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8화 〉 석탄과 석유(10)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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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묻지 않은 것까지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고명수 사장은 북한 애들이 내게 보고하는 것과는 역시 달랐다.
그래서 흡족한 표정으로 그를 한번 바라본 다음 물었다.
“이 3,000채 한옥 마을 공사가 끝나면, 잠시 휴가를 갔다가 저쪽 구역에 다시 3,000채 한옥 마을 공사를 시작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위원장님.”
“그러면 한옥 호텔은 언제 완공됩니까?”
“6월 말까지만 기다려주십시오.”
“6월 말이라······. 좋소. 그 호텔이 완공되는 날 내 큰 선물을 주겠으니 그때까지 반드시 완공해주시오.”
개성을 각 구역으로 나누어서 3,000채씩 그렇게 총 5개 구역 1만 5,000채 한옥 마을 공사는 이렇게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이러면 적어도 9만 명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이외에도 개성 신시가지 구역에서는 기존 아파트, 빌라, 주택 등 현대식 건축물을 증·개축하고 있었기에 현 개성 인구 40만 명에 더하여 10만 명의 새로운 인구도 수용할 수 있었다.
그럼 현재 진행 중인 공사만 끝나도 개성은 50만 명의 인구를 가진 도시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 대기업이 개성공단에 투자만 하면 바로 다시 주택 신축 공사를 시작해서 또 10만 명이든 20만 명이든 더 수용할 준비를 하면 되니 아무 염려가 없었다.
하여간에 그렇게 개성 한옥 마을 건설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신시가지의 아파트, 주택, 병원, 공공기관, 상가 증·개축 현장도 현지 지도한 다음 곧장 개성 옥류관으로 갔다.
“어서 오십시오. 위원장 동지.”
“지배인, 평양과 협력하여 서울에 옥류관 분점 낼 준비를 하시오. 알겠소?”
“위원장 동지, 서울에 옥류관 분점을 내신다고 하셨습니까?”
“그렇소. 그러니 평양과 상의하여 준비하시오. 그리고 노파심에 이야기하는데, 한 번 더 재료를 개량하고, 조리법을 정리하여 평양, 개성, 금강산, 서울의 냉면 맛에 한 치의 다름도 없게 하시오. 알겠소? 그래야 이후 부산에도 분점을 낼 것이니까.”
“지금도 평양과 이곳 냉면 맛에 한 치의 차이도 없습니다. 위원장 동지.”
“내가 먹어보니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 같기에 하는 말이오. 그러니 한 번 더 점검하라는 것이고, 여기 민은정 대좌에게 서울 분점 개설에 관한 총책임을 맡길 것이니 평양과 함께 잘 보필하여 일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으시오.”
한국에서의 일을 쉽게 풀어가려고 민은정에게 일을 맡긴 다음 냉면 맛을 보니 지배인의 말처럼 한 치의 맛 차이도 나지 않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뭔가 미묘한 차이는 있는 것 같았다.
예민한 탓일까?
아니면 장소 탓일까?
어떻든 개성 옥류관에서 냉면을 먹으면서 보니 늦은 오후였지만, 한국 관광객과 외국인 관광객 약 200여 명이 역시 냉면을 먹고 있었다.
이 개성 옥류관이 받을 수 있는 손님은 일반실, 귀빈실, 특별실 합쳐서 약 500여 명이었는데, 이 늦은 오후에도 약 200여 명이나 있었으니 점심시간에는 안 봐도 비디오 같아 흡족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여기도 이런 데 서울에 옥류관 분점이 생겨서 평양, 개성과 같은 품질의 음식을 제공하면 과연 손님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와 한바탕 웃어버렸다.
그러자 민은정이 이렇게 물었다.
“위원장 동지, 무슨 좋은 일이라도?”
“아냐. 그리고 민 대좌는 서울 옥류관 분점 개설 똑 부러지게 해내. 알았지?”
“예, 위원장 동지.”
“그럼 어서 먹고, 평양 가자.”
개성 옥류관에서 냉면 한 그릇을 비우고 차에 타 조금 달리면서 차장 밖을 보니 알록달록한 각종 아웃도어 메이커의 옷을 입은 한국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다니고, 여기저기 외국인 관광객도 좀 보였다.
개성 관광이 재개되고, 경의선 철도가 서울~ 개성을 운행하고, 제법 까다로운 검문검색을 거쳐야 했지만, 자기 차를 가지고 온 한국인도 있었으니 벌어진 진풍경이었고, 이것이 바로 내가 김정은으로 환생한 이후 달라진 점이라면 점이었다.
그 덕분에 관광으로만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북한 인민들도 늘어나고, 조선은행 개성 지점에는 달러와 한화가 쌓여갔으니 웃음만 나왔다.
또 그렇게 관광이 활성화되자 개성의 전통적인 산업인 섬유 산업에도 약간의 변혁을 가져왔으니 바로 자체 브랜드‘소나무’를 개발해서 그 관광객을 대상으로 판매하고, 상점도 연 것이다.
‘소나무라니 과연 북한답다.’
내가 이 보고를 받고 처음 한 생각이었다.
그러나 브랜드명은 그랬지만, 브랜드 로고는 거대한 소나무로 제법 멋이 있어 한국의 여타 아웃도어 로고보다는 나은 감도 있어 보였다.
그리고 이 소나무 브랜드 제품이 관광객들에게 제법 인기가 좋다는 보고를 받았을 때는 흐뭇도 했다.
해서 제품을 가져오라고 해서 살펴봤더니 내가 한국에서 입던 유명 메이커 옷보다는 바느질과 마무리가 더 좋아 역시 옷을 만드는 북한 노동자들의 솜씨는 일품이라고 해야 했다.
물론 제품 원단의 기능은 유명 메이커 보다 다소 떨어졌지만, 그것만 빼면 품질과 디자인도 전혀 뒤지지 않았으니 인기가 좋을 것은 뻔했다.
또 결정적으로 가격이 저렴했다.
아주 고급스러워 보이는 것은 물론 바느질과 마감 그리고 디자인과 품질도 뛰어난 긴 팔 티셔츠 하나에 한국 돈으로 8,000원, 긴 바지는 1만 원, 잠바는 1만 5,000원을 받고, 관광객들에게 팔았으니 말이다.
여하튼 이 때문에 나도 전부터 생각하던 내 이름을 건 의류 브랜드를 만들어볼까도 생각하고 있었다.
바로 백호 말이다.
`영어로는 브랜드 명칭을 W.Tiger라고 하고, 백호를 브랜드 로고로 하면 되리라.’
그랬기에 이런 생각을 이즈음 자주 하고 있었다.
북한의 숙련된 풍부한 노동력을 이용해서 한국의 유명 메이커와 견주어도 지지 않을 품질을 가진 제품을 만들어낸다면 가능성도 있어 보였으니까.
하여튼 개성의 섬유 산업에 이렇게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면, 개성의 농업 특히 인삼 농업에도 일부 변화가 있었으니 그건 당연히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인삼과 홍삼 제품을 벤치마킹 생산해서 역시 관광객을 상대로 판매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제품 역시 품질과 가격 때문에 인기가 좋아 잘 팔리고 있었으니 개성은 관광에 이어서 섬유와 농업 분야에서도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위원장 동지, 검문 때문에 차 속도를 잠시 줄여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하라. 아니, 검문을 무시하고 그냥 통과해 봐.”
“그러면 1km도 못 가서 탱크에 가로막히고, 발포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진짜 그럴까?”
“이 초소에서 비상벨을 누르면, 1km 떨어진 다음 초소에 울리고 그 즉시 탱크가 길을 막습니다. 그리고 10km 떨어진 곳에 있는 4군단 저격여단의 직승기도 뜹니다. 그러니 잘못하다가는 탱크와 직승기의 동시 공격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다른 길로 빠지면?”
“개성을 벗어나는 모든 길에도 검문소가 있으니 무사히 빠져나가지는 못합니다.”
개성 시내에서는 마음껏 돌아다녀도 개성을 빠져나가는 모든 길에서 이처럼 검문을 철저히 하는 것은 당연히 개성을 찾는 관광객 때문이었다.
그 관광객 중에는 관광객으로 위장하고 들어온 세계 각국의 간첩도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니 말이다.
그 덕분에 국가안전보위성과 보위국에서 눈에 불을 켜고 있었으니 개성에서는 현재 세계 각국의 치열한 첩보전도 벌어지고 있다고 보면 됐다.
여하튼 그들과 자기 차를 가지고 온 한국 관광객들이 저도 모르게 개성을 벗어나는 사고를 미리 방지하려고, 이처럼 모든 길에 검문소를 세우고 검문을 하는 것이었다.
“그럼 차 세우라. 그리고 내 차도 검문하는지 한번 보자.”
“예, 위원장 동지.”
과연 내 차도 검문을 할까.
앞 경호 차량에 호위사령관 이만철 등이 타서 이야기했을 것이 분명한데도 내 차를 검문하려 드는 간 큰 놈이 있을까.
그러나 내가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검문하라고 특명을 내렸으니 하려는 놈도 있겠지.
아냐, 그래도 그런 간 큰 놈은 없을 것이다.
“이 총 간나새끼야! 위원장 동지께서 탄 차가 온다는 연락도 못 받았어. 빨리 통과시켜! 아니면 이마에 구멍을 내주갔어!”
그때 이만철 호위사령관의 이런 목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봐서는 그가 차에서 내려 검문을 하려는 누군가를 질책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상대도 보통내기는 아니었다.
“사령관 동지. 연락은 받았지만, 위원장 동지께서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검문하라는 특명을 내리셨기에 어쩔 수가 없습니다.”
“간나 새끼! 진짜로 이마에 구멍을 내주갔어!”
이만철 호위사령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이어서 권총 슬라이드를 당기는 소리까지 들렸다.
그의 성격으로 봐서는 이곳의 검문검색을 책임지는 국가안전보위성의 누군가 즉 내 차를 검문하려는 제법 간 큰 놈은 곧 총에 맞을 것이 뻔해 보였다.
그런데 그때였다.
“사령관 동지, 이러시면 시간만 더 지체할 뿐이니 잠시만 참으십시오. 이봐. 정 중좌! 저 차에는 위원장 동지가 타고 계신다. 정 중좌가 검문을 하겠다는 그 불굴의 의지는 높이 사지만 그 일로 시간이 지체되고, 그 지체되는 시간을 이용해서 누군가 불순한 일을 기도할 수도 있으니 어서 차를 통과시켜라. 그럼 오늘의 이 무례를 보위성 부상에게 보고하지는 않겠다.”
“민 대좌 동지, 그러나······.”
“저 앞차의 이용호 외무상, 오지용 부위원장은 고사하고라도 호위사령관 동지와 김영철 호위사령부 제 1호위국장 그리고 제 1호위국 요원들과 나를 보고도 믿지 못하겠다면 동무의 순수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즉 위원장 동지가 탄 차를 정체시켜 불순한 짓을 하려는 것으로 그러니 즉시 길을 터라. 아니면 내가 용서하지 않겠다.”
“민 대좌 동지, 불순한 짓이라니 절대로 그런 것이 아니라 저는 단지 위원장 동지의 특명을 지키려고 한 것뿐입니다. 그러니 오해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호위사령관 동지와 김영철 호위사령부 제 1호위국장, 민 대좌님을 믿고 차를 통과시키겠습니다. 통과하십시오. 하고 무례를 용서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