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화 〉 개성공단과 백두산 관광(6)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내가 생각하는 개성의 청사진을 설명하자 민재인 대통령의 눈이 진짜 동그래졌다.
그러더니 단박에 이렇게 물어왔다.
“김 위원장, 진짜 미친 것 아니요?”
“아직 안 미쳤습니다.”
“그럼 그게 다 뭐요. 그리고 사람이 너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던데, 이렇게 변하다가는 진짜 죽는 것 아니오?”
“내가 죽을까 봐 걱정되십니까?”
“그건 아니지만, 개성을 그런 도시로 만들어서 개방하는 것은 김 위원장 정권에 부담될 것인데, 그리고 그 때문에 정권이 붕괴라도 하면, 중국이 그 기회를 노리고 진주할 것은 자명하고, 그러면 우리가 계획하는 통일은 모두 물거품이 될 것이고······.”
민재인 대통령이 아니라고는 했지만, 은근히 걱정되기는 되는 것 같았다.
암, 그래야지.
내가 죽고 없으면 남북은 다시 예전 상태로 돌아갈 확률이 아주 높으니까.
“그뿐만이 아니죠. 내가 실각하면 북한군은 북으로 진주한 중국군에 맞서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동조할 가능성이 크겠죠. 그러면 나는 죽고, 통일은 영원히 물 건너갈 겁니다.”
“그런데도 개성을 그런 도시로 만든다.”
“어디 단박에야 되겠습니까.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러나 쉼 없이 그렇게 만들어야죠.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대통령님보다는 제가 오래 살 겁니다. 아주 오래요.”
“그거야 김 위원장이 나보다 젊으니 더 오래 살겠지.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통일되는 그 날까지는 죽지 마시오. 그 마음도 변하지 말고. 알겠소?”
이런 대화를 나누면서 이산가족 상시 상봉을 위해 지은 평화마을에 들어서자 한국 한옥 고명수 사장이 나와 이렇게 인사했다.
“대통령님, 김 위원장님, 어서 오십시오. 저는 한국 한옥 사장 고명수입니다.”
“수고가 많았소. 그래, 귀사가 지은 한옥은 몇 채요?”
“30채입니다. 김 위원장님.”
“둘러봐도 되겠소?”
“물론입니다.”
그렇게 민재인 대통령과 한옥 이른바 모듈 공법으로 지은 한옥을 둘러보는데, 이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아서 당장 북에도 이런 공법을 도입해서 인민들 집을 지어주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 개성 남대가에 있는 전통한옥단지의 낡은 한옥도 이렇게 보수해 개성이 진정한 우리의 전통문화를 고이 간직한 친환경 생태도시가 되도록 만들어주고 싶어 한국 한옥 고명수 사장에게 이렇게 물었다.
“고명수 사장, 개성 남대가에 있는 한옥마을에 혹 가봤소?”
“못 가봤습니다.”
“그럼 직원들 데리고 당장 가보시오. 필요한 조처는 내 뭐든 해줄 테니까. 그리고 가서 그곳의 도시계획을 다시 한 번 설계해 보시오. 그래서 보존할 것은 보존하고, 개량할 것은 개량하고, 철거할 것은 철거해서 진정한 우리의 멋과 전통이 살아있는 동네, 남조선의 어느 한옥마을보다 좋은 한옥마을로 좀 만들어주시오. 아, 자금은 얼마든지 지원하겠소.”
“그런 일이라면, 그 분야 도시계획 전문가가 해야지 저 같은 건축업자가 하기에는······.”
“그럼 그 분야 전문가를 데려가고, 200실 규모의 한옥 호텔과 300호 규모의 한옥 마을도 새로 하나 지어주시오. 부탁하오. 민 대통령님께도 부탁합니다.”
“돈은 김 위원장이 낼 거요?”
“벌써 개성에 2억 달러나 내려 보냈으니 협조 좀 해주십시오.”
“2억 달러면 약 2,000억. 고 사장 어떻소?”
2,000억 다는 아니겠지만, 언급한 200실 규모의 호텔과 300호 한옥 마을만 해도 어마어마한 규모라 한국 한옥 사장 고명수는 즉시 이렇게 대답했다.
“맡겨만 주신다면, 목숨이라도 걸겠습니다.”
“하하하. 좋소, 공화국의 피 같은 돈 2억 달러니 목숨 정도는 걸어야지. 민 대통령님, 안 그렇습니까?”
“그렇다고 목숨까지야. 어떻든 도시계획 전문가를 소개해 줄 테니까 잘해 보시오.”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한옥에 이어서 흙집을 보니 또 욕심이 났고, 볏짚으로 지은 집을 보니 또 욕심이 났다.
그러나 단박에 많은 욕심을 부리면 안 될 것 같아서 집 구경만 하고, 개성 공단으로 돌아와서는 가장 먼저 한국 대형할인점이 만든 슈퍼마켓에 들어가 봤다.
원래 개성 공단에는 한국 편의점이 3개 있었으나 이제 이 슈퍼마켓 2개만이 문을 열었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섬유업체 73개, 기계금속 23개, 전기·전자 13개 등 총 123개 기업이 개성 공단에 있다가 이번에 새로 입주한 기업은 총 105개밖에 안 되었기 때문이리라.
“이거 얼마요?”
냉장고에서 캔 커피를 모조리 다 꺼내 민재인 대통령 등에게 하나씩 돌린 다음 계산하니 내가 춘천 편의점에서 사 먹던 것보다는 쌌다.
그러고 보면 역시 편의점보다는 대형할인점이 싸다는 것을 여기서도 알 수 있었다.
하긴 그래야지.
그래야 개성 공단 북한 노동자들이 평균 70만 원의 임금으로도 뭐 하나라도 살 수 있으니까.
어떻든 이렇게 개성 공단은 재가동됐다.
평균 70만 원 임금 때문인지 다른 여건 때문인지 몰라도 입주 기업 수가 123개에서 105개로 줄었지만, 남한 어디에서 월급 70만 원 주고 이런 숙련되고, 말이 통하고, 정서가 같고,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를 구한다는 말인가.
그러니 기업 수는 점점 늘어날 것이다.
그러면 개성 관광도 자연 이루어질 것이니 이제 개성의 북한 인민들은 전혀 새로운 세상을 맞을 것이다.
“백두산에서 다시 볼까요?”
“나 바쁜 사람이오.”
“첫 관광객이 오는 날 백두산에서 보시죠. 그때쯤이면 드릴 것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또 뭘 주시려고 이러실까?”
“J20 설계도.”
“뭐요?”
눈이 동그래진 민재인 대통령을 뒤로하고, 곧장 평양으로 간 것이 아니라 개성에 들러 현재 진행되는 여러 건물의 증·개축, 도로포장과 가로 정비 등을 현지 지도했다.
“현재 도시 재개발 사업에 동원된 개성 건설단원은 500명이요?”
“예, 500명입니다. 위원장 동지.”
“500명이면, 뭐 인원은 적당하겠군. 건설여단장.”
“예, 위원장 동지.”
“2건설여단 병력 5,000명을 2,000명으로 줄이시오. 즉 정예 2,000명만 남겨두고 나머지 3,000명은 전역시키라는 말이오. 그리고 남조선 한국 한옥에서 개성에 한옥 호텔과 한옥 300채 마을을 지으러 오면 그때 2건설여단이 함께 일하면서 그들의 기술을 완벽히 배우시오. 알겠소?”
“예, 위원장 동지.”
“좋소. 그럼 그때까지 주둔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으시오. 내 금일봉에 소와 돼지와 술과 여타 선물도 보내 줄 테니까.”
2건설여단장 이낙준은 그 길로 부대를 이끌고 개성 인근의 6사단 주둔지로 갔는데, 개성 인근에 주둔해 있던 그 6사단과 64사단의 전차, 장갑차, 포병부대는 이번 개성 공단 재가동과 더불어서 개성 이북으로 모두 철수했기 때문이다.
물론 휴전선을 지키는 순수 보병은 그대로 남아있었지만 말이다.
하여간에 이런 조처를 한 덕분에 북한군 병력 3,000명을 또 줄여놓았고, 북한 사회에는 3,000명의 새로운 일꾼을 공급했다.
이때 북한은 일할만한 노동력이 그렇게 많지 않았으니 이유는 젊은이들을 죄다 군에 잡아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 2차에 이어서 이렇게 다시 병력 3,000명을 줄여 모두 합쳐 약 18만 2,000여 명의 북한군을 북한 사회의 일꾼으로 돌려놓았으니 이제 일거리만 만들어주면 됐다.
어떻든 이런저런 조처를 하면서 그날은 개성에서 묵었다.
그런데 온 도시에 환하게 전기가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그러고 보니 남한 평화변전소에서 보낸 전기가 개성공단만이 아니라 이 개성까지 들어와서 밤을 환하게 밝혔으니 이제 전기 걱정은 없을 것 같았다.
하나 이 개성만 벗어나면 아직도 암흑인 곳이 많았으니 더 많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을 갖춰야 했다.
그런 다음 날 평양으로 가려고 길을 나서는데, 남한에서 온 차들이 줄줄이 개성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남북 사이가 참 좋아진 것을 그것만 보고도 알 수 있었다.
그러니 남한 차들이 개성까지 마음대로 들어오지.
그건 그렇고 남한 화물차로 실어온 것은 미국 돈으로 남한에서 쇼핑한 수많은 물건 중 일부였는데, 그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있어 확인해 보니 내가 식료일용공업성 조영철에게 지시한 그 인공 충전재였다.
하여 개성시위원장 김인식에게 이렇게 지시했다.
“김 동지, 이것부터 먼저 평양 피복공업총국으로 보내고, 일부는 개성 방직공장으로 보내시오.”
“예, 위원장 동지.”
오리털을 대체하려고 개발된 이 인공 충전재는 그 털에 뒤지지 않는 보온력을 가졌고, 복원력에서도 크게 차이가 없었으나 무게는 1.2배 정도 더 나갔다.
하지만 오리털 소재를 사용하면 나타날 수 있는 털 빠짐 현상이나 변색이 없었고, 오리털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았으며, 털 알레르기도 일으키지 않아서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안심하고 입을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또한, 물에도 강했다.
그러니 이 충전재로 패딩을 대량으로 만들어서 이제 시작된 겨울 대비용으로 북한 인민들에게 나누어 주면, 또 한 번 강백호 만세가 아니라 김정은 만세를 외치는 소리가 방방곡곡에 울릴 것이다.
그리고 북한판 병사들의 피복 개선사업에도 한몫하게 되리라.
하여 충전재를 실은 화물차를 따라 개성 방직공장으로 가서 그곳 사장에게 불러 이렇게 물었다.
“내가 지시한 군복 천 이 공장 몫은 다 생산해놨소?”
“물론입니다. 위원장 동지.”
“봅시다.”
개성 방직공장 사장이 안내하는 곳으로 따라가서 군복 천을 살펴보니 내가 총참모부에 지시한 것처럼 대한민국 국군의 위장 패턴과는 좀 다른 위장 패턴 즉 좀 더 짙은 색의 패턴 그대로였다.
“이 정도면 됐군. 그런데 평양 방직공장에서 군복 표본은 내려왔소?”
“저기 있습니다.”
내 지시로 총참모부와 김일성대학에서 새로 디자인하고, 평양 방직공장의 옷 생산 공장에서 만든 동계 군복 표본을 살펴보니 우선 위장 패턴은 개성 방직공장에서 만든 것과 똑같았다.
평양에서 만든 것, 개성에서 만든 것, 또 다른 곳에서 만든 것이 제각각 다르면 안 될 것이니 그건 일단 안심이 됐다.
그래서 상의를 살펴보니 한국군 군복과 디자인이 비슷했고, 방한모자는 일체형으로 달려있었다.
하의는 안쪽에 기모로 마감했고, 신축성이 좋아 활동에도 문제가 없을 것 같아서 이렇게 지시했다.
“이 디자인처럼 상의는 남조선에서 온 충전재를 넣고, 하의도 그대로 대량으로 생산하여 2군단부터 배급하시오. 알겠소?”
“바로 시행하겠습니다.”
“그리고 인민에게 보급할 패딩은 너무 검은색과 회색만 고집하지 말고, 빨강, 노랑, 주황, 분홍색 등 그런 것도 생산하시오. 또 개성공단에 입주한 남조선 섬유 기업과도 유대를 강화해 그들의 기술을 하나라도 더 배우고, 도입할 기계가 있으면 즉시 그들에게 부탁해 도입하시오. 그럼 자금은 즉각 지원해 줄 테니까. 이것도 알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