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김정은-65화 (65/470)

〈 65화 〉 삼족오의 비상(5)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일단 합의는 여기까지 됐다.

그리고 청와대를 나온 민은정은 정지용 대위 등이 관광하는 경복궁으로 가서 그들과 어울려 궁을 둘러보려고 했으나 곧 그녀를 알아본 다른 관광객 때문에 한바탕 난리가 나서 곧바로 호텔로 돌아오고 말았다.

그 바람에 그녀는 자기의 인기를 실감하고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면서 창밖 서울 풍광을 한동안 바라봤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는 관광을 마치고 돌아온 정지용 대위 등을 호텔 한식당으로 부른 다음 이렇게 말했다.

“남조선 말로 오늘은 내가 쏜다. 그러니 많이들 먹어라!”

“와아아~”

“술도 마셔. 단, 일 인당 한 병이다. 그리고 술에 취해 추태를 부리면 어떻게 된다고 했지?”

“총살입니다.”

“그럼 알아서들 마셔야겠지.”

그렇게 오지용과 한쪽에 자리를 잡은 민은정은 끝없이 나오는 음식을 보면서 마음이 착잡해짐을 느꼈다.

그동안 김정은 즉 나와 다니면서 제법 많은 음식과 최고급 음식도 먹어봤지만, 북한과는 달리 한국은 어디를 가나 다양한 음식이 넘쳐났다.

요즘 북한은 그래도 식량 사정이 해결되어 굶어 죽는 사람도 없었고, 고기도 자주 배급되어서 배를 곪는 문제는 일단 해결되었지만, 사람이 배만 부르다가 되겠는가.

그런데 그때 넘쳐나는 음식을 보면서 상념에 빠진 그녀의 마음을 누군가가 대변해주듯 이런 소리가 그녀의 귀로 파고들었다.

“이 남조선은 어디를 가나 먹을 것이 널렸구먼. 여기 비하면 우리 공화국은······.”

“간나 새끼. 공화국도 이제 배를 곪는 인민이 없어. 그런데 무슨 그런 소리네.”

“배를 곪는 인민은 없지. 그러나 인간은 배를 곪을 때는 아무 음식이나 괜찮지만, 배가 조금만 부르면 맛있는 것을 찾아. 그게 욕심이지. 그리고 점점 더 식도락을 즐기려고 하지. 그런데 공화국에서 식도락을 즐기는 인민이 몇이네. 한데 여기 남조선은 모두가 곪는 배를 채우기 위해서도 죽지 않기 위해서도 음식을 먹는 것도 아니라 음식 그 자체의 맛을 즐기고 있다는 말이지. 즉 식도락을 즐긴다는 말이야. 공화국과는 다르게.”

“귀관 이철성 대위지?”

민은정이 자리에서 일어나 이렇게 물은 것은 그때였다.

“그렇습니다. 부단장 동지.”

“나도 귀관의 말에 동의한다. 그런데 이 생각은 안 해봤나. 위원장 동지께서 귀관과 귀관, 그리고 귀관. 여기 있는 모두가 그런 반응 보일 줄 몰라서 남조선 관광을 보냈을까. 그러고 한라산 관광도 허락했을까 하는 것 말이야.”

“그것이······.”

“나는 귀관들이 이런 생각, 이런 반응 보일 것을 미리 다 아시고도 위원장 동지께서 보냈다고 생각한다. 아, 그렇다고 미리 겁먹지는 마. 또 남조선의 현실을 보고 많이 혼란스럽겠지만, 혼란스러워도 하지 마. 대신 위원장 동지의 뜻은 조금 헤아려봐.”

“뜻이라 하심은······.”

“얼마 전 위원장 동지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지. 남조선이 공화국보다는 훨씬 잘 살지만, 빈부 격차와 사회적 불평등이 심하고, 환경오염과 세대 갈등도 심해서 외부적으로 보이는 것보다는 사회구성원 대부분이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산다. 하여 나는 앞으로 공화국의 빈부 격차와 사회적 불평등을 남조선보다 줄이고, 아직은 잘 보전되어 있으나 황폐해진 일부 산림을 복원하여 공화국의 자연도 살리고, 아울러서 환경오염도 줄여 공화국을 스위스, 노르웨이 못지않은 친환경 녹색 국가로 만들 것이다. 그런데 가장 적극적으로 그런 위원장 동지의 뜻을 받들어 공화국을 그런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야 할 귀관들이 고작 이런 음식 앞에서 당과 인민에 대한 마음이 흔들려서야 어찌 공화국이 그런 국가가 될 수 있겠는가. 귀관들 안 그런가?”

이철승 대위 등 호위사령부 위관 장교들보다 이 말을 듣고 더 놀란 것은 오지용이었다.

처음 민은정이 등장했을 때만 해도 김정은의 총애를 받는 애첩 정도로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가 만족조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두각을 드러내면서 승승장구하기에 눈여겨보려는 사이 그녀는 바라볼 시간도 주지도 않고 이렇게 훌쩍 성장해버렸다.

‘위원장 동지께서 이제 사람 보는 눈까지 갖췄다는 말인가. 그러니 저런 어린애를 특별비서로 옆에 두고, 대좌 계급장까지 달아주면서 이 중차대한 일에 전권을 부여한 부단장으로까지 임명해서 보낸 것인가. 하긴 요즘 인사하시는 것을 보시면 출신 성분보다는 능력과 자기에 대한 충성도를 가장 높게 평가해서 임명한단 말이야. 그렇다면······.’

오지용이 민은정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할 때 이철승 대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이렇게 말했다.

“부단장 동지. 저를 총살해주십시오.”

“귀관들은?”

“고작 음식 앞에서 당과 인민에 대한 충성이 흔들린 저희도 총살해주십시오.”

“당장 귀관들 모두 총살하고 싶지만, 여긴 남조선이라 총살은 일단 보류한다. 단 이 시간부터 자아비판을 하도록. 알았나?”

“예, 부단장 동지.”

오지용과 민은정에 50명의 호위사령부 위관 장교들의 서울 나들이 첫날은 그렇게 지나갔다.

***

국방과학연구소의 아침은 여느 날처럼 평온하게 시작되는 것 같았지만, 간밤부터 불기 시작한 강풍처럼 연구소도 아침부터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뭐야. 또 보안감찰이야? 아니면 감시야?”

“감찰입니다. 그러니 즉시 책상에서 물러나십시오.”

일상처럼 변해버린 보안감찰이라는 명목의 감찰, 감사, 감시, 검열이 끝없이 이어지는 국방과학연구소 특히 항공기 개발 사업단의 여느 날 같기를 바라는 아침의 한 풍경이었다.

그리고 이런 아침의 시작은 작년부터였다.

민재인 대통령에게 불려갔다가 온 소장의 특별 지시가 있었던 그날부터 새로운 개발 사업단이 생기더니 기존 항공기 연구동 옆에 정체불명의 조립식 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렇게 높이 30m, 폭 50m, 길이 150m의 조립식 건물이 보름도 안 되어서 생기더니 연구소 인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항공 관련 업체 기술자들까지 불러 모아서 뭔가를 연구했다.

그런데 그 연구가 정확하게 무엇인지.

프로젝트명이 무엇인지조차 일급비밀이라서 연구소의 관련 인원들 말고는 알 길이 없었다.

그리고 이런 감찰의 아침을 수도 없이 맞아야 했다.

“알았다. 알았어. 그리고 나도 보안등급이 일급이다. 일급! 응!”

“그래도 즉시 뒤로 물러나세요.”

“알았다니까. 그리고 너, 정보기무사령부에서 나왔지? 계급은 뭐야?”

“......,”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송골매 개량형 일명 송골매 3를 개발하는 조청수가 이렇게 묻고 뒤로 물러났지만, 감찰관은 눈도 끔뻑이지 않고, 묵묵히 그의 컴퓨터와 책상을 뒤지더니 할 일 다 했다는 표정으로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또 하루가 시작된 것이다.

“야, 저기서 도대체 뭘 연구하기에 틈만 나면 이 지랄이냐?”

“우주전투기라도 만들겠죠.”

“장난치지 말고, 뭐 들은 것 없어?”

“프로젝트명도 일급입니다. 일급!”

“이 새끼야 나도 일급이야! 일급!”

“선배님 일급과 저기 일급은 다른 일급 같은데요. 그러니 얼른 연구나 하세요. 6월까지 못해내면 자실 시켜버린다는 원장님과 대통령님 협박 벌써 잊었습니까?”

“안 잊었다. 안 잊었어. 어, 저기 또 뭔가 들어간다. 저거 전투기 날개 아냐?”

“저는 아무것도 못 봤습니다. 하고 경비병 옵니다. 얼른 커튼 치세요.”

후배 김정수의 말에 조청수는 얼른 커튼을 쳤다.

사업단이 생기자마자 특공연대 하나가 들어와서는 아예 연구소 외곽부터 시작해 온 곳을 차단하고 있었고, 그중 1개 중대는 새로운 사업단 건물만을 전담경비하고 있었다.

그러니 기존 연구소 경비에 더해서 경비가 더 삼엄해진 것이고, 온 곳에 CCTV, 동작 감지기, 경보기 등이 설치되어 있어서 진짜 귀신이라도 그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는 힘들 것 같았다.

“쳤다. 쳤어. 그리고 진짜 민재앙이다. 민재앙! 그러니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그런 협박이나 하고, 이런 생고생이나 시키고, 연구소 안에 또 연구소 비슷한 사업단을 만들어서 사람을 이렇게 궁금하게 만들고. 안 그래?”

“아뇨, 그리고 전 민재인 대통령을 민재앙이라 부르는 선배의 그 수구 꼴통적 사고방식이 더 재앙처럼 보여요.”

“뭐라고?”

“생각해 보십시오. 민재인 대통령 덕분에 우리나라 국방력이 지금 얼마나 향상되었습니까. 우리가 송골매를 연구하니 공군만 예를 들어볼까요. F35가 자그마치 200대입니다. 200대, 그런데도 재앙입니까? 육군도 예를 들어볼까요?”

뜻밖의 일격에 갑자기 할 말이 없어진 조청수가 얼른 말을 이렇게 돌렸다.

“아니, 그리고 내가 말한 재앙은 그 재앙이 아니라 일을 너무 많이 시켜서 그것이 재앙이라는 거다. 민재앙. 재앙. 알아?”

“몰라요. 그러니 저기서 우주전투기를 만들거나 스텔스기를 만들거나 다른 무인기를 만들거나 말거나 관심 끄고, 빨리 선배 일이나 하세요. 그래야 천검 대전차미사일을 단 송골매 3가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적 전차를 사냥할 것 아닙니까?”

“한다 해. 그리고 6월까지는 반드시 완성하고야 만다. 그래서 보너스 왕창 받아 몰디브로 놀러 가서 모히토 마실 거다. 됐냐?”

“모히토 가서 몰디브 마시는 것이 아니라요?”

“그게 언제 적 개그냐? 썰렁하게.”

“나보다 더 썰렁한 건 선배거든요. 그러니 어서 일이나 하세요. 해내지 못해서 선배가 자살 당하면 부조금 내야 하니까요.”

그때 다시 전투기 부품 일부가 그 사업단으로 들어갔다.

이처럼 국방과학연구소의 다른 연구원과 직원도 모르는 일명 삼족오의 비상 프로젝트는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그 대신 KFX는 완전히 중단됐고, 그에 따라서 그 사업에 참여하던 업체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지만, 그들에게는 새로운 각각의 부품 주문서가 전해졌다.

그러니 업체들은 불평불만을 잠시 접고, 국방과학연구소가 요구한 부품을 생산 공급하는데 열을 올렸으나 예외인 업체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록히드 마틴, GE 등의 미국 업체들이었다.

그 때문에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지만, 국방부는 딱 한마디로 그들의 항의를 뭉개버렸다.

“KFX는 개발 자금이 없어서 사업을 중단한 것이니 조용히 찌그러져 있으라. 그러면 자금을 확보해서 그때 다시 부르겠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