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화 〉 개성공단과 백두산 관광(8)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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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렇게 묻자 정찰총국장 장길상은 앞 두 번과는 달리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지더니 장고를 거듭했다.
자기 앞에 일생일대의 시험이 다가왔다는 것을 느끼는지 그렇게 장고를 거듭하던 장길상이 기어이 이렇게 말했다.
“위원장 동지, 저는 지금부터 아무 생각도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므로 위원장 동지께서 어떤 명령을 하시거나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무엇이든 바로 실행하겠으니 남조선에 넘기든 인도에 넘기시든 명령만 하십시오.”
“진심이오?”
“그렇습니다. 저는 지금부터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유, 불리와 가능 불가능도 따지지 않고, 오직 위원장 동지의 명령에만 따르겠습니다.”
여차하면 내가 이 극비 중의 극비 사안으로 자기를 죽일까 싶어 이러겠지.
장고 끝에 악수 둔다더니 이 장길상은 악수가 아니라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이다.
이 정보를 넘겨준 양보 그놈도 후일을 생각해서는 죽여야 했으니까.
그리고 여차하면 이 정보를 빼낸 정찰총국 장미꽃 소대 김애란과 그 소대원 전부도 죽여야 했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아니었다.
“장 동지, 그 전에 그 김애란에게 모든 흔적을 지우면서 다른 정보가 더 있는지 알아보라고 하시오. 그리고 새로운 정보가 없으면 그놈을 쥐도 새도 모르게 땅에 묻어버리시오. 절대 흔적이 남아서는 안 되오. 알겠소?”
“예, 위원장 동지. 즉각 시행하겠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절대 흔적이 남아서도 안 되고, 이 일은 장 동지와 그 김애란도 모르는 일이오.”
“무덤까지 입을 닫겠습니다. 믿어주십시오.”
“좋소. 나가보시오.”
정찰총국장 장길상을 그렇게 내보내고, 복사본을 만든 다음 원본은 밀봉해서 39호실 심용만에게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심 동지, 이건 이 공화국에 없는 물건이오.”
“비밀 금고에 보관해놓겠습니다.”
“흔적도 없어야 하고, 접근하려는 자가 있으면 즉결처분하시오.”
“예, 위원장 동지.”
39호실 비밀 금고에 들어가면 나와 심용만 이외에는 김여성도 열지 못할 것이니 일단 안심이 됐다.
“청와대 연결하라!”
원본은 39호실에 보관해 두었으니 이제 복사본 처리만 남았기에 민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라고 지시하고는 한동안 기다리니 이런 무뚝뚝한 음성이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주적에게 뭔 전화를 이렇게 자주 할까. 중국 애들이 난리를 치고 있는데.”
“중국 애들 만났습니까?”
“격 떨어지게 내가 왜 만나겠소. 우리 외무부 장관이 만났지.”
“뭐라고 하던가요?”
“한국의 군비증강에 심히 우려를 표한다. 북한과 갑자기 너무 가까워진 것 아니냐. 북한 지하자원을 독점할 생각이냐. 뭐 이 정도요.”
“그래서요?”
“군비증강은 북한 때문이고, 우리가 북한과 가까워지는 것은 중국이 원하는 것 아니냐. 북한 지하자원은 북한 것인데, 뭔 소리냐. 이 정도요.”
“잘했군요. 중국 애들에게는 그런 식으로 계속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하시고, 아주 중요한 드릴 것이 있으니 당장 백두산으로 오시죠?”
아주 중요한 것을 준다고 했는데도, 민재인 대통령은 백두산에 온다는 소리는 안 하고, 너무 자주 만나면 중국, 일본, 미국 애들은 물론 한국 내부에서도 이상하게 생각한다는 둥 하기에 이렇게 말했다.
“아니, 한국 내부에서 딴죽을 걸던 자들은 국민이 이미 다 정리해줬지 않습니까. 그런데 무슨 그런 말씀을, 그리고 중국, 일본, 미국 애들은 우리가 안 만나도 이상하게 생각할 겁니다. 하고 한국 공군의 운명이 걸린 것이 지금 내 손안에 있는데, 그래도 그런 소리 하실 겁니까?”
“한국 공군의 운명, 설마 개성공단에서 말한 그것. 맞소?”
“그건 비밀이고, 정 오기 싫다면 내가 서울 가죠. 내일 당장. 그러니 춘천 닭갈비와 참치, 독도 새우를 준비해 놓으세요.”
“여기서 이런 말 하면 이상하지만, 이제 다이어트 포기한 거요?”
“아니니 1급 보안 각서 받고, 항공기 전문가나 불러 놓으세요. 아시겠죠?”
이렇게 전화를 끊고, 호위사령부에 즉각 남조선과 서울 방문에 따른 협의를 하라고 지시했다.
그렇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한 다음 전용기가 아니라 차를 이용해서 서울로 간 것은 그 다음 날이었다.
이때 민은정 등 남한에서 쇼핑하는 북측 인사들은 내가 내려온다는 소식을 듣고는 모두 놀라워했지만, 그들에게 따로 연락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민은정이라는 특별비서가 없으니 여러모로 불편한 점은 있었다.
어떻든 청와대로 들어가니 민재인 대통령이 나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김 위원장!”
“예, 그건 그렇고 밥부터 먹죠. 닭갈비, 참치, 독도 새우는 준비해 놨죠?”
“물론이오.”
“전문가들은?”
“기다리고 있소.”
“하면 조용한 곳으로 가죠.”
청와대 상춘재로 그렇게 이동해서 민재인 대통령과 단둘이 마주 앉았다.
기타 청와대 관계자와 항공기 전문가들은 대기실에 있었고 말이다.
“역시 독도 새우네요. 진짜 맛있네.”
“많이 드시오. 그런데 그게 정말 그거요. 말한 그것.”
“가가가가? 대통령님 말이 꼭 이 경상도 사투리처럼 들리네요.”
“진짜 그거요?”
“그렇게 궁금하면 옆에 자리하나 만들고, 컴퓨터 가져오세요.”
“진짜? 근데 여기서?”
“사람이 적으면 적을수록 좋고, 또 내가 보는 앞에서 열어봐야죠.”
그 즉시 민재인 대통령과 내가 앉은 식탁 옆에 책상 하나가 놓였고, 컴퓨터도 연결됐다.
그러자 세 사람이 들어와서 이렇게 인사하는 것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국방과학 연구소에서 항공기를 연구하는 김준하입니다.”
“저는 보라매 사업(KFX) AESA 레이더 탐색개발팀장 정치호입니다.”
“한국항공우주의 이경식입니다.”
“다들 반갑소. 그리고 내 노파심에 한마디 하자면, 이건 여기 있는 우리 다섯 명 이외에는 아무도 몰라야 하는 일이니 죽을 때까지 오늘의 일을 발설하지 마시오. 만약 발설했다가는 내 정찰총국을 시켜서 암살해 버리겠소. 알겠소?”
“이미 보안각서를 쓰고 왔으니 믿으십시오.”
“좋소. 그럼 이걸 열어보시오.”
이렇게 말하고 J20과 무인공격기 샤프 소드 설계도 등이 담긴 외장 장치 복사본을 건네주면서 비밀번호까지 알려주었다.
그리고는 참치 뱃살 한점을 집어삼키고는 소주 한잔을 마시면서 그들 세 명의 표정을 쳐다보니 가관이었다.
아마 나도 저런 표정으로 봤겠지.
민재인 대통령의 표정은 반신반의였지만, 점점 눈동자에 이채가 어렸으니 기대감 때문이리라고 생각했다.
“뭘 그렇게 눈에 이채까지 띄면서 쳐다보십니까. 그러지 말고 이 참치 좀 드십시오.”
“김 위원장이나 많이 드시오. 닭갈비도 좀 드시고.”
“헐!”
“뭐요?”
“아닙니다. 아니에요.”
다시 소주 한잔을 털어 넣고, 이번에는 숯불 닭갈비 한 점을 집어 먹었다.
내가 살던 춘천 단골 식당의 닭갈비보다는 맛이 없는 것 같았지만, 이 정도도 훌륭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벌써 소주 두 잔이나 마셨다.
그리고 보니 나도 긴장을 하는 것 같았다.
과연 저게 진짜일까.
아니면 그놈이 돈을 노리고 가짜 미끼를 던진 것일까.
하여튼 이런 상념과 설계도가 진짜이기를 바라는 기대감과 이 공간 가득 흐르는 긴장된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국방과학 연구소에서 항공기를 연구한다던 김준하가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님, 위원장님, 이거 어디서 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같습니다.”
“정말이요?”
“지금까지 파악한 바로는 그렇습니다. 김 위원장님. 그러나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보려면 조금은 더 살펴봐야겠습니다.”
“하하하! 그렇다는 말이지. 진짜라는 말이지. 으하하!”
혹시나 했는데, 진짜라니 정말 기뻤다.
이로써 중국 공군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어질 것 같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전에 확인할 것은 있었다.
“그런데 말이오. 그게 진짜라면 지금 남조선 기술로 그걸 만들 수 있소?”
“자세하게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만들 수 있습니다.”
“얼마나 걸리겠소?”
“최선을 다한다면 6개월 이내에 이 설계도대로 시제기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그대로 만들면 중국 애들이 의심할 것이니 형상을 약간 바꾸면?”
J20을 그대로 베껴 만들어 놓으면 중국 애들이 어떻게 나오겠는가.
아마도 감당하기 어려운 보복을 가해올 것이고, 그건 분명 사드 보복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그런데 한국항공우주의 이경식이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저희가 만든 KFX 형상 중에 스텔스 형상이 있는데, 이 기체와 비슷하지만 카나드 부분이 약간 다른데, 그 형상으로 만들어도 약 6개월이면 시제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남조선의 항공기술이 이 정도였다니, 하여튼 놀랍소. 아, 그리고 저기 있는 무인 공격기와 AESA 레이더, 엔진, 공대공, 공대지 미사일 등도 지금 남조선이 가진 기술을 접목해서 더 업그레이드된 무인 공격기, AESA 레이더, 엔진, 미사일로 만들 수도 있소?”
“그건 기밀사항이라 말씀드리기 좀 곤란합니다.”
“이 양반아. 그걸 지금 내가 가지고 왔는데, 무슨 기밀사항! 내 참 기가 막혀서! 민 대통령님, 그렇게 듣고만 있지 말고, 무슨 말 좀 해봐요.”
“자, 진정하고, 김 위원장. 저게 진짜라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겠소?”
“어떻게 하기는요. 극비 중의 극비로 하고 당장 만들어야죠.”
“만든 다음에는?”
쪼잔하게 내가 달라고 할까 봐.
하여튼 사람을 띄엄띄엄 보고 있어.
나 이래 봬도 환생까지 한 사람이라고.
“달라고 하지 않을 테니까 만드세요. 그래서 대통령님의 공적으로 세세 영원하게 빛내세요. 그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뭐요?”
“그 전에 세 분은 좀 나가 있으세요. 그건 거기 두고.”
국방과학 연구소 김준하와 정치호, 한국항공우주의 이경식을 그렇게 내보내고 약간 뜸을 들인 다음 이렇게 말했다.
“J20과 샤프 소드를 만들어 실전에 배치하면, 남조선은 KFX 개발과 무인기 개발에 들어가는 돈을 아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J20 다운그레이드 형까지 생산하면, 남조선 공군은 하이급으로는 J20과 F35, 미들급으로는 J20 다운그레이드 형과 F15K, 로우급으로는 F16과 FA50 등으로 동북아 최강의 공군력을 가지게 될 겁니다.”
“그래서요?”
“그러니 남조선은 KFX 개발과 무인기 개발에 들어가는 돈을 아낄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본론이 뭐요. 본론. 혹시 그 돈 지원해달라는 그 말 하려고 서론을 이렇게 거창하게 꺼내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