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화 〉 금강산 관광(3)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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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원화가 전면적으로 북한에서 통용되고, 경제도 한국에 의존한 철도, 도로, 발전소, 지하자원, 관광, 석유와 석탄 등에만 국한되면 그 분야에서 조금은 예속될 것이다.
그러나 북한 경제가 어디 철도, 도로, 발전소 등 건설과 관광, 석유와 석탄 등 지하자원에만 국한되어 있는가.
그러니 예속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또 어차피 통일되면 화폐를 단일화해야 했으니 지금부터 그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보면 됐다.
“지금 공사 중인 경의선, 경원선, 동해선의 철도, 단천, 고성 등의 복합화력발전소, 단천의 지하자원, 재령의 석유, 은덕의 석탄 등은 이미 남조선에 일정 부분 예속된 상태입니다만, 다른 산업에서는 아직 예속되지 않았으니 위원장 동지의 말씀처럼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소. 지킬 것은 지키면서 점진적으로 공화국의 산업을 키워나갈 것이니 걱정하지 마시오. 그리고 그 목적으로 이 은행을 세우는 것이기도 하니까 말이오.”
“예, 위원장 동지. 그리고 본점은 한국 돈 500억, 각 지점은 한국 돈 200억 원의 자본금으로 하고, 좋은 날을 잡아서 점포를 개설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오.”
이렇게 북한에 내 이름을 건 조선 백호 은행이 생기게 됐다.
비록 시작은 평양에 본점, 한국 관광객과 개성공단이 있는 개성, 역시 한국 관광객이 많은 백두산, 또 한국 관광객이 넘칠 금강산, 금·은·동 등 지하자원을 개발한다고 역시 많은 한국인이 많이 와 있는 단천, 석유 개발을 위해 역시 한국인들이 많이 와 있는 사리원 이렇게 5곳에 지점을 열지만, 머지않아 조선 중앙은행의 위상을 뛰어넘을 북한 최대의 은행이 될 것이었다.
왜냐하면, 내가 은행 소유주였으니까.
그리고 이 은행은 내 비자금의 금고 역할도 할 것이니 어쩌면 일거양득 이상의 일을 담당할 것이 뻔했다.
즉 일반 은행 역할에 한국 돈의 유통 창구 기능에 내 비자금 창구 기능에 나아가서는 북한 서민과 중소기업 지원 기능까지 할 것이니 말이다.
하여튼 이렇게 북한에 은행을 차렸다.
이게 내 환생 전 직업과 직접 연관된 일이었기에 진즉 차려야 했지만, 그간 이런저런 일이 많아 지금 차리는 것이었다.
“그럼 저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자본금은 39호실에 이야기해 두었으니 바로 받아가면 되고, 모자라면 언제든지 이야기하고 가져가시오.”
“잘 알겠습니다. 위원장 동지.”
조선중앙은행, 조선무역은행, 농업개발은행, 제일신용은행, 하나은행, 국제산업개발은행, 진명합영은행, 진성합영은행, 고려상업은행, 류경산업은행 등과 함께 경쟁할 조선 백호 은행의 전권을 맡긴 김창선이 그렇게 나가고 다음으로 부른 이는 특별비서 김은주였다.
“백호 브랜드는 어찌 되고 있어?”
“평양과 개성 방직 그리고 각종 옷 공장에서 가장 유능한 인력 100명을 선발해 놓았습니다.”
“그 100명 중에 디자이너는 몇 명이야?”
“20명입니다. 위원장 동지.”
“그럼 나머지 인원은 기술자겠네?”
“기술자는 70명이고, 나머지 10명은 경영, 회계, 영업 관련 인원입니다.”
“거기에 너와 그동안 평양 방직 공장에서 일을 배우던 김경아, 조애경까지 합치면 일단 인원은 된 것 같은데, 아냐?”
내 특별비서 10명 중에 내 곁에 남은 것은 민은정과 이 김은주 2명이었고, 나머지 8명은 백두산 관광공사, 평화자동차, 검열위원회, 평양 방직에서 일을 배우고 있었다.
이 중에서 평양 방직에서 일을 배우던 김경아와 조애경에 이 김은주까지 합치면 백호 은행에 이어서 내가 구상하는 패션 브랜드 백호도 이제 막을 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정도면 공장을 가동할 인원은 될 것이나 전반적으로 회사를 이끌어 갈 사장부터 임명해야 지금보다 더 일을 진척시킬 수 있을 것이니 사장부터 임명해 주십시오.”
“누가 좋을까?”
“위원장 동지께서 가장 믿을 수 있으면서 능력 있는 사람이 가장 좋겠습니다.”
“너는 어때?”
“저는 그 정도 능력이 안 됩니다. 민은정 대좌님이라면 몰라도요.”
“민은정 대좌는 그 일이 아니라도 할 일이 많으니 안되고, 사장은 내가 찾아볼 테니까 너는 부사장으로 당장에라도 공장을 가동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해놓고, 개성 공장 시설도 점검해봐. 알았지?”
“예, 위원장 동지.”
“그리고 디자이너들에게 분명히 이야기해. 백호가 브랜드 상징 로고니까 잘 디자인해서 상의는 앞 왼쪽 가슴에 하나 넣고, 뒷면은 중앙에 넣으라고. 크기는 옷에 따라 조절하고, 하의 역시 앞면과 뒷면에 하나씩 백호 로고를 박으라고 해. 또······.”
스포츠, 아웃도어, 캐주얼을 포괄하는 콘셉트였기에 이렇게 로고를 넣을 위치까지 지정해 주고, 또 다른 디자인까지 일일이 설명해주었다.
내 이름을 건 은행에 이어서 세상에 선보일 옷이었으니까.
하여튼 이렇게 은행에 이어서 의류 사업까지 벌였으나 여기서 끝날 일은 아니었고, 그 정점은 아마도 자동차가 될 확률이 가장 높았다.
그래서 지금도 평화자동차에서 SUV와 1톤 트럭 부분을 분리해서 역시 내 이름을 건 백호 자동차를 차리려고 때를 보고 있었으니까.
어떻든 이렇게 내 이름을 건 사업을 한국이 아닌 이 북한에서 벌이고 있었으니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잘 알겠습니다. 위원장 동지.”
“좋아. 그럼 나가서 일봐. 그리고 좋은 날도 잡아놔. 그래야 정식으로 회사 창립을 하지.”
“예, 위원장 동지.”
오지용, 민은정, 김창선에 김은주까지 불러서 이런저런 지시를 하다가 보니 벌써 점심때였고,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 투표율은 37% 정도였다.
그 투표율을 보면서 희미하게 한번 웃은 다음 구내식당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다.
***
민재인 대통령은 이때 국회의원 선거 투표를 하고 청와대로 돌아와서는 비서실장 임종식 등 참모들을 불러서 이렇게 물었다.
“어제 북한의 당 중앙군사위원회 사과 방송에 대한 여론은 어떻소?”
“여론은 호의적입니다만, 야당이 난리입니다. 그러나 오늘로 그 난리도 끝날 것이니 신경 쓰실 필요는 없을 겁니다.”
“오늘로 난리가 끝난다.”
“지난 2018년 6월 13일 지방선거에서 참패하고도 정신을 못 차리고, 사사건건 반대를 위한 반대, 방해를 위한 방해와 훼방을 위한 훼방만 놓다가 오늘을 맞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야당에 대한 국민 여론은 여론조사에서도 이미 표출되었듯 좋지 않았습니다. 하면 오늘 어떤 결과가 나오겠습니까.”
“비서실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대통령님, 오늘 아무리 적어도 230석 이상은 당선될 것입니다. 그럼 이제 야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습니다. 하면 대통령님은 마음먹은 것을 마음대로 할 길이 열리는 것입니다.”
“정무수석은 아부가 많이 늘었네.”
“아부가 아니라 현실입니다.”
“비서실장도 그렇게 생각하시오?”
“이미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청와대 비서실장 임종식도 정무수석 이정규도 정책 수석 박태식도 이구동성 같은 말을 하기에 희미한 미소를 한동안 지은 민재인 대통령이 이렇게 지시했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니 그럼 우리는 이제 선거 후속 조처를 합시다. 우선 정무수석은 천안함 유가족과 금강산에서 돌아가신 분의 유가족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시오. 그래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지.”
“예, 대통령님.”
“비서실장은 각 부처와 협의하여 북한 비료지원, 북한 영공통과, 옥류관 서울 분점 개설에 관한 논의를 하시오. 5.24조치 해제에 관해서는 내가 통일부 등과 논의하고, 미국과도 논의하겠소.”
“알겠습니다. 대통령님.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이 정말 옥류관 서울 분점을 연다고 했습니까?”
“그러고 보니 비서실장도 평양냉면 애호가군.”
“저뿐만이 아니라 안보실장님과 정책 수석 등 이 청와대 내에서만도 수십 명은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을 다 합치면 수만 명은 될 것이고, 그럼 옥류관 서울 분점은 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장사가 잘되는 냉면집이 되겠군.”
민재인 대통령은 그제야 내가 서울에 옥류관 분점을 내려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렇게 되겠군요. 하하하!”
“비서실장은 지금 웃음이 나오시오. 그렇게 장사가 잘되면, 연 매출 수십억은 될 것이고, 그 돈이 다 김정은 주머니로 들어갈 것인데.”
“연 매출 수십억이라고 해도 대한민국 정부에 임대료 내고, 세금 내고, 종업원 월급 주고, 재료비 주고 나면 그렇게 많이 남지도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단천 광산에서 캐는 금이 얼마인데, 김정은 위원장이 그런 적은 돈에 탐을 내서 옥류관 서울 분점을 내겠습니까.”
“허! 이제는 김정은 편까지 드네. 평양냉면이 그렇게 좋으시오.”
“하하하! 제가 언제 김정은 편을 들었다고 그런 살벌한 말씀을 하십니까. 그리고 옥류관 서울 분점이 생기면 개성까지 가서 냉면을 먹지 않아도 되니 국민 아니 평양냉면 애호가들의 주머니 사정은 오히려 더 좋아질 것이니 널리 이해해 주십시오. 대통령님.”
이즈음 주말만 되면 개성으로 냉면 먹으러 가는 사람이 부지기수라는 보고는 수시로 받았다.
그것만이 아니라 일부 냉면 애호가들은 평일 자기 차를 끌고 개성 옥류관에 가서 냉면 먹고, 북한 주유소에서 주유하고 SNS로 인증하는 것이 유행이라는 보고도 받았다.
북한 휘발유와 경윳값이 한국의 반도 안 된다면서 말이다.
그러니 서울에 옥류관 분점이 생기면, 굳이 개성으로 가지 않아도 될 것이니 냉면 애호가들의 주머니 사정은 좋아질 것이나 그래도 뭔가 마음에 안 드는 것은 다 내 빤질빤질한 얼굴 때문이라는 생각에 민재인 대통령은 피식 한번 웃고는 이렇게 말했다.
“돈 많이 아껴서 부자 되시오. 나도 퇴임하고 양산에다 냉면집이나 차릴까 보다.”
“그러십시오. 하면 제가 자주 가겠습니다. 대신 맛이 없으면 다시는 안 갈 것이라는 것은 잘 아시죠.”
“옥류관만큼은 만들 자신 있으니 맛없다고 안 오기만 해봐라!”
민재인 대통령의 이 말에 임종식 비서실장은 물론 정무수석 이정규 등이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선거가 한창 진행 중이었지만, 청와대에서 민재인 대통령과 임종식 비서실장 등은 격의 없이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으니 모두 선거 압승을 예상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