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김정은-80화 (80/470)

〈 80화 〉 석탄과 석유(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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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지난 67년간 국토 정중앙이라는 양구의 산등성을 짓누르고 있던 신형과 구형 2중 철조망이 30m가량 걷어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감시카메라와 동작 감지기 등이 설치되어 휴전선 감시를 대신하게 됐으니 이는 내가 경의선 복원 기념식에서 주장한 판문각과 판문점 일대를 묶어 평화공원으로 조성해서 전 세계 인민이 마음대로 구경할 수 있도록 만들자고 한 것과 한반도 등허리에 쇠못처럼 박혀서 민족의 정기를 끊고 있는 백두대간 휴전선 철책 일부를 제거해 백두대간의 정기가 마음대로 흐르도록 하고, 생태 통로도 만들자고 한 그 제안이 실현된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부관, 12사와 22사에도 연락해서 작업 중인지 알아봐.”

“예, 군단장님.”

“그리고 사단장, 수색대대는 훈련 잘 시키고 있나?”

“물론입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산악 수색대대가 저희 사단 수색대대 아닙니까. 그러니 훈련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럼 군단 직할 2특공여단 1개 대대와 한번 붙어보는 것이 어때?”

“좋습니다.”

2군단 직할 2특공여단은 기존 2군단, 3군단, 8군단의 702, 703특공연대와 8특공대대를 합쳐서 만든 특공여단이었고, 정예 산악 특공여단으로 육성하려고 지금 집중 훈련 중이었다.

어떻든 그 특공여단 1개 대대와 21사단 수색대대가 자웅을 한번 가려보기로 하는 순간 2군단장 강인철의 부관이 이렇게 보고했다.

“군단장님, 12사와 22사에서도 현재 작업 중이랍니다.”

“그럼 됐군.”

이것으로 휴전선 3곳에서 약 30m씩의 철책이 제거됐고, 그중에서 인제 12사단과 고성 22사단 철책선은 백두대간의 정맥이라 할만한 곳이어서 나름대로 의미가 더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 작업 장면은 KBS 등 국내 방송과 CNN 등 외신에 의해서 전국 전 세계로 타전됐다.

그런 얼마 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는 남북과 미국의 고위 장성이 모여서 기어이 판문점과 판문각 일대를 묶어서 평화공원으로 조성하는 문제에 관한 논의가 시작됐다.

“이거 이거 여기 공원 세우고 관광객에게 개방하면 우리 공화국만 손해요. 손해!”

“총정치국장께서 그렇게 말하면 우리 장관님이 이렇게 대답해주라고 하더군요.”

“뭐라고요?”

“입장료를 받아 남북이 반반 나누면 된다고요.”

“입장료를 받아 반반 나눈다. 하하하! 그건 좋은 생각이오. 그럼 어서 협정서를 맺고 공사를 추진하십시다. 이미 북남양국과 미국의 최고 결정권자들이 결정한 문제를 우리가 질질 끌 이유가 하나도 없으니 말입니다.”

“하긴 북의 김 위원장님과 우리 대통령님, 그리고 미국 대통령 트럼프도 찬성한 일이니 그렇게 하십시다. 토마스, 그래도 되겠죠?”

미 8군 사령관 토마스가 합참 수석 부의장 김정철의 이 물음에 그를 한번 쳐다보고는 천천히 입을 열어 이렇게 대답했다.

“남북 양국이 이미 다 합의해놓고, 저에게 물으면 제가 뭐라고 대답할까요.”

“귀국의 트럼프 대통령도 합의한 일입니다.”

“어쩔 수 없이 동의했겠죠. 그리고 남북 양국이 이미 유엔 중립국 감독위원회 구성원들도 모두 철수시킨 마당에······.”

“하하하! 너무 그러지 마십시오. 그래도 아직 미군은 남아있지 않습니까.”

“여기가 평화공원이 되는 순간 공동경비구역(JSA)도 없어지고, 유엔사도 해체되는데, 무슨 그런 말을 하십니까.”

“그럼, 그동안 수고했으니 공동경비구역은 우리 한국군에 넘기고 평택으로 가서 편히 쉬시라는 뜻으로 이해해주십시오. 그리고 유엔사는 한미연합사가 있으니 존속할 이유가 없죠.”

판문점 일대를 묶어 평화공원으로 조성하자는 내 제의에 민재인 대통령이 동의함으로써 그 이후 여러 실무 회담을 거쳤다.

그 결과 나온 것이 유엔 중립국 감독위원회 감독국 철수, 공동경비 해제, 유엔사 해체 등이었으니 자연 이 평화공원의 경비는 한국군으로 넘어올 예정이었다.

“전시 작전통제권이 대한민국으로 전환되면, 한미연합사령부도 해체될 것인데······.”

“한미연합사는 해체되지만, 미군 한국사령부와 동맹군사협조본부(AMCC)가 설치될 예정이지 않습니까.”

“그건 말 그대로 예정이죠. 지금 남북 사이를 보면 또 어떤 일이 벌어져서 무슨 조직이 들어설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실정이니까요. 어떻든 위에서 결정한 사안을 제가 왈가왈부해봐야 뭔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러니 합의서 초안이나 작성하시죠.”

“맞소. 위에서 결정한 사안을 우리가 뭐라고 거스를 수 있겠소. 그러니 어서 합의서 초안이나 작성합시다.”

북한군 총정치국장 김영각은 내가 환생했을 때의 총정치국장이었던 황병수의 후임이었다.

그 황병수는 지금 조용히 쉬고 있었고, 이 새로운 총정치국장 김영각이 이 협상을 재촉하고 나서자 그동안 합의된 사항을 바탕으로 남북미 3국 대표들은 일사천리로 합의서 초안을 만들어 서명하고, 그날의 회담을 마쳤다.

이튿날 그 초안은 그들보다 윗선에 보고됐고, 기어이 3국 정상에게까지 보고되어 서명됐다.

그로써 유엔 중립국 감독위원회 감독국 철수, 유엔사 해체, 공동경비구역은 평화공원으로 조성될 기반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얼마 후 남쪽 자유의 집, 평화의 집, 경비병 막사, 초소, 헬기장, 북측의 판문각, 통일각, 경비병 막사, 초소와 휴전선상의 중립국 감독위원회를 몽땅 묶어 공원 부지로 지정하고, 철조망 대신 예쁜 연두색 울타리를 치는 공사가 시작됐다.

그럴 즈음 나는 이슬주를 불러서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 남조선 제주도 관광단의 단장으로 가서 바람이나 쐬고 와.”

“뭐라고요?”

“남조선 제주도 가서 바람이나 쐬고 오라고.”

“흥!”

“가기 싫으면 말고. 나야 답답한 것 하나도 없으니까.”

“나 제주도 보내놓고 그년이랑 뭐 하려고요?”

이슬주와 내 사이는 아직도 이렇게 냉랭했다.

어찌 아니 그렇겠는가.

작년 내가 김정은으로 환생한 그때부터 이슬주는 독수공방이 아니라 아예 유배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나로서도 진짜 김정은의 여자와 잘 수는 없었으니 그럴 수밖에는 없었다.

진짜 이혼이 정답이었지만, 그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었으니 이런 관계를 유지할 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년이 아니라 민은정 대좌고, 특별비서일 뿐이니 그런 오해는 하지 말고, 남조선에나 갔다 와.”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이혼해요.”

“나도 그러고 싶은데, 그건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는 문제야. 바로 이 자리 때문에 말이야.”

좀 치사하고, 치졸하고, 남자답지 못한 방법이지만, 이럴 때 누군가 나서서 이슬주와 이혼하라고 해주는 이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그때 불현듯 들었다.

그러나 그러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니 이혼도 못 하고, 같이 살지도 못하고, 나는 나대로 이슬주는 이슬주대로 힘든 나날이었다.

“그 자리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이혼도 못 해요.”

“이 자리 대단하지. 안 그랬으면 너나 나나 애들이나 모두 다 인민들에게 벌써 돌 맞아 죽었지. 그러니 너무 그러지 말고, 제주도나 다녀와.”

“흥!”

“그러지 말고 다녀오라니까. 그리고 또 이렇게 도(道) 닦는 수도승처럼 사는 것도 좋지 않아. 아니지 열 여자 마다하지 않는 남자인 내가 손해지. 암 내가 손해지. 손해고 말고.”

“그렇게 손해면 그년이랑 살림 차려요!”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더니 이렇게 말하고 나가버리는 이슬주의 눈빛이 딱 그거였다.

한 품은 여자의 눈빛 말이다.

그러니 뭔가 조처를 하기는 해야겠는데, 왜 나는 남녀문제만은 말끔하게 처리를 하지 못할까.

그런데 이슬주가 그런 눈빛으로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김여성이 들어오더니 이렇게 묻는 것이 아닌가.

“언니랑 싸웠어요?”

“아니.”

“그런데 언니 얼굴이 왜 저 모양······. 혹 이혼하자고 했어요?”

“아니.”

“아니기는 했네. 했어.”

“까불래?”

“까불다니요. 위원장 동지. 그리고 이 동생은 위원장 동지 편입니다. 그러니 이혼하고 싶으면, 내가 바람 잡아 줄 수도 있어요. 바람 잡아 줄까요? 말까요?”

“네가 바람잡이를 하겠다고?”

“사실 언니에게는 좀 그렇지만, 아들 못 낳는다는 꼬투리를 잡아서 지금의 위상에 어느 정도 타격을 준 다음 위원장 동지께서는 그 애랑 살림을 차려서 아들만 낳아요. 그럼 일은 자연스럽게 해결되고도 남습니다.”

“야, 지금이 무슨 조선 시대도 아니고 아들 못 낳는다고······. 하여튼 하는 생각이라고는 참, 나.”

그런데 말은 이렇게 했지만, 그 말이 자꾸만 귀에 솔깃해지는 것이 아닌가.

김정은 애들을 내 아이들이라고 생각하고, 키우기에는 뭔지 모르겠지만 좀 찜찜하고 그랬다.

그렇다고 이슬주와 내 애를 새로 만들 수도 없었는데, 민은정과 내 애를 만들면, 이 모든 고민이 단박에 해결될 것 같은 것이 아닌가.

하여튼 이런 것을 보면 나는 좀 치사하고, 치졸하고, 남자답지 못한 면도 있는 것 같았다.

“뭐 어때서요. 내가 생각하기에는 좋기만 하고만.”

“지금이 무슨 조선 시대냐?”

“조선 시대는 아니지만, 공화국에서는 은근히 효과가 있다니까요. 그리고 위대하신 위원장 동지의 뒤를 이어서 공화국을 이끌어 갈 아들도 있어야 하잖아요.”

“아들이라······.”

“그럼요. 아들, 후계를 이어줄 든든한 아들!”

3대 세습도 모자라서 4대 세습을 말하는 김여성, 과연 그렇게 될까.

이 상태로 나가면 머지않아 외교와 국방 분야를 통합한 연방 형태 정도의 통일 한국이 될 것이고, 그래서 분위기가 더 성숙하고, 북의 경제가 점점 발전하면 그때는 진정한 통일 한국이 될 것이 뻔했다.

그때 내 아들이 내 뒤를 이어서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아니라 그 통일 한국의 초대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아니, 나는 그때 어떻게 될까.

독재자라고 거리로 끌려나가서 돌에 맞아 죽지는 않을까.

솔직히 나 자신만 잘 먹고 잘살려면 이 상태 이대로 북한 체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데, 떨어질 콩고물이 뭐가 있다고 이러는지 솔직히 이해는 안 갔다.

처음 김정은으로 환생했을 때는 총 맞아 죽지 말고, 악착같이 살아남아야 한다는 소시민적인 자기보호 본능이 작동해서 지랄하다가 어느 순간 마치 내게 주어진 대의, 아니면 꼭 내가 해야만 하는 대의를 받아든 돈키호테, 그도 아니면 어쭙잖은 영웅 심리에 사로잡힌 얼간이처럼 행동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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