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김정은-86화 (86/470)

〈 86화 〉 석탄과 석유(8)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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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은 아직 재개되지 않고 있었다.

인근의 7번 국도와 동해선 공사로 말미암아 수많은 물자와 인력이 북한을 수시로 드나들어도 금강산 관광은 여전히 재개되지 않고 있었으니 뭔가 잘못된 것도 같았고, 백두산 관광, 개성 관광과도 형평이 맞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도 재개되지 않았으니 이번 기회에 재개해야만 했다.

그래야 그 일대도 지금보다는 더 친환경적으로 개발해서 인민들이 더욱더 잘 먹고 잘살도록 만들어 줄 것이 아닌가.

그래야 북한 인민들이 자손만대로 이 위대한 김정은 위원장 동지 만세를 외칠 것이었다.

“정 그것이 원이라면 하십시다. 단, 조건이 있소.”

“이 마당에 조건은 또 무슨 조건요.”

“무슨 조건이 있겠소. 우리 관광객 피살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지.”

“그거라면 좋습니다. 당 중앙군사위원회 명의로 피살된 관광객에 대한 사과와 아울러서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보상금도 지급하겠습니다. 됐습니까?”

“하하하! 됐소.”

“그럼 금강산 관광 재개하는 겁니다. 나중에 두말하기 없습니다.”

“물론이오. 물론이고 말고, 그러니 그 문제는 이제 실무자들에게 맡기도록 하고 저쪽으로 가십시다. 다시 기념식수가 준비되어 있다니까 말이오.”

2018년 4월 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민재인 대통령과 나무를 심은 것은 원판 김정은이었고, 나는 그 장면을 텔레비전으로 봤을 뿐이다.

그런데 다시 기념식수가 준비되어 있다기에 이 개장 기념식을 준비한 한국 실무진들이 참 가지가지를 준비해놓았다는 것을 실감해야 했다.

“뭔 나무는 자꾸 심자고 그러십니까.”

“북녘 산천에 나무는 계속 심어야 하지 않소.”

“여기가 북녘 산천입니까?”

“이번에 심는 곳은 군사분계선 북쪽이니 북녘 산천이 아니고 무엇이오. 그러니 얼른 가십시다.”

평화공원 내의 건물은 둘러보지도 않고, 그렇게 기념식수를 위해 판문각 옆으로 이동했다.

그리고는 준비된 소나무, 그리고 보니 이번에도 소나무였다.

그러나 수종은 달라 이번 것은 반듯한 것으로 금강송이었다.

“자, 심읍시다.”

“그러시죠.”

금강소나무는 키가 약 3m 정도였고, 이미 심겨 있었다.

그러나 삽으로 흙을 떠서 그 위에 몇 번 던지자 여기저기서 카메라가 터지고, 박수가 터져 나오기에 역시 손을 한번 흔들어주는 것으로 지난 2018년의 기념식수에 이어서 그때는 내가 아니었지만, 그렇게 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판문각, 통일각 등을 둘러보니 예전 사용하던 그대로였다.

“다 봤으면 간단한 다과가 준비되어 있다니까 평화의 집으로 가십시다.”

“다과 이외에 뭐 다른 것은 준비하지 않았겠죠. 저번처럼 도보 다리 산책 같은 것 말입니다.”

“외빈이 많아서 이번에는 준비하지 않았는데, 왜 나한테 긴히 할 말이라도 있소?”

“긴히 할 말은 없지만, 물어보고 싶은 말은 있습니다.”

“뭡니까?”

“사람이 많으니 좀 있다가.”

평화의 집에는 정말 조촐한 다과가 준비되어 있어 그중 인삼차를 한 모금 마시니 일본 외무상 에사키 놈이 이렇게 물었다.

“김 위원장님, 우리 총리와의 정상회담은 언제?”

“내가 언제 귀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다고 했소?”

“그것이······.”

“내 기억으로는 10조 달러 내면, 그때 한다고 한 것 같은데, 아니요?”

에사키 외무상 놈은 이렇게 조용히 찌그러졌다.

내가 미치지 않은 이상 일본 총리와 왜 정상회담을 한다는 말인가.

전혀 북한 국익에 도움이 안 되는 그런 놈과 말이다.

그리고 향후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완전히 연결되면 이득만 보려는 그런 얄팍한 술수에 넘어가지도 않을 것이고, 일본 화물에 대한 국경통과료를 한국 화물의 10배~20배 정도로 물려서 온전한 본전을 뽑을 생각이었다.

“김 위원장님, 귀국의 석유 매장량이 민재인 대통령님이 발표한 정말 그것뿐인지 물어도 실례가 안 되겠습니까?”

에사키 일본 외무상 놈이 찌그러지자 훅 이렇게 치고 들어온 것은 미 국무장관 폼페이오였다.

“그 물음은 실례요. 그리고 또 그 질문은 민재인 대통령님께도 누가 됩니다. 일국의 지도자가 국민에게 거짓 브리핑을 했다는 것이 될 수도 있으니까.”

“죄송합니다. 그러나 이건 아주 중요한 문제라서 묻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왜 남조선이 미국 석유 수입 안 할까 봐서.”

“그것이 아니라 들리는 정보처럼 귀국 석유 매장량이 약 1,470억 배럴로 세계 3위 수준이라면, 세계 석유시장이 일대 혼란에 빠질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 정보처럼 공화국에 석유가 1,470억 배럴 매장되어 있다고 해서 무슨 세계 석유시장이 일대 혼란에 빠진다는 말이오. 그러니 그런 엉뚱한 소리는 하지 말고, 귀국과 공화국의 친선관계를 생각하여 민재인 대통령님이 이해해 주신다면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주겠소.”

내가 이렇게 말하자 민재인 대통령이 그 사람 좋은 웃음을 잠시 짓더니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 내가 발표한 매장량은 재령에만 한정되었던 것이고, 그것도 정확한 매장량이 아니라 더 조사해봐야 한다고 했소. 그러니 그 재령에서 석유가 더 나올지는 역시 두고 봐야 할 문제, 그리고 나머지 북한 석유 매장량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들으시오.”

“그러겠습니다.”

“그럼 이제 공이 나에게로 넘어왔나. 하면 폼페이오 장관, 잘 들으시오. 공화국 전역을 다 탐사하지 못해 공화국의 석유 매장량이 더 될지 아닐지는 지금으로써는 알 수 없소.”

“아직 탐사가 끝나지 않았습니까?”

“그건 아니고, 일시적으로 멈춘 거요. 귀국이 이렇게 딴죽을 걸까 봐.”

“딴죽이라뇨. 이제 우리 미국은 귀국의 석탄과 석유 등의 한국 수출에 딴죽을 걸지 않습니다.”

“지금이야 그렇지만, 그 말도 정말 진심인지 두고 보면 알게 되겠지.”

조촐한 다과 자리는 이렇게 정치적으로 변질하고 말았으나 오늘은 나와 민재인 대통령 그리고 외빈을 위한 날이 아니라 이 평화 공원 개장을 눈이 빠지라 기다린 남북 양 국민과 외국 관광객을 위한 날이었다.

그래서 다과 자리는 금방 끝을 내고, 미 국무장관 폼페이오, 중국 외교부장 왕화, 주한 러시아 외무장관 세르게이, 일본 외무상 에사키 등은 채용해와 한국의 강영화 외교부 장관에게 떠넘겼다.

그리고 나는 민재인 대통령과 평화공원을 떠나 모처에서 단둘이 마주 앉았다.

“우리가 눈치껏 빠져주었으니 관광객이 이제 공원을 구경하겠죠?”

“그럴 것이오. 그런데 무슨 할 말이 있기에 이렇게······.”

“비료 좀 지원해 주십시오.”

“뭐라고요?”

“이제 영농철이니 비료요. 비료. 그것도 공짜로.”

거두절미 내가 비료를 지원해 달라고 하자 민재인 대통령의 눈이 동그래지더니 곧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좋소. 지원해 주겠소. 그러나 나도 조건이 있소.”

“뭡니까?”

“영공을 다시 개방해 주시오. 그럼 비료 지원해주고, 영공 통과료도 주겠소.”

“콜! 좋습니다.”

“역시 김 위원장은 시원시원해서 좋소.”

북한은 노무현 정부 때 영공을 개방했으나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한미합동 키 리졸브훈련을 이유로 항공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경고하다가 2010년부터는 아예 외국 항공기의 영공 통과를 허락하지 않았고, 지금은 러시아 민항기들만 북한 영공을 이용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민재인 대통령은 이렇게 북한 영공 이용을 요청한 것이다.

우리나라 여객기들이 북한 영공을 이용하면 유럽이나 미주 노선의 운항시간은 1시간 이상, 운항 거리는 1천km 정도 줄일 수 있었고, 그럼 비용도 편당 300만~400만 원 이상 절감할 수 있었다.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그럼 금강산 관광 재개, 비료 지원을 얻었고, 영공 통과를 준 것이 되나요?”

“그렇소. 그러고 보니 내가 손해군. 안 그렇소?”

“손해는 무슨 손해라고 또 그러실까.”

“당연히 손해죠. 북한 주민은 단 한 명도 서울이나 설악산 관광을 안 오는데, 우리 국민은 하루 수백 명씩 금강산으로 관광을 갈 것이니 말이오. 그리고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개성으로 관광 가는 우리 국민이 하루 몇 명인지 아시오? 또 백두산으로 가는 관광객은?”

“백두산이야 하루 300명으로 한정되어 있으니 개성도 한 300명 됩니까.”

“하루 1,000명이 넘소. 중고등학교나 단체에서 가는 날은 하루 2,000명도 넘고, 이러니 우리가 손해가 아니고 뭐요.”

관광수지 적자라고 쫀쫀하게 이렇게 말하는 민재인 대통령을 잠시 노려보다가 말했다.

“석탄과 석유 등을 30% 저렴하게 가져가면서 달랑 2,000명이 개성으로 관광 온다고 지금 이러십니까.”

“그건 그거고. 관광은 관광 아니오. 그리고 우리 청와대 직원들조차 개성 옥류관에 냉면 먹으러 갑니다. 한국의 냉면 애호가들도 거의 일주일에 한 번은 개성 옥류관 가서 냉면 먹고 와서 인증하는 것이 유행일 정도니 이거 완전히 우리가 손해요. 손해.”

“그렇다면 서울에 옥류관 분점이나 내야겠군요.”

“뭐요?”

“개성까지 안 오게 서울에 옥류관 분점 낼 테니까 장소 좀 알아봐 달라고요.”

“평양과 개성 옥류관 이익이 김 위원장 주머니로 들어가시오? 그래서 서울에도 차려서 아예 서울의 모든 냉면집 문을 닫아버리겠다. 그거요?”

거기까지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말을 듣고 보니 꽤 괜찮은 생각이었다.

그리고 옥류관 매출의 일부가 39호실로 들어오니 제법 짭짤한 수입도 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것이 아니라 남조선의 냉면 애호가들이 굳이 개성까지 올라올 필요가 없도록 편의를 제공해 주려는 겁니다.”

“헐! 옥류관에서 도대체 김 위원장에게 돈이 얼마나 들어가기에 이러시오?”

“얼마 안 됩니다. 그러니 서울에 옥류관 분점을 차려야 더 많이 들어오지요. 그리고 서울에 옥류관 분점이 생기면, 남북 화합의 상징으로 온 세상에 자랑하기 얼마나 좋습니까. 더불어서 남조선 냉면 애호가만이 아니라 국민 모두도 쌍수를 들어 환영할 겁니다. 그러면 대통령께서는 업적으로 슬며시 자랑하면 되고요. 그러니 장소 알아봐 주십시오.”

“진심으로 하는 말이오?”

“물론이죠. 거기다가 저기 서 있는 민은정 대좌를 시켜서 남북 화합의 상징으로 서울에 옥류관 분점을 낸다는 광고까지 하면 아마 반대하는 사람 거의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한 250석 얻으면 일각의 반대를 신경 쓸 필요도 없고요.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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