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화 〉 삼족오의 비상(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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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총을 든 북한 경비병이 여기저기 서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확실히 북한 같았고, 그들의 위세에 일순 눌린 관광객들과 함께 줄을 서서 입국 절차를 기다리니 더 이곳이 북한 같았다.
그런데 자기 차례가 와서 여권을 내밀자 말자 입국 절차를 담당하던 북한 측 인사가 그 자리에서 일어나 거수경례를 하더니 바로 통과시키기에 수진은 잠시 어리둥절해야 했다.
어떻든 그렇게 입국 수속을 통과한 수진은 여전히 어안이 벙벙해 있는 친구 은주와 함께 버스에 올라 삼지연의 아름다운 풍광을 보고, 삼지연에서 2km 떨어져 있는 리명수 폭포도 관광하고, 온천도 하고, 베게봉 호텔에서 1박했다.
다음날은 백두산 백두 역에서 향도 역까지 1.3㎞의 급경사에서 운영하는 삭도를 타고 오르면서 백두산의 눈 덮인 정경을 보면서 감탄사를 쏟아냈고, 역에서 내려 20분이 아니라 30분 정도 장군봉으로 오르면서 겨울 백두산의 칼바람에도 맞서야 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보다 기어이 모습을 드러낸 천지와 하얀 눈을 덮어쓴 말 그대로 백두를 바라보노라니 말로 할 수 없는 이상한 감정이 가슴 저 밑바닥에서부터 불쑥 올라와 순간 몸을 부르르 떨어야 했다.
‘오빠, 잘 있지.’
그때 나는 민재인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있었으니 잘 있는 것이겠지.
원래는 백두산 관광에 맞춰 민재인 대통령도 방북할 예정이었으나 내가 서울을 방문하는 바람에 민재인 대통령의 방북은 취소됐고, 이렇게 전화 통화를 하는 것이었다.
“그거 어떻게 됐습니까?”
“진짜인 것 같다기에 KFX 사업을 일단 중단시키고, 그 전투기와 무인기, 공대공, 공대지 미사일 개발 사업단을 비밀리에 만들라고 했소. 일명 삼족오의 비상.”
“삼족오의 비상이라니 참 촌스럽네요. 그러나 이름은 촌스럽더라도 기밀 중의 기밀로 해야 합니다.”
“이미 일급 군사기밀로 지정했고, KFX 사업과는 다른 전투기 개발 사업이라 미국 업체도 이 사업에는 접근할 수 없소.”
“그래도 모르니 더 철저하게 하세요. 특히 해킹에 조심하고요.”
“그 자료는 국방과학연구소에 있고 인터넷과는 분리된 독립적인 망이며, 접근 권한은 소장과 부소장 단 둘뿐이니 안심하시오. 또한, 정보기무사령부와 국정원, 경찰에서 눈에 불을 켜고 내외곽을 감시 중이오.”
“정말 그런지 우리 애들 시켜서 한번 뚫어볼까요?”
“좋소. 해보시오.”
민재인 대통령이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대답하기에 피식 한번 웃은 다음 말했다.
“우리 애들 이번에 일본과 이탈리아, 프랑스 애들 가상화폐 털어 미화로 3억 3,350만 달러 더 벌었습니다. 그래도 자신 있습니까?”
“물론이오. 그러니 시도해 보시오. 단, 대한민국은 털지 마시오.”
“자신 있다면서요?”
“가상화폐 등은 말고.”
“참, 나. 알았습니다. 그건 그렇고 경원선 복원 소식 때문인지 러시아가 급히 관심을 보였는데, 한국에는 무슨 연락 온 것 없습니까?”
“러시아 대사가 외교부 장관을 면담했고, 그대로 설명했으니 곧 뭔가 입질이 오겠죠.”
“그러면 이 기회에 러시아도 확실히 우리 편으로 끌어들여야 합니다. 그래야 중국이 이상한 짓 못합니다.”
“두말하면 잔소리.”
잔소리 같은 소리 하고 있네.
하여튼 두고 보면 알겠지.
그리고 여차하면 내가 나서서 중국과 북이 무력 충돌하면 그때를 이용해서 중국의 신강위구르 자치구를 강점이라도 하라고 부추겨야지.
그러면 중국 편드는 것보다야 러시아가 훨씬 많은 이득을 보리라.
그리고 인도에는 서장 자치구를 차지하라고 하고 말이다.
그럼 중국은 사분오열되어 통일 한국에 영원히 딴죽을 걸지 못할 것이다.
“하여튼 믿습니다.”
“암, 나를 믿어야지.”
“믿는 것 좋아하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노벨 평화상도 못 받아서는.”
“그건 미국과 일본이······. 하여튼 그 이야기는 그만하고, 다른 건 나를 믿으시오.”
나와 민재인 대통령은 노벨 평화상 후보에 한동안 거론됐으나 수상은 못 했다.
이유는 뻔한 것이라 그 이야기는 그쯤에서 그만두고, 점점 이상해지는 것 같은 민재인 대통령과도 그렇게 통화를 끝내고, 정찰총국장 장길상을 불러서 이렇게 지시했다.
“김애란을 무사히 빼내고, 양보 그놈은 흔적도 남기지 말고 묻어버리시오.”
“예, 위원장 동지.”
“다시 말하지만, 흔적을 남겨서는 아니 되오.”
“믿어주십시오.”
“좋소. 그리고 중국 핵 기지 주변 비트는 구축하고 있소?”
“세 군데를 이미 구축했고, 무기를 밀반출해 은닉하고 있습니다.”
“그럼 그 일을 맡을 애들 잘 처우해주시오.”
정찰총국장 장길상이 알았다면서 밖으로 나갔다.
이로써 J20 설계도 등을 넘긴 양보 그놈은 땅에 묻힐 것이고, 중국 핵 기지 주변에 마련한 비트에는 차곡차곡 무기가 쌓일 것이다.
그래야 여차하면 탄도미사일이나 순항미사일로 중국 핵 기지를 선제타격하고, 그래도 살아남은 것과 이동식 발사대는 비트에 숨어 있던 정찰총국 애들이 처리하면 됐다.
그때 수진은 장군봉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천지로 내려가고 있었다.
“전력사정이 좋지 않아서 자주 정전이 된다더니 어제 삭도도 그렇고 이 케이블카도 그렇고 이제 안 그런가 봐?”
“백두산 영웅 청년발전소 1, 2, 3호에서 생산한 전력으로 삼지연과 우리가 돌아본 그리고 돌아볼 관광지에 전력을 공급한다잖아. 그리고 우리에게 지원받은 태양광과 풍력 발전기 덕분에 인근 마을도 이제 전기 걱정이 없다는 말 너만 못 들었니.”
“언제?”
“어제저녁 양강도 위원장이 만찬사에서 그렇게 말했잖아.”
“그랬나. 어떻든 추운데 케이블카 타고 내려가니 좋다.”
“그건 나도 그래. 그리고 북한 사람들 옷 입은 것 봤어? 그 사람들 입은 옷보니 이 백두산 인근에 사는 북한 사람들은 우리가 알던 그 북한 사람들이 아닌 것 같았어. 또 사는 집도 우리가 상상했던 그런 집이 아니라 마치 전원주택 같았어.”
수진의 말처럼 삼지연과 백두산 인근 마을에는 백두산 영웅 청년발전소 1, 2, 3호에서 생산한 전기와 연간 1,350MW 전력을 생산하는 태양광 발전소 5곳과 풍력발전소 3곳에서 생산한 전기도 공급되었기에 정전이 있을 일을 이제 없었다.
거기다가 주민들의 주택은 1여단을 시켜서 모두 개량해주었기에 마치 한국의 전원주택단지 같았으며, 주민들이 입은 옷은 한국에서 가져온 충전재로 만든 패딩과 바지, 그리고 새로 디자인한 각양각색의 옷이었기에 북한 주민들은 예전 같지 않았다.
또 쌀은 아직도 넉넉해 끼니를 거를 일도 없었고, 한 달에 적어도 고기 5번은 배급했기에 얼굴이 추레해 보이지도 않았다.
어떻든 수진이 그렇게 백두산 관광을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날, 제주 공항에는 북한 관광단 150명이 비행기에서 내렸다.
“어서 오십시오. 총리. 통일부 장관 조명견입니다.”
“반갑소.”
“저는 제주도 지사 이정기입니다.”
“환대해주어 고맙소.”
북한 내각총리 박봉구가 이끄는 북한 관광단은 그렇게 통일부 장관과 제주도 지사의 환대를 받은 다음 곧장 내가 갔던 그 흑돼지 농장으로 가서 돼지들을 구경한 다음 역시 내가 먹었던 고기로 점심을 겸한 만찬을 즐겼다.
그리고는 곧장 승마장으로 가서 말을 탔으니 내가 ATV 사장에게 말했듯 내 여행코스는 그대로 북한 관광단의 성지 순례 코스가 됐다.
“어서 오십시오. 여기가 김정은 국무위원장께서 ATV를 타시고, 사진까지 찍어 주신 그곳입니다. 하하하!”
“반갑소. 사장 동무, 그런데 위원장 동지께서 타신 ATV는 어느 거요?”
“저것입니다.”
“내가 타 봐도 되겠소?”
“물론이죠.”
그날 ATV 사장은 150명의 북한 관광단을 다 태워준다고 생고생을 했으나 입가에서는 연신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앞으로 또 올 북한 관광단이 필수 코스 즉 성지순례를 하듯 계속 찾아올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북한 관광단은 여행을 계속해 성산 일출봉, 섭지코지, 미로공원, 서귀포 일대, 산방산, 송악산, 오설록 박물관, 한림공원, 용두암, 삼성혈, 1100도로, 도깨비 도로 등을 구경한 다음 면세점과 대형 할인점에서 쇼핑까지 즐기고 북으로 돌아갔다.
물론 그 모든 비용은 내가 대준 것이다.
그리고 이때를 맞춰 남에서는 백두산 관광 2차 인원 300명이 다시 북으로 올라갔고, 새로운 이산가족 300명도 개성 평화마을로 올라가 이산가족 상봉을 했다.
***
“....(중략) 오늘로 항공작전사령부는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니 밤낮으로 실전적인 훈련을 거듭하여 이른 시일 내에 일격필살의 정예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항공작전사령부의 재창설을 축하하며 부대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이상.”
“대통령님에 대하여 경례!”
“충성!”
새로 개편해 재창설 식을 연 항공작전사령부에서 민재인 대통령이 이런 축사를 한 다음 인사를 받고 단상에서 내려와 사령관 이종식 중장에게 악수를 청했다.
“사령관 중장 이종식!”
“나는 사령관만 믿겠소.”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무시무시한 포스에 눌린 항공작전사령관 이종식은 저도 모르게 관등성명을 대고, 이렇게 민재인 대통령을 응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 신독재자라 불리는 대통령 덕분에 항공작전사령부에는 AH-64 아파치 공격헬기 72대가 더 배치되어 총 아파치 전력만 해도 108대로 늘어났다.
비록 해병 항공단에 AH-64 아파치 헬기 20대와 미국에서 헐값에 구매한 AH-1W 슈퍼 코브라 36대, OH-58D Kiowa 12대를 뺏겼지만, 기동헬기 수리온을 더 배치를 받았고, 곧이어 한국형 소형무장 헬기도 배치될 것이니 북한군 헬기 부대와 기갑부대는 껌도 아니었다.
“부대 편성은 마음에 드시오?”
“예, 마음에 듭니다.”
“그럼 됐고, 뭐 더 필요한 전력은?”
“지금은 없습니다만, 소형무장 헬기를 최대한 빨리 배치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건 조금만 더 기다려보시오.”
기존 항공작전사령부는 1, 2여단과 11, 13, 15, 21, 60항공단 등의 부대가 있었으나 이번에 부대를 1, 2, 3, 5여단으로 개편해 1여단은 공격과 기동헬기 부대, 2여단 역시 공격과 기동헬기 부대, 3여단은 수송 헬기 부대, 5여단은 의무와 기타 헬기로 부대로 만들었다.
그리고 각 여단 예하에는 정비대대, 방공대대 등이 배속되어 있었고, 사령부는 따로 두지 않고 합참 내에 있었다.
“알겠습니다. 대통령님.”
“그리고 또 말하지만 보여주기 식의 훈련은 금지요. 그러니 이제부터는 실전적인 훈련으로 오늘 당장 전쟁이 터져도 바로 나가 싸워 이길 수 있는 부대로 만들어 놓으시오. 알겠소?”
“명심하겠습니다.”
항공작전사령관 이종식에게 이렇게 신신당부한 민재인 대통령은 이번에 미국에서 도입한 AH-64 아파치 헬기 36대를 둘러봤다.
이 헬기를 2019년까지 인도받으려고 트럼프와 얼마나 신경전을 벌였는지 그때를 생각하면 머리가 아팠으나 이제 2차 36대와 3차 36대까지 다 들어와서 1차 36대와 합쳐 총 108대가 되었으니 중국과도 싸워볼 만하다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