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7화 〉 석탄과 석유(9)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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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남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250석 정도는 더 얻을 것으로 예상했기에 민재인 대통령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미소를 보면서 나도 희미하게 웃었다.
“누가 250석 얻는다고 무슨 그런 소리를, 그건 그렇고 좋소. 옥류관 서울 분점을 내시오. 고작 푼돈 몇 푼 더 김 위원장 주머니로 들어간다고 반대할 정도로 나 그렇게 쫀쫀한 사람 아니요. 그리고 또 김 위원장이 그 돈을 우리 한국을 공격할 핵과 미사일 개발에 쓸 사람도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아오. 그러니 여시오. 아니, 서울만이 아니라 부산에도 분점을 내시오. 그럼 내 퇴임하고 자주 들리겠소.”
“오호! 이 화끈한 반응을 뭐라고 이해해야 하죠.”
“내 선물이라고 생각하시오. 대신 영공통과는 허용해야 하오.”
“선물이라면 잘 받겠습니다. 그리고 영공통과 약속은 금강산 관광, 비료 지원과 맞바꾼 것이니 당연히 지키지요.”
“그럼 됐소.”
“그런데 한 가지 청이 더 있습니다.”
“뭡니까?”
“5.24조치 해제!”
5.24 조치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같은 해 5월 24일 정부가 내놓은 대북 제재다.
내용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제외한 방북 불허, 남북 교역 중단, 대북 신규 투자 금지,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불허, 대북 지원 사업의 원칙적 보류다.
이 대북 지원 사업에는 인도적 지원까지 모든 지원을 차단하는 것이 핵심으로 이 조치에 따르면 아무리 인도적인 목적이라 해도 사전에 정부와 협의를 거치지 않으면 대북지원을 할 수가 없었다.
“음. 그건 약간 어려운 문제군요.”
“이 마당에 무슨 어려운 문젭니까. 개성 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제외한 방북 불허는 개성 관광과 백두산 관광 등으로 이미 유명무실해졌고, 남북 교역 중단은 석탄과 석유 등의 거래로 역시 무용지물이 됐고, 공화국에 대한 신규 투자금지는 경의선, 경원선, 동해선 등으로 역시 허물어졌고, 공화국에 대한 지원 사업도 쌀과 핵폭탄을 교환하고, 이후 각종 물물교환 등으로 이름뿐인 껍데기가 되었는데 말입니다.”
“실질적으로 5.24조치가 그렇게 허물어졌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인 것과 그 실질적인 것을 선언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기에 그러는 것이오.”
“그게 뭔 말입니까? 막걸리입니까?”
“말이요. 말. 그리고 이 문제를 풀려는 사전조처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국방위원회 명의의 성명 때 우리 관광객 피살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 천안함 폭침에 관한 사과와 재발 방지도 함께 부탁하오. 그래야 일부의 불만도 어느 정도는 가라앉을 것이오.”
“그 정도라면 뭐 알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2018년부터 공화국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던 김영철 부위원장이 요즘은 왜 안 보이는지 아십니까?”
“혹 내가 생각하는 그거요?”
당연히 그거지.
천안함 폭침에 책임을 물어 내가 숙청을 했으니까.
그리고 그에 연관된 군부 인사들까지 모두 숙청했으니까.
그러니 천안함 폭침에 관해 책임을 져야 할 북한 군부 인사는 모두 책임을 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겁니다. 그리고 요즘은 거의 하루 열 몇 시간씩 강제노동하고 있으니 국정농단 사범도 나라 팔아먹은 놈도 그냥 감방에 앉혀놓는 남조선보다는 가혹한 처벌이죠.”
“그런 단순비교는 안 되고, 어떻든 그건 잘했소. 그리고 저번에는 한국이라고 하더니 요즘은 왜 남조선이라 하시오?”
“위쪽에서 하도 입에 달고 살아서 나도 모르게 그만. 그건 그렇고 5.24 조치는 해제해 주십시오. 그래야 더 많은 한국 기업이 공화국에 투자하죠. 이번에 우리 내각총리가 전경련에 가서 투자 설명회 한 것 보고받으셨죠. 대기업 누구도 공화국에 투자하기를 꺼렸습니다. 그 이유가 겉으로는 정세 불안을 들었지만, 그게 다 그놈의 5.24 조치 때문인 것 같으니까요.”
“그래도 중소기업 5곳과 중견 기업 1곳이 개성 공단에 더 입주하기로 하지 않았소.”
“그렇지만, 대기업과 비교가 됩니까. 그리고 적어도 수만 명은 고용할 대기업이 들어와야 개성이 완전한 자립 경제특구가 될 것 아닙니까.”
“특급 시에다 친환경 녹색 도시에다가 이제는 자립 경제특구요?”
“이름이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 아닙니까. 그러니 5.24 조치 풀어주시고, 대기업 투자도 좀 해주십시오. 그래야 남에도 좋고, 북에도 좋고, 향후 통일이 되어도 통일 한국에 좋은 일거양득의 투자 아닙니까.”
개성 공단이 재개되었을 때 입주 기업 수는 105개였다.
그러나 지금은 151개 기업이 투자하고 있었고, 이 중에는 이번에 투자하려고 하는 신발 기업 포함 중견 기업도 2개나 있었다.
그러나 중소, 중견 기업과 대기업은 비교 자체가 안됐다.
지금 개성 공단에서 일하는 근로자 수는 약 5만여 명, 그런데 그 모든 근로자 수와 같은 노동자를 고용하는 대기업이 들어오면 공단은 아니 개성은 어떻게 될까.
지금 인구 40만으로는 그 노동자를 다 충원하지 못할 것이다.
그럼 북한 다른 지역의 노동자를 개성으로 이주시켜야 했고, 그러므로 개성은 더 발전할 것이다.
거기다가 그 노동자들이 임금으로 받는 달러화는 노동자 개인과 개성뿐만이 아니라 북한 전체에도 제법 도움이 될 것이었다.
“우리 기업이 투자하고, 북에서도 경제 개발에 나서 북한 경제가 우리의 80%까지만 따라와 준다면 남북 모두에게 좋을 것은 맞소. 그러나 당장 그렇게 되기는 어려우니 시기와 때를 봅시다.”
“대통령님 임기가 얼마나 남았다고 시기와 때를 봅니까. 그리고 대통령님 후임으로 이상한 놈이 대통령이 되어서 지금까지 우리가 이루어 놓은 모든 것을 위장 평화 쇼라고 하면서 다 걷어차 버리면 말짱 도루묵이 됩니다. 그러면 공화국은 진짜 중국의 일개 성으로 전락하고 말 겁니다. 그건 아십니까?”
“내가 왜 그걸 모르겠소. 그러고 내 임기는 아직 좀 남았소. 또 다음 대통령은 그런 자가 아니라 나보다 더 김 위원장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니 걱정하지 마시오.”
“선거는 뚜껑을 열어 봐야 아는 일인데, 그렇게 장담하다가 뒤통수 맞으면 어쩌시려고요?”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200석 넘게 차지하면, 김 위원장이 염려하는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 이상한 정책을 펼쳐 지금까지 우리가 이루어놓은 모든 것을 훼손하면, 국회가 나서서 탄핵하면 되니 걱정하지 마시오.”
“MB, 박근애에게 그렇게 당하고도 참 팔자 좋은 소리 하십니다.”
사람 좋게 이런 소리나 하는 민재인 대통령을 이러면서 잠시 노려봤다.
상대를 어설프게 용서하려다가 된통 당한 경험을 잊지 않았으면, 지금까지 벌여온 적폐청산을 임기 끝까지 가져가서 상대가 아예 다시는 재기하지 못하게 철저하게 뭉개야 했다.
그렇지 않고, 다시 어설프게 용서했다가는 또 당할 것은 불을 보듯 뻔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지금까지 두 전직과 적폐세력 일부를 감방에 처넣고, 지방 선거에서 승리하고, 조성과 동앙 신문을 폐간하고, 국방개혁도 하고, 남북 관계도 이만큼 개선하고,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확실하게 승리할 기반을 만들어 놓았으니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었으나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였다.
“이번에는 당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마시오. 그건 그렇고 이번 국회의원 선거가 승리로 끝나면 당 중앙군사위원회 명의로 금강산 관광객 피살과 천안함 사건에 관한 성명을 발표해주시오. 그럼 나는 금강산 관광과 북한 영공 통과, 비료지원을 발표하겠소.”
“옥류관과 5.24 조치가 빠졌습니다.”
“옥류관을 꼭 서울에 차려야겠소?”
“예, 그러니 장소 물색해 주세요. 그리고 5.24 조치도.”
“알았소. 알았어.”
“해주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입니다.”
민재인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봐서는 곧 5.24 조치가 해제될 것 같았다.
이미 유명무실해진 조치가 해제되어봐야 뭐하나 하겠지만, 묵인하는 것과 합법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달랐다.
“조금만 기다려보시오. 그리고 더 요구할 것은?”
“여기서 더 요구하면 내가 도둑놈이죠. 그런데 삼족오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그것도 조금만 기다려보시오.”
“진짜 한반도 영공을 지배하는 삼족오가 태어나기를 학수고대하겠습니다.”
“물론이오. 그럼 오늘은 이만 하십시다.”
판문점 일대를 묶어 평화공원으로 조성한 공원 개장식과 이어진 민재인 대통령과의 단독 정상회담은 그것으로 끝이 났다.
그리고 나는 개성 시내로 들어가 도시 정비 사업을 먼저 돌아보고 이어서는 한옥 주택단지 조성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
“김 위원장님, 어서 오십시오.”
“수고가 많소. 고 사장. 그래, 진척은 어느 정도요?”
“총 3,000채 중에서 완공된 것은 1,987채고 나머지는 공정률이 거의 55% 정도니 1달 안에는 모두 마무리될 것입니다.”
“3,000채 중에서 완공된 것이 1,987채라면, 고 사장이 수고했군요.”
개성 한옥 주택단지 건설은 개성 인구가 점점 늘어나는 바람에 내가 지시해서 하는 사업이었다.
아파트나 빌라 같은 것을 대량으로 지어서 늘어나는 인구를 수용하면 되겠지만, 개성은 그런 도시가 아니라 한옥 도시로 만들고 싶었기에 한국 한옥의 고명수 사장에게 부탁해서 우선 3,000채를 짓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한국 한옥 고명수 사장도 남북 경협으로 대박을 터트린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처음 개성 평화마을에 한옥 30채를 지으려고 왔다가 내 눈에 띄어 개성 한옥 지구 증·개축 사업을 하고, 200실 규모의 한옥 호텔과 300채 한옥 마을에 이어서 이제는 3,000채 한옥 마을을 짓고 있었으니 말이다.
“당연히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위원장님.”
“그래도 수고는 수고죠. 한데 전부 3층 한옥입니까?”
“군데군데 2층과 단층도 있습니다.”
“하면 총가구 수는 어떻게 됩니까?”
“주택 수는 말씀드린 3,000채이지만, 단층, 2층, 3층이 어우러져 있기에 모두 완성되면 총가구 수는 5,500가구이고, 6인 가족 기준으로 했기에 3만 3,000명이 입주해서 살 수 있습니다. 가구당 면적은 65평, 방 5개, 욕실 2개이며, 각 가구당 주차장 2면도 갖추고 있습니다. 물론 상하수도와 전기 시설도 완벽하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