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화 〉 개성공단과 백두산관광(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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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이만철, 이용호, 오지용, 민은정 등을 데리고 가장 먼저 속옷 가게로 들어갔다.
“자 동지들, 집에 있는 마나님과 딸들에게 사랑받으려면 속옷 선물이 제격이니 마음껏 골라보시오.”
내가 이런다고 이만철, 오지용 등 북한의 꼰대들이 속옷을 고를 사람들인가.
하여 종업원을 붙여 반강제로 구매하게 한 다음 나도 이슬주와 김여성 줄 것, 그리고 민은정과 김은주가 입을 것도 사주고, 이 제주까지 온 호위사령부 경호원들 속옷도 모두 사주었다.
그다음으로 간 곳은 아웃도어 매장이었다.
“이번에는 빼지 말고 고르시오. 알겠소? 동지들!”
이렇게 말하고 나도 아웃도어 매장에서 등산화를 종류별로 샀는데, 바로 북한군의 열악한 전투화를 대체할 수도 있을 등산화를 말이다.
그런 다음 다시 간 곳은 화장품 판매장, 그리고 양말 판매장, 스포츠용품 판매장, 남성복 판매장 등을 거치면서 쇼핑을 즐긴 다음 인근 맥줏집으로 가서 치맥을 시킨 다음 자리를 잡고 앉아 옆에 앉은 오지용 부위원장에게 이렇게 물었다.
“오 동지, 남조선 이 제주도가 어떤 것 같소?”
내가 정색하면서 묻자 오지용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그러더니 이렇게 반문해왔다.
“위원장 동지, 솔직하게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러라고 동지에게 물은 것이니 솔직하게 말해보시오.”
“사람들이 모두 여유가 있어 보이고, 활달하며, 경직되지 않고 자유분방한 것 같으며, 물건은 넘쳐나고, 신기한 것, 이상한 것, 기이한 것 등도 부지기수입니다. 위원장 동지.”
“솔직한 심정이오?”
“그렇습니다.”
오지용이 이렇게 말하자 이용호, 이만철, 노주철 등도 들었는지 다들 고개를 끄떡였다.
다들 내 영향을 받아서 생각이 유연해진 것인지 아니면 내 환생 이후 그들도 변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어쩌면 좋은 변화의 신호인지도 몰라 희미하게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동지가 이렇게 솔직하게 이야기해주어 내가 다 고맙소. 그래서 말인데, 평양은 몰라도 남조선과 가장 가까운 개성을 내 이렇게 만들어 보고 싶은데, 동지의 생각은 어떻소?”
“개성 인민이 이 남조선 제주도 인민들처럼 여유가 있어지고, 활달해지고, 풍족해진다면 저는 언제든지 찬성입니다. 위원장 동지.”
“그렇다는 말이지.”
“그렇습니다.”
“그럼 남조선에 개성공단에 이어서 개성관광도 재개하자고 해야겠구먼. 그리고 또 개성을 친환경 녹색 도시로 만들어서······.”
이런 이야기를 오지용과 나누면서 마시는 맥주와 먹는 치킨은 북에서 마시고 먹던 것보다는 훨씬 좋았다.
그러면서 개성을 변화시킬 궁리를 한동안하고, 이어서는 인근 대형 할인점으로 가서 다시 북에서 나를 수행해온 모두에게 몇 가지씩의 선물을 안겨주는 것으로 그날을 보내고, 다음날은 요트를 빌려서 바다낚시를 즐겼다.
그렇게 꿈 같은 제주 여행을 즐기고, 평양에 내리자마자 민은정에게 이렇게 지시했다.
“산악 오토바이크는 모두 평화자동차로 보내 역시 연구하라고 지시해.”
“예, 위원장 동지.”
“씨앗은 조선 씨앗 공사로 보내 역시 연구하라고 하고.”
조선 씨앗 공사는 내가 김정은으로 환생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3월에 설립하라고 한 신생 회사로 한마디로 북한의 모든 씨앗 관련 업체와 기관을 통합한 곳이었다.
씨앗을 보관하는 보관동, 연구하는 연구동, 재배하는 재배동 등이 있었고, 씨앗을 넘어 북한의 모든 토종 식물까지 연구하려고 관련 기관과 업체도 통합할 준비도 하는 그런 곳이기도 했다.
그러니 당연히 북한의 모든 씨앗과 식물은 일체 외국으로의 반출이 제한됐고, 이를 어기면 엄하게 벌했으니 거의 모든 씨앗과 식물이 외국으로 반출된 한국과는 다른 결과가 그곳에서 나올 수도 있었다.
어떻든 그렇게 자모산 특각으로 가서 김여성을 불러 제주에서 사 온 속옷, 화장품, 옷 등을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속옷까지 사다 받쳐야 해!”
“호호호!”
“네 새언니와 애들 것도 있으니 가져다줘. 그리고 즉시 실무단 꾸려 남조선 제주도로 가서 개성공단 재가동, 백두산 관광, 한라산 관광, 개성공단 인근 이산가족 상시 상봉마을 건설, 돼지 도입 등을 마무리 짓고 와!”
김여성이 웃으면서 대답을 하는 둥 마는 둥 하더니 내가 사온 선물만 풀어보기에 하여튼 여자는 남이나 북이나 다 똑같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그런 다음 날은 국가건설감독성 권성호와 개성시위원장 김인식을 불러서 이렇게 지시했다.
“동지들, 곧 개성 관광이 재개될 수도 있으니까 오늘부터 개성의 모든 도로, 호텔, 관광지, 공공시설, 식당, 상점, 낡은 주택, 병원 등등을 개선, 개량하여 개성이 남조선 어느 도시에도 절대 뒤지지 않는 깔끔한 곳으로 만들어 놓으시오. 알겠소?”
“예, 위원장 동지.”
“내 39호실에서 우선 2억 달러를 지원해 줄 테니까 일 빈틈없이 해야 하오.”
“성심을 다하겠습니다. 위원장 동지.”
“그리고 김인식 동지, 개성에 건설 일꾼이 많소? 많으면 500명만 뽑아서 개성 건설단을 만드시오. 하여 곧 있으면 남조선 애들이 개성공단 인근에 마을을 조성하려고 올 것이니 그때 2건설여단 장병과 함께 남조선 건축 기술을 배워 개성을 친환경 건축 도시로 만드는 역군으로 활용합시다. 자금은 내가 얼마든지 지원해 주겠으니까.”
“즉각 건설단을 만들겠습니다. 위원장 동지.”
개성을 지금과는 다르게 변화시킬 계획은 이렇게 서서히 실체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 덕분에 비자금 2억 달러나 지원해 주어야 했지만, 만족할만한 성과만 난다면 그 돈이 아까울까.
하여튼 내가 이러는 사이 채용해와 판스 등 미국 측 인사들은 또다시 양국 핵 감축협상을 위해서 마주 앉았다.
그리고 12번이나 협상을 진행했지만, 역시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그러나 13번째 다시 마주 앉았고, 판스 부통령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엉뚱하게 이런 말을 꺼냈다.
“당신네 김 위원장과 한국 민 대통령이 제주도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했는데, 그 내용 중에 개성공단 재개, 백두산 관광, 한라산 관광 등이 들어있었다고 하오. 그건 듣고서 이러는 거요?”
“언론 보도와 인터넷으로 봤소.”
“하여튼 요즘 남북이 너무 가까워진 것 같소이다만······.”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개성공단 재개, 백두산 관광부터 허용하시오. 그러면 이번에도 핵탄두 1기를 10억 달러에 넘겨주겠소.”
남북 정상회담에서 안건으로 나온 내용을 핵 감축 협상 전부터 알았는지 아니면 정말 언론보도와 인터넷으로 알았는지 도무지 분간할 수 없는 채용해의 이 말에 판스는 그를 한번 노려봤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라 이미 시작된 아니 이미 미끼를 물어준 핵탄두 유상구매 건이었다.
2018년에는 비핵화에 따른 경제적 지원을 약속했지만, 그건 지켜지지 않았고 이제는 돈으로 핵무기를 사는 이 새로운 방식의 비핵화에 한 가닥 희망을 걸어야 했으니까 말이다.
“1기에 10억 달러는 너무 비싸니 좀 깎읍시다.”
“전쟁 비용에 비하면 애들 껌값인데, 뭘 비싸다고 그러시오.”
“귀국에 핵탄두 1,000기가 있으면 그 대금이 얼마나······.”
“1,000기 없으니 그런 황당한 주장 그만하고, 우리는 가격을 제시했으니 받아들이거나 말거나 그 선택은 귀국 몫이오. 이상!”
“그럼 귀국의 모든 핵무기를 100억 달러에 넘기고, 핵 시설을 폐기하라는 우리의 요구는 아직 유효하오?”
“우리의 요구는 총액 100억 달러가 아니라 1기에 10억 달러. 1기에 10억 달러요. 아시겠소?”
완강해도 너무나 완강한 채용해의 얼굴을 보면서 판스는 저번 북한이 던진 미끼를 물어주려고, 핵탄두 1기의 대가로 준 그 10억 달러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다시 느껴야 했다.
그로 말미암아 자신들이 서서히 그 덫에 끌려들어 간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으니까.
그러나 이미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이후였고, 이 새로운 비핵화 협상은 그런대로 잘 유지되고 있었으니 후회해도 이미 늦은 뒤라는 것을 알고는 그날의 회담을 종료했다.
그리고 백악관으로 들어가서는 다시 트럼프 등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눠봤으나 역시 뾰족한 수가 없었고, 분위기는 이번에도 10억 달러를 주고, 핵탄두 1기를 받는 쪽으로 결정이 날 것 같았다.
덤으로 개성공단 재가동과 백두산 관광, 한라산 관광에 딴죽을 걸지 않고, 한국 정부의 결정을 지지한다는 성명 정도는 내주어야 했으나 그 자금들이 핵과 미사일 생산에 흘러들어 가지 않아야 하고, 그에 대한 감시 감독 정도는 해야 한다는 단서는 달아야 했다.
이 협상이 이어지는 그때 한국 국내에서는 촛불시위의 영향으로 조성과 동앙 신문이 폐간되고, 또 하나의 개혁 입법이 국회를 통과했으니 그 내용은 바로 재벌 총수와 그 일가족의 범죄에 대해서 형량을 대폭 강화하고, 원칙적으로 사면복권을 금지한 것이었다.
이른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원칙을 깬 것으로 배임 횡령 탈세액이 1억 원만 넘어도 집행유예 없이 바로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촛불 시위대가 원한 것인지 아니면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목전으로 다가왔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런 개혁 입법의 성과까지 나오자 촛불 시위는 점점 줄어들었다.
하여튼 그런 와중에 북한 김여성 등이 제주도를 찾아 개성공단 재개와 백두산 관광 그리고 한라산 관광에 관한 후속 실무 회담을 했고, 국군포로 일부가 송환됐다.
그리고 그 회담 결과를 청와대 홍보수석 원치용이 이렇게 발표했는데, 그 옆에는 통일부 장관 조명견과 국방부 장관 서진성이 서 있었다.
“이번 제주도에서 있었던 남북 정상회담과 그 후속 실무회담에서 개성공단 재개와 백두산관광 그리고 한라산 관광이 논의됐고, 정부는 이 문제로 그동안 미국과 협의했습니다. 하여 오늘 최종적으로 결론이 났기에 국민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 정부는 박근애 정부가 일방적으로 폐쇄한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기로 미국 정부와 합의를 했고, 우리 국민의 백두산 관광, 북한 주민의 한라산 관광도 허용할 예정입니다. 물론 북한도 이미 동의했습니다. 이상입니다. 그리고 통일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께서도 발표할 내용이 있다니 먼저 통일부 장관의 발표를 들으시고, 질문은 장관께 직접 하십시오. 감사합니다.”
“국민 여러분 통일부 장관 조명견입니다. 홍보수석이 말한 개성공단 재개와 백두산 관광 그리고 한라산 관광 이외에 알려드릴 말씀이 있어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정부는 개성공단 재개와 맞추어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하고, 개성공단 인근에 이산가족 상봉과 숙박을 위한 일명 통일 마을을 조성하기로 북측과 합의했습니다. 그에 따라서 곧 우리 측 기술자들이 방북할 예정입니다. 이상입니다. 이에 대해 질문 있으면 받겠습니다.”
“개성공단에 통일 마을을 만든다고요?”
“그렇습니다. 약 300가구 정도 되는 친환경 마을을 만들고, 이산가족이 그곳에서 만나 다만 며칠이라도 같이 생활하면서 이산의 아픔을 달래 수 있도록 북과 합의했습니다.”
“혹 그 마을이 상시 상봉장소인가요? 그렇다면 마을 조성비용은 누가 냅니까?”