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화 〉 경의선과 경원선 그리고 동해선(10)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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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첩보기관들은 내가 환생해서 쌀과 핵을 교환하는 즈음부터 정세의 큰 변혁을 느끼고는 북한 고위급에 간첩을 심으려고 무던히도 노력했지만, 번번이 실패했으니 그건 북한 사회의 특성 때문이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 안전보위성 등이 제 몫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또 외국인들은 함부로 돌아다닐 수도 없었고, 북한 내 반체제 인사나 탈북자를 포섭해서 간첩을 심기에도 체제 특성상 힘들었기에 무수한 시도가 있었지만 성공하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에 관한 정보가 없지는 않았으니 그건 역시 탈북자들이 전해주는 것 정도였다.
그러나 그 탈북자들의 정보, 특히 핵무기와 핵기지에 관한 정보는 거의 신빙성이 없는 것이었기에 정찰자산과 한국의 휴민트에 의지할 수밖에는 없었으나 정찰자산과 한국의 휴민트만으로는 핵기지의 정확한 위치를 모두 파악할 수 없었다.
그러니 북폭을 해도 완전히 핵을 제거하지 못하고 실패할 수밖에는 없었고, 그러므로 반격을 받아야 했다.
특히 이동식발사대는 미국 정찰자산의 감시와 한국 휴민트도 파악하지 못하게 그들의 감시에서 벗어나는 시간, 완벽한 위장을 한 상태로 여기저기 옮겨 다니기 일쑤였으니 더 파악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과는 달랐다.
“바로 그겁니다. 중국에는 관광객으로만 위장해도 수백 명의 간첩을 보낼 수 있고, 중국인들은 돈이라면 환장해서 돈만 약간 쥐여 주면 뭐든 다 가르쳐주나 북한은······. 하여튼 그렇게 간첩을 심고, 수시로 해킹을 해 중국의 모든 전략자산을 알아내는 동시에 우리는 우리의 준비를 하는 것이 북한 석탄의 한국 수출 문제를 잡고 신경전을 벌이는 것보다는 우리에게 훨씬 이득일 것이니······.”
“맞아. 그러는 것이 좋겠어. 볼튼! 자네는 판스의 계획을 어떻게 생각하나?”
트럼프가 태도를 돌변해서 불쑥 이렇게 묻자 볼튼은 잠시 눈알을 굴린 다음 대답했다.
“부통령의 말에 일리가 있고, 좋은 계획이기도 하니 중국과의 전쟁을 가정하고, 시뮬레이션을 한 번 더 정확하게 실행해 보시죠. 단 한국과 북한, 일본 거기다가 중국과 적대적인 인도, 베트남까지를 우리 편으로 넣고, 러시아의 참전은 막고요.”
“좋아. 그리고 거기다가 영국과 호주까지 우리 편으로 끼우면 금상첨화겠지.”
“물론이죠. 그리고 그 전쟁만이 북한의 비핵화와 나아가서는 중국의 비핵화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안보보좌관 볼튼의 입에서 나온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 중국의 비핵화라는 소리에 트럼프는 또 귀가 솔깃해져서 즉시 물었다.
“중국의 비핵화?”
“예, 전쟁이 일어나면 우리는 반드시 승리해야 하고, 그다음에는 부통령이 말한 것처럼 중국을 몇 개의 조각으로 분해해야 합니다. 동북 3성은 부통령의 말처럼 한국의 영토였으니 그들에게 주고, 광동을 비롯한 남중국은 우리가 차지하고, 티벳은 독립시켜주거나 아니면 인도에 주고, 홍콩은 다시 영국에 주는 등요. 그리고 또 하나가 바로 중국의 비핵화입니다. 승전국으로서 당당하게 중국의 비핵화를 요구하고 관철해서 다시는 그들이 핵무장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야만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영원한 승리를 구가할 수 있는 겁니다.”
“그거 아주 마음에 드는군!”
“마음에 드신다면 전쟁 승리를 위한 준비를 이제부터 차근차근히 해야 하니 부통령의 제안처럼 북한 석탄과 지하자원의 한국 수출을 허락해주십시오. 그래야 이후 한국을 통해서 북한의 비핵화도 끌어낼 수 있습니다. 또 중국 육군과 싸울 한국 육군에 무기 지원도 좀 해주시면 금상첨화겠습니다만······.”
“저번에 AH-1W 슈퍼 코브라 36대와 OH-58D Kiowa 12대를 거의 무상으로 넘겨주었는데, 다시 무기 지원을 해주라고?”
“우리 미국 대신 피를 흘리면서 중국 육군과 싸워 이길 수 있도록 완벽하게 지원해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완벽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뭐가 좋을까?”
변덕이 죽 끓듯 하는 것처럼 또 태도가 돌변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묻자 볼튼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대답했다.
“한국은 지난해부터 K2 흑표전차와 K21 장갑차,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 등을 대량생산해 전력화했으므로 기갑과 포병 전력에서는 결코 중국에 뒤지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항공 전력은 여전히 뒤지는 것으로 판단되니 AH-64 아파치 공격헬기가 제격입니다. 어차피 개전하자마자 제공권은 우리 공군이 틀어질 것이니까요.”
“그럼 A10 공격기를 주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A10 공격기는 한국군이 운영해본 경험이 없으니 지금 운용하는 아파치가 제격입니다. 그러니 한국군 편제로 1개 대대인 18대 또는 2개 대대인 36대, 최대 3개 대대분인 54대를 제공해주시죠.”
“아파치 공격헬기 54대라, 그런데 그것만으로 될까?”
“개전 시작과 함께 중국의 전략 자산을 먼저 타격하고, 공군 특히 F22를 전량 동원해서라도 초기에 제공권을 틀어쥡니다. 그러면 우리는 한국군에 공중지원만 해주고, 중국 해군이나 소탕하면 됩니다.”
“그다음에는 광동으로 상륙하고?”
“그렇죠.”
부통령 판스와 볼튼의 계책 또는 계략에 넘어간 트럼프 때문에 한중전쟁의 그림자는 이렇게 서서히 백악관에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
외교적 결례를 무릅쓰고 한일정상회담을 취소한 민재인 대통령 때문에 일본 외무상 에사키는 똥줄이 타서 한국에 상주하면서 정상회담을 애걸복걸했다.
한~러 정상회담으로 시베리아 횡단철도 연결, 가스관 연결 사업이 탄력을 받아 추진됐고, 러시아의 전기까지 북한으로 끌어오는 것은 물론 여타 다른 분야에서도 남북러 3국의 협력사업이 활발하게 논의되는 마당에 일본만 왕따를 당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러다가는 정말 일본만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이용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었고, 러시아 극동개발의 과실은 하나도 따먹지 못할 위기, 또 미국이 허락할 조짐이 보이는 북한의 저렴한 석탄이나 다른 지하자원의 수입도 불가능할 위기에 봉착했으니 말이다.
그러니 그 모든 열쇠를 쥔 민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반드시 성사시켜야만 했다.
“아무리 그래도 귀국은 본국의 북한 석탄 수입에 찬성하지 않는 것 같으니 나로서도 더 어쩔 방법이 없군요. 그리고 정 정상회담이 하고 싶으면, 귀국 총리께 그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라고 해주세요. 즉 미국을 설득하는 데 힘을 보태라는 말입니다. 그럼 대통령님께 다시 한 번 건의해 보겠으니까.”
“강 장관님, 우리 일본은 미국만 허락하면 한국의 북한 석탄 수입에 적극적으로 찬성할 겁니다. 그러니 민재인 대통령님께 우리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다시 한 번 제안해주십시오.”
“미국이 허용하기 전에 찬성해야지 미국이 허용한 뒤에 하면 무슨 의미가 있다고 자꾸 그러십니까.”
“한국과 우리 일본은 동맹국으로······.”
“동맹국은 맞지만, 별로 달가운 동맹국이 아니라서······.”
한국 외교부 장관 강영화가 이렇게 말끝을 흐리자 일본 외무상 에사키는 인상을 있는 대로 구겼으나 이 시점에서 화를 낼 수는 없었다.
“그러시지 말고 다시 한 번 더 정상회담을 건의해주십시오. 그리고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우리 일본 이용도 허락해주시고, 또······.”
“우리 한국은 일본의 시베리아 횡단철도 이용을 막을 이유가 하나도 없는데,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우리 일본의 자국 통과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김정은 위원장을 설득할 수 있는 민재인 대통령님이 나서서 우리 일본이······.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총리와 민재인 대통령님의 정상회담이 필요하니 강 장관님께서 나서서 다시 한 번 더······.”
“그 문제라면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먼저 하시죠.”
“식민지 배상금으로 10조 달러 내기 전에는 말도 꺼내지 못하게 하는데 무슨 정상회담이 되겠습니까.”
“그럼 10조 달러 배상금으로 주시고, 정상회담하세요. 그럼 되겠네요.”
10조 달러면 우리 돈으로 약 1경이다.
만약 북한이 식민지 배상금 즉 대일청구권으로 이 돈을 다 받아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도 북한의 모든 도로, 철도, 항만, 공항은 전부 새로 건설해도 될 것이고, 상하수도 시설에 전기 시설까지 완벽하게 갖추고도 남을 것이다.
그러고도 남는 돈으로는 경제발전에 투자하면 몇 년 걸리지 않아서 우리를 따라잡지 않을까.
그러나 일본이 그 돈을 다 줄 리가 없었으니 이건 그저 기분 좋은 상상일 뿐이었으나 그래도 북한의 대일청구권은 살아있으니 적어도 1조 달러는 받아낼 수 있지 않을까.
“강 장관님, 10조 달러가 어디 지나가는 개 이름인가요. 그러니 그러시지 말고, 다시 한 번 정상회담을 건의해주십시오.”
“10조 달러는 아니더라도 북한에 배상금은 주어야 할 것 아닙니까?”
“그 문제는 우리 일본과 북한이 수교하면, 그때 논의할 문제입니다.”
“그럼 일본의 시베리아 횡단철도 북한지역 통과문제도 철도가 연결된 이후 논의하면 되겠네요. 안 그런가요?”
외교부 장관 강영화는 일본 외무상 에사키의 정상회담 구걸을 이런 식으로 회피하고 있었으니 다 대통령의 지시 때문이었다.
지금은 일본과 정상회담을 할 때가 아니라는 지시 말이다.
그 덕분에 일본 외무상 에사키만 똥줄이 탔다.
어떻든 한일 외무장관이 이런 회담을 할 때 미국에서는 판스와 북한의 채용해와 다시 마주 앉았다.
“오늘은 긍정적인 제안을 가져왔기를 바라겠소.”
“그건 내가 귀하에게 하고 싶은 말이오.”
이렇게 간단하게 간을 보고 곧바로 격론을 이어갔으나 회담은 역시나 한 치 앞으로도 나아가지 못했다.
그러기를 두 시간, 또 파투가 난 것 같아 채용해가 이렇게 말하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고 했다.
“이번 회담은 이걸로 끝이오. 나는 내일 본국으로 돌아가겠으며, 공언한 것처럼 일본 동경 앞바다 공해 상으로 미사일이 날아갈 것이니 대비나 잘하시오.”
채용해가 이렇게 말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려고 하자 판스가 비릿하게 웃으면서 물었다.
“뭐 그러던가. 그런데 말이오. 지난번에 핵탄두 1기를 공짜로 준다고 했는데, 그건 아직도 유효하오?”
뜬금없는 판스의 이 물음에 채용해는 잠시 머리를 굴러봤으나 이 상황에 딱 맞는 답을 찾아낼 수가 없어서 그냥 이렇게만 대답했다.
“한국으로의 석탄 수출만 허락하면 핵탄두 1기를 드리겠다고 한 말은 아직 유효하오.”
“정말이오?”
“그렇소. 그러니 석탄 수출만 허락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