로 공화국 탄도탄의 전권을 쥐고 있는 호위사령관을 한국으로 보낼 것이니 한국 합참의장과 논의토록 하시죠. 일급군사기밀로 처리하고요.”
“여차가 아니라 저차해도 선거 공작은 하지 마시오. 그리고 정말 호위사령관을 보낸다면 우리 합참의장 등과 논의토록 하고, 그 과정과 결과도 일급군사기밀로 처리하겠소.”
“좋습니다. 그럼 맥주나 한잔할까요. 민 대좌!”
민은정이 들고 온 시원한 맥주를 한 모금 마시자 그녀가 산삼 한 뿌리를 민재인 대통령에게 안주라면서 건네기에 피식 웃고 말았다.
“내 퇴임하면, 민 대좌가 주는 이 산삼이 정말 그리울 것 같소.”
“대통령님이 퇴임하시면 제가 가끔 양산으로 놀러 가겠습니다. 그래도 되죠?”
“되지만, 그땐 김 위원장이 산삼은 고사하고 도라지도 한 뿌리 안 줄 것 같은데, 그건······.”
“드립니다. 드려. 사람을 어찌 보고.”
“약속했소.”
“예, 그리고 산삼 드시고 싶으면, 양산에만 있지 말고 평양에 자주 오십시오. 그럼 냉면도 먹고, 산삼도 드시고, 이 대동강 맥주도 마시고.”
“민 대좌, 방금 김 위원장이 한 약속 들었지요.”
“......,”
내 앞에서 들었다고 할 수도 없는 민은정이 희미하게 웃자 민재인 대통령도 따라 웃는 것이 아닌가.
어떻든 그렇게 별 중요하지도 않은 문제로 민재인 대통령과는 금강산에서 그렇게 다시 만나 온천욕 즐기고, 맥주 한잔하고, 냉면 먹은 다음 바로 헤어졌다.
그 좋아하는 금강산 트레킹도 하지 않고, 남쪽으로 내려가는 민재인 대통령을 보노라니 내가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는 다음 미국 대통령에 진짜 관심이 많은 것 같았다.
아마도 새로운 대통령에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현 남북관계 또 대중국 관계에 변화가 오지 않을까 하는 노심초사 때문이겠지만, 국제관계 형성에 가장 우선순위는 늘 그렇듯 자국의 이익을 바탕에 두는 것이다.
그럼 미국이 현 남북관계를 유지할수록 이익을 얻게 해주면 되고, 현 관계를 재조정하려면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방해하면 되는 간단한 문제다.
그래서 나는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북한에는 전가의 보도 핵무기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한국은 민재인 대통령의 말처럼 민주주의국가라서 대통령이 뭐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었지만, 나는 북한을 내 마음대로 통치할 수 있었으니 작은 이익을 미국에 주고, 큰 것을 노려도 나를 비판할 세력도 비판할 언론도 작은 이익을 준다고 딴죽을 걸 야당도 없었다.
그러니 얼마든지 미국을 상대할 자신이 있었다.
***
추석 연휴가 지난 2020년 10월 5일 월요일 새벽 내 동생 수진은 친구 은주와 함께 여권과 민재인 대통령에게서 받은 초청장을 챙겨 차에 오른 다음 춘천 아파트를 나가 강원도 고성 동해선도로 남북출입사무소를 향해 달렸다.
“드디어 말로만 듣던 금강산 관광을 가본다. 이게 다 수진이 네 덕분이라고 하면 되지.”
“그래. 그리고 여기 금강산 관광할 때 주의 사항 큰소리로 한번 읽어봐.”
“읽을 것도 없이 북한 안내원들이 시키는 그대로만 하면 된다.”
“그래도 크게 한번 읽어봐. 새벽 운전하려니 잠 오니까.”
“진짜 잠 와?”
내 동생 수진은 지난 3월 13일, 개성 식목행사에 다녀온 이후 다시 북한 땅으로 관광 그것도 금강산 관광을 가게 되어 약긴 들뜬 상태였고, 그 덕분에 잠을 설쳤으니 당연히 잠이 왔다.
그러나 이번 여행은 정식으로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어 가는 것이 아니라 그 금강산에서 돌아온 민재인 대통령이 관광 재개를 공식 발표하고, 본 관광에 앞서 선발대를 파견하겠다고 해서 실현된 것이었다.
그 때문에 이번 선발대에는 정부와 한대 아산 등 관광업계 관계자와 일부 기자 등이 주를 이루었고, 그중에 수진도 끼어있었으니 다 민재인 대통령의 배려였다.
“응, 그러니 큰소리로 한번 읽어봐!”
“알았어. 그런데 대통령이 직접 초청장도 다 보내고, 알면 알수록 수진이 너는 진짜 이상하고, 비밀스럽고 그 뭐라고 해. 그런 것 있잖아.”
“은주야. 많은 것을 알면 다쳐. 그러니 예전 백두산과 개성 갔을 때처럼 그냥 조용히 관광이나 하자.”
“그래도 대통령과는 진짜 무슨 사이야?”
“아무 사이도 아니고 그냥 대통령이 잘되기를 바라는 국민의 한사람일 뿐이야.”
“그런데 대통령이 그래?”
수진과 친구 은주는 그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초청장과 함께 온 금강산 관광할 때 주의사항을 다시 한 번 읽어봤다.
그렇게 동해선도로 남북출입사무소에 도착한 둘을 맞은 것은 청와대 행정관이었고, 그의 안내에 따라서 다른 선발대와 합류하여 간단하게 교육을 받고, 주의사항을 들은 다음 절차를 마치자마자 북 즉 금강산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그러나 곧 북한의 입경 심사를 받기 위해 버스에서 내려야 했으나 그것도 잠시 다시 버스에 올라 한국 건설업체가 말끔하게 공사한 국도 7호선을 따라 곧 금강산 호텔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짐을 풀고 방을 배정받은 수진은 다시 버스에 올라 북한에서 환영 만찬을 준비한 금강산 옥류관으로 이동했다.
“금강산을 방문해주신 대한민국의 문화체육관광부 조종환 장관님과 한대 아산의 현민정 회장님 이하 모든 동포의 금강산 방문을 환영합니다. 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내각 총리 박봉구입니다. 동포 여러분 모두 환영합니다.”
이렇게 인사를 하면서 한국 방문단을 맞은 것은 말 그대로 북한 내각 총리 박봉구였으니 내가 그를 보냈기 때문이다.
즉 이 일은 내각 총리인 그가 참석할 만큼 중요한 일이었기에 말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양형섭 등도 보냈으니 나는 이만큼 이 일에 성의를 보였다.
어떻든 내각 총리 박봉구의 환영인사에 이어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조종환이 대한민국을 대표해 역시 답사를 하면서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졌다.
“강수진 동무, 냉면 맛이 어떻습네까?”
“아, 네. 좋습니다.”
“서울, 개성 등 다른 곳과는 별반 다르지 않습네까?”
“백두산과 개성, 서울에서 먹어 본 것과는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평양에서는 아직 먹어보지 않아서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수진은 자신이 앉은 원형 테이블까지 와서 이렇게 말을 거는 북한 내각 총리 박봉구 때문에 약간 당황했지만, 곧 신색을 바로 하고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와 반대로 박봉구는 그 나름대로 수진을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었으니 그건 이곳으로 오기 전 나 즉 김정은이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박 동지, 남조선에서 오는 인원 중 강수진이라는 처녀가 있을 것이니 만나보고 와서 내게 이야기나 해주시오.’
이랬으니 수진을 보는 그의 눈에는 의아함이 가득했다.
그러나 더 이상의 궁금증을 품었다가는 자신에 앞서 저번 개성에서 수진의 존재를 알아보려던 통일전선부장 원영삼이 그 이후 나에게 공개 경고를 받은 것처럼 자신도 그럴 것 같아서 그만두고는 이렇게 말했다.
“언제가 평양 옥류관에서 냉면 먹어볼 기회가 오겠지요. 그리고 이 쟁반 국수도 먹어보기요. 맛이 아주 좋으니까. 그럼.”
내각 총리 박봉구가 그 말과 함께 테이블을 떠나자 수진과 함께 앉아있던 모두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리고 그중 가장 이상한 눈으로 수진을 보는 것은 아무래도 그 친구 이수영이었다.
“대통령에 이어서 이제는 북한 총리까지. 수진이 너는 도대체 정체가 뭐야?”
“간첩이다. 됐어!”
“썰렁한 농담하지 말고, 진짜 뭐야?”
“네 초등, 중등, 고등, 대학교까지 동기동창에 친구, 이제 됐으면 냉면이나 먹자.”
그렇게 환영 만찬은 이어졌고, 그날 오후에는 가까운 일대 관광이 이어졌다.
다음날부터는 본격적인 관광이 이어졌고, 그렇게 4박 5일 동안 계속되어 그동안 중단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준비와 점검은 착착 이루어졌다.
그리고 수진과 이수영 등이 선발대로서 관광을 마치고 남으로 내려온 며칠 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조종환이 배석한 가운데, 민재인 대통령이 정식으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선언했고, 한대 아산은 관광객을 모집하기 시작했으니 드디어 금강산 관광이 재개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