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9화 〉 전시작전통제권(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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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장관 김혜미와 통일부 차관 천해상 등이 한국으로 내려가고 얼마나 많은 논의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생각한 것 이상 빠른 전화기에 얼른 받으려다가 뜸을 좀들인 다음 느긋한 목소리로 이렇게 첫마디를 뗐다.
“금강산에 꽃들이 만발한데, 무슨 전화입니까. 오셔서 같이 온천이나 하면서 천천히 이야기해도 될 것을 말입니다.”
“하여튼 김 위원장은 배 아픈 소리만 하오. 그건 그렇고 각 업체의 사업 기간을 10년, 토지 사용료와 매출액에서 일정액 세금 납부, 금강산 관광특구에서 일하는 인력 90%를 북한 주민으로 하는 대신 개별 도보 관광, 자전거 관광, 차량 관광까지 허용하겠다고 했다는데, 진심이오?”
“그렇습니다. 그러니 어서 결정하십시오. 그래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죠.”
“한대 등 금강산 관광에 투자한 기업에서 반대가 만만치 않으리라는 것은 짐작하고 하는 말이오.”
“물론입니다. 그러나 몰수한 자산을 돌려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감사해야 할 처지가 아닙니까. 그래도 그 조건을 받지 못하겠다면, 오지용 부위원장을 특사로 보낼 것이니 알아서들 다시 협상해 보라고 하십시오.”
“그래도 조건은 변하지 않을 것 아니오.”
“그러니 다시 협상해 보라는 것입니다. 한 가닥 희망을 품고 말입니다. 하하하!”
“김 위원장이 웃는 것을 보니 백번을 협상해도 조건은 변하지 않을 것 같으나 그래도 업체를 달래려면 오지용 부위원장을 보내시오. 그럼 해당 업체와의 자리를 만들겠소.”
백번이 아니라 천 번을 협상해도 내가 제시한 조건은 변하지 않을 것이고, 오지용도 협상에서 그것을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내일 서울로 보내겠으니 잘 협상해 보라고 하십시오. 그건 그렇고 비료와 중장비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비료는 배와 기차에 선적하고 있으니 이르면 내일 첫 화물 열차가 개성으로 들어갈 것이고, 화물선은 며칠 있어야 남포항으로 들어갈 것이오. 그리고 주문한 중장비도 업체와 협상 중이니 며칠만 기다리시오.”
“중장비야 며칠 늦더라도 비료야말로 정말 하루가 급한 것이니 더 서둘러서 빨리빨리 보내주십시오. 다시 부탁합니다.”
“알았소. 하고 영공통과는 언제부터 가능하겠소?”
“중국에서 레이더가 들어오는 데로 허용하겠습니다.”
“설마 그 레이더로 우리 군의 움직임을 속속 파악하려는 것은 아니겠죠?”
“농담이죠? 그래도 썰렁합니다. 또 공화국의 레이더만으로도 한국 전투기들의 움직임을 모두 다 감시할 수 있는데, 무슨 그런 말을······. 아니지. 삼족오가 비상했으면 모르겠네. 삼족오 비상했습니까?”
지난 2017년 3월 미군의 B-1B 랜서 폭격기 2대가 한반도에 비밀리에 전개되어 NLL을 넘어 원산 앞바다까지 비행한 그 사건 이후 내가 아닌 원판 김정은은 북한 대공 방어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려고 제법 많은 투자를 했고, 그 결과 F22 스텔스기는 몰라도 북한 영공에 들어오는 다른 전투기는 모두 잡아낼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거기에 지금의 미묘한 국제정세를 이용해서 비록 중국산이라도 최신 대공 레이더를 수입해 대공방어망을 더 정교하고 촘촘하게 깔면 스텔스기 빼고는 거의 모든 전투기와 폭격기를 잡아낼 수 있었다.
사실 중국산 최신 대공 레이더가 아니라 번개 7, 즉 내가 영변을 주둔지로 하는 제 1방공포병사단과 북한 전국 각 지역에 배치하라고 한 그 번개 7호만 있어도 중국 전투기는 물론 한국 전투기, 일본 전투기, 스텔스기를 제외한 미국 전투기까지 모두 잡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굳이 중국산 최신 대공 레이더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따로 있었으니 그건 바로 중국을 안심시키려는 목적이었다.
즉 한국 공군력 증강을 핑계로 하여 대공 레이더를 도입하는 것이므로 절대 중국과는 상관없다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얻어지는 그런 인식 말이다.
그리고 그 인식을 더 굳건하게 심어주려고, 이미 중국에도 배치된 러시아의 S-400 트라이엄프(Triumph) 방공 미사일의 판매를 러시아에 재촉하고 있기도 했으니 중국은 절대 자국산 대공 레이더가 자국 전투기를 대비한 준비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아는 순간은 이미 요격 미사일이 중국 전투기를 향해 날아가고 있을 것이니 더 말해 무엇을 할 것인가.
“삼족오가 비상하려면 아직 멀었으니 좀 더 기다려보시오. 그리고 북의 레이더가 감시해야 할 대상은 우리 한국 공군이 아니라 중국 공군임을 잊지 마시오.”
“대통령님이야말로 우리 공군이 아니라 중국 공군 나아가서는 해군이 적군임을 잊지 마십시오.”
“김 위원장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내 생각도 변하지 않을 것이니 그건 안심하시오.”
“그럼 다행이고요. 아, 그리고 부탁 하나만 더 하겠습니다.”
“뭐요?”
“오지용 부위원장과 함께 민은정 대좌를 보낼 테니까 남조선 기업 광고 좀 잡아 주십시오. 그리고 실력 좋은 광고 대행사 선정해서 금강산과 개성 관광 홍보 광고, 옥류관 서울 분점 홍보 광고도 찍었으면 하는데······.”
“오! 기어이 민은정 대좌를 내세워서 우리 광고계까지 섭렵하시겠다. 지금 그거요?”
“맞습니다. 그러니 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좋은 광고 찍게 좀 도와주십시오. 광고료는 안 떼먹고 민은정 대좌 부모에게 돌아갈 것이니까. 아시겠습니까?”
“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도와주라면서 광고료는 민 대좌 부모에게 다 준다니 뭔가 이상하지 않소. 그러나 진짜 그 돈이 민 대좌 부모에게 다 간다면 당연히 도와줘야지. 그러니 김 위원장이 중간에서 떼먹지 마시오. 알겠소?”
사람을 어찌 보고 이런 소리를 할 수 있을까.
내가 종업원 돈 떼먹는 악덕 사업주도 아니고, 애들 코 묻은 돈 뺏는 양아치도 아니고 말이다.
그러나 그동안 북한에서는 외화벌이 노동자들의 돈을 사실상 갈취해 온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뭐 별로 반박할 말은 없었으나 내가 환생한 이후 그런 일은 일절 없었고, 그런 자가 있다면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엄벌했으니 완전히 사라졌다고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소리를 들으니 발끈할 수밖에는 없었다.
“뭐라고요?”
“광고료 중간에서 떼먹지 말라고 했소.”
“내가 양아치 깡패 새끼입니까. 중간에서 돈이나 떼먹게. 그리고 그런 소리 하려면 전화 끊읍시다. 또 북남 관계도 아예 끊읍시다. 그래서 예전처럼 돌아갑시다. 동경 앞바다로 미사일이나 한 발 쏴 버릴까 보다.”
“고작 그 말에 삐쳤소?”
“삐지기는 누가 삐졌다고. 전화 끊읍시다.”
이렇게 전화를 진짜 끊어버리자 1분도 안 되어 다시 전화가 걸려왔기에 받지 않다가 한동안 뜸을 들인 다음 이렇게 받았다.
“왜요? 왜? 왜 자꾸 전화하는 겁니까?”
“진짜 애도 아니고 고작 그런 말에 삐질 거요?”
“진짜 요즘 애들 말로 헐입니다. 헐!”
“알았으니 그만 삐지고, 오 부위원장과 민 대좌 보내시오. 그럼 오 부위원장은 우리 기업들과 협의하라고 하고, 민 대좌는 광고 촬영하도록 배려하겠소. 또 적당한 광고 대행사 찾아 개성과 금강산, 옥류관 광고 촬영도 진행하도록 도와주겠소.”
“제대로 안 도와주면 그땐 진짜 재미없습니다.”
민재인 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으니 제대로 도와주리라.
아니라면, 이쯤에서 모든 것을 한번 틀어야 했다.
그래야 정신을 제대로 차리리라.
그건 그렇고 다음 날 오지용과 민은정 등은 서울로 떠나고, 나는 1군단장과 함께 고성 어느 바닷가에서 파도를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남한에서 본 어느 바닷가보다 파고가 높았기에 말이다.
“위원장 동지, 이 정도면 파도타기에 적당하지 않겠습니까?”
“파도는 타보지 않았지만, 뭐 저 정도면 될 것 같으니 여기저기 철조망 모두 걷어내고, 무분별한 해안 초소도 모두 철거하시오. 그러면 공병국 2여단을 동원해 적당한 곳에 해안 초소 같지 않은 멋진 해안 초소를 지어주겠소. 알겠소?”
“예, 위원장 동지.”
“좋소. 그리고 곧 남조선에서 장비가 올라올 것이니 7번 국도에서 이곳으로 이어지는 진입로만 확장 공사를 해주고, 원산 평양 간 고속도로 공사를 본격적으로 시행하시오. 이것도 알겠소?”
그렇게 1군단장 문재호, 강원도당 위원장 박정남, 원산시당위원장 오근경 등에게 고속도로 확장 공사와 해수욕장, 자동차 야영장, 파도타기 장, 한옥 숙박 시설 공사 등에 관한 지시를 다시 한 번 더하고, 공병국 2여단장 양원복에게도 따로 지시했다.
고속도로 확장 이외의 공사를 공병국 2여단이 도맡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고도 모자라서 국가건설감독성 권성호에게는 공사의 모든 책임을 맡겼으니 평양 원산 간 고속도로 확장 공사, 새로운 해수욕장, 자동차 야영장, 파도타기 장, 한옥 숙박 시설 공사 등은 잘 진행되리라.
한국 기업들이 할 공사는 제외하고 말이다.
어떻든 이렇게 금강산 현지시찰에서 제법 많은 일거리를 던져주고 평양으로 올라왔다.
***
청와대를 방문한 오지용과 민은정을 만나 제법 긴 시간 회담을 나눈 민재인 대통령은 그들이 한국 기업 관계자 등 실무진과의 협의를 위해서 청와대를 나가자 한미 연례 안보협의회의(SCM)를 마치고 돌아온 국방부 장관 서진성을 불러서 이렇게 물었다.
“어떻게 됐소?”
“전작권은 조속히 환수하고, 한미연합사령부는 해체하고, 전시에는 주한미군 사령부와 합참이 합동사령부를 구성해서 함께 전쟁을 수행하는 방안으로 계속 협의하기로 했습니다.”
“전시에는 주한미군 사령부와 우리 합참이 합동사령부를 구성해서 공동 대응하는 방안으로 협의를 계속한다.”
“그렇습니다. 대통령님.”
“평시는?”
“평시는 지금처럼 우리 합참이 모든 권한을 가지고, 한미는 각 장성과 영관 장교로 구성된 연락 장교단을 통해 서로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평시는 뭐 그 정도면 되겠는데, 전시에 한미가 합동사령부를 구성하면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 아니오?”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고 한국군 4성 장군이 사령관을 맡는 새 연합사령부 즉 연합전구사령부 창설은 이렇게 백지화되고 있었다.
이는 남북 관계의 급진적인 변화 때문에 내린 민재인 대통령의 결단 때문이었지만, 속내는 좀 복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