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김정은-69화 (69/470)

〈 69화 〉 경의선과 경원선 그리고 동해선(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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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핵 감축 회담은 그렇게 공방만 하다가 끝나기를 다시 수차례, 그래도 결론이 날 일은 없었으니 바로 북한의 채용해가 끝까지 공방만 이어갈 요량인지 좀처럼 합의를 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러면서도 복합화력발전소를 지어주면 핵탄두 1기를 주겠다는 말은 빠지지 않고 했다.

그때 민은정은 민재인 대통령의 합의서와 의료용 기구와 의약품, 기저귀와 분유, 이유식 등 영유아용품, 생리대 등 여성용품, 가스레인지 등 주방용품, 소, 돼지고기 등 식료품 일부를 가지고 북으로 돌아갔다.

그때까지 옥과 자수정은 다 팔리지 않아서 그녀가 가져간 것은 그렇게 많은 양은 아니었다.

“수고했다. 민 대좌.”

“저는 별로 한 것이 없고, 모든 일은 오 부위원장 동지가 다했습니다. 위원장 동지.”

“하하하! 알았다. 알았어.”

“오 동지도 수고 많았소.”

“저야말로 아무것도 한 일이 없고, 모든 일은 민 부단장이 다 했습니다. 위원장 동지.”

서로에게 공치사하는 두 사람 때문에 한바탕 웃은 다음 민은정, 오지용 등과 함께 차를 마시면서 남북합의서를 읽어보니 내용은 전화로 합의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고 대동소이했다.

“단천과 청진발전소 건설비용은 석탄값에서 차감하고, 개풍과 고성발전소는 석윳값에서 차감한다. 발전소 공사는 한국이 맡고, 부지와 노동자는 공화국이 제공하며, 노동자 임금은 대한민국 돈으로 월 150만 원으로 한다. 단, 노동자의 의식주와 의료는 한국이 책임진다. 경의선과 경원선, 동해선 건설에 드는 비용은 남북이 따로 협의하여 서로 부담한다. 대신 공화국은 석탄과 석유 등 지하자원으로 그 대금을 대신할 수 있다. 단천의 은과 동, 옥과 자수정은 한국이 전량 가져와서 경매를 통해 판매한 후 그 대금으로는 공화국이 지정하는 의약품, 영유아용품, 여성용품, 주방용품, 식료품으로 공급한다. 한국 지하자원 공사의 수수료는 위에서 거론한 석탄, 석유, 은, 동, 옥, 자수정 등에 일괄하여 2%이다.”

합의서 내용을 이랬다.

한국에 호구 잡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북에 불리한 것 같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이 발전소 4기만 건설되면, 북의 전력난은 완전히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는 해결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니, 발전기를 추가 증설하면 완전히 해결될 수도 있었다.

그럼 나는 북한의 식량난과 전력난을 동시에 해결한 위대한 영도자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만 된다면 내 소시민적 바람처럼 내 권력은 더 공고해질 것이고, 쿠데타 같은 것으로 죽을 일은 영원히 없을 것이다.

온 인민이 내 편인데, 군부 누가 쿠데타를 일으킨다는 말인가.

아냐, 그래도 혹시 모르니 감시는 철저하고, 대비도 철저히 해야겠지.

어떻든 이런 생각이 바람처럼 일어나기에 대충 정리한 다음 오지용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 동지가 민 대좌와 함께 이번에 가져온 의약품, 영유아용품, 여성용품, 주방용품, 식료품 등을 알아서 인민에게 배급해 주시오.”

“예, 위원장 동지.”

“민 대좌가 도와드려라.”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오 동지, 발전소 4기를 지으려면 노동자가 얼마나 있어야 하겠소?”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1기에 1,000명, 총 4,000명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4,000명이면, 총 월급이 남조선 돈으로 60억이군. 거기에다가 단천 광산 인부 임금, 경의선과 경원선, 동해선 건설에 필요한 노동자들이 받을 임금, 개성 공단 노동자 임금, 개성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건축 공사에 동원된 인부들 임금, 이렇게만 임금을 다 받으면 공화국에 달러가 넘치겠소이다. 안 그렇소?”

단천 광산 노동자 임금은 한국 돈 월 150만 원으로 이를 달러로 환전해 지급했고, 개성 공단 노동자들의 임금도 달러로 환전해 지급하기에 내가 이렇게 말한 것이다.

“이 모두가 위대한 영도자이신 위원장 동지의 위업이십니다.”

“그런 아부하지 마시오. 나는 아부를 아주 싫어하니까.”

“절대 아부가 아니고, 현실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리고 한 말씀만 더 드리자면 공화국이 지금처럼 활기가 넘치고, 우리도 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똘똘 뭉친 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니 위원장 동지께서 앞으로도 공화국을 그런 희망이 넘치는 나라로 영도해주십시오. 그러면 저는 위원장 동지를 위해서라면 지옥의 불구덩이 속으로라도 뛰어들 것입니다.”

“굳이 지옥의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 필요는 없으니 이후 배신은 하지 마시오.”

“제 사전에 배신이라는 단어는 없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 말 믿겠소.”

***

진해 해군기지에서 장보고 3(BATCH 1) 1번 안창호, 2번 손병희 함 취역식이 열린 것은 눈발이 날리는 2020년 1월 중순의 어느 날이었다.

“오늘 충무공의 후예들에게 2자루의 빛나는 보검이 더 들려졌으니 영해 수호와 해양 방위에 전력을 기울여서 충무공의 후예라는 이름을 더럽히지 마라. 이상!”

간단하지만, 강렬한 민재인 대통령의 이 축사에 취역식에 참석한 국방부 장관, 합참의장, 합참 부의장이자 해군 참모총장, 방위사업청장 등이 깜짝 놀라 쳐다봤으나 대통령은 태연하게 단상을 내려왔다.

그리고는 1번 안창호와 2번 손병희 함의 함장들에게 다가가서 악수를 청했다.

“중령 이동기!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좋아. 그리고 단기간 안에 북한이든 일본이든 중국이든 누구와도 싸워 이길 수 있는 안창호 함으로 만들라. 알았나?”

“예, 대통령님!”

“만약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내게 부여된 합법적인 권한으로 함장을 포함해서 전 승조원 나아가서는 해군 참모총장까지 박살을 내 버리겠다. 이것도 알겠나?”

“예, 대통령님!”

“중령 조성식!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함장도 마찬가지다. 알겠나?”

“예, 대통령님!”

갈수록 더 무시무시한 포스를 뿜어내는 민재인 대통령을 누가 예전의 그 인자한 미소로 국민을 대하던 그런 친절한 대통령으로 생각할까.

그러나 그는 여전히 일반 국민을 만나면 그때의 그 친절함을 잃지 않았으니 또 누가 뭐라고 하지도 못했다.

어떻든 두 함장과 이렇게 악수를 마친 민재인 대통령은 이어서 함에 관한 이런 설명을 경청했다.

“두 함의 전장은 83.5m, 선폭은 9.6m, 흘수는 7.62m, 승조원은 50명, 최고속력은 20노트, 순항 거리는 1만 해리, 수상배수량은 3,358톤, 수중배수량은 3,705톤입니다. 무장은 어뢰발사관······.”

“방사청장, 이런 형식적인 보고 말고 3번 이동녕, 4번 이봉창 함은 언제 취역하나?”

“올해 안에 취역시키려고 지금 고강도 시험운항 중입니다.”

“올해 안이 아니라 더 고강도 시험운항으로 6월 안에 반드시 취역시키시오. 그리고 5번, 6번, 7번, 8번, 9번 함도 올해 안에 반드시 진수시키고. 아니면 방사청장 당신을 저 바다에 던져서 물고기 밥으로 만들어 버리겠소. 알겠소?”

“예, 대통령님.”

“장관이 좀 더 적극적으로 도와주시오.”

방사청장 조명진이 대통령의 무시무시한 엄포에 그렇게 대답하는 사이 불똥이 자기에게로 튀게 하지 않으려고 국방부 장관 서진성도 얼른 대답하려고 했으나 민재인 대통령의 질책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

“장관, 알겠소? 그리고 해군 참모총장 당신도 마찬가지요. 또한, 지금 건조 중인 세종대왕함급 이지스 방공구축함, 동명성왕 함급 한국형 방공구축함, 단군왕검 함급 원자력추진 잠수함, 대구급 호위함 등도 모두 올해 안에 진수 또는 취역시키시오. 아니면 내 절대 당신들을 가만히 두지 않겠소. 모두 알겠소?”

“예, 대통령님!”

“그리고 또 내가 이렇게 건조와 취역을 독촉한다고 해서 방산비리를 발생시키면, 그때는 모조리 이적죄 또는 간첩죄로 처단하고, 해당자와 해당 업체는 역시 나에게 부여된 전권을 총동원해 대한민국에서 아예 말살해 버릴 것이오. 이도 알겠소?”

“예, 대통령님!”

“아, 그리고 4,500톤급 장보고 4 사업은 어찌 됐소?”

장보고 4 사업은 장보고 3 사업 즉 안창호급처럼 수상배수량 3,358톤, 수중배수량 3,705톤짜리 잠수함이 아니라 올해 국방 예산 70조 원이 포함된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되자마자 대통령의 특명으로 건조를 시작한 잠수함이었다.

수상배수량은 4,500톤, 수중 배수량 4,800톤으로 국방 예산안을 제출하자마자 아니, 그 이전 국방 개혁 때부터 민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추진되던 사업이 국방 예산안이 제출되자마자 건조를 시작했고, 예산안이 원안 통과된 이후에는 정말 본궤도에 올라서 건조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시간이 벌써 몇 달이 지났기에 민재인 대통령이 이렇게 물은 것이다.

“1번 장수태왕함은 약 25%, 2번 장문휴 함과 3번 선왕 대인수 함은 약 20% 건조되었습니다. 대통령님!”

“조선업경기가 어렵다고 앓는 소리 할 적이 언제인데, 이제 고작 25%라니······. 장관, 당장 각 함정을 건조하는 조선소 사장들을 불러서 무조건 올해 안에 건조해내라고 군기를 한번 잡으시오. 알겠소?”

“알겠습니다. 대통령님.”

“그렇게 대답만 하지 말고, 독촉에 또 독촉하시오. 그래도 장관 말을 안 듣는 눈치가 보이면 즉각 나에게 보고하시오. 그럼 검찰과 국세청에 주거래은행까지 동원해서 본때를 보여주겠으니까.”

독재자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이런 소리를 마음대로 하는 민재인 대통령과 마치 이등병처럼 대답하는 국방부 장관과 해군참모총장은 물론 방위사업청장 등의 이런 모습은 이제 제법 흔한 광경으로 비추어져서 그런지는 몰라도 열을 올리고 취재하는 언론은 없었다.

아니, 이런 행사에서는 언론이 거의 통제되어 대통령 근처에 접근하지도 못했으니 취재를 할 수도 없었다.

그 이유는 처음 이런 장면이 뉴스에 나가는 바람에 보수 야당과 언론 쪽에서 딴죽을 걸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조성신문과 동앙신문으로 대표되던 보수언론과 그에 버금가던 중영신문까지 여론의 압박에 밀려 폐간되었으니 딴죽을 걸고 싶어도 걸만한 세력은 더는 대한민국에 남아있지 않았다.

거기다가 보수 야당 세력은 약화할 대로 약화하여 4월에 있을 선거에서 야당을 다 합쳐서 80석이라도 건지면 천만다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 달리 말해 무엇을 할까.

그래도 대통령이 너무 극단적인 언사를 사용하는 장면이 언론에 보도되면 안 된다는 청와대 참모들 때문에 이런 말을 할 때만 언론을 통제했고, 대통령이 일반 국민을 만나 그 인자한 미소로 대할 때면 언론을 통제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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