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김정은-68화 (68/470)

〈 68화 〉 삼족오의 비상(8)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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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원영의 말을 모두 들은 민재인 대통령이 제법 그 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호탕하게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하하하! 장관의 그 말 믿겠소. 그리고 철도 건설의 주를 맡을 국토부에는 내가 따로 지시하겠으니 잘 협력하여 일을 처리하시오.”

“물론입니다.”

“그래요. 그리고 원유는 최대한 빨리 채굴해서 열차에 실어오시오.”

“예, 대통령님.”

한국의 원유 수입처는 80%가 중동으로 그곳까지의 해상 거리는 약 2만 5,000km, 왕복에 걸리는 시간은 가는데 16일, 선적 및 출항에 3일 내지는 4일, 오는데 21일에서 22일, 하역에 2일이나 3일이 걸려 총 걸리는 시간은 45일 정도다.

그러나 북한에서 열차로 실어오면 하루 만에 그 모든 일이 끝난다.

물론 재령에서 개성까지의 철로가 단선이고 시설 또한 좋지 않지만, 일단 개성까지만 오면 이미 복원해 놓은 경의선을 타고 인천이든 울산이든 어디로든 갈 수가 있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아니 곧 그렇게 되면 한국의 석유 산업은 일대 전환점을 맞을 것이 뻔했다.

거기다가 일일 38만 배럴이 아니라 우리나라 일 년 석유 사용량인 연간 약 11억에서 13억 배럴을 생산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생각만 해도 흥분되는 일이었기에 민재인 대통령은 이렇게 잔소리가 같은 말을 또 보탰다.

“그 북한 원유의 30%는 우리 것이지만, 내 김정은과 협상을 통해서 나머지 70% 중에서 북한에 현물로 주는 10%를 제외하고, 우리에게 오는 60%도 수입가격을 최대한 낮추어서 그 판매대금으로 일단 발전소를 지어주고, 철도도 복원해 줄 것이오. 그 이후에는 그 60% 대금으로 북한의 도로와 공공기반 시설 건설에 투자하게 하면 통일 비용은 거의 들지 않을 것이니 장관도 이 점을 명심하여 또 잔소리 같이 들리겠지만, 모든 일을 빈틈없이 처리하시오.”

“물론입니다. 대통령님.”

“아, 그러고 석유 발견은 북한 석탄 수입이 결정될 때까지 철저히 비밀로 해야 하오.”

“이미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만, 대통령님이 이렇게 또 지시하시니 다시 한 번 이 일을 아는 관계자들에게 함구령을 내려놓겠습니다.”

“철저하게 함구령을 내려야 하오.”

“예, 대통령님.”

“그럼 어서 나가서 일 보시오. 한시가 급하니까.”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원영이 그렇게 청와대를 나가자 민재인 대통령이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국토교통부 장관 김혜미입니다.”

“나 대통령이오.”

“예, 대통령님.”

“김 장관, 내 산업통상자원부 최 장관에게 경의선과 경원선 복원에 대해서······.”

국토교통부 장관 김혜미에게도 이렇게 자신의 의견을 빠짐없이 전달하고, 강조하고, 강요한 다음 민재인 대통령은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렇게 하루가 다 간 느낌이었다.

그래도 흐뭇하기만 했다.

드디어 산유국이 된 것 같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자기 임기 안에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달리는 상상도 해봤으나 곧 중국이라는 거대한 암초가 목에 걸리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야 애써 무시하고, 무시하고 있었지만, 남북이 이즈음에서 통일선언이라도 하면 결단코 가만히 있을 족속들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일본 놈들도 기를 쓰고 통일을 반대하겠지만, 그놈들이야 무시하면 그만이지만 중국 놈들은 땅이 붙어 있으니 그럴 수 없는 것이 문제야. 문제. 그렇다면 결국에 전쟁뿐······.’

그 다음 날 민은정은 광고 촬영을 위해서 서울역을 찾았고, 내 동생 수진은 차를 달리고 또 달리고 있었다.

그렇게 수진이 찾아간 곳은 1기갑사단 1연대였다.

“야, 강수진!”

“인마, 누나! 누나 해봐!”

“지랄해라. 그리고 잘 찾아왔네?”

“내비게이션이 좋거든. 일단 타라!”

“와! 차도 샀어?”

“아니, 당첨됐어?”

“당첨됐다고?”

“응, 우리 동네 대형 할인점에서 개장 10주년 기념 이벤트로 이 차를 경품으로 걸었기에 재미삼아 응모했는데, 내가 당첨됐어. 신기하지?”

수진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이는 서한국, 즉 우리의 외사촌 동생이었고, 작년 여름 입대해 자기가 원한 것처럼 1기갑사단으로 배치를 받았다.

그 이후 수진에게 수시로 연락했고, 오늘 수진이 기어이 면회를 온 것이다.

바로 대형 할인점에서 경품으로 당첨된 승용차를 끌고 말이다.

“그래. 신기하다. 그런데 혹 이거 대통령이 뒤에서 당첨 조작한 것 아냐. 너 대통령과 친하다면서. 아냐?”

“소설을 쓰라. 소설을.”

“아무래도 좀 냄새가 나. 냄새가. 거기다가 차종도 제네시스 G70. 이거 혹 백호 형이 타던 그 차종과 같은 것 아냐?”

“맞아. 그래서 내가 경품 응모에 재미삼아 응모했는지도 몰라. 그건 그런데 자꾸 소설 쓰면 죽는다. 죽어!”

“알았다. 알았어. 그러니 이제 달려. 달려라. 수진아!”

“어디로?”

“저 하늘 끝까지.”

“놀고 있네.”

둘이 옥신각신하면서 간 곳은 일산의 어느 일식집이었다.

서한국이 초밥과 생선회를 먹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 군 생활은 할만해?”

“물론. 그리고 내가 원하던 1기갑사단에 와서 더 할만해.”

“군에서 뭐 하는데? 혹 탱크 몰아?”

“아니, 나 저격수야.”

“저격수?”

“응, 저격용 소총으로 적군을 백발백중하는 저격수, 영화 같은 곳에서 많이 나오는데, 못 봤어?”

“본 것은 같은데 네가 그런 저격수라니 믿기지 않는다. 그리고 너, 탱크 몰려고 1기갑사단에 간 것 아니었어?”

“맞아. 그런데 전차병은 자리가 없었고, 1기갑사단에는 가고 싶었고, 그러니 뭐 선택한 것이 저격수야. 나 총 잘 쏘거든.”

1기갑사단의 모든 장갑차 하차 보병분대의 편제는 분대장, 유탄 사수 2명, K3 경기관총을 완전히 개량한 K3A2 기관총사수 1명, K12 기관총 사수 1명, 판저파우스트 사수 1명, M72 LAW 사수 겸 소총수 1명, 저격수 1명으로 구성되어 있어 일반 보병사단 분대 편제보다는 화력이 막강했다.

그러나 서한국과 같은 하차 보병분대 저격수 소총은 K14가 아니라 K2C1였고, 여기에 양각대와 조준경을 단 것이었으니 엄연히 말하면 저격수가 아니라 지정 사수라고 해야 했으나 이 분대 저격수로 선발된 인원은 전원 특전사에서 6주간 저격수 교육까지 수료해야 했다.

거기다가 자대에서는 K14로 무장한 특전사 저격수 출신 대대 전문 저격수들에게서 혹독한 훈련까지 받아야 했으니 일반 소총수와는 차원이 달라 600m 거리에서는 거의 백발백중이었다.

“진짜?”

“그래, 600m밖에 있는 북한군은 단 한발로 죽일 수 있어. 800m 떨어져 있어도 자신 있고 말이야.”

“동생아. 북한과 전쟁할 일 이제는 없을 것 같으니까 총이나 많이 쏘고 건강하게 제대나 해라.”

“밥만 먹고 총만 쏘니까 그건 걱정하지 마.”

“그렇게 훈련을 많이 해.”

“하여간에 밥만 먹고 총만 쏜다. 그리고 좀 있으면 과학화 전투훈련(KCTC)도 간다.”

“그게 뭔데?”

“편 나누어서 총싸움하는 거.”

수진과 서한국은 그렇게 오랜만에 만나 군대 이야기만 주야장천 했다.

애인도 아니고 친구도 아닌 사촌이라는 관계가 그런 것 말고 뭘 더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동갑내기라서 말은 좀 통하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더 먹고 싶은 것은 없어?”

“응, 그러니 드라이버나 시켜줘.”

“저 하늘 끝까지 달릴까?”

“아니, 바다나 보러 가자.”

둘은 그렇게 다시 인천 월미도로 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이제 내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거지?”

“이 누나 걱정은 하지 말고, 너나 걱정해라. 그리고 이 누나는 보기보다 훨씬 강한 사람이라서 아주 잘 산다. 얼마 전에는 백두산 관광도 다녀왔다.”

“진짜?”

“응, 좋더라. 그리고 백두산이 우리 민족의 영산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겠더라.”

“거기 경쟁률이 엄청나서 아무나 못 간다고 하던데, 넌 어떻게 갔어?”

“그건 비밀이다.”

“혹 그것도 대통령이······.”

“또 소설 쓴다.”

민은정은 이때 서울역에서 수십 번째 플랫폼을 내려와서 열차에 탄 다음 승무원의 어디까지 가시느냐는 물음에 같은 대답을 반복하고 있었다.

“손님, 어디까지 가시죠?”

“신의주까지요.”

“컷! 좋았어요. 그런데 민은정 씨, 딱 한 번만 더 합시다.”

“또요?”

“딱 한 번만 더요.”

그렇게 민은정은 다시 플랫폼에서 내려와 열차에 탄 다음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승무원이 다가와서 이렇게 물었다.

“손님, 어디까지 가시죠?”

“신의주까지요.”

“컷!”

그녀는 그렇게 광고 촬영이 뭔지 뼈저리게 느낀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은 청와대에서 나온 행정관과 북한으로 가져갈 여러 물품 목록을 확인하다가 이렇게 물었다.

“제가 공화국에서 가져온 은은 얼마에 팔렸나요?”

“톤당 약 62만 달러, 동은 톤당 6,900달러에 팔렸습니다.”

“그럼 은은 4,960만 달러, 동은 93만 1,500달러로 한국 돈으로 하면 532억과 약 10억이군요.”

“그 정도 될 겁니다. 그리고 옥과 자수정은 아직 다 안 팔렸으니 차차 팔아서 민 부단장이 이번에 북으로 가져가시지 못하는 것을 제가 사서 북으로 보내드리겠습니까?”

“그래 주면 저야 고맙죠.”

“그럼 대통령님께 그렇게 보고하겠습니다.”

민은정이 북에서 가져온 은 80톤과 동 135톤은 그렇게 팔렸고, 옥 1,275톤과 자수정 1,550톤은 아직 다 팔리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의 큰손들이 옥과 자수정을 사려고 줄지어 입국하고 있었으니 잘하면 은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다 팔 수도 있을 것 같았다.

***

미국 워싱턴에서 다시 북미 핵 감축 협상이 열렸으나 이번에도 협상은 단 한 치 앞으로도 나아가지 못하고 질질 늘어지면서 서로 공방만 주고받았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 채용해가 은근슬쩍 이런 말을 흘렸다.

“지금 공화국의 전력 사정이 좋지 않으니 복합화력발전소 몇 개만 지어주시오. 하면 핵탄두 1기를 드리겠소.”

“복합화력발전소 1기 건설비용이 얼마인지 알고서나 그런 소리 하시오.”

“그럼 이번에도 10억 달러에 1기니 살려면 사고 말려면 마시오.”

“뭐요?”

“이번에도 핵탄두 1기에 10억 달러. 아니면 복합화력발전소 지어주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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