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1화 〉 전시작전통제권(3)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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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개정과 친일파 청산에 이어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법안도 기어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장 등에 대한 주민소환제도는 있었지만, 국회의원에 관한 주민소환제도는 없었기에 말이다.
또 국회의원이 범죄를 저질러 1심에서 벌금 1만 원 이상을 받으면, 그 즉시 직무가 정지되고,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확정판결을 받으면 그때야 직무가 개시되도록 하는 법안, 당선 무효형을 벌금 100만 원 이상이 아니라 벌금 1만 원 이상으로 하는 법안 등도 국회를 통과했다.
이런 와중에 개성공단에는 남북 합작으로 결핵 검진센터, 황해도 해주 등에는 결핵 요양병원이 설립되어 서울 옥류관보다 먼저 문을 열었다.
그럼으로써 실질적인 남북 의료 협력이 먼저 이루어졌다.
남과 북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그때 나는 장성택의 경쟁자였던 이제강의 사위 차철마를 호위사령부로 잡아들여 조사 아닌 조사를 하고 있었다.
“네놈이 공화국 최고 부자라면서?”
“제가 어찌 공화국 최고 부자이겠습니까. 그건 그냥 소문일 뿐입니다. 위원장 동지.”
“그건 조사해보면 나오겠지.”
북한 최고 부자라는 차철마를 잡아들이는 동시에 호위사령부에서 그의 집과 사무실은 물론 사돈의 팔촌까지 탈탈 털고 있었으니 곧 그 재산의 정도가 파악될 것이다.
내가 북한 최고 부자라는 이 차철마를 잡아들인 이유는 이제 북한도 어느 정도 개혁을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즉 그동안 나에게 정치적으로 반대하는 자들은 숙청이나 강등 등으로 처리했지만, 정경유착으로 알게 모르게 내 통치의 근간을 어지럽히는 자들은 그냥 두고 보았는데, 이제는 그들을 처리해 북한도 정경유착의 꼬리를 끊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온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떻든 그런 이유를 차철마를 잡아들인 그 이틀 후, 그의 집과 사무실, 일가친척들에게서 압수한 물건들이 호위사령부 연병장에 가득 펼쳐졌는데, 한마디로 기가 막혔다.
“현금만 총 얼마네?”
“예, 위원장 동지. 우선 미국 달러화가 총 510만 달러이고, 중국 위안화는 총 5,574만 위안, 남조선 원화는 총 9억 2,574만 원입니다.”
“현금만 그렇게 많다고?”
“그렇습니다. 위원장 동지.”
미국 달러화 510만, 중국 위안화 총 5,574만, 남조선 원화는 총 9억 2,574만 원이란다.
현 환율로 계산하면 한국 원화로 총액 151억이다.
이것이 북한에서 일개인이 보관하고 있는 현금이라니 좀 현실감이 없는 것 같았다.
“현금 말고 다른 것은?”
“조선중앙은행 등 각 은행 통장 25개에 저금과 보통저금도 있었는데, 저금액을 달러화로 환산하면 약 1,000만 달러입니다. 그리고 1kg 금괴가 100개, 다이아몬드, 진주 등 보석류도 제법 있습니다. 또한, 도자기와 그림 등 골동품, 아파트 3채와 주택 5채 이외 부동산도 있습니다.”
“1kg 금괴가 100개나 있다고?”
1kg 금괴가 100개면, 적어도 한화로 45억이다.
아니 그것보다 각 은행 저금이 1,000만 달러란다.
그리고 보석과 골동품, 부동산까지라니 재산을 다 더하면 한국 돈으로 적어도 500억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역시 북한 최고 부자라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란 생각이 뇌리를 강타했다.
“그렇습니다. 위원장 동지.”
“그런데 말이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재산을 다 합치면 남조선 돈으로 약 500억 정도나 되어 공화국 최고 부자라는 소리는 들을 만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한편으로 생각하기에는 너무 적은 것 같소. 즉 남조선 돈 약 500억이면, 남조선에서는 부자 중의 부자라고 명함을 내밀기에는 많이 부족하다는 말이오.”
“그 말씀은 숨겨놓은 돈이 더 있을 것이란 말씀이십니까?”
“그렇소. 그러니 사령관은 지금부터 이놈을 족쳐서 혹 다른 곳에 숨겨놓은 돈이 있으면, 그것도 모두 회수하고, 이놈에게 뇌물 받아먹은 놈, 편의를 봐준 놈, 특혜를 준 놈들도 모조리 잡아들여 조사하고 그렇게 쌓은 재산도 모두 몰수하시오. 알겠소?”
“즉각 시행하겠습니다.”
이만철 호위사령관에게 이렇게 지시한 다음 홍인법 검열위원장을 불러서는 또 이렇게 지시했다.
“지금부터 외화벌이 일꾼 또는 과거 외화벌이 일꾼이었던 자들을 철저히 감찰하여 부정하게 축재한 모든 재산을 환수하고, 보고하시오. 알겠소?”
“잘 알겠습니다.”
“철저하게 감찰하라는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시리라 믿소.”
“물론입니다. 위원장 동지. 철저하게 감찰하여 한 점의 의혹도 없도록 하겠습니다.”
홍인법 검열위원장 다음으로는 내각총리 박봉구를 부른 다음 또 이렇게 지시했다.
“지금부터 공화국에서 돈 좀 있다고 소문난 돈주들을 모조리 찾아내 탈탈 털어 부정하게 축재한 자금이 있으면 모두 환수 조처하시오.”
“공화국의 돈주들을 모두 조사하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소. 그리고 그 와중에 부정 축재한 자들의 재산은 모두 환수하시오. 알겠소?”
“예, 즉각 시행하겠습니다.”
“그리고 요즘 세금이 잘 걷히지 않는 것으로 아는데, 납세의무를 진 자와 사업체에 대한 세무조사도 시행하시오. 그래서 역시 미납 세금을 거두어들이고, 고의체납자 놈들은 엄하게 벌하시오. 이것도 알겠소?”
내가 김정은으로 환생하기 이전 북한에는 세금이라는 개념이 희미했다.
아니, 아예 없으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내가 환생한 이후 여러 분야에 세금을 도입한 관계로 이즈음은 세금이라는 말과 제도가 북한 전역에 자리를 잡았으나 세상 어디든 꼭 세금을 내지 않고, 떼어먹으려는 자들이 존재하듯 북한도 그랬다.
그래서 이참에 세무조사를 해서 그런 자들을 엄벌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이러면 앞에 지시한 것과 합쳐 뇌물 받아먹은 놈, 부정하게 재산을 축재한 놈, 세금 탈세한 놈 등을 모조리 처벌할 수 있었고, 그렇게 환수한 돈은 북한 발전에 유용하게 쓸 수 있었다.
그리고 내 이런 계획이 실행되자 그날로 북한 전역은 벌집을 쑤신 것처럼 시끄러웠으나 세상 어디든 일반 대중과는 무관한 그러니까 가진 자들, 죄지은 자들만의 이야기였다.
***
북한이 그렇게 시끄러워지는 와중에 서울에서 드디어 옥류관 서울 분점 개소식이 열렸다.
그 개소식에 참석한 다음 식순에 따라 진행된 개식사, 옥류관 소개, 문재인 대통령의 축사에 이어서 축사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나 단상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옛 기무사령부 예하 기무부대 터를 새롭게 개축해 만든 옥류관 서울 분점과 개소식에 참석한 수많은 남북 인물들의 면면을 한번 쭉 둘러본 다음 이렇게 축사를 했다.
“친애하는 남조선 국민과 공화국 인민 여러분, 오늘 우리는 드디어 통일을 위한 작은 기초하나를 이 서울에 마련했음을 세계만방에 알리고 있습니다. 즉 이 옥류관은 단지 냉면을 파는 음식점이 아니라 공화국의 음식문화를 남조선에 소개하여 지난 세월 끊어졌던 우리의 전통음식을 잇는 위대한 가교 구실을 하는 곳이 될 것이란 말입니다. 음식이 무엇입니까. 바로 먹을거리입니다. 우리 민족은 오천 년을 함께 먹고 마시다가 지난 70년을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부터 우리는 앞으로 다가올 오천 년을 함께 할 것입니다.”
내가 여기까지 연설했을 때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와 함께 함성도 들렸다.
개소식에 참석한 일천여 명의 참가자는 물론 개소식에는 들어오지 못했지만, 행사장 밖에서 빨리 식이 끝나고 옥류관이 손님을 받기를 기다리는 수천 명에게서도 함성과 박수가 들렸으니 그들에게도 내 연설이 들리는 모양이었다.
하여 행사장 밖을 한번 바라본 후 이렇게 연설을 이어갔다.
“친애하는 남조선 국민과 공화국 인민 여러분,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그런 음식문화에 이어서 또 하나의 단절된 북남 남북 교류에 관해 말하고자 합니다. 이건 이미 교류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철도, 도로, 지하자원, 관광 등에 이은 음식문화와는 차원이 다른 것입니다. 하여 오늘 이 자리에 계신 대한민국 민재인 대통령님 그리고 서진성 국방부 장관과 정영두 합동참모본부 의장께 제안합니다. 이 여름이 다 가기 전에 북남 남북의 기갑부대가 합동으로 기동훈련과 사격훈련을 시행합시다. 우리 공화국이 휴전선을 활짝 열 것이니 남의 기갑부대가 공화국으로 기동훈련을 겸해서 오십시오. 그럼 우리 기갑부대가 맞이하여 함께 행진하여 개성에서 북으로 약 22km 떨어진 황해북도 금천 인근 사격장에서 사격훈련을 하고, 합동으로 전술토의도 합시다. 어떻습니까?”
연설을 하다말고 이렇게 물으면서 민재인 대통령을 보자 약간 당황한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잠시 서진성 국방부 장관을 바라보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김 위원장의 그 제의가 진심이라면, 그렇게 하십시다.”
“진심이니 당장 시행하시죠.”
“그렇게 하십시다.”
민재인 대통령이 이렇게 대답하기에 다시 연설문을 한번 살펴본 다음 이어가려고 했으나 또 한 번의 박수갈채와 함성이 터지는 바람에 잠시 그 환호에 답해준 다음에야 이렇게 이어갔다.
“친애하는 남조선 국민과 공화국 인민 여러분, 민재인 대통령님이 제안을 수락했으므로 축사랍시고, 지루한 연설을 더 이어가 봐야 잔소리만 될 것 같으니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아무쪼록 북남의 음식문화가 활발하게 교류되고, 나아가서는 북남의 군사교류까지 이어지기를 바라면서 냉면 맛있게들 드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서울 옥류관 개관식은 대충 이렇게 마무리가 됐다.
그러나 내 연설의 파장은 개소식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이어져서 특실에 마련된 연회석에 민재인 대통령 등과 마주앉자마자 냉면이 아니라 그 안건부터 식탁에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