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김정은-96화 (96/470)

〈 96화 〉 금강산 관광(8)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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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70~80년대도 아니고 무슨 땅굴을 판다고 자꾸 그러는지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으나 일단 말은 해야 했다.

“안 파기는 요. 팔 겁니다. 그것도 청와대 밑으로 팔 것이니 잘 찾아보세요. 아시겠죠?”

“하하하! 김 위원장 농담이 더 썰렁하오. 그건 그렇고 미국에 줄 뭐 작은 선물 같은 거는 없소? 주는 것 없이 자꾸 뭐를 요구하니 그쪽에서 눈치를 자꾸 주는 바람에······.”

“공화국 핵 감축보다 더 큰 선물이 어디 있다고 그 지랄이랍니까?”

“그러게 말이오. 그러나 원래부터 욕심이 많은 애니 떼쓰는 아이 사탕 하나 더 준다고 생각하고, 뭐 없을까 하여 말이오.”

“떼쓰는 아이 사탕 하나 더 준다······. 사탕 하나 더 준다······. 그럼 미군 유해 발굴은 어떻습니까?”

“유해 발굴이라······. 그것 좋소. 그럼 한 곳을 지정해서 내일 발표해 주시오.”

“알았으니까 미국 애들과 협의 잘하여 금강산 관광은 재개하고, 5.24조치는 꼭 해제해 주십시오.”

민재인 대통령과의 통화는 그렇게 끝이 났다.

그 즉시 총참모장 김진성에게 미군 유해 발굴에 관한 그동안의 상황을 알아보고,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리고는 옥류관으로 가서 다시 냉면을 먹어보니 그사이 맛에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여 아직도 옥류관에서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는 민은정을 불러서 이렇게 물었다.

“민 대좌, 그사이에 냉면에 뭔 조화를 부렸기에 맛이 이렇게 달라졌지?”

“조리법을 평양, 개성, 백두산과 완벽하게 통일한 것뿐 조화를 부린 것은 없습니다. 위원장 동지.”

“그럼 그동안 조리법이 다 달랐다는 말이야?”

“사람에 따른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평양 본점 수석 주방장과 전화로 상의하여 조리법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모두 통일했습니다.”

“사람에 따른 미묘한 차이를 없애니 맛이 달라졌다. 역시 미묘한 차이가 결국은 큰 차이를 만드는 것인가. 하여튼 수고했다. 민 대좌. 아, 그리고 서울 분점을 열면, 그 냉면 맛도 다른 곳과 차이가 없도록 준비 철저히 해.”

“명심하겠습니다. 위원장 동지!”

미묘한 차이가 결국에는 큰 차이가 된다는 교훈이라면, 그 교훈을 얻고, 온천 특각으로 돌아오니 총참모장 김진성이 와서는 이렇게 보고했다.

냉면을 먹고 온 그사이에 여기저기 알아본다고 서둘렀는지 헐레벌떡한 모습 그대로였다.

이런 것을 보면 남이나 북이나 빨리빨리 일을 처리하려는 속성은 똑같았다.

“미군 유해를 발굴, 송환하는 공화국과 미국 간 협상에 따라서 공화국은 지난 1954년 2,234구의 미군 유해를 송환했습니다. 1988년 12월에도 공화국과 미국 간 유해송환협상이 재개되어 1993년에는 미군 유해에 관한 합의서가 만들어졌습니다. 이후 공화국은 1995년까지 단독으로 미군 유해 발굴 작업, 유해 회수, 송환으로 일정의 보상비를 받았습니다. 1996년에서 2005년까지는 미국과 합동 조사단을 결성하여 229구의 유해를 발굴했고, 그 이후에는 유해 발굴 활동이 중단됐습니다. 2011년 10월에는 태국 방콕에서 다시 유해송환 문제에 대한 협상에 들어갔으나 다시 중단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18년 7월 유해 55구를 송환했습니다. 이상입니다. 위원장 동지.”

“2018년 7월에 송환한 유해는 어디서 발굴한 것이요?”

“장진호 오른쪽에 있는 신흥리에서 발굴한 것입니다.”

“거기는 예전에 발굴한 곳이 아니요?”

“앞에서 말씀드린 1996년에서 2005년까지 미국과 합동 조사단을 결성하여 229구의 유해를 발굴한 곳이 그곳입니다. 위원장 동지.”

“그렇군. 그리고 총참모장, 미국에 유해를 발굴하라고 하면 공화국 어디가 가장 좋겠소?”

미 국방부에 따르면 8만 3,000여 명 이상의 미군이 한국전쟁 당시 실종됐고, 그 가운데 5, 500명은 북한에서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 유해를 발굴하려고 미국과 북한은 여러 차례 협상하고, 일부 유해를 발굴했으나 그동안 북한 핵위기, 장거리 로켓 발사 등으로 중지되기 일쑤였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유해를 송환한 것이 지난 2018년 7월의 55구였다.

“만약 공화국이 인도주의적인 아량을 베풀어 미국에 그렇게 하라고 하면 아무래도 장진호가 제일이지 않겠습니까.”

“장진호라······.”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신흥리에서 발굴한 유해는 총 284구입니다만, 거기는 조국 해방전쟁 당시 미군 제7보병사단 소속 페이스 태스크 포스 부대원 2,500여 명이 중국군을 맞아 싸우다 1,050명만 퇴각한 곳이니 숫자상으로만 보아도 적어도 1,166명은 더 묻혀 있을 것입니다.”

“다른 곳도 많지 않소?”

“미 국방부 전쟁포로 실종자 확인국(DPAA) 웹사이트에 따르면 유해가 수습되지 않은 참전 미군은 2018년 기준으로 7,699명이며, 공화국 안에는 약 5,300여 구의 유해가 산재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습니다. 그중 미군 유해가 가장 많이 묻혀 있을 것으로 미 국방부가 지목한 곳은 평안북도 운산군과 청천강 주변으로 그 지역은 미 7기병연대 제3대대가 전멸한 곳으로 약 1,495구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했으니 장진호 인근보다는 많이 묻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다른 곳은 장진호에서 퇴각하던 미 해병대의 퇴로였던 유담리 등 장진호와 흥남부두 사이에도 미군 유해가 다수 있을 것으로 미 국방부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렇군. 그렇다면 운산, 청천강보다는 무적이라던 미 해병대에게 잊을 수 없는 치욕적인 패배의 장소, 총참모장이 지목한 그 장진호가 좋겠군.”

“예, 위원장 동지. 미제 애새끼들이 그곳에서 유해를 발굴하면 할수록 공화국에 대한 두려움이 뼈에 사무칠 것이니 그곳이 적당할 것입니다.”

두려움이 뼈에 사무치는 것이 아니라 복수심이 뼈에 사무칠 것 같았지만, 그렇게 말할 수는 없어서 이렇게 지시했다.

“그렇다면 총참모장, 공화국이 인도주의적인 호의를 베풀어 장진호 일대에서의 미군 유해발굴을 허락한다는 특별성명을 발표하시오. 그리고 남조선 국방부에도 이를 정식으로 통보하고, 주한미군 사령부에도 정식으로 통보하시오. 알겠소?”

“예, 위원장 동지. 즉각 성명을 발표하겠습니다.”

“좋소. 그리고 기우에서 하는 말인데, 공화국은 이제 거지가 아니오. 그러니 미국이 주는 어떤 금품도 일절 사절하고, 오히려 발굴에 필요한 편의를 모두 제공하시오. 이것도 알겠소?”

그렇게 결정이 나고, 그 시간부터 성명서가 만들어지고, 그 성명서가 총참모부로 팩스로 보내지고, 그 성명서 내용대로 총참모부 대변인이 조선중앙방송에서 낭독한 것은 그날 저녁이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총참모부 특별성명,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총참모부는 인도주의적 관점에 근거하여 우리 땅에 묻혀 있는 미군의 유해 발굴을 서기 2020년 5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허가한다. 이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 영도자이신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지의 인도주의적 배려이므로 미합중국은 유해발굴을 원하면, 5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우리 땅 장진호 인근에서 유해발굴을 진행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어떤 보상이나 금전적인 사례를 할 필요가 없다. 아니, 오히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유해발굴을 물심양면으로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총참모부가 이 역할을 맡는다.”

이 성명이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위 내용과 같은 성명서가 한국 국방부로 전달되었으며, 한국 국방부에서는 주한미군 사령부로도 다시 전송했다.

또한, 내 이름으로 같은 내용의 친서가 작성되어 외무상 이용호에 들려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게 날아갔다.

그러자 다음날 오전 10시, 대한민국 통일부 장관 조명견이 자신을 바라보는 수많은 기자를 일별하고는 이런 내용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부 장관 조명견입니다. 정부는 봄 영농철을 맞이하여 여전히 식량난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의 먹거리 해결을 위해서 비료 50만 톤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아울러서 영농기술지원을 위한 인력도 함께 파견할 것입니다. 이상입니다.”

통일부 장관 조명견이 간단한 대국민 담화를 끝내자마자 기자의 질문이 바로 이어졌다.

“무상지원입니까?”

“남북협력기금을 통한 지원입니다.”

“금강산 관광을 재개한다는 소문도 있던데, 사실인가요?”

“그 부분은 아직 드릴 말이 없습니다.”

“그럼 5.24조치 해제는요?”

“그 부분도 아직은 유구무언입니다.”

조성, 동앙 등 보수 신문의 폐간으로 북한에 막 퍼주어도 됩니까.

이런 질문은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보수 언론은 여전히 남아있었기에 조명견은 그들에게 제법 시달려야 했으나 막무가내로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지 않으면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 담화를 들은 보수 야당은 즉각 입에 게거품을 물고 반대를 했다.

그러나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고작 31석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올린 그들의 목소리는 이제 공허할 뿐이었다.

반면 제2야당이 된 진보 야당에서는 즉각 찬성의 목소리가 나왔으나 그들은 이번에도 안타깝게 자력으로는 교섭단체를 꾸릴 수 없는 15석을 얻었을 뿐이었다.

그래도 진보 야당 역사상 가장 많은 의석을 얻었다는 것에 만족하고, 다가올 6월 국회개원을 기다렸다.

“어서 오시오. 김 장관, 그리고 천 차관!”

통일부 장관 조명견의 담화를 텔레비전으로 시청하고 난 얼마 후 금강산 특각으로 대한민국 국토부 장관 김혜미와 통일부 차관 천해상 등이 왔기에 그들과 간단하게 인사한 다음 마주 앉았다.

“환대해주시어 감사합니다. 김 위원장님, 그런데 대통령님 전화를 받고 급히 오느라 요점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왔습니다. 혹 실례가 안 된다면 저와 통일부 차관을 이곳까지 오게 한 이유가 대통령님께 들은 그것이 맞는지 확인해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격식을 갖추어 이야기하니 부담스럽습니다. 그러니 말 편안하게 하세요. 나는 민재인 대통령처럼 그렇게 격식을 따지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저희 대통령님도 그렇게 격식을 따지지 않습니다.”

“김 장관, 아니기는 뭐가 아니요. 민재인 대통령도 이리저리 격식을 따지는 꼰대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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