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9화 〉 석탄과 석유(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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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해가 약간 관심을 보이면서 이렇게 말하자 판스는 여전히 비릿한 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그를 빤히 쳐다보면서 말했다.
“귀국과 한국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하여 우리 대통령께서 큰 용단을 내렸으니 귀국은 이점을 늘 고맙게 생각하고, 비핵화의 길로 한 걸음 더 다가오기를 우리 미국은 넓은 마음으로 기다리겠소.”
“그 말은 뭐요? 설마!”
“그 설마가 그 설마일 거요. 단 한국에만 수출해야 하오.”
여전히 기분 나쁘게 비릿한 웃음을 머금은 판스가 이렇게 말하기에 채용해도 마주 비릿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드디어 벼랑 끝 협상 전략이 통한 것이다.
고로 공화국의 석탄을 남조선으로 수출할 수 있었고, 그로 말미암아 발전소 건설과 여타 여러 가지 것을 얻어낼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는 그의 벼랑 끝 협상 전략의 성공이 아니라 대중국 전쟁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기 때문임을 그는 아직 몰랐다.
“그건 장담할 수 없소. 왜냐하면, 중국 때문이오. 당신네도 잘 알겠지만, 중국은 우리 마음대로 또 당신네 마음대로도 할 수 없는 나라니까.”
“......,”
“귀하가 말을 하지 않으니 한국으로의 석탄 수출을 허락한 것으로 알겠소.”
“핵탄두는?”
“판문점에서 주한미군에 넘겨주겠소. 그러니 약속만 잘 지키시오.”
“물론······.”
판스는 이렇게 말끝을 흐리면서 비릿한 미소를 지었으나 그 미소는 핵탄두 1기 값, 10억 달러를 아꼈기 때문이 아니었고, 그 핵탄두 대신 현재 주한미군이 사용하는 AH-64D 롱보우 아파치 공격헬기 48대와 본토에서 6대를 더 보태서 총 54대의 아파치를 한국군에 넘겨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전력 공백은 역시 본토에서 AH-64E를 한국에 보내 메울 예정이었다.
“그런데 그 기분 나쁜 미소는 뭐요?”
“아무것도 아니요.”
“뭔데 그러시오?”
“언론에서 보시오.”
이 대답 대신에‘수틀리면 너희 뒤통수를 칠 한국군에 너희 핵무기값으로 공격헬기를 지원해줬다.’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차마 그렇게는 말하지 못한 판스는 언론에서 보라고만 했다.
어떻든 이렇게 북한 핵무기 1기 가격으로 뜻하지 않게 AH-64D 롱보우 아파치 공격헬기 54대를 얻은 한국만 수지를 맞은 것 같았다.
아니, 북한 석탄을 수입할 수 있었으니 그것보다 더 수지를 맞은 것 같았다.
그리고 또 하나가 더 있었으니 그건 바로 북한 석유 채굴과 도입이었으니 한국은 수지 정도가 아니라 대박을 맞은 것이라고 해야 했다.
***
“민 대통령, 그동안 북한 석탄 수입 문제 때문에 마음고생이 많았지요.”
북미 협상이 끝난 날 난데없이 이렇게 말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화를 받은 민재인 대통령은 진짜 뜬금이 없어 이렇게 반문했다.
“그래서요?”
“하하하! 마음고생이 많았군요. 하긴 그동안 북한 석탄 문제, 핵 문제 등 여타 여러 가지 문제로 고생이 많았을 것이오. 하여 내가 그런 민 대통령의 고충을 헤아려 북한의 석탄 수입을 허락해······.”
“진짜요? 이 상황에서 농담하면 재미없어요.”
“물론이오. 그러니 북한 석탄을 수입하시오. 그리고 그동안 우리 무기 구매해준 대가로 아파치 공격 헬기 54대를 무상으로 한국군에 제공하겠으니 앞으로도 우리 무기 많이 구매해주시오.”
“뭐라고요?”
“북한 석탄 수입하고, 아파치 공격헬기 54대 무상으로 제공해주겠으니 앞으로도 우리 무기 많이 사 달라고요. 못 알아듣겠소?”
진짜 뜬금없다 못해서 황당하게까지 들리는 이 소리에 민재인 대통령은 귀를 의심해야 했다.
“핫라인은 농담하는 전화가 아니니 헛소리 그만하시오.”
“하하하! 공짜로 준다고 해도 그러네.”
“아파치 공격헬기 54대를 무상으로 준다니 그걸 지금 나보고 믿으라는 말이오.”
“그렇소. 그러니 내일부터 주한미군이 보유한 AH-64D 롱보우 아파치 공격헬기 48대를 넘겨받으시오. 그럼 6대는 이곳에서 실어 보낼 것이니까. 그리고 북한 석탄 수입도 하시고. 아시겠소?”
“도저히 믿기지 않아서 그러는데, 농담이 아니라 진짜요? 아니, 어디 아프오?”
“진짜요. 그리고 어디 안 아프고, 주한미군이 가진 무장도 모두 넘겨줄 것이니 잘 운용해서 저 로켓맨 김정은 자식 뒤통수나 쳐주시오. 그럼!”
트럼프 대통령이 뜬금없이 전화해서는 북한 석탄 수입을 허락하더니 AH-64D 롱보우 아파치 공격헬기 54대까지 공짜로 준다기에 민재인 대통령은 의아했다.
이 양반이 도대체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고 이러나 싶어서 말이다.
그런데 수작이 아니라 사실이란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어떻든 그렇게 아파치 공격헬기 54대를 주한미군에게 공짜로 얻는 바람에 항공 작전 사령부는 다시 부대 개편을 해 1여단에는 AH-64E 아파치 가디언 72대, 2여단에는 AH-64E 아파치 가디언 36대와 AH-1S 코브라 70대, 3여단에는 주한미군과 미국에서 받은 AH-64D 롱보우 아파치 54대와 500MD 공격헬기, BO-105 12대를 배치했다.
5여단에는 CH-47, UH-1H, UH-60이 배치됐고, 6여단에는 수리온 등이 배치됐다.
아직 한국형 소형 무장 헬기 주작(朱雀)은 실전배치 되지 않았기에 그 헬기는 이 개편에서 빠졌고, 해병대 6기동 여단의 헬기들도 이 개편에는 빠져 그대로 있었다.
그렇지만 이것으로 대한민국 아파치 공격헬기는 총 182대로 늘어났고, AH-1S 코브라 공격헬기는 70대, AH-1W 슈퍼 코브라 공격헬기는 36대, OH-58D Kiowa 12대, BO-105 12대가 됐다.
그리고 우리나라 공격 헬기 중 가장 많은 숫자를 자랑했던 500MD 전량은 대한항공으로 옮겨져 천검 대전차 미사일 장착 등의 일부 개조개수를 거쳐서 2개 대대분인 36대만 남기고 전량 도태시키기로 결정됐다.
***
보병 제21사단 바로 백두산 부대가 지키는 강원도 양구의 모 GOP 초소에서는 이때 백두대간 산등성이를 타고 동에서 서로 뻗은 휴전선 철책을 제거하는 작업을 막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계급장에 별 3개를 단 2군단장 강인철은 약간 초조한 눈빛으로 휴전선 철책 철거 작업을 개시하려는 병력과 휴전선 맞은편 북한군 민경 초소를 응시하고 있었다.
“군단장님, 과연 저놈들이 약속을 지킬까요?”
“사단장은 어떻게 생각하나?”
“철책을 제거하라고 해놓고 꼭 뒤통수를 칠 것만 같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 지점을 콕 찍어 지정했기에?”
“예, 그놈이 여길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하필이면 저희 사단 철책을······.”
“여기만이 아니라 인제 12사와 고성 22사에서도 진행되니 21사단만이 아니야. 그리고 그가 여기 양구에서 군대 생활했다는 말도 대통령님께 했다는 소리를 들었으니 나도 그건 좀 믿기지는 않아.”
“그놈이 무슨 군대 생활이요? 그것도 이 양구에서 말입니다.”
그랬다.
이 철책선은 내가 군에서 생활할 때 지키던 그 철책으로 내 젊은 한 시절의 눈물이 맺힌 그곳이었다.
그래서 내가 여길 콕 찍어 민재인 대통령에게 알려준 것이다.
하여 지금 그 철책선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감시카메라와 동작감지기 등을 설치하려는 중이었다.
그리고 여기는 비록 백두대간의 정맥은 아니었지만, 북한 어은산과 양구 백석산, 대암산을 이어주는 능선으로 이 철책만 제거하면 지난 67년간 국토의 등허리에 박혀 정기를 끊고 있던 철책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었다.
아울러서 휴전선 안에 갇힌 동물의 이동 통로 역할도 할 것이니 단절된 생태통로도 복원된다는 의미도 있었다.
“믿기지 않지만, 하여튼 그래. 그리고 그가 강원도에서 포병으로 군 생활했다는 탈북자들의 증언도 있으니 그때 이곳을 알았겠지. 그렇게 생각하자고.”
“그 모두가 새빨간 거짓말일 겁니다. 애새끼 생긴 것부터가 빤질빤질하게 그렇게 생겼지 않습니까.”
“남북이 지금처럼 평화로운 때가 있었나? 이것이 다 그 애새끼 때문이니 다른 자리에서는 말 가려서 해. 사단장이나 되었으면 이제 그럴 때도 되지 않았나.”
“......,”
“군단장님, 저기 보십시오. 깃발이 오르고 작업 시작합니다.”
21사단장 서철기가 뭐라고 대답하지 못하고 버벅거리는 사이 이 GOP 소초 중대장이 손가락으로 북한 민경 초소를 가리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자 2군단장 강인철이 망원경으로 그 북한의 민경 초소를 확인하니 과연 북한군들이 초소를 허물고 있었고, 그 뒤에서는 철책선을 철거하고 있었다.
그때 무전병이 다가오더니 내민 수화기를 들자마자 이런 음성이 흘러나왔다.
“나 의장이야. 북한 총참모부에서 연락이 왔으니 즉시 시행하게.”
“예, 의장님.”
“아, 그리고 2군단장은 할만해?”
“답답한 인사사령관보다는 좋습니다.”
“그럼 다행이군. 그리고 명칭은 2군단장이지만 실상은 예전 1야전군사령관이나 마찬가지이니 자부심을 느껴.”
“물론입니다.”
합참의장 정영두의 무전은 그렇게 끊겼으나 그의 말처럼 지금 2군단은 예전의 7, 15, 27보병사단 등만을 거느린 군단장이 아니라 거기에 3군단과 8군단까지 합쳐서 거느린 군단장이었으니 예전 1야전군사령관과 동급이었다.
거기다가 예하 102기갑여단에는 K2 흑표전차와 K21 장갑차, K9 자주포와 천무다연장 등 최신 장비가 보급되고 있었기에 다른 기계화보병사단이 부럽지 않을 만큼의 전력증강도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래, 인사사령관보다야. 2군단장이 좋지. 그때 대통령께 그렇게 대답하지 않았으면 전역조처를 당했을 것인데, 그렇게 대답했기에 대통령께서 나를 이 2군단장으로 영전시킨 것이다. 여긴 나 같은 별 3개가 아니라 별 4개 대장이 맡는 보직이니까.’
2군단장 중장 강인철, 그는 예전 육군 인사사령관이었고, 국방 개혁 당시 대통령과 다른 지휘관이 설전을 벌일 때 대통령의 물음에‘군인은 오직 명령에 따라 죽고 살뿐이니 무엇이든 명령만 하십시오. 그럼 따르겠습니다. 대통령님!’이렇게 대답했다.
그러자 민재인 대통령이 환하게 웃으면서 그 대답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한 그 사람이었다.
그 이후 육군 인사사령부는 없어지고, 그는 2군단장으로 영전해 오늘 이 자리에 있었다.
“군단장님, 작업 시작할까요?”
“응, 시작해.”
21사단장 서철기의 물음에 이렇게 작업을 명령한 강인철은 과거의 회상을 떨쳐버렸다.
그러자 철책선이 약 30m가량 잘려나갔고, 지난 80년대 중반까지 사용되던 구형 방책선도 30m가량 잘려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