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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김정은-75화 (75/470)

〈 75화 〉 경의선과 경원선 그리고 동해선(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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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철도공사 사장 야쿠닌과 주한미국 대사 로버트가 이렇게 언쟁을 시작하자 중국 외교부장 왕화가 나서서 두 사람을 말린 것은 그때였다.

“자자, 그만하시오. 남의 나라 잔치에 와서 이러면 결례요. 결례.”

국토부 장관 김혜미까지 나서서 말리자 러시아 철도공사 사장 야쿠닌은 못 이기는 척 냉면 그릇으로 젓가락을 가져가면서도 주한미국대사 로버트를 한번 째려봤다.

그의 처지에서는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만주횡단철도(TMR), 중국횡단철도(TCR), 몽골횡단철도(TMGR) 보다 먼저 연결해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 먼저였으니 굳이 주한미국대사 등 미국 측 인사들과 언쟁을 더 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아니, 이 정도면 언쟁을 충분히 한 것 같았으니까.

그러나 그가 언쟁하지 않아도 지금 상황에서는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먼저 연결될 것이 뻔했으니 그 이유는 지금도 동해선에서는 강원도 제진에서, 경의선과 경원선에서는 부산, 서울 어디에서나 개성과 평양을 거치면 시베리아 횡단철도로 바로 연결되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듯 이때에는 한 달에 10번 평양~모스크바 구간을 운행하는 국제열차는 있었어도 평양~ 북경을 운영하는 국제열차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남북 양국과 러시아 간의 합의만 있으면 언제든지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달릴 수 있었다.

다만, 북한 구간에서 철로 사정상 속도를 내지 못할 뿐이었지만 말이다.

“총리, 푸틴 대통령과 한국 러시아 정상회담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안 되겠소?”

그때 민재인 대통령이 러시아 총리 메드베데프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러자 그가 즉각 이렇게 대답했다.

“제가 귀국하는 즉시 자리를 만들겠습니다.”

“그래 주면 고맙겠소. 중국 시진핑 주석과는 지난달에 정상회담을 했으니까.”

그 순간 눈치 없이 일본 외무상 에사키가 끼어들었다.

“대통령님, 우리 총리와의 정상회담이 먼저입니다.”

“에사키 외무상!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은 좀 생각을 해봐야겠소.”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귀국이 지금처럼 남북 사이에 끼어들어 고춧가루만 뿌릴 요량이면 뭐하려고 정상회담을 하겠느냐는 말이오.”

“우리 일본은 남북 사이에 끼어들어 고춧가루를 뿌릴 생각이 절대 없으니 그런 말씀은 거두어 주십시오.”

“그건 두고 보면 알겠지.”

민재인 대통령이 이렇게 나오자 에사키 일본 외무상이 인상을 있는 대로 구긴 다음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님, 좀 전에는 저에게 귀국하면 총리께 말해 조속히 서울을 한번 방문해 달라고 요청하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 말 취소요.”

“대통령님, 정상회담 제안을 그렇게 순식간에 취소하시는 것은 외교적 결례로······.”

“외무상, 외교적 결례가 맞겠지만, 아무리 봐도 귀국은 북한 석탄 수입에 찬성하지 않는 것 같기에 나도 어쩔 수가 없소. 그리고 정 정상회담을 하고 싶으면, 귀국 총리께 그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달라고 하시오. 즉 미국을 설득하는 데 힘을 보태라는 말이오. 알겠소?”

이 말에 에사키 일본 외무상이 미국 국무장관 폼페이오의 얼굴을 한번 쳐다보는 순간 중국 국가 부주석 왕차산이 나에게 이렇게 말을 걸어왔다.

“김 위원장님, 우리 중국에도 다시 석탄을 수출하십시오. 석탄 수출 말이 나온 김에 미국의 제재를 이 기회에 아예 허물어서 우리 중조 동맹이 아직도 굳건하다는 것을 만천하에 보여주게 말입니다.”

“시진핑 주석과는 합의된 사항이오?”

“제가 무슨 수를 쓰더라도 주석의 허락은 받겠으니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우리 중국은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북한에 대한 유엔의 제재에는 이제부터 결단코 반대할 것이니 그것도 믿어주십시오.”

“그래 주시면 공화국은 그 은혜를 잊지 않겠소. 하하하!”

내가 이렇게 호탕하게 웃는 순간 미국 국무장관 폼페이오가 나섰다.

“왕 부주석, 중국도 국제사회의 일원임을 잊지 마시오.”

“이보시오. 폼페이오 장관, 미국이야말로 국제 사회의 넘버원 대장이 아니라 일원임을 잊지 마시오.”

“뭐요?”

“핵과 미사일 개발에 따른 유엔의 대북제재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완성한 이 상황에서는 더 의미가 없다는 그 말이오. 즉 북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못 하도록 제재를 하려고 했으면, 북의 1차 핵실험 때부터 완벽하게 해서 오늘날이 오지 못하게 해야 했소. 그런데 그것도 못한 미국이 북한을 폭격한다느니 뭐한다느니 떠들다가 결국에는 그것도 못하고 오늘날에 이르게 하지 않았소. 하면 실패를 인정하고 전략전술을 바꾸어야지 그렇게 똥고집만 부리면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거요. 설마 다시 북을 폭격한다고 엄포를 놓으시려고. 정 그것이 미국이 원하는 것이라면 엄포만 놓지 말고 바로 폭격해 보시오. 그럼 어떻게 되는지 한번 보게.”

중국 국가 부주석 왕차산의 말에는 무게가 있었다.

그것은 2020년 2월 이즈음 중국의 위상이 지난날보다는 더 강화됐다는 것을 방증했다.

2018년 즈음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중국, EU, 일본은 물론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전쟁을 걸었다.

그 결과 세계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고, 한국 경제도 제법 타격을 받았으나 중국은 미국과 맞무역 전쟁을 벌여 판정승을 거두었다.

그러니 이즈음 그들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었고, 이대로 20년만 더 가면 미국은 중국에 밀려서 이등 국가로 전락하리라는 것이 국제사회의 지배적인 견해였다.

하나 미국에는 아직 막강한 군사력이 있었으니 그 군사력을 두고 이등 국가로 순순히 물러날 미국은 아니었다.

“우리 미국이 그렇다고 해서 북한을 폭격하지 못할 것 같소.”

“그러니까 말로만 하지 말고 해보라니까. 그러면 어떻게 되는지 보게.”

“자극하지 마시오.”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해보라니까. 그러면 우리 중국은 중조 동맹에 따라서 즉각 미국에 반격할 것이오. 물론 러시아도 우리 편을 들겠지. 그러니 자신 있으면 해보라니까. 어서!”

남북통일을 위해서는 분명히 딴죽을 걸 중국과 싸워야 하는데, 이거 잘못하다가는 중국과 함께 미국을 상대로 싸워야 할 것 같아서 내가 나설 수밖에는 없었다.

“자자, 두 분은 그 정도만 하세요. 그리고 공화국은 미국과도 협의하고, 중국과도 협의한 다음 석탄 수출 문제를 매듭지을 것이니 그만들 하시고, 후식이나 드세요.”

“김 위원장 말이 맞습니다. 그러니 두 분은 그만하시고, 우리 한국도 이 문제는 대화로 풀 것이니 그렇게들 아시고.”

나와 민재인 대통령이 나서는 바람에 중국 국가 부주석 왕차산과 미국 국무장관 폼페이오는 못 이기는 척 뒤로 물러났다.

그런데 그 틈을 노리고 일본 외무상 에사키가 나서서 나에게 이렇게 물어왔다.

“김 위원장님은 우리 총리와 정상회담하지 않으시렵니까? 그러면 혹 한국으로의 석탄수출문제에서 귀국의 입장을 미국에 잘 전해줄······.”

“에사키 외무상, 그런 추상적인 말보다는 일본이 석탄 수출문제는 물론 공화국의 지하자원 수출에 적극적으로 찬성하거나 식민 지배에 대한 물적, 정신적 보상금으로 10조 달러를 내놓거나 둘 중 하나라도 선택하면 그때 북일 정상회담을 하겠소. 어떻소?”

“......,”

“왜 말이 없소?”

에사키 일본 외무상은 입을 닫고 말았다.

경의선과 경원선 복원 기념식에 모인 각국 대표들은 이렇게 여기서도 격돌, 저기서도 격돌하면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 치도 양보하지 않았다.

그러나 분위기가 좋은 테이블도 있었으니 그곳은 바로 북한의 김영남, 박봉구, 오지용과 한국의 국회의장 문준상, 여당대표 김원식, 1야당 대표 황무상이 있는 자리였다.

그곳에서는 다른 자리와는 달리 냉면 이야기만 하다가 이제는 개성에 관한 이야기 등만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어떻든 그런 와중에 점심은 끝이 나고, 모두는 개성 관광을 나섰는데 가장 먼저 간 곳은 개성 성균관이었다.

이때 개성 관광을 온 300명의 한국인 관광객들은 선죽교를 관광하고 있었다.

이렇게 경의선과 경원선 복원에 이어서 개성 관광도 재개되었으니 이도 남북관계의 발전 때문이리라.

“이 겨울에도 개성 여기저기 건축 공사가 벌이지는 것을 보니 활력이 넘치오. 그런데 우리가 더 안 도와줘도 되겠소?”

개성 성균관을 둘러보던 민재인 대통령이 이렇게 물어오기에 수많은 것을 도와달라고 하려다가 자존심이 상해 이렇게만 대답했다.

“만월대 복원과 지금 진행 중인 한옥마을 개선과 개량, 정비, 한옥 호텔 공사만 계획처럼 끝내주고, 단천의 지하자원과 맞교환하는 한옥 자재만 계속 공급해 주십시오. 그러면 우리 건설여단과 개성 건설단의 힘만으로도 개성의 다른 건축공사는 가능하니까요.”

“그거야 그래 주겠소. 그런데 모조리 한옥으로만 건축하면 도시가 밋밋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소?”

“민 대통령님, 여기는 모조리 단층에 전통 한옥단지이지만, 저쪽에는 남조선 그 한국 한옥에서 지은 이 층짜리가 포함된 300호 한옥 마을이 있으니 가서 한번 보십시오. 그럼 밋밋하지 않고 얼마나 조화롭고 보기 좋은지.”

“그런가. 어떻든 개성을 한옥 도시로 만들려는 김 위원장의 노력에는 박수를 보내오. 그래서 말인데, 이번에 내려가면 제법 자란 소나무 묘목 100만 그루를 보내주겠으니 개성 이곳저곳에 심어 한옥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시오.”

“단층과 이 층만이 아니라 삼 층 한옥도 짓고, 한옥 상가 거리도 조성해서 더 조화롭고 아름다운 개성으로 만들 것이니 그건 걱정하지 마시고, 소나무만이 아니라 편백, 삼나무, 유실수 등도 모조리 보내주십시오. 그래야 올해는 공화국의 헐벗은 모든 산에 다 조림하여 다시는 산림 황폐화에 따른 자연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죠.”

강원도 철원에 조성된 통일 양묘장에는 50만 본 이상의 묘목이 식재되어 있었고, 그중 30만 본이 북한 지원용이었다.

그래서 그것과 함께 전국 각 곳의 양묘장에서 70만 본을 더 구해서 북한에 지원하려던 민재인 대통령은 생각을 바꾸어 이 말에 그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어차피 통일되면 돈 들여 심어야 하는 나무니 이번 기회에 묘목도 유상으로 지원해주고, 북한의 황폐해진 산림도 아예 조림해버리기로 한 때문이었다.

“알았소. 한국의 모든 양묘장에 연락해서 묘목을 무제한으로 북으로 보낼 테니까 조림이나 잘하시오. 아, 그리고 묘목값은 단천 지하자원 값에서 제할 것이오.”

“대통령님은 장사꾼 다 됐네요. 됐어.”

“그럼, 우리도 남는 것이 있어야 하니 김 위원장은 조림이나 잘하시오.”

“인민군대와 인민을 총동원하여 3월 2일 식수절부터 쉼 없이 심을 것이니 그건 걱정하지 마시고, 10억 그루라도 보내주십시오.”

“10억 그루나?”

“공화국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65억 그루 나무를 심는 나무 심기 10개년 계획을 세워서 지금 진행 중이니 10억 그루 더 심는다고 뭐 태나 나겠습니까. 그러니 걱정하지 마시고 보내만 주십시오.”

“그 계획은 진짜 좋은 계획이네. 반드시 성공하기를 바라겠소. 그리고 말이 나온 김에 우리가 굴착기라도 몇 대 지원해주겠으니 진짜 나무나 잘 심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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