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9화 〉 금강산 관광(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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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모르는 이가 있으면 그가 곧 간첩일 정도로 유명한 민은정 때문에 내 차를 검문하려던 제법 간 큰 놈은 이렇게 물러나 버렸다.
조금 더 우겨서 내 차 창문이라도 내리게 했다면, 제법 큰 상이라도 내리려고 했지만 제 발로 물러난 놈 때문에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이용호 외무상, 오지용 부위원장, 호위사령관 이만철과 제 1호위국장 김영철에게도 전혀 주눅이 들지 않은 놈은 환생 이후 처음 봤다.
하여 검문소를 그냥 통과할까 하다가 차에 싣고 다니는 가방에서 돈다발 하나를 꺼내고, 창문을 조금 내렸다.
“이성민 대위, 이거 검문소 애들 회식비라도 하게 줘.”
“예, 위원장 동지.”
그사이에 경호 차량에서 내려 내 차를 빙 둘러싸고 있는 호위국 애 중 이성민 대위에게 이렇게 말하면서 미화 1만 달러를 건네주었다.
그리고는 차 속도를 올리라고 한 다음 검문소를 통과하면서 보니 내 차를 검문하려고 한 놈은 약 39살 정도로 보이는 잘생긴 호남형의 인물이었다.
어떻든 그렇게 평양으로 돌아와서는 당 중앙군사위원회를 소집하라고 지시한 다음 한국 방송을 시청하면서 과연 여당이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몇 석을 얻을까 전망해보면서 보냈다.
그리고 다음 날 당 중앙군사위원회에 참석해 이렇게 서두를 꺼냈다.
“내래 어제 남조선 민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비료지원과 금강산 관광 재개 그리고 서울에 옥류관 분점 개설, 5.24조치 해제를 얻어냈소.”
“감축합니다. 위원장 동지.”
“감축은 무슨 감축까지. 그리고 얻는 것이 있으면 주는 것이 있어야 하기에······.”
“하기에······.”
미국에서 핵 감축 협상을 하다가 회담을 박차고 돌아온 채용해는 이렇게 아부만 배워온 것 같았다.
그와는 반대로 내각총리를 겸한 박봉구, 이즈음 내 신임을 받는 부위원장 오지용, 총정치국장 김영각, 총참모장 김진성, 인민무력부상 박영석, 정찰총국장 장길상, 북한 미사일개발의 주역 이병철 등 내가 새로 임명한 또는 예전부터 위원이든 이들은 조용히 앉아서 눈만 초롱초롱 빛내며 내 입을 주목했다.
“주는 것이 있어야 하기에 공화국 영공 통과를 허용했소. 그리고 금강산 관광 재개에 앞선 선 조처로 이 중앙군사위원회 명의로 지난 금강산 관광객 피살과 천안함 사건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해 주어야 하오.”
“그것뿐입니까?”
“그렇소. 이 위원회 명의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오. 그러면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수 있고, 비료를 지원받아 마침 이 영농철에 요긴하게 쓸 수 있소. 하면 공화국은 식량문제뿐만이 아니라 가축 사료 문제도 이제는 영원히 걱정할 필요가 없소.”
“위원장 동지의 위대하신 영도력 덕분에 식량문제는 이미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또 채용해였다.
진짜 미국에서 아부만 배워온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의 말처럼 핵과 쌀을 교환한 덕분에 북한에는 아직 일 년 이상 먹을 수 있는 쌀이 남아있었으니 말은 맞았다.
그런 데다가 비료를 지원받으면 쌀뿐만이 아니라 가축 사료용 작물도 더 수확할 수 있었으니 축산업도 지금보다는 더 발전시킬 수 있었다.
“인민들이 쌀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지만, 그래도 남조선에서 비료를 지원받아 더 좋은 쌀, 햅쌀을 먹이면 더더욱 좋지 않겠소. 그리고 남는 쌀로는 가축 사료도 하고, 술도 빚어 먹고, 떡도 해먹고 그렇게 흥청망청 쌀을 한번 써 보는 것도 인민들 사기진작에는 좋지 않겠소.”
“맞습니다. 위원장 동지, 우리 인민이 언제 한번 쌀을 그렇게 흥청망청 먹어 봤겠습니까. 그러니 남조선 비료를 지원받아 대풍을 거두고, 그래서 넉넉하게 배분해서 그렇게 하게 하여주면 모두가 위원장 동지 만세를 부르면서 태평성대를 노래할 것입니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위원회 명의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해주어야 하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 것보다 더 좋은 기회니 당장 하겠습니다. 그러니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위원장 동지. 여러분, 안 그렇소?”
채용해가 이렇게 못을 박는 듯하자 모두는 이구동성 찬성했다.
이런 것을 보면 환생 이후 내가 아닌 김정은의 권력은 더 공고해지고, 강해진 것 같았다.
쌀과 핵을 교환한다고 공포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딴죽을 걸고, 걸려고 하는 자들이 제법 많았는데 말이다.
하긴 그동안 그들을 모두 숙청했으니 권력이 더 공고해지고, 강해진 것이겠지.
“하면 모두 찬성이오?”
“그렇습니다. 위원장 동지!”
“박봉구 총리는?”
“저도 찬성입니다. 위원장 동지. 그런데 영공통과료는 얼마나 받기로 했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영공통행료는 남조선 돈으로 연간 200억 원이오.”
“남조선 돈으로 180억 원 예상했는데, 그것보다는 높으니 다행입니다. 위원장 동지.”
“역시 총리는 다르시오.”
한국이 북한 영공을 이용하면 유럽이나 미주 노선 운항시간은 1시간 이상, 운항 거리는 1천km 정도 줄일 수 있었고, 그럼으로써 편당 300만~400만 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그러니 영공통과료 200억 원 줘봐야 순전히 남는 장사였다.
“과찬이십니다.”
“과찬이 아니고 진심이오. 그리고 인민무력부상, 중국에 한번 다녀오시오.”
“예, 위원장 동지. 그런데 무슨 일로 가야 하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중국산 최신 대공 레이더 구매 건이오. 공화국 영공통과를 허용했으니 우리도 그에 대해 대비를 해야 하지 않겠소.”
“하하하! 잘 알겠습니다.”
“습근평 주석과는 이미 이야기가 끝났으니 민간 항공용 레이더로 위장하여 비밀리에 들여오시오. 알겠소.”
“맡겨주십시오.”
미국이 북폭을 이야기할 때마다 북한은 중국에 최신 대공 레이더 수출을 타진했고, 이제야 그 결실이 맺어져서 민간용 레이더로 위장하여 수입하려고 했으니 이건 말로만 영공통과를 위한 대비였지 실상은 레이더를 파는 중국 견제용이었다.
그러니 중국은 북폭 대비용으로 북한에 레이더를 파는 것이었고, 북한은 이를 영공통과를 대비한 민간용 레이더 수입으로 포장해 진짜 용도는 말한 것처럼 중국 공군 대비용으로 사용하려고 했으니 양국의 입장은 이처럼 달랐다.
“좋소. 그럼 금강산 관광객 피살과 천안함 사건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명으로 하겠으니 그 발표자는 채용해 부위원장이 맡으시오.”
“예, 위원장 동지.”
“발표는 그렇게 채 부위원장이 하면 되고, 총참모장은 금강산 일대를 맡은 1군단에 통보하시오.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어 다시 관광객이 피살당하는 불상사가 발생하면 군단장부터 총살하겠다고. 알겠소.”
“알겠습니다. 그러나 그때와 같이 남조선 관광객이······.”
“만약 금강산으로 관광 온 남조선 관광객이 어떤 불미스러운 일을 저지른다면, 각급 부대나 인민보안성에서 일단 체포만 하시오. 그럼 남조선 당국과 협의하여 신병을 처리하면 되니 함부로 발포하지 말라는 말이오.”
“반공화국 행위를 하는 간첩도 그럼 발포하지 않고 체포만 합니까?”
“총기로 무장해 순순히 체포할 수 없을 때를 제외하고는 무조건이오. 알겠소.”
총참모장 김진성에게 다시 한 번 주의를 시키고, 금강산 그 일대를 담당하는 1군단에도 내 지시를 주지시키라고 한 다음 회의를 마쳤다.
그리고 당 중앙군사위원회 명의로 된 성명서를 작성토록 지시하고는 느긋하게 한국방송을 시청했다.
이렇게 한국 방송이라도 못 보면 참 답답할 것 같았으나 내 마음대로 어떤 방송이든 볼 수 있었고, 최신 개봉 영화도 마음껏 볼 수 있었으므로 별로 답답한 것은 없었으며, 인터넷도 마음껏 이용할 수 있었으니 더 답답한 것은 없었다.
하고 이제 김정은으로도 완벽하게 적응이 되어 강백호로의 삶이 그립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으니 이 삶, 즉 독재자로의 삶이 내게 잘 맞는지도 몰랐다.
그래서 누군가 나를 김정은으로 환생시켰겠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지난 2008년 7월 11일에 일어난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과 2010년 3월 26일 일어난 천안함 사건에 대하여 대한민국 정부와 유가족에게 심심한 위로와 함께 사과를 전한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불미스럽고, 불행하고,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재발 방지 약속과 함께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이다. 다시 한 번 대한민국 정부와 유가족에게 심심한 위로와 함께 사과를 전하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온 힘을 다할 것을 또 한 번 약속한다. 그리고 유가족에게는 소정의 위로금과 함께 본인이 원한다면 금강산과 백두산, 개성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당 중앙군사위원회 명의로 초청하여 다시 한 번 심심한 위로와 사과를 전할 것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 김정은.”
민재인 대통령이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승리하면, 당 중앙군사위원회 명의로 금강산 관광객 피살과 천안함 사건에 관한 성명을 발표해달라고 했지만, 내 지시로 이 성명은 선거일인 2020년 4월 15일이 아니라 선거 하루 전인 4월 14일 오전 8시에 발표됐다.
그러자 단박에 한국 방송과 외신에서 이 성명을 속보로 내보냈고, 선거 예측에 열을 올리고 있던 여론도 단박에 이 새로운 소식에 또 한 번의 북풍을 의심했지만, 북풍은 북풍이라도 나쁘지 않은 북풍에 여론은 호의적으로 변해갔다.
그러나 야당은 기겁하면서 이런 성명을 발표했다.
“이제 북한까지 끌어들여 선거에 이용하는 민재인 정권은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아울러서 현명한 유권자는 이 새로운 북풍에 속지 않을 것이며, 표로 답하여 북풍을 일으키는 민재인 정권을 응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