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5화 〉 금강산 관광(7)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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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입에서 금강산 관광이라는 말이 나오니 사성건설 전무 이종식도 무척 궁금한 모양이었으나 미리 가르쳐줄 수는 없어 그냥 웃고 넘긴 다음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현장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을 격려했다.
그리고는 1군단장을 불러서 이렇게 지시했다.
“고성 즉 금강산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파도타기 좋은 해변을 찾아보고 하시오.”
“파도타기 가장 좋은 해변 말씀이십니까? 위원장 동지.”
“그렇소. 파도타기 가장 좋은 해변을 찾아보고 하고, 그 해변에 군이 설치한 해안 철책이 있으면 모두 걷어내고, 해안 부대가 있으면 역시 모두 철수하시오. 알겠소?”
“예, 위원장 동지. 그런데 혹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그런 해변이 있다면 파도타기 장을 개장할 것이니 찾아보고 즉시 보고 하라는 말이오. 그럼 공병국 2여단으로 하여금 필요한 시설 공사를 할 것이니 1군단이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고. 알겠소?”
눈이 동그래지는 1군단장 문재호를 뒤로하고 금강산 옥류관에 들러 민은정에게 식당 상황 파악을 지시하고, 평양냉면을 맛보니 뭔가 모르겠지만, 평양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그동안 중국인과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를 계속해왔기에 눈으로 보기에 시설 면에서는 그런대로 합격점을 줄 정도로 깨끗해 보였지만, 음식 맛에 차이가 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오 동지, 뭔가 모르겠지만, 평양과는 냉면 맛 차이가 좀 나지 않소?”
“그런 느낌이 좀 들기는 합니다. 위원장 동지.”
“그렇죠. 총참모장은 어떻소?”
“저는 이 맛이 그 맛 같고, 그 맛이 이 맛 같아 잘······.”
“알았으니 많이 드시오. 그러나 1군단장이 파도타기 좋은 해변을 찾아보고 하면, 총참모부에서 확인하고, 그 해변 인근 부대를 모두 외곽으로 빼 관광객이 안심하고 파도타기를 즐기도록 완벽하게 조처하시오.”
“예, 위원장 동지.”
“그리고 노파심에 또 말하지만, 그렇게 파도타기 장을 개장하여 관광객이 오면 그들에게 조금의 위해도 가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오. 만약 이를 어기는 자가 있다면, 그자가 군단장이라도 내 직접 머리에 바람구멍을 내줄 것이라고, 전 장병에게 경고하시오. 이도 알겠소?”
총참모장 김진성에게 그렇게 통고하고, 오지용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민은정은 보니 그녀는 주방장, 조리원, 봉사원들과 역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하여 식사를 마치자마자 그녀를 두고, 온정각, 외금강 호텔, 금강산 호텔에 들러 시설물을 점검하고, 신계사에 들러 차를 한잔 마시면서 언제 봐도 질리지 않는 금강산의 절경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온천 특각으로 돌아와서 하루를 마감했다.
다음날은 외금강 구룡연 코스를 타고 산행을 했는데, 코스는 목란관, 수림대, 양지대, 삼록수, 금강문, 옥류담, 연주담, 비봉폭포, 은사류, 구룡폭포, 상팔담의 왕복 8km, 약 3시간 30분이 소요되는 길이었다.
“위원장 동지, 좀 천천히 가시면 안 되겠습니까?”
“오 동지, 힘드시오?”
“위원장 동지에 비하면 제 체력이 많이 달립니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위원장 동지를 따라서 축구를 해야겠습니다.”
“그러시오. 그러나 호위사령부 애들이 부위원장이라고 안 봐 줄 겁니다.”
“설마 그렇겠습니까?”
“저 김영철 동지에게 물어보시오. 나도 안 봐주는데, 부위원장이라고 봐 주겠는지.”
이때 내 체중은 88kg, 물찬 제비 수준은 아니었지만 날랜 돼지 정도는 됐으니 다 그동안 승마와 축구를 꾸준히 한 덕분이었다.
물론 폭음과 폭식을 하지 않았고, 금연과 절주를 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어떻든 그렇게 제법 가벼워진 몸으로 구룡연 코스 산행을 마치고, 특각으로 돌아와 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절대권력을 쥔 독재자처럼 좋은 것은 없는 것 같았다.
다음날은 동해선 복선 확장 공사현장을 방문하니 그 구간을 책임진 한국의 대한건설 사장 김세용이 나와서 이렇게 인사했다.
“저희 대한건설 현장을 찾아주시어 영광입니다. 위원장님!”
“그래, 공사에 어려움은 없소?”
“관계기관도 협조를 잘해주고, 토지 매입을 할 필요도 없고, 노동자들도 너무 일을 잘해주어 전혀 어려움이 없습니다.”
“그럼 올해 안에 끝나겠구려?”
“천재지변만 없으면 올해 안에 우리 회사가 맡은 제진 통천 구간은 복선으로 말끔하게 철로가 놓일 것이고, 그럼 내년에는 동해선이 제진에서 러시아까지 일사천리로 달려갈 것입니다.”
“제진에서 강릉까지 동해북부선 공사를 남조선이 빨리 끝내면, 완전한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연결되는 것이고.”
“바로 그렇습니다.”
강릉에서 제진까지의 동해북부선 공사는 지금 한창 진행 중이었지만, 속도가 북 동해선 공사처럼 나지 않았으니 그건 당연했다.
북한 구간은 단순하게 말하면 지금도 열차가 다니는 철로 옆에 선로를 더 깔아 복선으로 만들고, 곡선 구간은 직선화하고, 가스관 부설을 위한 부지만 확보하면 되는 그런 공사였지만, 남한은 말 그대로 철로를 새로 놓아야 하는 공사였다.
그리고 북한은 철로 토지를 매입한다고 골머리를 앓을 필요가 없었으니 바로 시도당에서 말 한마디만 하면 철로 변 주택을 가진 주민은 이주해야 했고, 주택은 바로 헐렸다.
그렇다고 주택을 가진 주민을 그냥 쫓아내는 것이 아니라 수용당한 용지와 같은 규모의 용지에 새로운 주택을 지어 주민에게 주었으니 철로 변에 주택을 가진 주민은 누구나가 자기 주택도 수용당하기를 바랄 정도였다.
그러고 주택 이외의 토지는 거의 국유였으니 토지 수용에 뭔 어려움이 있겠는가.
그러나 남한에서는 절대 그렇게 주택을 수용할 수가 없었으니 토지 매입에만도 상당히 시간이 걸렸다.
“하루빨리 그날이 와야 할 것인데, 그런데 저건 뭐요?”
“공장에서 사전 제작해온 콘크리트 궤도입니다. 위원장님.”
“콘크리트 궤도요?”
“그렇습니다. 공장에서 직접 제작해온 것으로 저것을 사용하면 기계화 시공으로 말미암아 현장 인력을 절감할 수 있고, 시공 기간도 단축할 수 있어 공사비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음. 그러면 저 위에 레일을 까는 거요?”
“예, 저 위에 300m 장대 레일을 설치하는 것입니다.”
현장 노반을 부설하고, 사전제작 콘크리트 궤도를 설치한 다음 300m 길이의 장대 레일을 까는 동해선 건설 현장을 그렇게 둘러보니 마음이 흐뭇했다.
이 철로가 장차 유럽까지 뻗어 갈 것이니 말이다.
그럼 북한은 유럽 수출품이 아무것도 없다 하더라도 국경 통과료만 받아도 제법 짭짤한 수입을 올릴 수 있었으니까.
하여튼 그렇게 7번 국도와 동해선 공사 현장도 방문하고, 금강산 관광지구의 시설도 점검하고 휴가 아닌 휴가를 보내다가 민재인 대통령과 통화도 하게 됐다.
“247석 압승은 정말이지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다시 한 번 축하하고, 이제 우리가 약속한 것을 이행할 때가 된 것 같은데요?”
“축하는 고맙소. 그리고 비료 지원은 내일 발표할 것이니 내일까지만 기다리고, 금강산 관광 재개와 5.24조치 해제는 미국, 유엔과 협의 중이니 그것도 조금만 기다리시오.”
“옥류관 서울 분점은?”
“그것도 장소 물색 중이오.”
“그럼 그건 됐네요. 그리고 민 대통령님, 석윳값에서 제하고, 불도저, 대형, 중형, 소형 굴착기 각 100대, 25톤 덤프트럭과 2.5톤 트럭 각 200대, 1톤 트럭 500대를 좀 보내주세요. 부탁합니다.”
“도대체 뭐하려고? 혹시 땅굴이라도 파려고 그러시오?”
“하여튼 썰렁하기는······.”
“그럼 그 많은 장비로 뭐 할거요?”
“금강산 고속도로와 원산 평양 간 고속도로 확장 할 것이고, 나머지 도로도 확장할 것이니 보내주기나 하십시오. 또 터널 뚫어야 할지도 모르니까 터널굴착기도 좀 알아봐 주시고요. 아시겠습니까.”
아직 내가 7번 국도는 지금 그대로 4차선으로 공사하고, 그에 맞춰 금강산 고속도로도 4차선으로 확장하고, 바로 평양 원산 간 고속도로와 연결해 달라고 사성건설과 부건건설에 한 말을 듣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러니 땅굴 파냐고 엉뚱한 소리나 하지.
하여 이렇게 설명해주니 바로 이러는 것이 아닌가.
“터널굴착기? 땅굴 팔려는 것 맞네.”
“썰렁하니까 그 정도만 하세요. 그리고 정식으로 7번 국도는 지금 그대로 4차선으로 공사하고, 금강산 고속도로는 휴전선에서부터 원산까지 4차선으로 확장하고, 평양 원산 간 고속도로와 바로 연결할 겁니다. 그러니 공사 발주 내세요. 공사비는 석탄값에서 까고 말입니다. 아시겠습니까?”
“뭐라고 했소?”
“모르겠으면, 도로 공사 발주할 것이니 국토부 장관 올려보내시고,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도 해야 할 것이니 통일부 장관도 아울러 보내십시오.”
“평양으로?”
“지금 금강산에 있으니 이리로 보내십시오. 할 일 없으면 직접 오셔도 됩니다.”
“나도 진심으로 가고 싶지만, 할 일이 많아서 못 가겠소. 그러고 보면 김 위원장이 참 부럽소. 그래서 다들 장기집권을 하려고 그 난리인가.”
차마 독재자라고는 말하지 못하고 장기집권이라고 하는 민재인 대통령의 이 말에 피식 웃음이 나와 이렇게 응대했다.
“이번 국회 개원하면 헌법을 고쳐 현 대통령도 출마할 수 있는 4년 연임제로 바꾸세요. 그것도 아니면 4년 중임제로 고치거나 그러면 되죠. 이제 반대할 야당이라고는 쥐꼬리만큼도 안되니 뭐 간단하게 될 겁니다. 안 그렇습니까?”
“나도 솔직하게 그러고 싶소. 그래야 이렇게 벌여놓은 일을 다 내 임기 안에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니 말이오. 그러나 여긴 북한이 아니라 한국이오. 그래서 김 위원장이 부럽다고 하는 거요.”
“그럼 많이 부러워하고, 장관들이나 보내십시오.”
“진짜 7번 국도는 지금 그대로 4차선으로 공사하고, 금강산 고속도로는 휴전선에서부터 원산까지 4차선으로 확장하고, 평양 원산 간 고속도로와 바로 연결할 거요?”
“예, 그러니 협의할 장관 금강산으로 보내시고, 장비는 내가 말한 그대로 보내주십시오. 그래야 우리가 원산 평양 간을 확장하고, 다른 도로도 확장하죠.”
“알았으니 남침용 땅굴은 파지 마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