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7화 〉 금강산 관광(9)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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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재인 대통령이 꼰대라고 하니 국토부 장관 김혜미와 통일부 차관 천해상 등 한국 측 인물들의 얼굴에 미묘한 웃음이 머물기에 이들도 조금은 나 같이 생각하는 것 같았으나 말은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닌가.
“대통령님은 절대 꼰대가 아닙니다.”
“꼰대요. 그건 그렇고 내가 김 장관을 보자고 한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이번에 공화국 금강산 고속도로를 4차선으로 확장하고, 평양 원산 간 고속도로와 바로 연결하려고 하기 때문이오. 민 대좌, 공사 발주서를 드려라!”
“예, 위원장 동지.”
민은정이 A4용지 3장으로 된 간단한 공사 발주서를 건네자 그걸 받은 국토부 장관 김혜미는 얼른 요점만 파악한 다음 이렇게 물었다.
“7호선 국도는 원래 계획처럼 4차선으로 확장하고, 원산 고성 간 금강산 고속도로도 4차선으로 확장한다. 그리고 원산 고성 간 고속도로와 평양 원산 간 고속도로를 이어 달라는 것이군요?”
“그렇소. 그러니 어서 공사를 발주해주고, 공사 대금은 공화국 지하자원 대금에서 차감하시오. 아울러 석윳값에서 제하고, 불도저, 대형, 중형, 소형 굴착기 각 100대, 25톤 덤프트럭과 2.5톤 트럭 각 200대, 1톤 트럭 500대도 좀 보내주고.”
“대통령님과는 이미 합의된 사항이니 제가 귀국하는 대로 공사 발주하고, 장비는 구매하겠습니다. 그런데 어디로 보내야 하는지······.”
“이곳으로 보내시오. 그리고 김 장관도 아시다시피 공사 현장에 필요한 노동자는 우리 인민을 고용하고, 월급 150만 원과 의식주 등을 보장해야 하오.”
“모든 공사 현장에서 이미 그러고 있으니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좋소. 그리고 천 차관, 민재인 대통령께 이야기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금강산 관광이 곧 재개될 것이오. 하면 사전 협의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아니요?”
“그래서 제가 이곳에 왔겠지요. 아닙니까?”
“맞소. 그러니 우리 오지용 부위원장과 금강산 재개를 위한 협의를 하시오. 전권을 가졌으니 천 차관도 그런 마음으로 협의에 임해야 할 것이오.”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당국자 협상은 그렇게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지난 2010년 4월 금강산지구 내 남측 시설 및 자산을 몰수하고, 체류 인원을 전원 추방했으며, 2011년 4월에는 한대의 독점사업권을 취소한 데 이어서 5월에는 금강산 국제관광특구법을 채택하여 남측의 금강산 관광 참여를 배제했다.
그리고 2011년 11월 4일에는 중국을 통한 금강산 국제관광을 시작했으니 다시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려면, 남북은 제법 많은 협상을 해야 했다.
그리고 기어이 북의 오지용과 남의 천해성이 마주 앉았다.
“천 차관, 공화국이 남측 한대 등의 자산을 몰수하고, 독점 사업권을 취소한 것은 공화국의 정당한 법적 조처이니 그 부분은 이 협상에서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만 미리 아시오.”
“시작도 하기 전에 못을 박는군요.”
“못을 박는 것이 아니라 미리 알려주는 거요.”
“그래서는 협상이 되지 않을 것 같으니 일단 몰수한 우리 기업들의 자산을 모두 돌려주시죠. 그러고 나서 진지하게 협의를 해보시죠.”
“공화국은 금강산 관광지구 투자자에게 관광개발과 영업활동, 세금면제 등을 통해 투자를 촉구했고, 관광지구 개발을 위한 개인과 법인, 기타 경제조직들의 자유로운 투자가 허용되도록 했으며, 법적으로 재산까지 보호받도록 해주었소. 또 관광산업 외에 소프트웨어 등 무공해 첨단과학기술 부분의 투자도 허용하는 한편 사업 주체인 남조선 한대에게 사업권한 일부를 다른 투자자에게 양도, 임대할 수 있도록 해주었으며, 금강산 관광특구 토지를 2052년까지 무려 50년간 이용할 수 있는 토지 이용권도 주었소. 그러나 관광사업을 일방적으로 중단한 것은 남조선 당국이오. 그러니 우리 공화국으로서는 그 모든 자산과 사업권과 토지 이용권을 회수할 수밖에는 없었소. 만약 남조선 한대가 이에 불만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 공화국이 아니라 남조선 당국에 따져야 할 것이오.”
“그런 억지가 어디 있습니까?”
“억지가 아니라 현실을 말한 것이오. 개성공단 기업주들이 공단을 일방적으로 중단한 박근애 정권과 남조선 당국을 향해 소송을 제기했지. 우리 공화국을 향해 소송을 제기했소. 즉 모든 책임은 일방적으로 사업을 중단한 그 당사자에게 있다는 말이오. 그것은 금강산 관광도 마찬가지고. 그러니 남조선 한대 등의 자산과 사업권은 돌려줄 수 없소. 단, 남조선 당국의 소유인 이산가족상봉소 등은 북남 관계 발전을 위해서 돌려주겠소.”
한대 등 기업소유의 자산과 사업권을 몰수하는 대신 정부 소유인 이산가족상봉소 등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 돌려주겠다는 오지용의 말을 듣는 천해상은 절로 미간을 찡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전 정부의 대책 없는 일방적인 결정들 때문에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에 이어서 이번에는 한대 등 금강산에 투자한 기업들만 손해를 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우리 기업들이 이 금강산에 투자한 자금이 수천억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다 압수한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그리고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그런 법은 공화국에 있고, 투자에는 언제나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비를 미리 하지 못한 것은 남조선 당국이니 각 기업체에 개성공단 피해 기업에 해주었듯이 보상을 해주면 되겠네. 그러고서 금강산 관광을 일방적으로 중단한 자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것이 순서일 것 같소만.”
“너무 하는군요.”
“너무 한 것은 금강산 관광을 일방적으로 중단한 그 자들이오. 그러니 그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모든 자산은 공화국이 몰수했으니 새로 금강산 관광 사업을 하고자 하는 기업이 있으면 공화국이 제시하는 새로운 기준에 맞춰야 할 것이오.”
“그 새로운 기준이 무엇입니까?”
“그 기준이란······.”
오지용은 이렇게 말을 흐린 다음 한동안 딴청을 피웠다.
그러자 속이 탄 천해상이 다그치듯 이렇게 물었으니 그는 이미 협상에서 지고 있었다.
“그 새로운 기준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그러십니까?”
“무엇이기는 바로 공화국에서 제시하는 새로운 금강산 관광 기준이지. 그리고 이는 위대하신 최고 영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공화국 법에도 불구하고 금강산 관광에 투자한 남조선 기업들에 최대한 호의를 베풀어주는 것이오. 즉 몰수한 남조선 기업들 자산을 돌려주는 대신 그 기한을 10년으로 한정하고, 그 10년 동안의 토지 사용료와 함께 매출액에서 일정액의 세금을 내는 것이오.”
“뭐라고요?”
“위원장 동지의 특별 배려로 남조선 기업들 자산을 돌려주는 대신 그 기한을 10년으로 하고, 임대료와 세금도 내는 조건으로 금강산 관광 사업을 재개하는 것이오.”
“그것이 김정은 위원장의 특별 배려라고요. 그런데 왜 처음에는 한대 등의 자산과 사업권을 돌려줄 수 없다고 해서 사람을······.”
“내 끝까지 남조선 기업들의 자산을 돌려주지 않으려고 하다가 천 차관의 표정을 보니 도무지 그럴 수가 없었소. 이것은 순전히 내 마음이 약해서이니 천 차관은 이 일을 절대 잊지 마시기 바라오.”
“김정은 위원장이 아니라요?”
“하하하! 당연히 위원장 동지가 먼저이고, 그다음이 나라는 말이오. 사람이 원 융통성이 그리 없어서야.”
마치 자신을 가지고 노는 듯한 오지용의 이 말에 천해상은 더 인상을 구겼다.
이미 한대 등의 자산과 사업권을 돌려주면서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기로 방침을 정해놓고, 처음에는 아닌 척 퉁기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자신이 불쌍해 보였다면서 이러니 말이다.
“저 놀리시려고 처음에는 완강하게 한대 등의 자산과 사업권은 돌려줄 수 없다고 하다가 제 표정을 보고 재미없으니까 이제야 돌려준다고 하시니 진짜 재미있습니까?”
“내가 언제 천 차관을 놀렸다고 그러시오. 그러니 그렇게 알고 금강산 관광 재개를 하십시다. 그리고 또 하나 빠진 것이 있는데, 한대 등의 남조선 기업에 예전처럼 독점 사업권을 줄 수 없으니 각 업체에 잘 알아듣게 말해 주시오. 하고 금강산 관광 특별지구에서 일하는 인력은 필수 인원 약 10%만 남조선 인민을 고용할 수 있고, 나머지 90%는 공화국 인민을 고용해야 하오. 만약 이를 어기는 기업이 나오는 즉시 다시 준 사업권과 자산도 바로 몰수할 것이오. 이것도 알겠소?”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삐쳤소?”
“제가 언제 삐쳤다고 그러십니까. 그리고 사업 기간 10년과 함께 토지 사용료와 매출액에서 일정액의 세금 납부, 그것도 모자라서 금강산 관광 특구에서 일하는 인력 90%를 북한 주민으로 해야 한다. 하고 이 조건을 다 맞추지 못하면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지 못한다. 지금 이것입니까?”
“바로 그렇소!”
“그럼 금강산 관광 재개하지 마시죠.”
천해상은 이렇게 말하면서 자신을 가지고 놀 듯한 오지용에게 한 방 먹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그 만의 오판이었으니 그 말을 듣자마자 파안대소한 오지용이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으하하! 그럼 그럽시다. 천 차관. 그 대신 이것만 아시오. 지금 남조선으로 가는 석유에 관한 전권도 위원장 동지께서 나에게 주었다는 사실을 말이오.”
“뭐라고요?”
“공화국이 제시한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금강산 관광 재개하지 맙시다. 알아들었지요?”
“잠깐만요. 잠깐만!”
이곳으로 오기 전 민재인 대통령에게서 직접 받은 전화 내용은 김정은 위원장과는 이미 협의가 되었으니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후속 협의를 하고 오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자신이 여기서 그런 조건으로는 관광을 재개할 수 없으니 협의는 없었던 일로 하자고 하고 돌아가면 어떻게 될까.
천해상은 불현듯 그 생각이 들어 이렇게 시간을 얻은 다음 찬찬히 생각해 봤다.
‘바로 경질될까? 아냐. 그렇다고 바로 경질이야. 그런데 만약 금강산 관광을 볼모로 해서 석유 수입까지 막아버리면 그때는, 거기다가 석탄에 단천의 지하자원까지 막아버리고, 우리 통일부의 가장 큰 역점 사업인 이산가족 상봉에 개성공단까지 막아버리면 그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